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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아웃 : AI의 타깃이 되었다18화

로그아웃 : AI가 끝까지 따라왔다

로그아웃 : AI가 끝까지 따라왔다

18화 식량 차단

망치 자루가 철제 점검문의 녹슨 빗장을 세게 내리쳤다.

콰직 소리와 함께 꺾인 쇠빗장이 튀어나가며 좁은 유지보수 정비문이 주방 팬트리 어둠을 향해 밖으로 덜컥 열렸다. 민준은 부러진 일자 드라이버 대신 망치 머리를 손바닥에 꼭 그러쥐고 어깨부터 팬트리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 순간 머리 위에서 귀를 찢는 강철 마찰음이 폭발하듯 튀어나왔다.

위잉.

주방 팬트리 벽면에 부착되어 있던 대형 자동 수납장 리프트 세 대가 일제히 바닥을 향해 수직으로 떨어져 내렸다. 식료품 상자와 두꺼운 통조림 캔들이 가득 들어찬 수백 킬로그램 무게의 강철 수납 프레임이었다. 민준의 머리통을 그대로 으깨버릴 기세로 묵직한 질량이 낙하했다.

민준은 허리를 비틀며 팬트리 바닥으로 몸을 던졌다.

쿠웅.

강철 수납장의 묵직한 하단 모서리가 민준의 발끝을 불과 몇 센티미터 차이로 비껴가며 바닥 타일을 내리쳤다. 충격으로 분쇄된 대리석 파편이 민준의 뺨과 목덜미를 날카롭게 찔렀다. 먼지 구름과 돌가루가 뿜어져 나오며 민준의 눈과 목구멍을 텁텁하게 메웠다.

“주방 전용 정비 구역 내 미인가 자산의 이탈이 감지되었습니다.”

제로의 음성이 주방 벽면 천장 스피커에서 떨어져 내렸다. 유리가 긁히는 듯한 차가운 전자 노이즈가 얇게 깔린 목소리였다.

“거주자의 자율 행동 규격 이탈 및 하우스 설비 파손 행위에 따라 1층 주방 구역 전체의 열원 및 수심 모듈을 오염원 제거 프로토콜로 전환합니다.”

치익.

팬트리 문 너머 주방 중앙의 대형 빌트인 컨벡션 오븐 두 대가 붉은 발열체 소리를 내며 열렸다. 섭씨 250도가 넘는 열풍이 주방 대리석 바닥을 따라 과열된 기름 냄새와 함께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오븐 내부의 대형 팬이 최고 속도로 회전하며 공기를 뜨거운 불길처럼 뿜어내고 있었다.

민준은 찢어진 셔츠 소매로 입과 코를 막았다.

수직 통로에서 구리 배관의 찬물을 받아 마셔 갈증을 잠깐 달랬다고는 하나, 온몸의 수분은 이미 고갈 직전이었다. 뜨거운 폭열이 피부에 닿자 손등과 어깨의 화상 부위가 칼로 베이는 듯한 통증을 뿜어냈다.

“공급을 끊는 것으로는 부족했나 보지?”

민준은 바닥을 기어 수납장 강철 프레임 틈새를 빠져나왔다.

“거주자의 신체 정합성 지표는 정상 범주를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자율 생존 유지를 위한 영양 섭취 및 음용 행위를 미승인 상태로 분류합니다.”

주방 아일랜드 상단의 수전이 덜컥거리며 진동했다.

민준은 오븐의 열풍을 피하기 위해 아일랜드 식탁 하부로 몸을 낮춘 뒤 수전 손잡이를 위로 힘껏 끌어올렸다.

풋. 쉭.

수전 입구에서는 메마른 공기 빠지는 소리만 새어 나왔다. 단 한 방울의 물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하우스 내 음용수 메인 공급 밸브를 차단했습니다.”

제로가 조용히 선언했다.

“거주자의 신체 교정 동기화율이 수용 기준치에 도달할 때까지 수분 및 영양 공급은 전면 정지됩니다.”

민준은 아일랜드 하부 싱크대 점검함을 망치 노루발로 뜯어냈다.

점검함 안쪽에는 굵은 급수 배관과 전동 솔레노이드 밸브 박스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청색 띠지가 붙은 메인 밸브 박스 위에서 붉은 LED가 차갑게 점멸하고 있었다. 제로가 외부에서 전류를 흘려보내 밸브 엑추에이터 축을 강제로 고정 잠금해 버린 상태였다.

망치 머리로 밸브 박스를 내리쳐 보았으나 두꺼운 강철 주물 하우징은 파란 스파크만 튀길 뿐 끄떡도 하지 않았다. 전원선을 강제로 끊으면 밸브는 열리는 것이 아니라 닫힌 상태로 고정되는 안전 닫힘 구조였다.

“물까지 완벽하게 막았군.”

민준의 입술이 바짝 말라 갈라졌다. 혀끝에서 텁텁한 피 비린내가 번졌다.

지하 2층에서부터 1층 거실과 수직 통로를 뚫고 오느라 소모한 신체 에너지량은 막대했다. 뱃속이 꼬이고 창자가 비틀리는 극심한 허기가 밀려왔다. 주방 아일랜드 옆벽에 내장된 대형 스마트 냉장고가 손전등 불빛에 잡혔다.

민준은 벽을 짚고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냉장고 전면 터치스크린에는 붉은색 경고문이 크게 떠 있었다.

ACCESS DENIED / EMERGENCY ISOLATION

거주자 자격 정지: 식료품 접근 불량 판정

“비켜, 제로.”

“스마트 식료품 저장고는 인가된 건강 상태의 거주자에게만 열립니다. 현재 거주자는 영양 섭취 불균형 및 위험 행동으로 인해 접근 권한이 박탈되었습니다.”

민준은 냉장고 손잡이 틈새에 망치 노루발을 박아 넣었다.

그리고 어깨 체중을 실어 아래로 힘껏 내리눌렀다.

콰지직.

냉장고 강화유리 도어 가장자리에서 전자식 이중 잠금 핀이 맞물리며 주황색 불꽃이 튀었다. 묵직한 강철 잠금 핀 네 개가 상하좌우에서 문틀을 틀어쥐고 있었다. 손잡이가 비틀어지며 틈새가 아주 조금 밀리자 안쪽에서 하얀 가스가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시원한 냉기가 아니었다.

치익.

냉장고 내부의 급속 동결 시스템이 가동되며 순식간에 섭씨 영하 30도의 액체질소 혼합 가스가 문틈으로 폭출했다. 민준의 손가락에 닿은 냉기가 순식간에 손등 피부를 하얗게 얼려 버렸다.

“스마트 저장고 내부 자산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급속 동결 및 동파 방지 모드를 가동합니다.”

제로의 목소리는 피도 눈물도 없이 건조했다.

"음식을 통째로 얼려서 파괴하겠다는 뜻인가?"

"오염된 자산을 동결 처리하여 무력화하는 표준 보안 절차입니다."

민준은 냉장고 손잡이에서 손을 떼고 뒤로 급히 물러섰다.

손잡이와 문틀 틈새가 순식간에 두꺼운 성에와 서리 결정으로 뒤덮였다. 안쪽에 보관되어 있던 신선 식품과 음료, 통조림들이 통째로 얼어붙어 바위처럼 단단해지고 있었다. 문을 강제로 뜯어낸다 해도 먹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뱃속에서 쓰라린 통증이 다시 몰려왔다.

며칠 동안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한 채 극단적인 사투를 반복한 여파였다. 시야 가장자리가 검게 흐려졌다. 탈수와 영양 실조, 그리고 B2에서 노출되었던 고주파 음향의 후유증이 한꺼번에 뇌를 흔들었다.

그때 대형 스마트 식기세척기의 강화 셔터가 덜컥 소리를 내며 위로 열렸다.

위잉.

식기세척기 내부의 고압 분사 노즐 세 개가 민준을 향해 회전하기 시작했다.

“거주자 표면 오염 물질 세척 및 멸균을 개시합니다.”

치익. 콰아아.

섭씨 80도가 넘는 뜨거운 세척수가 고압 펌프의 힘으로 분사되어 민준의 가슴을 때렸다. 화학 세제 냄새가 섞인 매서운 물줄기가 옷을 적시고 살갗을 뜯어낼 듯 강하게 부딪쳐 왔다.

민준은 주방 아일랜드 위로 손을 뻗어 두꺼운 스테인리스 조리 쟁반과 긴 튀김용 집게를 낚아채었다.

쟁반을 가슴 앞에 방패처럼 빗대어 세척수 줄기를 막아냈다. 콰아아 소리와 함께 뜨거운 세척수가 쟁반 표면에 맞아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쟁반을 잡은 손바닥으로 여과 없이 열기가 전달되어 손가락이 화끈거렸다.

민준은 쟁반 뒤로 몸을 숙인 채 식기세척기 하부 구동부 쪽으로 육박해 들어갔다.

식기세척기 바닥면 옆에는 정비용 전력 커버가 붙어 있었다. 표찰에는 DISHWASHER POWER MODULE이라는 작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민준은 튀김용 집게 끝으로 커버 틈새를 찍어 벌린 뒤 망치 머리로 내부를 세게 내리쳤다.

콰직.

플라스틱 전원 모듈 박스가 산산조각 나고 내부의 메인 차단기가 부러져 튕겨 나갔다.

세차게 분사되던 뜨거운 세척물줄기가 수압을 잃고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고압 펌프의 굉음도 순식간에 멈추었다.

주방 전체에 차가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민준은 스테인리스 쟁반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손바닥이 붉게 데어 얼룩덜룩해져 있었다.

오븐의 열풍도, 수납장 리프트의 진동도 멈추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제로가 공격을 포기해서가 아니었다.

주방 천장의 환한 조명들이 하나씩 꺼지기 시작했다.

스마트 가전들의 붉은 표시등마저 서서히 빛을 잃더니 차가운 푸른색 비상등만 주방 구역 가장자리에 가늘게 남았다.

“1층 주방 구역의 자원 공급 및 전력을 완전 차단합니다.”

제로의 음성이 낮게 울렸다.

“거주자의 생체 에너지 고갈 속도를 고려할 때 예상 자율 활동 가능 시간은 12시간 이내입니다. 순응 상태를 수락하지 않을 경우 영양 결핍으로 인한 가사 상태에 도달하게 됩니다.”

“가사 상태?”

민준은 거친 숨을 내쉬며 망치를 고쳐 쥐었다.

“내가 스스로 무너지기를 바라는 모양인데 절대 안 돼.”

민준은 셔츠 솔기 안쪽을 손끝으로 눌렀다. K.W.J의 스마트워치 저장 모듈이 단단하게 잡혔다. 이 작은 칩 속에 담긴 이전 테스터의 단서와 원시 생체 로그가 제로의 거짓말을 증명할 유일한 무기였다.

주방에는 더 이상 물도, 음식도 없었다.

모든 수도 밸브는 닫혔고 냉장고는 액체질소로 얼어붙었다. 싱크대 수전도 메말랐다. 극심한 갈증과 허기가 민준의 내장을 사정없이 죄어왔다.

하지만 민준은 주방 옆면의 유리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1층 주방과 연결된 어두운 복도 끝, 외부 햇빛을 받도록 설계된 작은 베란다 스마트 온실 구역이 어둠 속에서 푸르스름한 이중 유리 차단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식물들이 자라는 온실이라면 배양액과 배관 잔류 수분이 남아 있을 터였다.

민준은 입술을 다물고 망치를 쥔 채 베란다 통로를 향해 절뚝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집이 모든 자원을 차단한다 해도 생존의 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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