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102화: 마력의 펌프와 노선 복구
종로3가역 중앙 광장에 우뚝 솟아 일정하게 쿵, 쿵 소리를 내며 박동하는 거대한 ‘심연의 심장’.
강진은 이 지하의 오염 근원을 단숨에 종식시키기 위해 뇌신의 파멸 망치도끼의 대가리를 높게 치켜올렸다. 하지만 도끼날을 내리치기 직전, 사령실에 띄워둔 시스템의 경고음이 그의 귓가를 날카롭게 때렸다.
[경보! 4성급 변종 모체 '심연의 심장'이 자기방어용 마력 고치 배리어를 가동합니다.]
- 특성: 충격 에너지 흡수 및 자극 증폭 (물리적·마력적 타격 충격을 가할 시, 가해진 에너지를 흡수하여 지상의 '심연의 용' 부화 카운트다운을 가속화시킵니다.)
“도끼로 때리면 저 멀리 도심에 박힌 용의 알이 더 빨리 깨어난다는 소리로군.”
강진은 내리치려던 망치도끼를 멈췄다.
공격을 가하면 가할수록 적의 진화를 촉진하는 성가신 형태의 방어 기재였다. 무력으로 부술 수 없다면, 무력을 배제한 채 심장 내부에 흐르는 마력과 오염의 에너지를 송두리째 빨아들여 서서히 말려 죽이는 수밖에 없었다.
강진은 벼락의 도끼를 등에 멘 채, 보급 상점의 특수 흡수 기재 카테고리를 신속히 뒤졌다.
[구매 아이템: B등급 마력 역류 흡수식 도선 펌프 (B등급 - 레어) - 1개]
- 설명: 대상에게 마력 도선 바늘을 박아 넣어, 그 내부에 소용돌이치는 모든 마력과 생명 에너지를 역방향으로 빨아들여 시스템 SP로 다이렉트 치환 헌납하는 고성능 거치형 흡수 펌프.
- 가격: 1,000 SP
[1,000 SP가 소모되었습니다.]
- 현재 보유 SP: 1,453.5 SP (이전 2,453.5 SP에서 소모)
쿵-!
강진의 눈앞에 거대한 백색 피스톤 밸브와 수십 개의 가시 돋아난 도선 바늘들이 사방으로 뻗은 원통형 펌프 장비가 소환되었다. 강진은 펌프의 호스 뭉치를 잡고 심연의 심장의 붉은 혈관들이 얽힌 정중앙에 대못을 박듯 사정없이 박아 넣었다.
푸샤아아아-!
“끄르르르륵!”
도선 바늘들이 심장의 가죽을 뚫고 들어가 고치 중심부에 박히는 순간, 펌프의 기계식 실린더가 웅장하게 회전하며 마력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펌프 튜브를 타고 영롱하고 뜨거운 보랏빛 마력과 심연의 에너지가 강진의 시스템 헌납창으로 막힘없이 쏟아져 내렸다.
[심연의 심장의 에너지를 성공적으로 헌납 흡수합니다.]
- 획득 SP: +2,500 SP
- 현재 보유 SP: 3,953.5 SP
막대한 에너지를 빨아들임에 따라 강진의 지갑은 무려 3,900포인트로 대폭 충전되었다.
동시에 에너지를 쭉쭉 빨린 심연의 심장은 점차 쿵쾅거리던 박동 횟수가 느려지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영롱하던 검붉은 빛깔이 탁한 잿빛으로 굳어 들어갔다. 심장 고치 표면이 썩은 낙엽처럼 바스라지며, 녀석을 지탱하던 오염의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되었다.
바스스스-.
“지금이다. 부숴라.”
강진의 명령과 함께 수호대원들이 개머리판으로 잿빛이 된 심장 껍데기를 가볍게 내리쳤다.
콰창-!
마침내 심연의 심장이 거대한 얼음 조각처럼 산산이 조각나 소멸했다.
심장이 파괴되는 그 순간, 5호선 전체 교역 선로 벽면을 잠식하고 있던 모든 붉은 이끼와 점액질 혈관들이 순식간에 광막에 휩싸이더니, 단 10초 만에 깨끗하게 정화되어 먼지처럼 흩어졌다.
지하철 5호선 선로 전체가 마침내 대재앙 이전의 차갑고 정갈한 회색 콘크리트 바닥의 제 빛깔을 완전히 되찾은 것이다.
“성공했소……! 마침내 5호선 전체 라인이 완벽하게 정화되었소!”
강민혁 소령이 감격에 겨워 주먹을 치켜들었다.
장갑 열차의 전술 지도판 위에 5호선 여의도역부터 종로3가역까지의 지하철 선로 전 구간이 안전을 상징하는 푸른색 불빛으로 환하게 밝혀졌다. 남북을 관통하는 안전한 교역 선로와 지하철 인프라가 마침내 온전하게 수복된 순간이었다.
네오 코리아 사령부의 한종학 대장은 통신 화면 너머로 깊이 허리를 숙이며 강진에게 감사를 표했다.
- “한 대장, 자네가 해낸 일은 우리 정부로서도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기적이네. 종로3가역의 제2 교역 지점 개설 권한을 공식 승인함과 동시에, 향후 교역 열차의 통행세와 자치구 주민 이주 세금을 완전히 면제해 주겠네. 자네는 진정한 우리 방공호의 맹주이네.”
교역세 면제와 함께 종로3가 환승 허브의 통제권까지 손에 넣었다. 이로써 대아 자유무역 자치구의 위상은 네오 코리아를 발밑에 둔, 서울 지하 전체의 절대적인 보급 지배자로 확고히 군림하게 되었다.
강진은 뇌신의 파멸 망치도끼를 어깨에 메고 정비된 열차로 복귀했다.
“5호선 라인의 완전 복구는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긴장을 풀 때가 아닙니다. 지상의 붉은 알들이 본격적으로 요동치기 시작했으니, 이제부터는 세상을 파멸로 몰고 갈 ‘심연의 용’과의 대전쟁을 대비해야 합니다.”
지하를 지배한 보급상인의 눈빛은 이미 저 높은 지상의 붉은 안개가 피어오르는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더 거대하고 장엄한 인류의 운명을 건 대전쟁의 서막이, 정복된 지하 철로 위로 소리 없이 차가운 전운을 드리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