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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만 배우들의 스탯이 보인다12화

내 눈에만 배우들의 스탯이 보인다

내 눈에만 배우들의 스탯이 보인다

12화: 도화지 위에 그린 낙화

철컥.

무거운 방음용 철문이 닫히며, 대기실의 소란스러움이 순식간에 차단되었다.

오디션 룸 내부는 생각보다 협소하고 서늘했다. 방 한가운데에는 낡은 회색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다섯 명의 심사위원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전면에는 최지환을 정면과 측면에서 다각도로 포착하기 위한 두 대의 카메라가 차가운 렌즈를 번뜩이며 삼각대 위에 우뚝 솟아 있었다.

심사위원석 정중앙.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에 검은 뿔테안경을 눌러쓴 사내가 앉아 있었다.

그가 바로 독립영화계에서 지독한 완벽주의자로 소문난 민지훈 감독이었다. 그의 눈 밑에는 시커먼 피로가 그늘져 있었고, 책상 위에는 이리저리 넘겨진 흔적이 역력한 배우들의 프로필 서류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민지훈은 오디션장으로 걸어 들어오는 최지환을 향해 시선을 던지더니, 이내 시큰둥하게 서류로 눈길을 돌렸다.

“루미너스 기획의 최지환 씨. 음…… 대학로 극단에서 몇 년간 연기를 하셨군요. 그런데 경력란 중간에 공백기가 꽤 길어요?”

회의와 의구심이 짙게 배어 있는 목소리였다. 최지환의 무대 공포증 소문과 대학로 극단에서의 불명예스러운 퇴출 일화는 업계 조감독들 사이에서 이미 알음알음 퍼져 있던 터였다.

대기업인 신성 엔터의 집요한 투자 압박으로 인해 백현우라는 껍데기뿐인 신인을 낙하산으로 꽂아야 하는 난관에 부딪혀 있던 민 감독이었다. 그의 눈에 과거의 트라우마로 극을 망쳤던 무명 배우 최지환은, 단지 시간 낭비에 불과한 카드로 보였을 터였다.

카메라 렌즈의 싸늘한 반사광이 지환의 동공에 닿았다.

순간,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얼음처럼 차가운 납덩이가 치밀어 올랐다. 귓가에서 오래된 저주의 언어들이 환청처럼 윙윙거리기 시작했다.

숨을 들이마시려 했지만, 목구멍에 커다란 돌덩이가 박힌 것처럼 산소가 통하지 않았다. 손끝이 급격하게 식어갔고, 시선은 갈 곳을 잃은 채 어지럽게 흔들렸다. 지독한 공황의 전조였다.

하지만 지환은 이번만큼은 결코 주저앉지 않았다.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며, 어제 연습실에서 강시우 대표와 함께 피를 흘리듯 훈련했던 매니징 수칙을 필사적으로 끄집어냈다.

‘지환 씨. 감정을 느끼려 하지 말고, 시선을 통제하세요. 철저하게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겁니다.’

지환은 초점을 잃고 흩어지려던 동공에 힘을 주어, 정면 카메라 렌즈 바로 아래에 조감독이 붙여둔 초록색 마스킹 테이프를 정확히 겨냥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었다.

‘하나, 둘, 셋.’

물리적인 대상에 시선을 억지로 강박하듯 고정하고 숫자를 세자, 뇌의 인지 기능이 공포 대신 연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숨통을 조여오던 족쇄가 조금씩 느슨해지는 감각이 찾아왔다.

지환은 코로 크게 숨을 들이마셔 가슴속에 3초간 머물게 한 뒤, 입술 틈새로 가늘게 뿜어냈다. 차갑게 식었던 몸에 서서히 뜨거운 피가 도는 느낌이었다.

[배우 싱크로율 분석 (C) 작동 중]

지환의 눈동자가 더 이상 방황하지 않고 깊고 묵직하게 고정되었다. 그 미세한 기류의 변화를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모니터를 주시하던 촬영 감독이었다. 촬영 감독은 렌즈의 초점을 조율하더니, 민지훈 감독에게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되셨으면 시작하세요.”

민 감독의 차가운 허락이 떨어졌다. 지환은 대본을 내려놓고 정면을 응시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제 단 한 줌의 가쁜 헐떡임도 섞여 있지 않았다.

영화 ‘낙화’의 주인공 ‘태성’은 친구의 희생으로 아수라장 같던 흙더미 속에서 홀로 생존했으나, 매일 밤 죄책감과 자기혐오에 영혼을 잠식당해 마침내 파멸에 이르는 비극적인 청년이었다.

지환의 입술이 열렸다.

“내가 살려고 한 게 아니었어.”

가라앉은 톤이었지만, 결코 나약하지 않았다. 3초 동안 억제하며 머금었던 호흡을 실어 내뱉은 그 목소리에는, 배역이 가진 처절한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실려 있었다.

민지훈 감독의 펜을 굴리던 손끝이 뚝 멈췄다. 등받이에 느슨하게 기대어 있던 그의 상체가 서서히 앞으로 쏠렸다.

지환은 지체 없이 시선을 옮겼다. 초록색 테이프에서 오른쪽으로 정확히 15도. 심사위원용 테이블 모서리에 길게 긁혀 있는 나무 옹이 자국으로 시선을 꺾었다.

이성을 동원하여 물리적인 시선 위치를 찾아가는 지극히 기계적인 행동이었으나, 그것을 지켜보는 심사위원들의 눈에는 사람들의 눈길을 피하며 내면의 지옥을 애써 감추려는 태성의 처참한 심리 묘사로 비쳤다.

“그 녀석이 날 밀었단 말이야. 다 무너져 가는 흙더미 속에서…… 내 등을.”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2초간 멈췄다가, 뱉어내며 다음 대사를 연결한다.

“그래서 나 혼자 겨우 기어 나왔는데. 세상이 온통 붉더라고. 하늘도, 땅도, 내 손톱 밑까지 전부 다.”

지환의 눈동자에 순간적으로 핏빛 노을이 쏟아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깊고 거대한 슬픔이 고였다.

그동안 제어 장치 없이 마구 폭주하며 그를 괴롭히던 S급 연기의 에너지가, 시우가 만들어 준 완벽한 공식이라는 물리적 통로를 통해 정밀하게 설계되어 분출되는 순간이었다.

[최지환의 캐릭터 몰입도: 98% (자아 상실 없는 극강 몰입)]
[연기 싱크로율: 93% (S급 아우라 방출 중)]
[민지훈 감독의 예술적 만족도: ★★★★★]

오디션 룸 안은 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숨이 막혔다. 오직 카메라 모터가 돌아가는 미세한 기계음만이 공기를 흔들 뿐이었다.

지환은 마지막 마킹 포인트인 벽면의 낡은 조명 스위치를 매섭게 노려보며, 잘려 나간 핏덩이 같은 대사를 툭 던졌다.

“그러니까…… 나한테 살아 돌아와 줘서 고맙다는 말 같은 건 하지 마. 짐승도 제 새끼를 버리면 우는데, 나는 살아남았다고 안도했으니까.”

대사가 완전히 끝남과 동시에 지환은 정면의 초록색 마스킹 테이프로 시선을 정확히 복귀시켰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다시 한번 하나, 둘, 셋을 세며 거친 호흡을 안으로 삭였다. 캐릭터에서 현실의 자아로 빠져나오기 위한 완벽한 퇴로 설계였다.

방 안에는 오랫동안 침묵의 장막이 걷히지 않았다.

민지훈 감독은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있던 볼펜이 바닥에 툭 떨어지는 소리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넋을 잃고 최지환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렸다.

대기업의 자본을 앞세워 들이밀던 신성의 백현우가 보여준 연기가 얼마나 얄팍하고 겉만 번지르르한 빈 껍데기였는지, 최지환이 선보인 단 3분의 독백이 잔인할 정도로 완벽하게 증명하고 있었다.

이것이 진짜 태성이다.

자심이 매일 밤 조각잠을 자며 밤새 지새우며 쓰던 시나리오 속 그 소년이, 마침내 지옥 같은 현실을 딛고 눈앞에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민지훈은 말라붙은 침을 힘겹게 삼키며 마이크 대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최지환 씨.”

“네, 감독님.”

“과거 대학로에서 무대 공포증으로 극을 중단하셨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보여준 연기는 그런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이라고는 전혀 믿기지 않을 만큼 완벽한 제어력이 돋보이는군요. 대체…… 어떻게 극복하신 겁니까?”

지환은 문 바깥에서 자신을 묵묵히 믿고 기다려 주고 있을 사내, 강시우를 떠올렸다. 그의 창백하던 입가에 마침내 잔잔한 미소가 떠올랐다.

“제 재능의 크기를 올바르게 알아봐 주고, 제어할 수 없던 엔진에 가장 안전한 제어 장치를 달아준 매니저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그 덕분에 제 연기의 균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민지훈은 안경 너머로 지환의 눈빛을 응시하다가, 길게 숨을 내쉬며 미소를 지었다. 배우의 실력 뒤에 존재하는 기획자 강시우의 치밀하고 프로페셔널한 서포트에 전율을 느낀 탓이었다.

“훌륭합니다. 아주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지환이 정중하게 목례를 건네고 오디션 룸의 문을 열고 걸어 나왔다. 육중한 방음문이 완전히 닫히는 순간, 지환은 비로소 가슴을 꽉 메우고 있던 희열을 주체하지 못하고 주먹을 꽉 쥐었다.

해냈다. 일생을 괴롭히던 어둠의 장벽을, 자신의 발로 딛고 드디어 넘어선 것이다.


오디션장 바깥 복도는 대기하는 배우들의 눅눅한 긴장감으로 채워져 있었다.

지환이 문을 열고 나오자,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스마트폰을 보고 있던 강시우가 고개를 들었다. 시우는 지환의 붉어진 안색과 손끝의 당당한 텐션을 보고 단번에 승리를 예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지환 씨.”

“대표님…… 저, 대표님이 지시해 주신 물리 마킹 수칙,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전부 해내고 나왔습니다.”

지환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눈물마저 고이려는 지환의 어깨를 시우는 넓은 손으로 꽉 쥐어주었다.

“알고 있었습니다. 아주 훌륭했어요.”

그때, 복도 구석의 철제 의자에 다리를 꼬고 누운 듯 앉아 있던 백현우가 피식 헛웃음을 터뜨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뒤를 경호하듯 지키고 서 있던 신성 1본부의 로드 매니저 역시 비아냥거리는 웃음을 띠며 한 걸음 나섰다.

“어머, 우리 대학로 탈주자님께서 아주 개선장군이라도 된 것 마냥 어깨를 펴고 나오시네? 오디션장에서 기절은 안 하고 무사히 나왔나 봐?”

백현우가 주머니에 손을 깊숙이 찔러 넣은 채 지환과 시우의 앞을 막아서며 거만하게 짓껄였다.

“최지환 형. 연기 대사 좀 안 틀리고 읊었다고 세상이 바뀐 것 같죠? 꿈 깨요. 오디션은 투자사 윗선들 보기 좋으라고 거치는 형식적인 쇼일 뿐이니까. 이 영화, 신성 1본부 투자가 없으면 아예 크랭크인도 안 돼요. 결국 주연 계약서 도장은 내가 찍는다는 소리야.”

자본의 힘을 맹신하는 오만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강시우는 헛소리를 듣는다는 듯 차가운 조소와 함께 백현우의 머리 위에 뜬 스탯창을 쏘아보았다.

[이름: 백현우 (24세)]
[재능: 연기 (C+)]
[스타성: B]
[대상 시나리오 '낙화' 캐릭터 매칭률: 28% (부적합)]

시우는 백현우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볍게 훑어보고는, 비웃음이 섞인 목소리로 나직하게 읊조렸다.

“백현우 씨. 배우의 본분이 연기인데, 연기 스탯 대신 자본주의 수작질 스탯만 열심히 올리셨군요. 안타깝게도 당신의 그 얄팍한 28%짜리 껍데기 연기로는 민지훈 감독의 고집을 꺾지 못할 겁니다. 예술가는 껍데기에 투자금을 대준다고 자신의 스크린을 똥칠하지는 않으니까요.”

“뭐, 뭐라고? 당신 미쳤어? 28%는 갑자기 뭔 헛소리야!”

백현우가 당황과 분노로 붉으락푸르락 화를 냈으나, 시우는 더는 대꾸할 가치조차 느끼지 않는다는 듯 지환의 몸을 돌려 세웠다.

“갑시다, 지환 씨. 월요일이면 결과가 나올 텐데, 굳이 영혼 없는 빈 껍데기들과 서서 입씨름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이 양아치 매니저 새끼가 진짜……! 야! 너 거기 안 서?”

백현우의 고함이 복도 사방으로 울려 퍼졌으나, 시우와 지환은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당당한 걸음걸이로 복도를 빠져나왔다.


월요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신성 엔터테인먼트 1본부장실.

콰직-!

고급 천연 가죽 소파 위로 김도식 본부장이 쓰던 유리 재떨이가 날아가 벽에 부딪히며 처참하게 박살이 났다.

“민지훈이 그 예술가 나부랭이 새끼가 진짜 미쳤어?”

김도식의 눈동자에 시뻘건 핏발이 가득 섰다. 그 앞에서 허리를 잔뜩 굽히고 서 있던 팀장은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며 보고 서류를 꼭 쥐고 있었다.

“그, 그게…… 민 감독이 신성 엔터의 투자금 10억 원을 전액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영화의 주연 태성 역에는 무조건 루미너스의 최지환을 캐스팅하겠다고 최종 계약 서류를 보냈습니다. 신성의 더러운 낙하산 외압을 받아들여 영화를 똥통으로 만드느니, 자기 집을 담보로 사채를 끌어다 쓰겠다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감독 새끼가 감히 신성을 협박해……!”

김도식은 책상을 쾅 내려쳤다.

신성 1본부의 차세대 기둥으로 키우려던 백현우의 데뷔 로드맵이 송두리째 뒤틀린 셈이었다. 그것도 자신이 만년 꼴찌라고 무시하고 쫓아냈던 로드 매니저 강시우의 1인 기획사 루미너스에 패배했다는 사실이 위층 회장실이나 기조실 감사팀에 들어간다면, 본부장으로서의 그의 입지는 단숨에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 뻔했다.

“강시우…… 이 쥐새끼 같은 놈이 감히 내 밥그릇을 건드려?”

김도식은 잔인한 웃음을 이빨 사이로 흘려보냈다.

“그 자식 뒷조사는 어떻게 됐어? 배후에 있는 투자자 놈 누구야!”

“죄, 죄송합니다. 아직까지 루미너스의 자금 흐름을 추적해 본 결과, 대형 투자사나 사모펀드의 흔적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오직 유나린의 코스메틱 브랜드 광고 계약 정산금만 돌고 있을 뿐입니다. 마치…… 강시우 본인의 안목과 기획력만으로 판을 주도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개소리하지 마! 일개 꼴찌 매니저 놈이 무슨 재주로 대기업의 협상판을 주도하고 감독들의 머리 위에 서? 더 파헤쳐. 사설 조사원들 더 붙여서 강시우 자금 출처든, 유나린과 최지환의 과거 사생활이든 약점이 될 만한 건 전부 털어와! 내 손으로 그 기획사 뼈다귀까지 씹어 먹어 줄 테니까.”

“예! 예, 알겠습니다, 본부장님!”

김도식은 씨근거리며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 던졌다. 뱀처럼 사나운 그의 눈동자에 살기가 어렸다.


같은 시각, 마포구의 낡은 루미너스 기획 사무실.

“와아아아-!”

사무실 천장이 떠나갈 듯한 나린의 환호성이 폭발했다.

“대박! 진짜 대박이에요! 지환 오빠가 신성을 제치고 주연을 따냈다고요? 민지훈 감독님 신작 주인공이라니!”

나린이 제자리에서 껑충껑충 뛰며 지환의 두 손을 굳게 잡고 붕붕 흔들었다. 지환은 여전히 꿈을 꾸는 듯 멍한 안색으로 탁자 위에 놓인 최종 캐스팅 계약 확인서를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 정말 믿기지가 않네. 내가 주연이라니…….”

그의 눈가에 뜨거운 눈물이 핑 돌았다. 대학로의 차가운 지하 복도에서 절망적인 자조를 내뱉으며 배우 은퇴를 결심했던 자신이, 강시우를 만난 지 단 나흘 만에 충무로의 모든 라이징 스타들이 탐내는 독립영화 단독 주연으로 우뚝 선 것이다.

지환은 감격을 억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시우를 향해 허리를 깊숙이 꺾었다.

“대표님…… 정말 감사합니다. 대표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평생 제 재능을 탓하며 어둠 속을 헤맸을 겁니다. 이 은혜는 평생 연기로 갚겠습니다.”

시우는 지환의 어깨를 토닥이며 굳건한 미소로 그를 맞이했다.

[알림: 최지환의 독립영화 '낙화' 주연 캐스팅 확정이 완료되었습니다.]

시우의 망막 위에 떠오른 노란빛 알림창을 보며 만족감이 솟아올랐다. 지환의 은퇴 위험도는 완벽하게 소멸했다. S급 재능을 품은 두 원석이 이제 드디어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눈부신 빛을 뿜어낼 준비를 끝마친 셈이었다.

시우는 켜져 있던 노트북 화면을 두 배우를 향해 돌렸다. 화면에는 강남구 역삼동 일대의 쾌적하고 번듯한 중소형 상가 매물 도면들이 띄워져 있었다.

“자, 다들 주목하세요. 기쁜 일은 여기까지 나누고, 루미너스의 다음 단계를 선언하겠습니다.”

시우의 목소리에 나린과 지환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나린 씨의 그린테라피 브랜드 광고 1차 정산 모델료와 이번 지환 씨의 영화 계약금 일부가 회사 계좌로 입금되었습니다. 이제 이 좁고 답답한 마포구 구석의 임대 사무실은 졸업할 때가 되었습니다.”

시우의 입꼬리에 야심만만한 승리자의 눈빛이 서렸다.

“강남으로 갑니다. 역삼동 쪽에 미리 봐 둔 40평형 사무실 매물이 있으니, 이번 주 내로 가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이전 작업을 시작하겠습니다. 루미너스의 진짜 전성기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우와! 강남! 대표님 진짜 멋져요! 이제 우리도 강남 기획사인가요?”

나린이 만세를 부르며 미소를 활짝 지었고, 지환 역시 벅차오르는 가슴으로 세상을 향한 새로운 도약을 예감하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비바람 몰아치던 척박한 땅을 뚫고 나온 루미너스라는 한 줄기 빛이, 이제 거대한 빌딩 숲을 향해 찬란한 행보를 넓혀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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