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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고 싶은데 고백받았습니다7화

퇴사하고 싶은데 고백받았습니다

퇴사하고 싶은데 고백받았습니다

7화: 지연률 표 하나

이른 아침의 중앙 회의실은 차가운 정적으로 채워져 있었다.

마호가니 탁자 좌우에는 제국 중앙 부처를 이끄는 귀족 관료들이 늘어서 있었다. 재무부 수석 국장 베인 백작과 군무부 보급국장 케일 후작을 비롯한 다섯 명의 고위 관료들이었다. 그들의 제복에는 화려한 훈장과 문장이 빛나고 있었고 표정에는 감찰단이라는 신설 조직을 향한 불쾌감이 노골적으로 떠올라 있었다.

문이 열리고 로잘린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의 안색은 여전히 창백했다. 눈 밑의 다크서클도 다 가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제복 단추는 목 끝까지 단정하게 잠겨 있었고 걸음걸이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녀의 뒤에는 서류 가방을 든 이안과 에드먼드가 조용히 따라 들어왔다.

베인 백작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수석 보좌관님. 폐하의 집무실에서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이 많았습니다. 몸도 다 회복되지 않았을 텐데 이렇게 일찍 나오시다니요."

말은 걱정이었지만 어조에는 은근한 조롱이 섞여 있었다.

케일 후작도 거들었다.

"맞습니다. 보좌관님의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이 감찰단 회의는 나중으로 미루는 것이 맞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뒤에 서 있는 이들은 누구입니까? 재무부의 하급 문서관과 기록실의 보잘것없는 문관이 아닙니다."

귀족 관료 몇 명이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제국 중앙 부처의 국장들이 출신도 명확하지 않은 하급 문관들에게 보고서를 검토받아야 한다니 감찰단이라는 조직이 조금 과하게 의욕만 앞선 것 같습니다."

베인 백작은 탁자 중앙에 놓인 안건지를 손끝으로 튕겼다.

"어제 밤사이에 북부 보급 장부와 인장 보관함을 봉인했다고 들었습니다. 각 부처의 정당한 행정 절차를 무시하고 증거를 동결하는 것은 중앙 관료들에 대한 모욕입니다. 지금 즉시 봉인을 해제하고 장부를 각 부처로 돌려보내십시오."

그들의 요구는 명확했다. 로잘린의 병가를 핑계 삼아 감찰단의 기세를 꺾고 하급 문관들의 자격을 문제 삼아 정식 조사를 무산시키려는 것이었다.

로잘린은 의자에 앉아 손가락을 맞잡았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베인 백작."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회의실의 속삭임을 단번에 잠재웠다.

"하지만 제 건강 상태는 의관 베르딘의 진단과 황제 폐하의 결재 아래 관리되고 있습니다. 제 몸이 쉬기 위해서라도 업무가 사람 한 명의 체력에 의존하는 구조는 오늘 끝내야 합니다."

로잘린은 이안에게 눈짓을 보냈다.

이안은 조용히 앞으로 나와 관료들 앞에 서류 한 장씩을 내려놓았다.

부처별 결재 지연률 및 업무 정체 통계표.

제목을 읽은 케일 후작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게 뭡니까?"

"최근 석 달간 중앙 부처에서 일어난 업무 정체 기록입니다."

로잘린은 서식의 첫 번째 항목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군무부 보급국. 지난 분기 수송 마차 정비 예산 신청서의 평균 결재 소요 시간은 마흔사흘이었습니다. 당시 군무부는 결재가 늦어진 사유로 '수석 보좌관실의 검토 지연'을 적어 제출했지요."

케일 후작이 미끄러지듯 허리를 펴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연한 일 아닙니까! 보좌관실에서 서류를 올려 보내지 않으니 국장인 내가 결재할 수 없었던 겁니다!"

"통계는 다르게 말하고 있습니다, 케일 후작."

이안이 차분하게 다음 장을 펼쳤다.

"마흔사흘의 기간 중 보좌관실에서 서류를 검토한 시간은 단 하루였습니다. 수송 마차 정비안이 군무부 보급국장실의 서류함에 방치되어 있던 시간이 마흔하루였습니다."

회의실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로잘린은 시선을 돌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나머지 이틀은 부처 간 문서 이동 시간이었습니다. 후작께서는 보좌관실 탓을 하셨지만 실제로는 본인의 책상 위에서 서류를 마흔하루 동안 묵혀 두신 겁니다."

"이, 이건 모함이다! 문서 이관 절차에 시간이 걸렸을 뿐……!"

"그럼 재무부를 볼까요?"

로잘린은 베인 백작을 바라보았다. 백작의 표정이 미세하게 경련했다.

"서부 창고 비상 구증 약품 예산안. 지연 시간 스물엿새. 사유는 '보좌관 대리 서명 미비'. 하지만 그 서류는 보좌관실에 도착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베인 백작의 1차 승인 인장이 찍히지 않아서 재무부 문서고에 스무날 넘게 갇혀 있었으니까요."

백작은 입을 벌렸지만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백작께서 수도 외곽의 연회에 참석하신 사흘 동안 서부 창고의 약품 신청서는 담당 문관의 책상 위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 약품이 부족해 피해를 본 것은 외곽 숙소의 하급 문관들과 영지 주민들이었습니다."

로잘린은 펜을 내려놓았다.

"관료 여러분. 결재가 늦어진 것은 수석 보좌관이 쓰러져서가 아닙니다. 여러분이 자기 책상 위에 쌓인 서류를 돌보지 않고 모든 책임을 황제 집무실과 보좌관실로 넘겨버렸기 때문입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이안과 에드먼드가 밤새 중앙 장부와 출입 기록을 대조해 작성한 통계표에는 각 부처의 무능과 방치가 날짜와 시각 단위로 명백히 적혀 있었다.

귀족 관료들의 얼굴이 붉어졌다 푸르러졌다.

베인 백작이 마침내 탁자를 내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례하다! 감히 어디서 검증되지도 않은 숫자를 가져와 중앙 관료들을 모독하는가! 이 자료를 만든 자가 누구냐? 저기 서 있는 하급 문서관과 기록실 풋내기가 아니냐!"

백작의 손가락이 에드먼드를 향했다.

에드먼드의 어깨가 움찔했다. 귀족 국장의 서슬 퍼런 고함에 손에 쥔 메모지가 떨렸다.

하지만 에드먼드는 도망치지 않았다. 그는 지난날 로잘린이 해 준 말을 떠올렸다. 모르는 것을 기록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 또한 일이라는 사실을.

에드먼드는 숨을 깊게 쉬고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

"통계표에 적힌 숫자는 모두 제국 중앙 기록실의 원본 이관 대장과 인장 사용 일지에서 추출한 것입니다. 봉인 번호와 출입 시각은 1차 대조를 마쳤고 이안 부단장님의 검인 아래 서명되었습니다."

"하급 문관 따위가 감히 국장의 결재 일지를 논해?"

"논하는 것이 아니라 대조한 것입니다."

이안이 에드먼드의 앞을 자연스럽게 막아서며 말했다.

"숫자가 틀렸다고 생각하신다면 지금 즉시 각 부처의 1차 장부를 가져오십시오. 감찰단에서 항목별로 재대조해 드리겠습니다. 단 재대조 결과 통계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업무 방치에 대한 정식 감찰 보고서가 황제 폐하께 제출됩니다."

이안의 목소리에는 단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귀족 관료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았다. 장부를 가져와 대조하면 자신들의 개인적인 야간 결재와 예산 은폐 흔적이 더 드러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회의실의 기세는 이미 감찰단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 있었다.

바로 그 순간 회의실의 육중한 나무 문이 굉음과 함께 열렸다.

차가운 마력이 복도에서부터 밀려들어와 회의실 안의 촛불을 흔들었다. 검은 제복 자락을 날리며 들어선 이는 칼릭스였다.

"폐하!"

귀족 관료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일사불란하게 고개를 숙였다. 베인 백작과 케일 후작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칼릭스는 붉은 눈동자로 회의실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의 시선은 굳어 있는 귀족들을 지나 정중하게 서 있는 로잘린과 그 옆의 이안, 에드먼드에게 머물렀다.

"밖까지 소란스럽더군."

칼릭스는 상석으로 걸어가 의자에 깊이 묻어 앉았다.

베인 백작이 기회를 잡았다는 듯 급히 입을 열었다.

"폐하! 감찰단이 출신도 불분명한 하급 관료들을 앞세워 중앙 부처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지연률 숫자로 귀족 국장들을 모독하고 있사오니……."

"지연률 숫자?"

칼릭스가 탁자 위에 놓인 통계표를 집어 들었다.

그의 붉은 눈이 종이 위를 빠르게 훑었다. 케일 후작의 이름 옆에 적힌 '마흔하루 방치'라는 문장을 읽었을 때 칼릭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케일."

케일 후작의 몸이 크게 떨렸다.

"예, 예! 폐하!"

"북부 보급 마차 예산안을 마흔하루 동안 갖고 있었나."

"그, 그것은 보좌관실과의 협의가……."

"보좌관실에 서류가 머문 시간은 하루라고 적혀 있군."

칼릭스는 종이를 툭 던졌다.

"북부 전선의 기사들이 무기가 모자라 죽어 나갈 때 너는 마차 예산안을 책상 서랍에 넣고 마흔하루 동안 무엇을 했지?"

"폐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케일 후작이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칼릭스의 마력이 회의실 바닥을 누르자 다른 귀족 국장들도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원작의 폭군이라면 이 자리에서 칼을 뽑아 케일 후작의 목을 쳤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칼릭스는 칼에 손을 대지 않았다. 로잘린이 숱하게 경고했던 법과 절차 그리고 오늘 그녀가 보여 준 통계의 힘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칼릭스는 베인 백작을 내려다보았다.

"백작."

"예, 예! 폐하!"

"하급 문관의 숫자가 검증되지 않았다고 했나?"

"아, 아닙니다! 제가 경솔했습니다!"

"아니다. 네 말이 맞다. 검증해야지."

칼릭스는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부터 감찰단은 재무부와 군무부의 최근 3년 치 결재 장부 전체를 정식 조사해라. 이안 부단장과 에드먼드 문관에게 조사 및 인장 봉인 권한을 일임한다. 숫자가 하나라도 틀리면 그 숫자를 속인 자의 목을 치겠다."

귀족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감찰단을 무력화하려던 시도가 오히려 중앙 부처 전체에 대한 대규모 정식 감찰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돌아온 것이다.

"모두 물러가라. 서류는 두고."

칼릭스의 한마디에 귀족 국장들은 엎드려 절을 한 뒤 쫓기듯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케일 후작은 다리가 풀려 다른 관료의 부축을 받고서야 겨우 나갈 수 있었다.

넓은 회의실에는 이제 칼릭스와 로잘린 그리고 이안과 에드먼드만 남았다.

칼릭스는 이안을 바라보았다.

"북부 보급 장부의 야간 결재 건부터 조사를 시작해라. 봉인된 인장의 도용 흔적을 집중적으로 파헤쳐라."

"명 받들겠습니다, 폐하."

이안은 에드먼드와 함께 서류를 챙겨 절을 올린 뒤 회의실을 나갔다. 에드먼드는 나가는 길에 로잘린을 향해 작게 고개를 숙였다. 그의 눈빛에는 이전의 두려움 대신 실무자로서의 자부심이 조금씩 깃들어 있었다.

문이 닫히고 회의실에는 칼릭스와 로잘린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칼릭스는 창밖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소리를 지르지 않고도 사람을 죽일 수 있더군."

로잘린은 정중하게 답했다.

"숫자는 소리를 지를 필요가 없습니다. 그 자체로 사실이니까요."

칼릭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로잘린을 바라보았다. 붉은 눈동자 안에 복잡한 감정이 얽혀 있었다.

"전에는 네가 이 일을 혼자 다 했다."

"예."

"하지만 이제는 그 숫자를 다른 사람의 손에 쥐여 주고 앞에 세우는군."

로잘린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조직이란 한 사람의 어깨에만 올려놓아서는 안 됩니다. 시스템이 돌아가야 부처가 살고 제국이 움직입니다."

"그 시스템이라는 것이 정착되면……."

칼릭스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가라앉았다.

"너는 내가 없어도 제국이 돌아간다고 말하며 떠나겠지."

회의실의 공기가 순간 팽팽하게 당겨졌다. 칼릭스는 폭력을 쓰지 않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의존과 불안을 드러내고 있었다.

로잘린은 침착하게 숨을 골랐다.

"제가 떠나는 것은 제국이 무너져서가 아니라 제가 제 몫의 삶을 살기 위해서여야 합니다. 그리고 폐하께서도 한 사람에게 제국 전체의 무게를 짊어지게 하지 않는 상사가 되셔야 합니다."

칼릭스는 그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로잘린의 문장은 그 어떤 사직서보다도 단호했고 동시에 그가 부인할 수 없는 행정적 정당성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로잘린의 시야 한구석에 반투명한 창이 떠올랐다.


[시스템: 특별 행정 감찰단의 실질적 권한이 확립되었습니다.]

[원작 진행 이탈률 +2.1% 상승.]

[경고: 대상 ‘칼릭스’의 내면적 갈등이 심화됩니다.]


로잘린은 창을 조용히 지웠다.

퇴사의 문은 아직 멀리 있었다. 귀족들의 반발은 이제 시작일 것이고 북부 보급 장부에 숨겨진 비리의 뿌리도 더 깊을 테다.

하지만 오늘 로잘린은 자신의 몸을 갈아 넣어 일을 막아내지 않았다.

자신이 키우기 시작한 후임들과 시스템의 힘으로 귀족들의 무능을 제압했다.

로잘린은 창밖의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속으로 다짐했다.

언젠가 이 제국이 자신이 없어도 완벽하게 돌아가는 날, 그날이야말로 자신의 진짜 사표가 결재되는 날이 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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