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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로 귀환한 절대마법사10화

지구로 귀환한 절대마법사

지구로 귀환한 절대마법사

10화: 마법사의 스마트폰

가람신도시 중심가에 위치한 각성자협회 산하 정산소 건물은 이른 아침부터 헌터들로 붐비고 있었다.

유리문 너머로 들려오는 소음은 전장의 함성과는 완전히 달랐다. 전광판에서는 실시간 마나스톤 시세와 게이트 등급별 공적 환산액이 연신 갱신되고 있었고 피와 흙먼지에 젖은 방호복을 입은 사냥꾼들이 순번표를 손에 쥔 채 서성였다.

진우는 민아의 뒤를 따라 3번 창구 앞에 섰다.

창구 너머의 직원은 피로한 기색이 역력한 눈으로 단말기 화면을 두드리다가 민아가 내민 푸른하늘 길드 단말과 진우의 E급 임시 등록증을 훑어보았다.

"가람동 E급 게이트 공략건이군요. 전리품 마석 정산과 현장 공적 확인 요청입니까?"

"네. 그리고 출구 공터에서 발생한 D급 변종 마수 붕괴 현장의 파형 수집 데이터도 함께 첨부했습니다. 당시 협회 관리 단말에 즉시 전송된 공용 파형입니다."

민아가 확고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직원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데이터를 조회하더니 이내 눈을 크게 떴다. 화면에 뜬 파형 기록에는 E급 게이트 출구에서 발생한 비정상 차원 파열과 함께 변종 마수의 내부 마력 순환이 순간적으로 역류하여 기화 소멸한 정황이 정밀하게 산출되어 있었다.

"D급 변종 마수 퇴치 공적 기여도가 임시 등록자 강진우 헌터의 현장 대응 파형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아레스 길드 단속반의 철수 확인서도 입력되어 있네요."

직원은 잠시 진우의 헌터 등록증을 바라보다가 자판을 바쁘게 두드렸다.

"기본 E급 전리품 분배금에 변종 마수 파열 유도 및 현장 대피 공적이 가산됩니다. 총 정산금은 3백50만 원입니다. 등록된 본인 명의 임시 계좌로 이체되었으며 원하시면 현금 일부 수령도 가능합니다."

직원이 창구 틈으로 5만 원 권 지폐 다발과 신용카드가 연계된 보안 단말 카드를 건넸다.

진우는 뼛속까지 뻣뻣한 종이 돈 다발을 손에 쥐어보았다.

아르카디아에서는 동전 하나의 무게나 마석의 순도로 가치를 측정했다. 반면 이 세계에서는 얇은 종이 조각과 숫자 데이터가 한 인간의 수고와 생존의 대가를 대신하고 있었다. 낯설었지만 싫지 않은 직관성이었다.

"3백50만 원이라…… 이 정도면 지구에서 어느 정도의 가치지?"

진우가 지폐 다발을 안주머니에 집어넣으며 묻자 옆에 서 있던 민아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E급 헌터가 첫 사냥으로 벌기엔 꽤 큰 돈이에요. 웬만한 직장인 한 달 월급 이상이니까요. 이제 이걸로 당장 필요한 것부터 사러 가요."

"필요한 것?"

"네. 스마트폰부터 개통해야죠."

민아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주머니 속 얇은 직사각형 기기를 가리켰다.

"지구에서 사람을 찾고 세상 소식을 들으려면 그 작은 유리판이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해요."


정산소를 나온 두 사람은 신도시 대로변의 통신 대리점으로 향했다.

화려한 조명이 켜진 대리점 내부에는 다양한 크기와 색상의 최신 스마트폰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진우는 진열대 위에 놓인 얇고 매끄러운 유리 단말기들을 관찰했다. 마력의 흐름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금속이나 희귀 원석으로 룬 문자를 새겨 넣은 아르카디아의 통신 마법 도구와는 차원이 다른 구조였다.

대리점 직원이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접근했다.

"어떤 단말기를 찾으시나요? 최신형 S시리즈는 고성능 카메라와 헌터 전용 게이트 아카이브 앱이 기본 탑재되어 있습니다."

"통화와 인터넷 검색, 그리고 공공기관 민원 조회가 잘 되는 가장 튼튼한 것으로 주십시오."

진우의 건조한 대답에 직원은 살짝 당황하더니 민아를 바라보았다. 민아가 미소를 지으며 중가형의 튼튼한 검은색 스마트폰을 가리켰다.

"이걸로 할게요. E급 임시 헌터 신분증으로 본인 인증하고 개통해 주세요."

직원은 진우의 헌터 등록증을 스캐너에 대고 개통 절차를 진행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검은색 스마트폰의 화면에 환한 빛이 들어오며 이동통신사 로고가 나타났다.

진우는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스마트폰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마법 진도, 룬 문자의 각인도 없었다. 하지만 공기 중에 흐르는 미세한 전자파 파동이 이 작은 기기 안으로 끊임없이 스며들고 있었다.

100년 전 아르카디아의 대탑에서 고위 마법사들이 차원 전음 구체를 만들기 위해 수개월 동안 마력을 쏟아붓던 일을 생각하면 누구나 손에 쥘 수 있는 이 현대 공학 기술은 어쩌면 마법보다 더 기이한 기적처럼 느껴졌다.

"개통 완료되었습니다. 요금제는 헌터 공공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로 설정해 드렸습니다."

직원이 보증서와 함께 스마트폰을 건넸다.

진우는 손가락 끝으로 화면을 슬쩍 문질렀다. 매끄러운 유리 표면이 손가락의 체온과 미세한 전류를 감지하고 곧바로 반응했다.

'마력 없이 동작하는 반응이라…… 공학이라는 것도 제법 정교하군.'

진우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대리점을 나온 두 사람은 근처의 한적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점심시간이 지난 식당 안은 조용했다. 뜨끈한 뼈해장국 두 그릇이 탁자 위에 놓이자 구수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진우는 숟가락을 들고 국물을 한 모금 삼켰다. 깊고 진한 온기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며 피로를 풀어주었다. 아르카디아의 잿빛 전장에서 씹어 삼키던 딱딱한 건빵이나 말린 고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평화의 맛이었다.

민아가 뚝배기 맞은편에서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켜며 말했다.

"자, 이제 기본 조작법부터 알려드릴게요. 화면을 아래에서 위로 쓸어 올리면 잠금이 풀려요."

진우는 민아의 시범을 유심히 관찰한 뒤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쓸어 올렸다.

스스륵.

화면에 갖가지 색상의 앱 아이콘들이 정렬되어 나타났다.

"잘하시네요. 이제 여기 있는 포털 사이트 아이콘을 누르면 검색창이 나와요. 여기서 원하는 단어나 이름을 입력하면 전 세계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정보가 나와요."

"모든 정보라."

진우는 화면 중앙의 돋보기 모양 검색창을 눌렀다. 화면 아래에서 자음과 모음이 배치된 자판이 올라왔다.

"자판 누르는 건 익숙하세요?"

"20년 전 문자 메시지를 보내던 기억은 있다. 버튼 누르는 느낌이 다른 것뿐이군."

진우는 서툴지만 정확하게 자판을 터치했다.

먼저 '가람신도시 날씨'를 입력하자 화면에 실시간 기온과 습도가 한눈에 떠올랐다. 이어서 '각성자협회 공지사항'을 누르자 국내 헌터 소식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민아가 숟가락을 내려놓고 진우를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찾으시려는 분들의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진우의 손가락이 순간 공중에서 멈췄다.

백 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슴속 가장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이름들. 아르카디아의 참혹한 밤마다 스스로에게 읊조리며 살아남았던 기억의 이정표.

"아버지 이름은 강성태. 어머니 이름은 이혜숙이다."

진우는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자판을 하나씩 눌렀다.

[강성태 이혜숙 가람동]

검색 버튼을 누르자 화면 중앙에 모래시계 아이콘이 돌아가더니 수많은 기사 데이터와 게시글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은 대격변 초기 가람동 구역 차원 붕괴 당시의 인명 피해 관련 기사들이었다.

'대격변 1차 게이트 발생 당시 가람동 거주자 실종자 명단'
'차원 균열 여파로 인한 연구원 및 주민 대피 현황'

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화면을 천천히 내렸다.

기사 본문 속 실종자 명단에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름이 텍스트로 똑똑히 찍혀 있었다. 20년 전 지구를 덮친 대격변 속에서 두 사람이 행방불명 처리되었다는 공식 기록이었다.

민아가 진우의 옆으로 다가와 화면을 함께 살피며 낮게 말했다.

"대격변 초기의 공공 실종자 기록이네요. 하지만 이 기록만으로는 당시 어디로 이송되었는지 아니면 정말 사망 처리된 건지 알 수 없어요. 협회의 상세 공공 행정 포털에 들어가서 주민 등록 및 게이트 피해자 통합 조회를 해봐야 해요."

"방법이 있나?"

"네. 방금 개통한 스마트폰으로 본인 인증을 하고 공공 행정 포털 조회를 신청하면 돼요. 다만 대격변 당시 기록은 보안 등급이 높은 편이라 신청 후 데이터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어요."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라면 충분히 기다릴 수 있다. 백 년을 기다려온 일이다."

민아는 진우의 무덤덤한 목소리 뒤에 숨겨진 깊은 무게를 느꼈는지 조용히 주먹을 쥐었다.

"저도 푸른하늘 길드 네트워크를 통해서 대격변기 가람동 이주자 명단을 따로 알아볼게요. 진우 씨 혼자 찾게 두지 않아요."

"고맙다, 민아 씨."

진우는 뚝배기의 뜨거운 국물을 마저 비웠다.

바닥을 드러낸 뚝배기처럼 백 년 동안 막혀 있던 가족을 향한 길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었다.


밤이 깊어지자 진우는 가람신도시 외곽에 위치한 작고 한적한 임시 원룸으로 돌아왔다.

창밖으로는 신도시의 빌딩 숲이 뿜어내는 정막한 불빛들이 어른거렸다.

진우는 형광등을 끄고 침대 끝에 앉았다. 어두운 방 안에서 스마트폰 화면의 푸른 빛만이 진우의 얼굴을 조용히 비추었다.

그는 민아가 알려준 공공 행정 포털 앱에 접속해 있었다. 본인 인증을 마치고 부모님의 이름과 과거 주민번호를 입력하자 상세 행정 조회 화면이 전환되었다.

화면 상단에는 '대격변기 피해자 및 실종자 통합 관리 시스템'이라는 문구가 떠 있었다.

진우는 화면을 아래로 내렸다.

아버지 강성태, 어머니 이혜숙.

두 사람의 기본 신상 정보 아래로 대격변 당시의 이력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인터넷 포털의 일반 기사 검색과는 다른 이질적인 내용이 진우의 눈에 들어왔다.

두 사람은 단순한 주민이 아니었다.

'강성태: 국립 차원물리연구소 책임연구원 (게이트 마나 파동 안정화 제어식 전공)'
'이혜숙: 동 연구소 선임연구원 (차원 균열 응축 구조 해석 전공)'

부모님은 대격변 초기에 열린 게이트의 마나 폭주를 막고 차원을 안정화하는 연구를 수행하던 핵심 과학자들이었다.

진우의 미간이 좁혀졌다.

아르카디아에서 차원 전이 마법을 연구했던 진우였기에 부모님이 연구하던 분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그것은 게이트의 에너지 흐름을 제어하고 통제하는 차원 마법의 기초 원리와 일치했다.

진우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두 사람의 실종 경위 항목을 눌렀다.

틱.

그러나 상세 페이지가 열리는 대신 화면 중앙에 붉은색 경고창이 출력되었다.

[열람 제한: 해당 기록은 대격변 특수 관리 대상 조항에 따라 민간 위탁 기관으로 이관 처리되었습니다.]
[이관 관리 기관: 아레스 보호 임시 조합 관리 사무소 (가람동 214-7)]
[접근 권한: 상급 길드 승인 필요]

진우의 눈동자가 차갑게 식었다.

단순한 자연재해로 인한 실종이라면 공공 행정 기록이 특정 민간 길드의 산하 조합으로 이관되고 열람이 제한될 이유가 없었다.

누군가가 부모님의 신상 기록과 실종 경위를 의도적으로 봉쇄하고 민간 길드의 그늘 아래 감추어 둔 것이었다.

가람동 214-7.

그곳은 아레스 길드가 임시 관리권을 쥐고 있다던 가람동 재개발 임시 조합 사무실의 위치와 정확히 일치했다.

"아레스 길드……."

진우는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전날 주웠던 검은 룬 조각을 쥐었다.

E급 게이트 내부의 마력 응어리, D급 변종 마수 코어에 새겨져 있던 인위적 룬 잔향 그리고 부모님의 조작된 실종 기록까지.

이 모든 궤적이 하나의 어두운 뿌리를 향해 얽혀 들어가고 있었다.

진우는 스마트폰의 화면을 껐다. 방 안에 다시 완전한 어둠이 찾아왔다.

하지만 진우의 붉은빛 맴도는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도 뚜렷하게 빛나고 있었다.

부모님은 단순히 죽거나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연구와 존재는 어딘가에 이용당하고 있거나 갇혀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진우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밖의 가람동 야경을 내려다보았다.

내일 아침, 그는 아레스 보호 임시 조합 사무실로 향할 것이다. 힘을 과시하지 않고 조용히 살고자 했던 대마법사의 발걸음이 가족의 진실을 가로막는 어두운 장벽을 향해 곧게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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