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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악보는 대마법이 된다1화

내 악보는 대마법이 된다

내 악보는 대마법이 된다

시놉시스

평생을 골방에서 남의 곡만 대신 써주다 과로사한 무명의 천재 작곡가 강하진, 선천적 마력 제로의 아카데미 낙제생 '하진'의 몸으로 빙의한다. 당장 내일 아침 강제 퇴학을 앞둔 절망적인 순간, 퇴학 통보 직전의 24시간이 무한 반복되는 기묘한 루프와 함께 [신들의 작곡 시스템]이 눈앞에 나타난다. 단조롭고 투박한 이세계의 마법 음악에 바흐, 베토벤 등 지구 거장들의 위대한 화성학과 현대식 편곡 기법을 접목한 하진의 악보는 곧 세상에 없던 신화급 대마법이 되어 아카데미와 제국 전체를 발칵 뒤집어놓기 시작한다.


1화: 신들의 작곡 시스템

[퀘스트: 퇴학을 면하라]
- 설명: 당신은 선천적 마력 적성 제로(0)의 낙제생입니다. 내일 아침 09:00, 학사위원회에서 강제 퇴학 처분이 공식 통보됩니다.
- 실패 조건: 퇴학 통보 수령 시, 24시간 전으로 타임 루프합니다.
- 현재 루프 횟수: 1회차
- 남은 시간: 23시간 59분

“……이게 대체 무슨 개소리야?”

강하진은 머리가 깨질 것 같은 통증에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거칠게 짚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방에서 코를 찌르는 퀴퀴한 종이 냄새와 오래된 나무 가구의 냄새가 진동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주변을 둘러보자, 현대 대한민국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기묘한 기하학적 문양과 알 수 없는 기호들이 가득한 악보들이 책상과 바닥 가리지 않고 지저분하게 널려 있었다.

분명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방구석에 처박혀 대형 게임 투자사들이 요구한 메인 타이틀 OST의 최종 믹싱 마스터링을 하던 중이었다. 삼일 밤낮을 한숨도 자지 않고 마우스를 붙잡고 씨름하다가, 겨우 작업을 끝내고 담배 한 대를 물려던 참이었다. 그 순간, 심장이 무섭게 쥐어짜이듯 아파왔고 그대로 눈앞이 캄캄해졌다. 의사들이 말하는 전형적인 과로사, 심장마비였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낯선 침대 위였고, 허공에는 번쩍이는 반투명 청색 홀로그램 창이 둥둥 떠 있었다.

[신들의 작곡 시스템이 동기화되었습니다.]
[사용자: 하진 (강하진)]
[상태: 마력 고갈, 재능 미각성]

“빙의? 아니면 환생인가? 그것도 아니면 죽기 직전에 보는 주마등인가?”

하진은 삐걱거리는 몸을 이끌고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걸린 낡은 거울을 보았다. 거울 속에는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창백한 뺨에 헝클어진 흑발을 한 이국적인 미소년이 서 있었다.

어색한 감각과 함께 이 몸의 기억들이 거센 파도처럼 머릿속으로 밀려들었다.

이 몸의 이름은 ‘하진’. 제국 최고의 마법 음악 명문이자 엘리트들만 모인다는 ‘에테르 클래식 아카데미’ 작곡과의 만년 꼴찌이자 낙제생이었다.

그때였다. 쾅! 하고 기숙사 방문이 부서질 듯 거칠게 열렸다.

“하진! 너 아직도 자고 있었어?! 지금 누워 있을 때가 아니라고!”

주근깨가 닥지닥지 앉은 갈색 머리의 소년이 숨을 턱 끝까지 헐떡이며 방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기억이 빠르게 작동했다. 연금술학과의 낙제생이자 이 방의 유일한 룸메이트, 루카스였다.

“제라드 교수가 결국 학사위원회에 네 퇴학 서류를 최종 제출했어! 내일 아침 아홉 시에 총장 직인이 찍히면 그걸로 끝이야, 끝! 너, 이번 실기 시험에서 에테르 공명 수치를 단 ‘1’도 기록 못 했다면서?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백지를 낸 거야?”

이세계의 음악은 단순한 청각적 예술이 아니었다. 소리의 파동과 진동수의 미세한 기하학적 파형을 이용해 현실의 마법적 기적을 일으키는 ‘에테르 공명학’. 그것이 이 세계를 지배하는 마법 음악의 본질이었다.

하지만 이 몸의 원래 주인은 선천적인 마력 적성이 제로에 수렴했다. 아무리 펜을 굴려봐야 악보에 마력을 담아내지 못하니, 그가 연주하는 음악의 공명 수치는 언제나 제로였다. 재능을 지상주의로 여기는 아카데미에서 마력 없는 작곡과 학생의 퇴학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었다.

“내일 아침 아홉 시라……”

하진은 초조해하는 루카스를 뒤로한 채, 허공에 떠 있는 시스템 창을 다시금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24시간의 타임 루프. 실패하면 다시 오늘 아침으로 강제 회귀한다.

‘만약 이 퇴학 위기를 면하지 못하면, 평생 이 답답한 방구석에서 똑같은 24시간을 영원히 갇혀 살아야 한다는 뜻이군.’

끔찍한 일이었다. 밤샘 작곡 지옥보다 더한 무한 루프의 감옥이라니, 절대로 사양이었다.

하진은 침착하게 책상 위에 널브러진 이세계의 마법 악보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지구의 오선보와 비슷해 보였지만, 음표 주변에 조잡한 마법 마이크로 기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상한 구조였다.

그 순간, 평생 상업 음악의 최전선에서 온갖 파형을 분석해 온 하진의 천재적인 절대음감과 작곡가로서의 뇌가 무섭게 작동하기 시작했다.

악보를 훑어내려 가던 하진의 입에서 황당하다는 듯한 실소가 터져 나왔다.

“……뭐야, 이 쓰레기는?”

“어? 하, 하진? 너 방금 뭐라고 했어?”

루카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지만, 하진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이세계의 대단하신 마법 작곡가들과 교수들이 심혈을 기울여 완성했다는 고위 마법 악보의 상태는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었다.

선율은 단조롭기 짝이 없어 지루함을 유발했고, 화성은 고작 1도와 5도만을 기계적으로 오가는 원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음과 음이 겹쳤을 때 발생하는 '다성 음악(Polyphony)'에 대한 개념이 아예 없으니, 서로 다른 음의 파동이 간섭을 일으켜 마법 효율을 사정없이 깎아먹고 있었다.

마치 바흐와 베토벤, 모차르트라는 거대한 음악적 진화를 거치지 못한 채, 오직 단선율 성가만 부르던 지구의 중세 암흑기 음악을 보는 것 같았다.

웅성웅성―

하진이 악보의 파형을 완벽히 읽어내자, 눈앞의 시스템 창이 거세게 진동하며 새로운 메시지를 띄웠다.

[‘강하진’의 지구 음악 데이터베이스 전반을 스캔합니다.]
[클래식 거장들의 명곡 데이터 및 현대 화성학 이론의 이세계 치환율: 100%]
[현재 가용한 에테르 변환 공식: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개조 가능)]

하진의 눈이 날카롭게 가늘어졌다.

이세계의 작곡가들은 무식하게 자신의 체내 마력을 쥐어짜 악보에 강제로 ‘주입’해서 마법을 발현시켰다. 마력이 많으면 장사고, 마력이 없으면 하진처럼 낙제생이 되는 단순한 구조.

하지만 하진이 보기에 음악은 수학이자 정밀한 파동학이었다. 주파수의 정밀한 기하학적 결합과 완벽한 배열만 존재한다면, 인간의 마력을 억지로 쑤셔 넣지 않아도 대기 중에 가득한 자연의 에테르가 선율에 공명하여 스스로 춤추게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완벽한 조화(Harmony)를 수학적으로 완벽하게 증명해 낸 인물이 바로 지구의 음악가들, 그리고 그 정점이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였다.

수학적으로 티끌 하나 없이 맞물리는 대위법과 12평균율.
이 멍청할 정도로 단조롭고 투박한 세계의 마법 주파수에 바흐의 정밀함을 정면으로 주입한다면 과연 어떤 대기적의 마법이 일어날까.

하진은 책상 위에 놓인 낡은 오선지와 깃펜을 주저 없이 쥐었다.

사각, 사각사각!

지구에서 차트를 씹어먹던 천재 작곡가의 손가락이 이세계의 악보 위를 거침없이 날아다녔다. 푸른빛의 시스템 에테르 입자들이 그의 깃펜 끝을 따라 정렬하며 기적의 악보를 직조해 나가기 시작했다.

“루카스.”

“어, 어? 왜, 왜 그렇게 무서운 눈으로 봐?”

악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하진이 나직하게 물었다.

“아카데미에서 가장 크고 성능이 좋은 피아노포르테가 있는 실기실이 어디지?”

“그야…… 제라드 교수가 직접 관리하는 본관 제1중앙 실기실인데, 거긴 왜?”

하진이 오선지 가득 메워진 완벽한 대위법의 악보를 들어 올리며, 입꼬리를 오만하게 비틀어 올렸다.

“내일 아침에 날 자르겠다는 교수님 귀에, 진짜 '대마법'이 뭔지 똑똑히 박아넣어 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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