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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 예정 악녀는 연금술 카페를 엽니다1화

파멸 예정 악녀는 연금술 카페를 엽니다

파멸 예정 악녀는 연금술 카페를 엽니다

시놉시스

원작 소설 속에서 사치와 질투를 일삼다 단두대에서 목이 날아가는 파멸 예정 악녀 '엘리제'로 빙의한 화학공학 전공의 대학원생 '지안'. 죽기 딱 3년 전 시점으로 빙의한 그녀는 사교계를 은퇴하고, 자신의 전공 지식과 연금술 마법을 융합한 제국 최초의 '연금술 디저트 카페'를 개업한다. 현대 분자 요리 지식과 연금술 정밀 추출을 활용해 만든 피로 해소용 '엘릭서 밀크티', 마력을 순화시키는 '블루펄 에이드', 정서 안정을 돕는 '릴렉싱 초콜릿'까지. 그녀의 신비한 디저트들은 냉혹한 황태자, 까칠한 대마법사, 그리고 원작의 진짜 여주인공마저 매료시켜 단골로 만든다. 음모와 암투가 가득한 사교계의 흑막들을 달콤한 디저트와 연금술로 조련하며 파멸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힐링 로판 전문가물.

1화: 대학원생, 악역 영애가 되다

“……해서, 이 반응식의 평형상수는 구했나?”

교수님의 먹구름 같은 목소리가 귓전을 때릴 때, 강지안은 실험실 테이블 위에 엎어져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일주일 연속 야근, 세 번의 논문 반려, 그리고 교수님의 차가운 피드백. 26세의 촉망받던 화학공학 대학원생의 최후는 지극히 대학원생다운 과로사였다.

‘다시는 화학 같은 거 안 해…….’

그것이 이승의 마지막 한마디였다.
하지만 눈을 떴을 때, 지안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차가운 실험실의 회색 천장이 아니었다.

“공녀 전하! 일어나셨습니까? 전하께서 갑자기 쓰러지셔서 백작령 저택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레이스가 주렁주렁 달린 거대한 공주풍 침대, 머리에 프릴 캡을 쓴 하녀가 눈물을 흘리며 지안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안은 멍하니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밀가루처럼 하얗고 고운 피부, 굳은살 하나 없이 부드러운 손가락끝. 그리고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은 불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칼과 고양이처럼 치켜 올라간 루비빛 눈동자를 가진 절세의 미녀였다.

“……내가 누구라고?”

“공녀 전하! 왜 그러십니까? 머리를 다치신 겁니까? 밸류어 공작가의 자랑스러운 장녀, 엘리제 드 밸류어 공녀 전하가 아니십니까!”

엘리제 드 밸류어.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지안의 뇌리에 폭풍 같은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어젯밤 졸음을 쫓기 위해 읽었던 삼류 로맨스 소설, <성녀 세레나의 밤>을 떠올렸다.
그 소설 속에서 주인공 성녀 세레나를 사사건건 괴롭히고, 황태자를 독살하려다가 들통나 단두대에서 목이 잘리는 희대의 악역 악녀. 그게 바로 엘리제였다.

‘미친…… 빙의라고? 그것도 단두대 행 기차표를 끊은 악역 영애한테?’

지안은 이마를 짚었다.
다행히도 지금의 시점은 그녀가 황태자 독살 음모를 꾸미기 딱 3년 전, 사교계에서 온갖 악행을 일삼다 아버지인 공작에게 들켜 제국 남부의 시골 백작령 저택으로 임시 유배를 온 시점이었다.

단두대에서 목이 날아가는 결말을 피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앞으로 3년 동안 몸을 바짝 낮추고, 중앙 사교계와의 인연을 완벽하게 단절하며, 자급자족할 수 있는 기술을 배워 평화롭게 은퇴하는 것.

“하녀, 이름이 뭐지?”

“마, 마리입니다, 전하!”

“마리. 당장 내 방으로 공작령 연금술 기초 입문서와 휴대용 연금 가마를 가져와.”

“예? 공녀 전하께서 연금술을…… 하신다고요?”

마리는 귀신을 본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엘리제의 무서운 성질머리가 폭발할까 두려워 허둥지둥 방을 나갔다.

몇 시간 뒤, 지안의 방 탁자 위에는 구리로 만든 조악한 마력 가마와 각종 알록달록한 마법 허브, 그리고 두꺼운 마법서가 놓였다.
지안은 마법서에 그려진 연금술의 기초 마나 서클 반응식을 읽기 시작했다.

[마나 서클 제1법칙: 적색 허브의 열성 마나 입자는 청색 허브의 한성 마나 입자와 만나면 에너지가 소멸하며……]

“에너지 소멸? 웃기지 마. 이건 전형적인 산·염기 중화 반응이잖아.”

지안의 눈이 화학공학 대학원생으로서의 예리함으로 번뜩였다.
소설 속 연금술사들은 복잡한 주문과 신비주의에 빠져 있었지만, 지안의 눈에 연금술은 그저 '마력'이라는 미지의 유기 화합물을 다루는 물리화학 공학에 불과했다.

“열성 마나 입자의 분자량을 계산하고, 한성 마나를 약염기 촉매로 사용해 추출 속도를 조절하면…… 산도를 조절하듯이 마력의 밀도를 완벽하게 분할할 수 있어.”

그녀는 즉석에서 깃펜을 쥐고 연금술 수식들을 유기 화학 반응식으로 치환해 빠르게 종이를 채워 나갔다.

사각사각.

이윽고 도출된 기적의 분자 연금 레시피.
지안은 백작령 주방에서 공수해 온 고급 밀가루와 버터, 그리고 정원 구석에서 몰래 채취한 신경 안정 효과가 있는 마력 영초 ‘카모마일 릴렉스’를 가마에 넣었다.

그리고 마력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열 제어 연금 서클을 작동시켰다.

화아아앙-.

가마의 온도가 180도 부근에서 완벽하게 유지되며, 구리 마가렛 필터 사이로 은은한 카모마일 향과 버터의 달콤한 향이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연금 가마의 뚜껑을 열자, 그 안에는 금빛으로 완벽하게 구워진 작고 둥근 에그타르트 세 개가 누워 있었다.

[연금물질 합성 성공: 마력 정화 에그타르트(Grade-B)]
[효능: 섭취 시 30분간 신체 내 엉긴 마력을 순화시키고 미각 자극도를 30% 복원.]

지안은 따끈따끈한 타르트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바삭한 페이스트리 시트 사이로 연금 정화된 커스터드 크림이 혀끝을 부드럽게 감쌌다.

“완벽해. 이 기술이면 굳이 사교계에 나가지 않고도 평화롭게 빵집…… 아니, 카페나 차려서 여생을 보낼 수 있겠어.”

단두대로 향하는 운명의 궤도를 꺾어버릴, 제국 역사상 가장 달콤하고 과학적인 연금술 디저트의 탄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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