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150화: 위대한 보급상인의 영광스러운 은퇴와 영원한 번영 (완결)
대대적인 우주 격리와 대아 자유무역 리그(DAA-T)의 통합 통치 체제가 수립된 지 어느덧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지구는 이제 과거 멸망의 참혹한 상흔을 완벽하게 딛고 일어나, 마법 공학과 고도의 현대 과학 기술이 찬란하게 융합된 완전무결한 '신마도 과학 문명'의 시대로 도약해 있었다. 은빛 선로 위를 소음 없이 미끄러지듯 달리는 무한 동력 특급 마도 열차들이 대륙과 대륙을 단 몇 시간 만에 가로질렀고, 푸른 하늘에는 대아 제국의 황금 톱니바퀴 휘장이 선명한 은빛 무역 비행선들이 바람을 가르며 평화롭게 오갔다. 성층권 전역을 수호하는 보이지 않는 황금빛 마력 장벽 덕분에, 바깥 우주의 이계 존재들이나 포자 구름의 위협으로부터 지구는 완전히 해방된 푸른 낙원이 되었다.
서울 북부의 조용하게 재건된 어느 은빛 스카이라인 빌딩 숲 아래, 옛 아날로그의 향취가 깃든 아담하고 호젓한 골목길 한구석.
그곳에는 사방 벽면을 차분한 붉은색 강철 합금 플레이트로 코팅한, 아담하고 예쁜 단층 건물 하나가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다. 건물의 간판에는 투명한 크리스털 조명등과 함께 은은한 황금빛 톱니바퀴 마크가 맥박 치듯 조용히 박동하고 있었다. 멸망 초기, 전 인류를 먹여 살렸던 구원의 상징이었다.
[대아 만능 보급소 - 본점]
가게 내부에는 차갑고 쾌적한 나노 마도 정화 바람이 미풍처럼 부드럽게 흐르고 있었고, 선반마다 깨끗하게 포장된 따뜻한 생수통들과 갓 주조된 고영양 식료품 통조림 상자들이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한구석에는 멸망 당시 사용하던 낡은 소방도끼와 리볼버 권총이 박물관의 유물처럼 유리 진열장 안에 고이 모셔져 있었다.
은퇴한 보급 황제, 한강진은 카운터 뒤편의 안락의자에 깊숙이 기댄 채 만년필을 굴리며 낡은 종이 회계 장부를 꼼꼼하게 정리하고 있었다. 이제는 시스템이 모든 것을 자동으로 처리해주지만, 그는 여전히 멸망 전 대아로지스 물류창고 직원 시절처럼 손으로 재고를 파악하는 이 아날로그적인 행위를 즐겼다. 그의 셔츠 소매는 가볍게 걷어 올려져 있었고, 그의 귓가에는 차 끓이는 주전자의 따뜻한 김소리가 나직하게 웅웅거렸다.
딸랑-!
가게 문 상단의 마력 풍경이 맑은 소리를 내며 흔들리더니, 완전 군장을 갖춘 은빛 장갑 전투복 차림의 태훈이 쾌활한 웃음을 띠며 걸어 들어왔다. 그의 어깨 견장에는 이제 리그 최정예 돌격 사단장을 상징하는 찬란한 황금 별 세 개가 뚜렷하게 빛나고 있었다. 대륙 수복의 영웅이자 강진의 가장 믿음직한 오른팔이었던 그도 이제는 중후한 중년의 기품이 서려 있었다.
“소장님! 오랜만입니다. 여전히 구석에서 차만 끓이고 계시는군요!”
태훈이 카운터 앞으로 다가와 묵직한 헬멧을 벗어 던졌다.
“오랜만이구나, 태훈아. 사단장이 골목길 조그만 구멍가게에는 웬일이냐? 우주 정거장 보급로 확보하느라 바쁜 거 아니었어?”
강진이 돋보기안경을 살짝 고쳐 쓰며 장난스레 핀잔을 주었다. 태훈은 갓 우려낸 따뜻한 홍차 잔을 받아 들며 미소를 지었다.
“요새 중앙 본부 평의회에 참석하러 왔다가 들렀습니다. 회의실 벽면 한가운데에 소장님의 거대한 황금 동상이 서 있는 걸 볼 때마다 전 아직도 웃음이 나온단 말입니다. 정작 당사자는 이런 좁은 구역에서 라면 상자 수량이나 세고 계시니 말이죠. 사람들은 당신이 달 뒷면의 비밀 기지에서 세계를 조종하고 있는 줄 안다고요.”
“동상 같은 건 새들의 쉼터일 뿐입니다. 상인에게는 동상보다, 저기 밖의 꼬마들이 터미널에 집어넣는 은화 몇 닢의 짤랑거리는 소리가 훨씬 가치 있는 법이지요. 그 소리야말로 이 세계의 신용이 완벽하게 복구되었다는 가장 확실한 영수증이니까.”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턱 끝으로 가게 바깥 유리창 너머를 가리켰다.
가게 앞 골목길 귀퉁이에 서 있는 빨간색 자동 보급 터미널 키오스크 앞에는, 가방을 멘 대여섯 살배기 아이 두 명이 조그만 은빛 ‘마령화’ 주화 두 닢을 손에 꼭 쥔 채 신나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아이들이 주화를 투입구에 넣자, 키오스크 화면이 푸른 불빛을 깜빡이며 신선한 오렌지 주스 캔과 따뜻한 빵 봉지들을 툭 하고 내뱉었다. 아이들은 간식을 받아 들고 만세를 부르며 석양 속으로 뛰어놀았다.
주화 한 닢에 담긴 완벽한 보급과 식량의 신용. 그것이 바로 강진이 이 세상에 남겨둔 영구하고 불멸하는 진짜 유산이자 번영의 흔적이었다. 더 이상 굶주림 때문에 서로를 죽이는 비극은 이 지구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강진은 조용히 눈을 감고 자신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아른거리는 시스템 개인 정보 창을 마지막으로 띄웠다.
[시스템 상태: 완벽하게 안정됨 (지구 코어와 영구 융합 완료)]
- 소유주 등급: 전 차원적 신화 무역 권능 (등급: EX - MAX)
- 현재 보유 SP: 99,999,999+ (무한 루프 충전 상태)
- 영지 내 통화 신용도: 100% (완전한 지배 및 번영)
보급 포인트는 이제 숫자로서의 의미를 잃고 무한히 차올라 있었고, 제국의 금융 시스템은 단 1인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중소 물류창고 대아로지스의 평범한 말단 직원이 각성하여, 세상의 종말을 사냥하고 보급이라는 유일한 질서로 신세계를 재건했던 위대한 상인의 대여정.
그 길었던 사투와 위대한 기적들은 모두 아름답게 마무리되었고, 강진은 마침내 자신이 가장 원하던 평화롭고 안정한 '작은 보급 상점의 주인'이라는 마지막 목적지에 도달한 것이었다.
“소장님, 만약 다음 차원에서 또 다른 손님이 게이트를 열고 물건을 사러 오면 어쩌시겠습니까? 예를 들어, 칼과 마법이 난무하는 판타지 세상이나, 기계들이 지배하는 미래 도시 같은 곳에서 말이죠.”
태훈이 차를 다 마시며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강진은 장부의 마지막 공란 하단에 굳건하고 선명한 친필 글씨로 ‘최종 거래 완료’라고 기입한 뒤, 만년필의 뚜껑을 탁 하고 단단히 꽂았다. 그리고 그는 카운터 밑에서 들려오는 미세한 차원의 진동을 느꼈다. 새로운 차원의 문이 이 작은 가게의 안쪽 창고 어딘가에서 열리려 하고 있었다.
강진은 특유의 차분하고도 현실적인 장사꾼의 안광을 은은하게 번뜩였다.
“손님이 누구든, 차원이 어디든 상인의 대답은 언제나 똑같습니다. 가격을 치를 준비만 되어 있다면 말이죠.”
강진은 안경을 벗어 주머니에 넣으며 카운터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신용과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된 모든 존재들에게, 이 대아 보급소의 문은 영원히 열려 있을 겁니다. 자, 새로운 주문이 들어온 것 같군.”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며 쏟아져 들어온 찬란한 황금빛 진짜 아침 햇살과 이계의 미광이 뒤섞여, 카운터 뒤편에 선 보급 황제 한강진의 평화롭고 당당한 실루엣을 눈부시게 비추었다. 길고도 위대했던 아포칼립스 만능 보급상인의 역사는 그렇게 끝이 아닌, 또 다른 차원의 번영을 향한 영광스러운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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