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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로 귀환한 절대마법사9화

지구로 귀환한 절대마법사

지구로 귀환한 절대마법사

9화: 변종의 등장

새벽 안개 사이로 아레스 길드 단속반원들이 가방과 무기를 고쳐 쥐며 진우 일행의 주위를 좁혀 왔다.

서도현 단속반장은 태블릿 단말의 화면을 가볍게 튕기며 강진우의 정면으로 한 발 다가섰다. 정장 차림 위에 걸친 검은색 방호 조끼에는 아레스 길드의 붉은 문양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E급 게이트 출구 통로가 일시 붕괴하고 내부 마력 반응이 급증했습니다. 협회 관리 규정에 따르면 이상 파열이 발생한 게이트에서 탈출한 헌터는 즉시 현장 파형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서도현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거역을 허용하지 않는 위압감이 담겨 있었다.

"특히 임시 등록 상태인 강진우 헌터는 출구 막이 복구되는 과정에서 정체불명의 마력 제어를 선보인 것으로 단말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길드 본부 측 조사를 위해 잠시 동행해주셔야겠습니다."

장현수가 방패를 턱 내리찍으며 서도현의 앞을 막아섰다.

"이봐요, 서 반장님! 우리는 방금 게이트 안에서 목숨이 위험했던 태성 씨네 팀을 구해서 나왔습니다. 단속반이 조사해야 할 건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을 구한 헌터가 아니라 E급 게이트 관리가 이 모양으로 무너진 원인 아닙니까?"

민아도 검자루를 잡은 채 서도현을 차갑게 노려보았다.

"푸른하늘 길드 파티원들은 전부 현장 보증인으로 서 있습니다. 강진우 헌터는 제 지휘하에 움직였고 단속반이 임의로 연행할 법적 근거는 없습니다."

서도현은 민아의 항의에도 눈 하나 찌푸리지 않았다.

"법적 근거는 현장 단속반장의 재량으로 충분합니다. 최민아 헌터. 소형 길드가 대형 길드의 현장 통제에 불응할 경우 다음 달 던전 입찰 자격에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마십시오."

노골적인 압박에 장현수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진우는 그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빌려 입은 방호 조끼 안쪽에 숨겨둔 검은 룬 조각이 미세하게 저릿거렸다.

서도현의 눈빛은 단순한 서류상 검사를 수행하는 자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진우가 E급 헌터답지 않은 마력 제어를 했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추적하고 있었고 상부의 비밀 지시를 이행하려는 기색이 짙었다.

진우가 안주머니의 룬 조각을 매만지며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쿠웅!

갑자기 게이트 출구의 검푸른 차원 막이 거세게 요동쳤다.

공터 중앙에 우뚝 서 있던 석조 게이트 프레임에서 붉은 낙뢰가 퍼붓듯 터져 나왔다. 삐걱거리는 비명과 함께 시멘트 바닥에 굵은 균열이 갈라졌다.

"뭐, 뭐야?!"

대기하고 있던 협회 구급대원들과 부상당한 태성 팀 헌터들이 비명을 질렀다.

서도현이 급히 고개를 돌렸다. 단속반원들도 무기를 꺼내 들며 게이트 출구를 향해 방어선을 구축했다.

콰아아앙!

차원 막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다가 거대하게 찢겨 나갔다. 짙은 흑보랏빛 연기 속에서 콰직거리는 뼈 마찰음과 함께 끔찍한 울음소리가 뿜어져 나왔다.

연기가 흩어지며 드러난 마수의 형체는 E급 던전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몸길이만 4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늑대 형상의 괴수였다. 녀석의 가죽 위에는 붉은 생체 마력 줄기가 기괴하게 얽혀 있었고 등 뒤에는 뼈 가시가 기둥처럼 돋아나 있었다. 가슴 한가운데에는 파열된 마력 결정체가 이질적인 룬 표식처럼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D급 변종 마수…… 차원 섀도 렉스?!"

단속반원 한 명이 비명을 질렀다.

"말도 안 돼! E급 게이트 내부 마력선이 완전히 소멸했는데 어떻게 밖으로 변종 보스가 넘어와?!"

마수는 붉게 충혈된 여섯 개의 눈을 번뜩이며 공터를 둘러보았다. 녀석이 거친 호흡을 뿜어낼 때마다 바닥의 아스팔트가 검게 그을려 내려앉았다.


"전원 방어 자세!"

서도현이 대검을 뽑아 들며 외쳤다.

"단속반 1조는 마수의 측면을 억제해! 2조는 구급차와 민간인 대피로를 확보한다!"

아레스 단속반원들이 신속하게 마력 장막을 뿜어내며 사슬창을 던졌다. 쇠사슬이 허공을 가르며 변종 마수의 목과 다리를 감싸쥐었다.

그러나 마수는 사슬이 몸에 닿는 순간 가슴의 붉은 코어를 크게 발광시켰다.

캬아아아악!

공간을 깨뜨리는 고주파음과 함께 거대한 마력 파동이 사방으로 폭발했다.

콰쾡!

단속반원들의 사슬창이 찰나의 순간에 산산조각 났다. 마력 장막을 치고 있던 단속반원 세 명이 피를 뿜으며 공터 바닥으로 튕겨 나갔다.

"크악!"

"공간 굴절 마력 장막이다! 물리 공격이 튕겨 나간다!"

서도현이 짓씹듯 외치며 마력을 대검에 집약시켰다. 그의 신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마력이 A급 보좌관다운 중압감을 뿜어냈다.

서도현이 신속하게 지면을 걷어차며 변종 마수의 미간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벼락같은 검격이 마수의 머리통을 때렸지만 마수의 가슴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룬 잔향이 굴절막을 형성해 검날을 옆으로 튕겨냈다.

콰앙!

충격파로 서도현의 몸이 10미터 가량 뒤로 밀려났다.

"강도가 E급 수준이 아니다! 차원 붕괴에 휘말려 마력이 변이된 보스다!"

변종 마수는 서도현을 물리친 뒤 붉은 눈을 회전시키며 공터 구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8화에서 구조되어 방금 구급차 옆에 터를 잡은 태성 팀 부상자들과 그들을 보호하려 선 최민아, 유라, 박도윤이 있었다.

마수가 입을 크게 벌렸다. 녀석의 목구멍 안쪽에서 짙은 흑보랏빛 마력 브레스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마력이 수축할 때마다 주변의 공기가 찢겨나가는 듯한 소음이 울렸다.

"민아 씨! 위험해요! 빠져요!"

장현수가 방패를 들고 뛰어들려 했지만 거리감이 너무 멀었다. 유라가 연달아 쏜 화살 세 발은 마수의 마력 장막에 부딪혀 산산조각 났다.

"빌어먹을……!"

서도현이 다시 검을 쥐고 달렸으나 마수의 브레스 캐스팅 속도가 훨씬 빨랐다.

최민아는 부상자들의 앞을 가로막은 채 검을 횡으로 쥐었다. 자신의 방어 검술로는 D급 변종의 마력 브레스를 완벽히 막아낼 수 없음을 알면서도 그녀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모두 내 뒤로 바짝 엎드려요!"

마수의 목구멍에서 검붉은 마력 쇄편이 폭발적으로 분사되기 직전이었다.


진우는 차분하게 걸음을 옮겼다.

그의 눈에 들어온 변종 마수의 생체 구조는 겉보기에 압도적이었지만 내부 마력 순환은 조잡하기 짝이 없었다. 가슴 중앙에 박힌 붉은 룬 표식이 게이트의 마력을 억지로 끌어당겨 마수를 강제로 변이시키고 있었다.

그 룬 표식의 결은 전날 주웠던 검은 룬 조각, 그리고 지하상가 마력 응어리에 남아 있던 공간 잔향과 완벽하게 일치했다.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게이트 사냥터에 이 룬을 매립했다.'

게이트의 차원 마력을 비틀어 몬스터를 강제로 변종으로 만들고, 붕괴를 유발하여 하위 헌터들을 고립시키려는 정교한 공작.

진우의 눈매가 차갑게 식었다.

백 년의 전쟁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생명을 제물로 삼던 아르카디아의 썩은 귀족들과 다를 바 없는 짓이었다.

진우는 허리춤의 기본 단검 손잡이를 잡았다.

그는 9서클 대마법사의 전력 마법을 쓸 생각이 없었다. 그런 거대한 마력을 퍼부으면 이 공터 전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뿐더러, 자신이 바라는 조용한 일상도 끝나버린다.

진우는 1서클 마법 '마력 굴절'과 '미세 차원 쐐기'를 지극히 정교하게 응용했다.

스스스……

손끝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실처럼 가느다란 마력 선이 뿜어져 나갔다. 그 마력 선은 마수의 마력 장막이 지닌 결을 따라 미세한 틈새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마수가 브레스를 분사하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진우는 발걸음을 툭 내딛으며 단검을 비스듬히 위로 내질렀다.

겉보기에는 그저 먼 거리에서 허공을 향해 단검을 뻗은 유치한 동작처럼 보였다.

하지만 진우의 손끝에서 뻗어나간 미세 차원 쐐기는 마수 가슴중앙의 붉은 룬 표식을 똑바로 관통했다.

톡.

유리가 깨지는 듯한 아주 작은 소리가 마수의 가슴 내부에서 울렸다.

"……?"

마수의 입구에 뭉쳐 있던 흑보랏빛 브레스가 분사되지 못하고 멈춰 섰다. 녀석의 가슴에 새겨진 인위적 룬 표식에 미세한 균열이 가더니 마력 순환의 얽힌 매듭이 단번에 끊어졌다.

강제로 끌어 모았던 마력이 역류하기 시작했다.

캬아아아아윽!

변종 마수가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억센 몸퉁을 틀었다. 녀석의 피부 위에 솟아 있던 뼈 가시들이 순식간에 검은 가루가 되어 기화했다.

진우는 단검을 조용히 거두며 1서클 마법 '마력 연소'의 여파를 마수의 내부 코어로 흘려보냈다.

스스스스스……

거대했던 D급 변종 마수의 몸집이 내부에서부터 붕괴했다. 붉은 생체 마력이 바람에 흩어지는 연기처럼 기화하더니 단 3초 만에 검은 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사방으로 스러져 버렸다.

공터에는 마수가 서 있던 아스팔트 위의 그을린 흔적과 가슴에서 떨어진 검은 찌꺼기만이 남았다.


"……어?"

검을 겨누고 있던 최민아가 멍하니 눈을 벅벅 문질렀다.

브레스를 뿜어내려던 변종 보스가 갑자기 가슴에서부터 스스로 붕괴하여 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

단속반원들도 대검을 든 채 단체로 굳어 버렸다.

"뭐, 뭐야? 변종 보스가 왜 갑자기 폭사했지?"

"마력 역류인가? 불안정하게 변이된 마수가 스스로 코어를 견디지 못한 건가?!"

서도현도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그을린 바닥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A급 헌터인 자신의 검격마저 튕겨 내던 변종 보스였다. 그것이 아무런 폭발도 없이 허공으로 기화하듯 소멸한 현상은 설명하기 어려웠다.

서도현의 시선이 천천히 움직여 단검을 조용히 집어넣고 있는 강진우에게 도달했다.

강진우는 먼지를 털어내며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서도현을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진우가 걸어왔다. 그의 발소리는 차분했고 목소리는 건조했다.

"단속반장."

서도현이 찔리는 듯 어깨를 찌푸렸다.

"……강진우 헌터."

진우는 마수가 소멸한 자리에 떨어진 검은 찌꺼기를 턱으로 가리켰다.

"E급 게이트 내부에서 왜 마력 응어리가 파열되고 이런 변종 마수가 튀어나왔는지 이제 확실해진 것 같은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게이트 내부의 자연 마력이 아니라 누군가가 억지로 마력을 비틀어 놓은 장치의 흔적이다."

진우의 말에 민아가 정신을 차리고 단말을 내밀었다. 단말 화면에는 방금 마수가 소멸하며 뿜어낸 검은 마력 잔향의 파형 데이터가 기록되어 있었다.

"진우 씨 말이 맞아요! 이 마력 파형은 게이트의 자연 발생 파형이 아니에요. 누군가가 인위적인 차원 룬을 설치해서 마수를 강제로 변이시킨 정황입니다!"

민아의 목소리가 공터 전체에 울려 퍼졌다. 구급차 옆에 있던 태성 팀의 김태성도 목소리를 높였다.

"맞습니다! 아레스 길드가 게이트 관리권을 독점하면서 이런 변종이 튀어나오는 것도 모르고 헌터들을 진입시킨 겁니다! 조사를 받아야 할 건 목숨 걸고 싸운 우리가 아니라 관리 책임을 소홀히 한 아레스 길드입니다!"

대기하고 있던 협회 관계자들과 구급대원들도 아레스 단속반을 향해 의구심 어린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다.

서도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본래 그들의 계획은 E급 임시 등록자인 진우를 '이상 마력 제어자'라는 혐의로 은밀히 연행하여 조사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게이트 출구에서 변종 마수가 튀어나오고 그 사체에서 인위적 조작 정황이 대중 앞에 노출된 이상 억지로 진우를 연행할 명분이 완전히 사라졌다.

지켜보는 눈이 너무 많았고 협회 단말에 공식 파형 데이터까지 넘어간 상태였다.

서도현은 이를 악물었다. 그는 태블릿 단말을 끄고 대검을 집어넣었다.

"……좋습니다. 현장 변종 출현과 마력 파열건은 아레스 길드 안전조사팀으로 이관하여 정식 조사하겠습니다."

서도현은 강진우를 매섭게 노려보며 덧붙였다.

"강진우 헌터. 오늘은 여기서 물러나지만 당신의 현장 행동에 대해서는 협회를 통해 다시 조회가 갈 수 있습니다."

"언제든 오시게."

진우는 건조하게 응수했다.

"대신 다음에는 제대로 된 게이트 관리 서류를 들고 오는 게 좋을 거다."

서도현은 단속반원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리고 검은 승용차로 돌아갔다. 세 대의 승용차는 새벽 안개를 가르며 서둘러 공터를 빠져나갔다.


아레스 길드가 철수하자 공터에 팽팽하게 감돌던 긴장감이 풀려나갔다.

장현수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살았다…… 아레스 놈들이 저렇게 순순히 물러날 줄은 몰랐네요."

민아가 진우에게 다가와 깊이 고개를 숙였다.

"진우 씨. 방금 마수 소멸하기 직전에…… 손가락 움직인 거 맞죠?"

진우는 무심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녀석의 내부 마력이 스스로 터진 거다."

"거짓말 마세요. 아까 낙석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진우 씨가 움직일 때마다 마력의 결이 바뀐 걸 전 봤어요."

민아는 미소를 지었으나 더 이상 파헤치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진우의 사정을 존중하듯 조용히 덧붙였다.

"말하기 싫으시면 더 안 물어볼게요. 다만 분명한 건 진우 씨 덕분에 오늘 우리 모두가 살았다는 거예요."

유라와 박도윤, 그리고 태성 팀원들도 진우의 주변으로 모여들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진우는 사람들의 진심 어린 눈빛을 받아내며 안주머니 속 검은 룬 조각을 가만히 쥐었다.

지구로 돌아와 맞이한 첫 게이트 사냥은 엉망진창이었지만 나쁘지 않은 마무리가 되었다.

대형 길드의 음모와 인위적인 게이트 조작. 그 어두운 그림자가 지구 전체를 덮치고 있었지만 적어도 진우는 자신이 지켜낸 사람들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정산소로 가죠."

민아가 밝은 목소리로 단말을 켜며 말했다.

"E급 게이트 공략 및 변종 마수 퇴치 공적이 협회에 정식 등록되었어요. 진우 씨 몫의 첫 정산금도 곧 나올 겁니다. 그걸로 스마트폰부터 개통해요. 부모님 찾으시려면 인터넷과 통신망이 필수니까요."

진우의 눈동자가 살짝 일렁였다.

스마트폰. 그리고 부모님의 행방을 찾을 수 있는 현대 지구의 정보망.

백 년 동안 아르카디아의 잿빛 전장을 헤매며 그토록 갈망했던 가족의 흔적에 드디어 한 발짝 다가서게 된 것이었다.

"그래. 정산소로 가자."

진우는 붉은 노을 대신 떠오르는 푸른 새벽빛을 받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가람신도시 외곽의 차가운 새벽 공기 속에서 절대마법사의 조용한 귀환은 다음 단계를 향해 천천히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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