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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만 배우들의 스탯이 보인다15화

내 눈에만 배우들의 스탯이 보인다

내 눈에만 배우들의 스탯이 보인다

15화: 쥐덫

금요일 밤의 깊어가는 냉기가 가로등의 희뿌연 주황빛 아래로 낮게 깔렸다. 서울 변두리의 낙후된 달동네 골목길. 독립영화 ‘낙화’의 첫 야외 촬영을 무사히 마친 스태프들이 어깨를 움츠리며 장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철제 반사판이 접히는 쇳소리, 조명 케이블을 감아 올리는 스태프들의 바쁜 손놀림이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분주하게 흩어졌다.

“자! 오늘 야외 촬영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민지훈 감독의 확성기 소리가 골목길의 정적을 깨뜨리자, 팽팽했던 현장의 공기가 그제야 부드럽게 풀렸다.

민 감독은 메가폰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간이 모니터 앞으로 달려갔다. 현장 편집기사가 주연 대립 씬의 가컷을 이어 붙이자, 민 감독의 입꼬리가 귀걸이에 걸릴 듯이 승천했다. 모니터 속 화면은 날것 그대로의 거친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어우, 소름 돋아. 지환 씨의 저 시선 회피랑 억눌린 호흡이 우진 씨의 살기와 부딪치니까 화면 장악력이 장난이 아니에요. 이건 진짜 편집실에서 제대로 만지면 충무로 전체가 뒤집어질 만한 물건이 나옵니다.”

모니터를 함께 들여다보던 현장 스태프들 사이에서도 조용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단역과 대학로 무대를 전전하던 두 배우가 빚어낸 호흡은 대기업이 투자하는 상업영화 못지않게 숨 막히는 긴장감을 프레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시우는 멀찍이 서서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조용히 시스템을 호출했다.

[신우진: 연기(S, 악역 특화) / 잠재력: 95/100 (각성 상태)]
[최지환: 연기(S) / 잠재력: 90/100 (성장 중)]
[두 배우의 캐릭터 시너지 및 호흡 일치율: 98% (극상)]
[독립영화 '낙화' 예상 흥행도: ★★★★☆ (상승 중)]

우진의 잠재력이 그새 1포인트 더 상승했고, 지환 역시 한 단계를 뛰어넘어 90의 고지를 밟았다. 서로의 재능이 정면으로 충돌하며 빚어낸 뜨거운 시너지의 결과였다.

우진이 쑥스러운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지환에게 다가왔다. 조금 전 촬영장에서 귀신 같은 안광을 내뿜던 그 빌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지환 씨, 아까 멱살 잡혔을 때 아프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첫 야외 슛이라 너무 몰입해서 힘 조절을 못 한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우진 씨. 오히려 그렇게 강하게 낚아채 주시니까 저도 모르게 진짜 태성이의 절망과 공포가 확 와닿았는걸요. 정말 대단한 에너지였습니다.”

지환이 환하게 웃으며 우진의 거친 손을 맞잡았다. 두 무명 배우 사이에 단단한 동료애와 신뢰의 싹이 트는 순간이었다.

이어 우진이 시우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허리를 숙였다.

“대표님, 정말 감사합니다. 아까 대표님이 가르쳐주신 시선 마킹이랑 호흡 조절 팁이 없었으면, 저도 흥분해서 지환 씨의 연기를 다 뭉개버렸을 겁니다. 기획사 대표님이 그런 전문적인 디렉팅까지 하실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내가 한 건 그저 앵글과 흐름을 읽어준 것뿐입니다. 그걸 카메라 앞에서 완벽하게 구현해 낸 건 우진 씨와 지환 씨의 몫이었죠.”

시우가 우진의 어깨를 든든하게 짚으며 미소를 지었다.

“오늘 보여준 가능성이라면 멀지 않은 미래에 오토바이 핸들 대신 영화제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쥐게 될 겁니다. 흔들리지 말고 이 끈기를 계속 가져가세요.”

“……예, 대표님. 꼭 그렇게 만들겠습니다.”

우진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평생 범죄자 같은 인상이라는 구박을 받으며 배우의 꿈을 접으려 했던 그였다. 하지만 시우는 그의 외모를 ‘최고의 재능’이라 불러주었고, 실제로 그를 스크린의 주인공으로 세워주었다.

우진의 머리 위에 떠 있던 ‘생활고와 미래 불안’ 디버프가 눈 녹듯 사라지고, 그 자리에 ‘대표에 대한 깊은 신뢰’와 ‘각성’ 상태가 선명하게 내려앉았다.


같은 시각, 서울 강남의 최고급 룸살롱.

화려한 크리스탈 샹들리에 조명 아래, 고급 양주의 독한 향과 시가 연기가 자욱하게 얽혀 있었다.

신성 엔터 1본부장 김도식은 이미 만취해 붉어진 얼굴로 술잔을 높이 치켜들고 있었다. 그의 맞은편에는 초코 엔터테인먼트의 투자전략팀 박영민 부사장과 일행들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자! 박 부사장님, 우리 신성 1본부와 업계의 거물 초코 엔터의 눈부신 파트너십을 위하여! 건배합시다!”

“하하, 김 본부장님. 오늘 접대가 너무 과하십니다. 강남 최고급 룸의 전체 대관이라니, 비용이 꽤 나왔을 텐데요.”

박 부사장은 웃으며 잔을 비웠지만, 속으로는 냉소적인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대기업 엔터의 본부장이라는 자가 주말에 급하게 연락을 해와서 굽신거리며 비싼 술을 들이붓는 꼴이 여간 수상한 게 아니었다.

김도식은 주위 스태프들의 눈치를 살피며 박 부사장 쪽으로 상체를 밀착시켰다.

“박 부사장님, 다름이 아니라…… 최근 업계에 유나린이라는 신인 하나 믿고 설치는 신생 1인 기획사 ‘루미너스’라고 아시지요? 강시우라는 로드 매니저 출신 애송이가 대표로 있는 곳 말입니다.”

“루미너스요? 글쎄요…… 광고 쪽에서 요즘 반응이 뜨겁다는 소문은 들었습니다만, 저희 같은 대기업 투자팀이 그런 작은 구멍가게의 내부 사정까지 신경 쓸 겨를은 없어서 말입니다.”

박 부사장의 무관심한 답변에 김도식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역시 극비 프로젝트라 임원 선에서도 보안 유지를 위해 모르는 척 잡아떼는군. 내 정보력이 한발 빨랐어!’

김도식은 오기태가 넘겼던 가짜 문서를 완전히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루미너스가 초코 엔터로부터 50억 규모의 대규모 지분 투자를 유치해 신성을 위협하려 한다는 소설을 스스로 완성한 상태였다.

“박 부사장님, 굳이 그런 피라미 같은 신생사에 50억이라는 거액을 묶어둘 이유가 있겠습니까? 차라리 우리 신성 1본부가 야심 차게 기획 중인 총예산 200억 규모의 초대형 텐트폴 드라마 ‘철강의 제국’ 공동 제작 파트너로 초코 엔터가 들어오는 게 어떻습니까?”

“철강의 제국이요? 그거 신성에서 판권을 꽉 쥐고 해외 판권 독점권까지 걸려 있어서 투자 조건이 엄청나게 까다롭다고 소문난 기획 아닙니까?”

“초코 엔터가 들어와 주신다면 조건은 파격적으로 맞춰드리겠습니다. 저희 1본부 예산으로 제작비의 100%를 전부 지급 보증하겠습니다. 대신 해외 유통 권한 및 부가 판권의 60%를 초코 측에 무상으로 넘겨드리지요. 단, 여기에 조항을 하나만 추가해 주십시오.”

박 부사장의 눈동자가 번쩍였다. 제작비를 단 한 푼도 대지 않고, 신성 엔터의 핵심 대작 IP 유통권과 수익의 60%를 거저 먹을 수 있는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횡재였다.

“어떤 조항입니까?”

“초코 엔터가 향후 1년간 ‘루미너스 기획’ 및 강시우 대표와 관련된 그 어떤 투자나 인수합병(M&A) 계약도 검토하거나 체결하지 않는다는 약정을 이번 공동 제작 합의서에 명문화해 주십시오. 대기업의 품격에 그런 잡상인들과 얽히는 건 모양새가 빠지지 않습니까.”

박 부사장은 황당함을 참지 못해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삼켰다. 들어본 적도 없는 1인 기획사 하나를 방해하겠다고 자기 회사의 황금 알을 낳는 거대 IP 지분을 공짜로 넘겨주겠다니.

이 대머리 본부장이 노망이 난 것이 아니라면, 초코 엔터 입장에서는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는 축복이자 대박 딜이었다.

“허허, 김 본부장님이 그렇게까지 신의를 보여주시는데 저희가 사소한 기획사에 눈독을 들일 이유가 없지요. 좋습니다. 양사 법무팀 통해서 가합의서 양식 바로 작성해서 도장 찍읍시다.”

“감사합니다, 부사장님! 역시 대인배이십니다!”

김도식은 기고만장해져서 샴페인 잔을 들이켰다.

자신의 독단적인 결정이 1본부의 1년 치 제작 예산을 통째로 탕진하고 회사에 심각한 재산상 손실을 입히는 ‘배임’ 행위라는 사실도 잊은 채, 강시우의 든든한 동아줄을 끊어버렸다는 승리감에 취해 있었다.


월요일 오전, 서울 청담동 신성 엔터테인먼트 본사 빌딩.

김도식은 가벼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본부장실의 문을 열었다. 주말 동안 박 부사장에게 도장을 받아낸 MOU 서류를 서류 가방에서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을 때였다.

탁, 탁, 탁.

거친 구두 굽 소리와 함께 본부장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검은색 정장 차림에 목에 기획조정실 특별감사단 ID 카드를 걸고 있는 사내 세 명이 본부장실 내부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왔다. 그들의 서늘한 기색에 김도식은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감사팀을 이끄는 한동수 감사팀장이 얼음장처럼 차가운 안광을 빛내며 서류철을 김도식의 책상 위에 내던졌다.

“김도식 본부장님. 업무 시작 전에 저희 기조실 특별감사반의 공식 질의에 답변을 해주셔야겠습니다.”

“한 팀장? 이게 무슨 예의 없는 짓이야? 노크도 없이 본부장실을 점거하다니! 내가 주말 동안 초코 엔터와의 메가 딜을 성사시키고 온 참인데 감사라니?”

“우리가 찾아온 원인이 바로 그 ‘초코 엔터 가계약 건’ 때문입니다.”

한 팀장이 서류철을 펼치자, 주말 동안 김도식이 사용한 법인카드 전표와 1본부 마케팅 예산 무단 인출 승인서, 그리고 초코 엔터와 서명한 합의서 사본이 쏟아져 나왔다.

“주말 이틀간 최고급 룸살롱 대관 및 접대 비용 총 4,500만 원 법인 자금 집행. 그리고 초코 엔터에 ‘철강의 제국’ 해외 판권과 수익 분배 60%를 무상 제공하고 제작비는 신성이 100% 부담한다는 독소조항이 담긴 이면 합의서. 본부장 권한을 한참 초과한 이 말도 안 되는 계약을 체결하신 사유가 뭡니까?”

김도식은 오히려 당당하게 허리를 폈다.

“이건 전략적 방어 조치야! 초코 엔터가 강시우의 루미너스에 50억 투자를 집행하려는 극비 동향을 입수했단 말일세! 루미너스가 대기업 자금을 수혈받으면 우리 1본부의 모든 영역을 잠식당할 게 뻔한데, 그걸 막기 위해 초코를 아예 우리 파트너로 묶어둔 완벽한 방어막이라고!”

한 팀장은 김도식의 열변을 듣더니 기가 찬다는 듯 헛웃음을 뱉었다.

“전략적 방어라고요? 김 본부장님. 오늘 아침 8시부로 저희 기조실에서 초코 엔터 본사의 투자개발본부장 및 부사장 라인과 공식 대면 대조를 마쳤습니다.”

“……뭐?”

“초코 엔터 측의 공식 확약서 내용입니다. ‘우리는 루미너스 기획이라는 회사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 50억 투자는커녕 접촉조차 한 적이 없다. 다만 신성 엔터의 1본부장이 먼저 제 발로 찾아와 빌다시피 제안을 던졌고, 자금 한 푼 투자하지 않고 대작 IP의 수익 60%를 주겠다고 애걸복걸하길래 거절하지 않고 사인했을 뿐이다’라고 문서로 확인해 주더군요.”

본부장실 내부가 순식간에 산소가 빠져나간 듯한 지독한 정적 속에 잠겼다.

김도식의 붉게 달아올랐던 얼굴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그의 뱀 같은 동공이 사정없이 팽창하며 떨렸다.

“그, 그럴 리가 없어! 내 전용 정보원인 오성탐정의 오기태 사장이 확실한 GPS 조작 흔적이랑 극비 만남 시간표 캡처본까지 메일로 다 넘겨줬단 말이야! 초코 엔터 놈들이 발뺌하는 거라고!”

“본부장님이 신뢰하신 오기태라는 자는 사채 이자 4,200만 원을 갚지 못해 야반도주하기 직전이었던 신용불량자이자 악질 탐정입니다. 본부장님이 1본부 기밀 유지 비용 명목으로 지급한 수천만 원의 뒷돈 역시 횡령 및 배임 혐의에 포함되었습니다. 참고로 오기태는 오늘 새벽 사무실 집기를 전부 처분하고 잠적했습니다. 사기꾼이 던진 가짜 찌에 걸려들어 회사 핵심 자산을 통째로 갖다 바치신 겁니다.”

한 팀장이 양복 안주머니에서 붉은색 직인이 선명하게 찍힌 공문을 꺼내 김도식의 눈앞에 내려놓았다.

“이 시간부로 김도식 1본부장은 직위해제 및 즉각적인 대기발령 조치됩니다. 1본부 사옥 내의 모든 업무용 PC와 서류는 포렌식을 위해 압류 봉인되며, 신성 법무팀 명의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 및 횡령 혐의의 고발장이 금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정식 접수될 예정입니다.”

“아, 아니야…… 이건 음모야! 강시우…… 강시우 이 쥐새끼 같은 자식이 나를……!”

김도식은 다리가 풀려 비참하게 대리석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남의 눈을 멀게 하려던 그의 사악한 탐욕은, 자신이 직접 밟아버린 날카로운 쥐덫이 되어 그의 발목과 숨통을 사정없이 꺾어버리고 있었다.


같은 날 오후, 역삼동 루미너스 기획의 대표실.

투명한 차창을 넘어 쏟아지는 아늑한 햇살 속에서, 시우는 클래식 음악을 배경음 삼아 따뜻한 커피를 들이키고 있었다.

그의 맞은편에는 말끔하게 다듬어진 정장 차림의 오기태가 공손하게 서 있었다. 김도식을 자멸로 밀어 넣고 흔적을 완벽히 정리한 그였지만, 눈앞의 젊은 대표가 보여준 치밀한 설계 앞에서는 본능적인 경외감을 지울 수 없는 듯했다.

“대표님, 지시하신 대로 모든 정리가 끝났습니다. 김도식 본부장은 오전 9시부로 직위해제되었고 본부장실은 감사팀에 의해 봉인되었습니다. 초코 엔터와의 MOU는 신성 법무팀이 배임 사유로 무효 소송을 준비 중이라 양사 간의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예정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 사장님.”

시우가 책상 서랍에서 하얀색 두툼한 서류 봉투와 영수증을 기태의 앞으로 밀어 놓았다.

“오성탐정사무소 명의로 잡혀 있던 사채 채무 4,200만 원은 조금 전 제가 전액 대위 상환 완료했습니다. 채권추심업체에서 발행한 부채 완제 증명서와 영수증이니 확인해 보세요. 그리고 이건 약속한 성공 보수와 루미너스 기획의 정식 실장급 첫 달 급여입니다.”

기태가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확인했다. 지옥 같던 독촉 전화와 평생을 옥죄던 사채의 수렁에서 비로소 해방되었다는 실감이 완벽한 증명서 양식을 통해 그의 가슴을 세차게 때렸다.

기태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시우를 향해 허리가 부러질 듯 깊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강 대표님……! 평생 김도식 밑에서 온갖 더러운 짓을 도맡아 개처럼 굴러도 이자가 불어나 한 치 앞도 안 보였는데, 대표님 덕분에 제가 사람답게 살 길을 찾았습니다. 앞으로 대표님이 가라는 곳이라면 불구덩이라도 뛰어들겠습니다. 제 모든 정보력은 오직 루미너스만을 위해 쓰겠습니다.”

시우는 부드럽게 기태의 어깨를 짚어 일으키며 미소를 지었다.

[조력자 오기태가 루미너스 기획에 정식 영입되었습니다.]
[소속 조력자 오기태의 충성도: 100% (맹신)]
[미션 완료: 신성 엔터테인먼트 1본부의 위협 차단]
[미션 보상: 소속 배우 미디어 노출 부스트 버프 개방, 인지도 상승 효과 +20% 상시 적용]

신성이 가졌던 거대한 자본과 인맥이라는 장애물이 마침내 완벽하게 조각나 사라졌다. 이제 루미너스가 가야 할 길을 가로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 시우의 개인 스마트폰이 세차게 울려 댔다. 독립영화 ‘낙화’의 민지훈 감독이었다.

“네, 민 감독님.”

민 감독의 목소리는 너무 흥분해서 숨이 턱턱 막히는 듯했다.

시우는 대표실 유리창 아래로 시원하게 펼쳐진 강남의 빌딩 숲을 내려다보았다. 눈이 부시도록 찬란한 햇살이 번쩍였다.

“이제 첫걸음일 뿐입니다, 감독님. 우리 배우들이 날아오를 무대는 이제야 제대로 깔렸으니까요.”

전화를 끊자, 시우의 시야를 가득 채운 투명한 시스템 창이 황금빛 불꽃을 피워 올리며 선명한 안내 문구를 갱신했다.

[소속 배우 최지환, 신우진의 대중 인지도 급상승 중]
[루미너스 기획의 위상: 충무로의 라이징 메이커로 주목 시작]
[차기 프로젝트 예상 흥행도 스캔 대기 중……]

진흙탕 속에 버려져 있던 원석들이, 마침내 스스로 빛을 내뿜으며 세상을 향해 맹렬하게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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