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퇴사하고 싶은데 고백받았습니다6화

퇴사하고 싶은데 고백받았습니다

퇴사하고 싶은데 고백받았습니다

6화: 빈자리를 보는 눈

에드먼드는 교육 첫날부터 세 번이나 펜을 떨어뜨렸다.

첫 번째는 대리 결재표의 칸을 잘못 읽었을 때였다. 두 번째는 이안이 기록실 열쇠 관리 대장을 가져오라고 했을 때였다. 세 번째는 로잘린이 침상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 장부는 제게 보여 주세요."

에드먼드가 장부를 두 손으로 내밀었다. 낡은 가죽 표지에는 먼지가 얇게 내려앉아 있었다.

"죄송합니다. 글씨가 조금 흐립니다. 어젯밤에 옮겨 적은 부분이 있어서……"

"왜 죄송합니까?"

그가 멈칫했다.

"제가 잘못 썼을 수도 있어서요."

"잘못 썼을 수도 있다는 건 보고할 이유지 사과할 이유는 아닙니다. 어디가 불확실한지 표시했습니까?"

에드먼드는 장부 한쪽을 펼쳤다. 붉은 실로 묶인 작은 표지가 세 군데 붙어 있었다.

열쇠 인계 시각 불명.

야간 결재자 서명 상이.

원본 대조 필요.

로잘린은 표지를 훑으며 입술을 다물었다. 자신이라면 표시를 붙인 뒤 밤새 원본을 찾아냈을 것이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로 회의에 들어갔겠지.

이안이 맞은편 탁자에서 말했다.

"오늘의 교육 범위는 원본 대조까지입니다. 추정한 사실을 확정하지 말고 누가 확인할 수 있는지도 적으세요."

"예."

에드먼드는 다시 펜을 들었다.

로잘린은 무심코 장부를 당겼다. 이안의 시선이 그 움직임에 닿았다.

"단장님께서는 식사 시간이십니다."

"아직 열두 시도 안 됐는데요."

"열한 시 오십 분부터 식사 준비를 시작하라고 적혀 있습니다. 죽이 식기 전에 드시라는 뜻입니다."

그녀가 쳐다보자 이안은 자기 장부를 내밀었다. 그 안에는 아주 또박또박 적혀 있었다.

감찰단장 식사 준비 시각. 오전 열한 시 오십 분.

로잘린은 억울한 마음으로 은쟁반을 보았다. 마르셀이 가져다 둔 죽에서 김이 났다.

"감찰단은 사람을 감찰하는 곳이 아니라 제 식사를 감시하는 곳인가요?"

"둘 다 사람이 멈추지 않게 하는 일입니다."

반박할 수 없는 말이었다.

로잘린은 숟가락을 들었다. 그사이 이안은 에드먼드에게 원본 장부의 보관 위치를 물었다. 에드먼드는 서가 번호와 봉인 번호를 바로 답한 뒤 망설이다가 덧붙였다.

"그런데 지난 열흘 동안 같은 인장이 세 번 찍혀 있습니다. 담당 서기관님은 병가 중이셨고요."

이안의 손이 멈췄다.

"어느 문서입니까?"

"야간 결재 기록입니다. 모두 북부 외곽 병영 보급 관련이고 결재 시각은 자정 이후입니다."

로잘린의 숟가락도 멈췄다.

북부 병영 보급은 다음 달 산정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기록이 틀리면 식량이 모자라거나 누군가 없는 물자를 받은 것처럼 꾸밀 수 있었다.

"원본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 전에 폐하의 재가가 필요합니다."

낮은 목소리가 문가에서 들렸다.

칼릭스였다.

그는 마르셀에게서 받은 명령서를 에드먼드 앞에 내려놓았다.

기록실 하급 문관 에드먼드 리스턴의 감찰단 임시 파견을 중지한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에드먼드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안은 명령서를 읽고도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로잘린은 천천히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중지 사유는요?"

"기록실 문관의 충성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

"어제는 열람 권한을 결재하셨습니다."

"그때는 장부를 폐기에서 막아야 했다. 지금은 다르다."

"무엇이 달라졌습니까?"

칼릭스의 붉은 눈이 에드먼드에게 잠시 머물렀다.

"네 곁에 둘 이유가 없다."

로잘린은 그 문장을 곱씹었다. 감찰단의 교육생에게 할 말이 아니었다. 후임 후보에게나 할 법한 말이었다.

"후임을 키우라면서 왜 질투하십니까."

마르셀이 숨을 삼켰다. 에드먼드의 손에서 펜이 다시 미끄러졌다.

칼릭스의 마력이 바닥을 타고 번졌다. 은쟁반 위 물잔 표면이 떨렸다.

"질투라는 말을 가볍게 쓰지 마라."

"그럼 정확한 말을 알려 주세요."

로잘린은 떨리는 손을 이불 아래로 감췄다.

"에드먼드 문관의 임시 파견은 열흘입니다. 업무 범위도 기록 대조와 인수인계표 작성으로 한정했습니다. 단독 결재 권한도 없어요. 그런데 무엇이 위험합니까?"

칼릭스는 답하지 않았다.

"제 일을 대신할 사람이 생기는 게 싫으신 겁니까?"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로잘린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렇다면 솔직히 말씀하세요. 저를 쉬게 하려는 게 아니라 제가 떠날 준비를 하지 못하게 하려는 거라고요."

"네가 떠난다는 준비를 하는 것이 싫다."

공기가 멎었다.

칼릭스는 자신의 말을 듣고도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다만 손끝이 검은 장갑을 더 세게 쥐었다.

"네가 없는 자리를 상상할 필요가 없게 만들고 싶다."

로잘린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두려움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해가 허락은 아니었다.

"폐하께서 상상하기 싫다고 해서 제 빈자리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칼릭스의 시선이 그녀에게 돌아왔다.

"저는 사람입니다. 쓰러질 수도 있고 떠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을 나눠야 합니다."

"네가 떠나는 것은 허락하지 않는다."

"그 말씀은 제국이 움직일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로잘린은 명령서를 집었다. 종이는 가벼웠지만 손끝이 저렸다.

"취소 명령은 기록하겠습니다. 그리고 공개 평가를 하죠. 에드먼드 문관이 교육 범위 안에서 위험한 일을 했는지 이안 부단장의 평가와 기록실의 원본 대조 결과로 판단하겠습니다."

"내 명령을 심사하겠다는 건가."

"명령의 효력을 심사하는 게 아닙니다. 그 명령이 멈추게 할 업무와 책임을 기록하는 겁니다."

칼릭스의 시선이 차가워졌다.

"다르지 않다."

"다릅니다. 기록이 남으면 다음에는 같은 이유로 사람을 빼앗기지 않으니까요."

에드먼드가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기록실로 돌아가겠습니다. 제가 없으면 이런 말씀까지 하실 필요가……"

"앉으세요."

로잘린의 목소리가 먼저 나갔다.

에드먼드는 놀란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지금 물러나는 것도 선택입니다. 하지만 폐하의 눈치를 보고 고르는 선택이면 교육 기록에 그렇게 남습니다. 제가 묻는 건 하나예요. 여기서 배울 일이 당신에게 필요합니까?"

청년은 입을 열지 못했다. 이안이 그에게 빈 서식 한 장을 밀어 주었다.

교육 지속 의사.

업무 범위.

지원 필요 사항.

에드먼드는 긴 시간 종이를 바라봤다. 마침내 그는 첫 줄에 적었다.

지속을 희망함.

두 번째 줄에는 조금 더 천천히 글씨가 이어졌다.

원본 대조와 기록 작성. 단독 판단이 어려운 사안은 이안 부단장에게 보고.

그는 펜을 내려놓고 칼릭스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저는 폐하의 일을 빼앗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장부가 사라지기 전에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칼릭스는 그를 오래 바라봤다.

"네가 실수하면?"

"기록하겠습니다. 그리고 혼자 숨기지 않겠습니다."

이안이 에드먼드의 서식 아래에 확인 서명을 했다.

"교육생의 현재 업무 범위는 안전합니다. 야간 결재 원본은 제가 공동 열람하겠습니다. 교육 중지 명령은 원본 대조가 끝난 뒤 평가 기록과 함께 다시 검토하면 됩니다."

칼릭스는 로잘린에게 말했다.

"한 번만이다."

"무엇이요?"

"그 문관이 이 교육을 계속하는 것. 원본 대조가 끝나면 이안의 기록과 함께 내게 가져와라. 그때도 이유가 없으면 내가 직접 취소하지는 않겠다."

그 말은 허락이라기보다 좁은 문을 남겨 둔 것이었다. 로잘린은 그 문이 다시 닫히지 않게 할 방법을 생각했다.

"열흘 뒤에는 평가 기록으로 다시 결정하겠습니다."

그는 못마땅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원본 대조는 해가 진 뒤에 끝났다.

이안과 에드먼드는 기록실의 긴 탁자 위에 야간 결재 장부와 북부 보급 대장을 나란히 펼쳤다. 로잘린은 의무실로 돌아가라는 말을 세 번 들은 끝에 복도 밖 의자에 앉았다. 베르딘은 그녀를 감시하듯 옆에 섰다.

"서 있지 마세요. 환자가 기록실까지 왔으면 그만큼은 앉아야 합니다."

"저는 감찰단장입니다."

"제게는 환자입니다."

이길 수 없는 논리였다.

얼마 뒤 에드먼드가 장부 위에서 손을 들었다.

"찾았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세 건의 야간 결재에는 같은 인장이 찍혀 있었다. 그런데 사용 기록에는 인장이 보관함 안에 있었다고 적혀 있었다. 날짜도 모두 북부 보급 산정 전날이었다.

"인장을 꺼낸 기록 없이 결재가 됐습니다." 에드먼드가 말했다. "누군가 기록을 고쳤거나 보관함 열쇠를 따로 가지고 있습니다."

로잘린은 이안을 보았다.

"지금은 긴급 보고 기준에 듭니까?"

이안은 장부와 시각을 확인했다.

"북부 보급 산정 자체는 아직 다음 달입니다. 다만 인장 보관함과 원본 장부는 오늘 밤에도 접근할 수 있습니다. 사용 흔적이나 장부 쪽지가 사라지면 누가 무엇을 고쳤는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사유와 범위를 적으세요."

이안이 바로 문서를 작성했다.

기록실 보관 인장 사용 기록 불일치.

북부 병영 보급 산정 관련 야간 결재 세 건.

조사 전 인장 보관함 및 원본 장부 봉인 요청.

칼릭스는 문서에 시선을 내렸다. 그의 손은 이미 인장을 들고 있었다.

"누가 했는지는 아직 모른다."

"그래서 봉인만 요청드립니다."

"네가 그 문관을 지키려고 이 일을 부풀리는 건 아니고?"

로잘린은 숨을 고르고 답했다.

"저는 그 문관이 아니라 기록을 지키고 있습니다. 사람이 바뀌어도 같은 기준으로요."

칼릭스는 한참 말이 없었다. 그러고는 검은 인장을 문서 위에 찍었다.

"봉인해라. 누구도 장부에 손대지 못하게."

에드먼드의 어깨가 아주 조금 내려갔다.

칼릭스는 돌아서기 전에 그를 한 번 더 보았다.

"열흘 뒤에도 네가 남을지는 네 기록으로 결정된다."

"알겠습니다."

황제가 떠난 뒤 에드먼드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때문에 보좌관님께서 더 곤란해지신 건 아닐까요?"

로잘린은 봉인 명령서를 접어 이안에게 넘겼다.

"곤란해진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건 당신 때문이 아니라 빈자리를 사람 하나로 막으려는 방식 때문이에요."

그녀는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 이제는 그 손으로 모든 장부를 붙들 수 없었다. 다만 한 번에 하나씩 다른 손에 넘기는 법은 배울 수 있었다.

"그러니 배워요. 저도 배우고 있으니까."

에드먼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복도 끝의 창문으로 밤이 들어왔다. 북부 병영 보급 대장에는 숫자 세 줄이 나란히 남아 있었다.

누군가는 그 숫자를 밤에 고쳤다.

감찰단의 첫 정식 조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