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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의 오컬트 요괴 탐정6화

심야의 오컬트 요괴 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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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은빛 뇌전 탄환

화물 승강기가 멈추는 충격이 밴의 적재함 바닥을 짧게 울렸다.

투명 캡슐 여섯 개가 쇠사슬 끝에서 가볍게 흔들렸다. 안에 누운 사람들은 눈을 뜨지 못했다. 유리 벽을 타고 흐르던 푸른 맥박등만이 그들이 아직 살아 있음을 알려 줬다.

한도진은 적재함 문틈으로 손목시계 렌즈를 내밀었다. 지하 3층은 보관실이라는 이름과 달리 수술등이 줄지어 선 도살장이었다. 바닥의 배수구에는 검붉은 물이 고여 있었고 벽면 냉장고마다 정수 앰풀이 빽빽하게 꽂혀 있었다.

“멸균 보관실이 아니라 추출실이군.”

서아린의 목소리가 낮게 갈라졌다. 그녀는 가장 가까운 캡슐을 바라봤다. 유리 안의 여자는 손목에 검은 팔찌를 찬 채 누워 있었다.

G-12-031.

“이름을 확인하기 전까진 움직이지 마요.”

“움직일 거야. 다만 살아서 나가게 한다.”

도진은 코트 안쪽에서 접이식 구조용 칼을 꺼냈다. 그때 아린의 눈가를 덮고 있던 보랏빛 막이 파직 소리를 냈다.

환술 은폐 렌즈의 가장자리가 금이 갔다. 지하 2층에서 받은 시험과 승강기의 결계가 렌즈에 남은 시간을 전부 갉아먹은 모양이었다.

밴 밖에서 낮은 숨소리가 멎었다.

“여우 냄새가 난다.”

도진은 손목을 들어 아린을 멈췄다. 적재함 문이 위로 들리며 차가운 수술등이 안을 훑었다. 검은 제복을 입은 흡혈귀 경비 하나가 몸을 숙여 안을 들여다봤다.

그 순간 도진이 캡슐 고정 고리를 걷어찼다.

철제 고리가 경비의 손목을 감아당겼다. 경비가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아린의 구두 끝이 그의 턱을 정확히 올려쳤다. 짧은 충격음과 함께 경비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두 번째 경비가 권총을 들었다. 도진은 쓰러진 경비의 팔을 밟아 총구를 꺾었다. 은실이 박힌 코트 소매가 상대의 손등을 스치자 총열에 퍼진 붉은 마기가 꺼졌다.

[마력 상쇄 주법 적용.]

도진은 경비의 목을 눌러 기절시킨 뒤 손목을 결박구로 묶었다. 아린이 주변을 살폈다. 비명은 방음 결계에 막혀 바깥으로 새지 않았다. 대신 수술실 끝의 검은 문이 아주 천천히 열렸다.

검은 앞치마를 걸친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의 얼굴은 지나치게 창백했고 입술은 피를 마신 듯 선명하게 붉었다. 은테 안경 너머의 눈동자는 유리구슬처럼 투명한 적색이었다. 남자는 바닥의 경비를 한번 보고는 캡슐을 향해 손을 뻗었다.

“초대장도 없이 재고 칸에 들어오는 손님은 드문데.”

아린이 검집에서 검을 반쯤 뽑았다.

“사람을 재고라고 부르는 놈이 보스인가.”

남자는 아린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

“특수본의 혼혈 팀장. 봉인된 파일을 들고 사라졌다는 소문은 들었다. 내 이름은 라스다.”

도진은 라스의 오른손에 든 검은 조작기를 보았다. 손가락 하나가 버튼 위에 얹혀 있었다.

“매일 지하 문을 연 특수본 1급은 어디 있지?”

“문을 열어 준 분에게도 예의가 필요하지 않겠나.”

라스가 버튼을 눌렀다.

가장 오른쪽 캡슐 아래의 레일이 움직였다. 유리관은 천천히 수술대 중앙의 원형 절단 장치로 밀려갔다. 안에 있던 남자의 맥박등이 황색으로 깜빡였다.

아린의 검이 완전히 빠져나왔다. 하지만 라스가 손목을 비틀자 바닥의 배수구에서 피안개가 솟구쳤다. 붉은 안개가 캡슐과 두 사람 사이를 갈랐다. 검끝이 안개에 닿는 순간 금속이 시커멓게 부식됐다.

“은도 소용없어. 내 심장은 내가 두는 곳에 없다.”

도진은 한 걸음 물러나 권총 손잡이를 쥐었다. 코트 안쪽의 탄창에서 은빛 뇌전 탄환이 미세하게 울었다. 한 발이면 흡혈귀의 심장을 태울 수 있었다. 하지만 피안개에 닿은 뇌전은 분산되며 캡슐의 생체 유지 장치를 함께 태울 가능성이 컸다.

쏠 수 없는 각도였다.

아린이 짧게 말했다.

“내가 길을 열게요.”

“경비가 셋 더 있다. 네 환술로 눈을 묶어.”

도진은 손목시계의 렌즈를 피안개 쪽으로 돌렸다.

[오컬트 루미놀 반응 A 가동.]

푸른 격자선이 안개를 잘게 나눴다. 붉은 파편 수천 개가 허공에 떠올랐다. 대부분은 피 냄새만 품은 가짜였다. 그러나 안개 안쪽 깊은 곳에서 작은 붉은 핵 하나가 반 박자 늦게 맥동했다.

라스의 심장은 몸 안이 아니라 피안개의 순환 고리 속에 숨겨져 있었다.

도진은 격자를 좁혔다. 붉은 핵에서 뻗은 마기 줄기가 절단 장치와 여섯 캡슐의 제어판으로 이어졌다. 라스는 피해자의 생명 유지 장치를 자신의 방패로 쓰고 있었다.

“아린. 천장 거울에 여우를 띄워.”

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동자에 금빛 불꽃이 피었다. 다음 순간 수술등 위의 거울마다 금빛 여우가 나타났다. 여우들은 피안개를 밟고 뛰어다니며 캡슐을 향해 달려들었다.

경비 셋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그들은 거울 속 여우를 진짜라고 믿고 일제히 총을 쐈다. 총탄이 수술등을 깨며 쏟아졌다.

도진은 그 소음 속에서 은실 묶음을 던졌다. 은실은 여섯 캡슐의 손잡이를 감고 한 줄로 이어졌다. 그는 코트 안쪽에 새긴 상쇄 주법을 손바닥으로 눌렀다.

[생체 유지 장치 외부 마기 차단.]

유리 표면을 감싼 은실이 희게 빛났다. 캡슐 제어판에서 뻗어 나오던 붉은 줄기가 하나씩 끊겼다. 절단 장치의 톱날이 느려졌다.

라스의 표정이 처음으로 굳었다.

“그 코트에 사람 목숨을 담보로 건 주법까지 넣었나.”

“담보는 네가 걸었지.”

도진은 권총을 들어 올렸다.

라스가 피안개 속으로 흩어졌다. 붉은 안개가 바닥을 기어 도진의 발목을 감쌌다. 순간 그의 등 뒤에서 차가운 손이 튀어나왔다. 도진은 몸을 비틀어 손톱을 피했다. 코트 어깨가 찢어지며 검은 천 조각이 떨어졌다.

라스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번졌다.

“새벽 손님은 네가 아는 이름보다 높은 곳에 있다. 파일 열두 개를 구해도 이 도시는 달라지지 않아.”

도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피안개 속 핵이 어디로 옮겨 갈지 보고 있었다.

[프로파일링 시뮬레이션 P 가동.]

도진이 밴 적재함에 묻은 피를 손끝으로 찍어 렌즈에 댔다. 붉은 빛이 세 겹의 홀로그램을 만들었다. 라스가 안개를 거두고 실체를 만드는 지점이 세 번 겹쳐 보였다.

첫 번째는 도진의 왼쪽이었다.

두 번째는 절단 장치 앞이었다.

세 번째는 아린의 등 뒤였다.

도진은 아린에게 소리치지 않았다. 라스가 듣고 방향을 바꿀 수 있었다. 대신 방아쇠에 걸친 검지를 느슨하게 풀었다.

아린은 도진의 시선을 읽었다. 그녀는 거울 속 여우 하나를 자기 등 뒤에 앉혔다. 여우가 꼬리를 흔들자 라스의 피안개가 그쪽으로 몰렸다.

붉은 핵이 나타났다.

“지금이다.”

도진이 방아쇠를 당겼다.

은빛 뇌전 탄환은 총구를 떠나는 순간 가느다란 번개로 풀렸다. 번개는 아린의 금빛 여우를 스치며 피안개의 핵을 꿰뚫었다.

라스의 비명이 수술실을 뒤집었다.

붉은 안개가 안쪽으로 말려들었다. 핵을 중심으로 번진 은빛 전류가 피의 고리를 하나씩 태웠다. 라스는 사람의 형태를 되찾으려 했지만 가슴 한가운데에서 번개가 터져 나왔다.

“내가 아니라 그들이 전부 죽일 거다.”

그가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은 재가 되어 바닥으로 흩어졌다.

피안개가 사라지자 절단 장치가 멈췄다. 방음 결계도 금이 가며 깨졌다. 바깥 복도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아린은 곧장 캡슐로 달려갔다. 그녀의 검이 유리 고정쇠를 베어 냈다. 도진은 라스의 몸에서 떨어진 조작기를 주워 제어판에 연결했다.

[캡슐 개방 절차 탐색.]

각 캡슐의 잠금이 하나씩 풀렸다. 차가운 증기가 바닥으로 흘렀다. 첫 번째 남자가 눈을 뜨자마자 거칠게 기침했다. 아린은 그를 받쳐 앉히며 목에 걸린 팔찌를 살폈다.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

“민석 씨. 동대문 공사장 실종 신고자예요.”

그녀는 다음 표찰을 넘겼다.

“윤하진. 김선영. 전부 파일에 있던 이름이야.”

관리 번호 아래에 사람 이름이 적혀 있다는 단순한 사실이 아린의 목을 막았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구조 신호기를 꺼냈다.

도진은 제압한 경비들을 다시 확인했다. 홍월에 절은 경비 하나가 몸을 일으키려 하자 그는 마력 상쇄 족쇄를 채웠다. 죽일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들의 혈액과 진술도 증거가 됐다.

라스의 수술대 위 단말이 깜빡였다. 도진이 화면을 열자 운송 기록과 결재 인장이 겹쳐 나타났다. G-12-031 아래에 열두 줄의 이름과 추출 대기 시간이 기록돼 있었다. 상단에는 특수본 1급 인장의 접속 시각이 매일 새벽으로 찍혀 있었다.

그 아래에 다음 줄이 새로 떠올랐다.

G-12-032. 강변 화물창고. 05:00.

“아린. 이거 복제해.”

아린이 단말을 받는 순간 비상문 쪽에서 금속이 긁히는 소리가 났다.

검은 마스크 인물이 문턱에 서 있었다. 가슴의 신분패에는 특수본 문양이 분명했지만 이름표 부분은 검은 테이프로 가려져 있었다. 그는 도진을 보지 않고 단말 케이블을 잡아당겼다.

화면의 절반이 꺼졌다.

“특수본 파일을 왜 이렇게까지 숨겼지?”

도진이 묻자 마스크 인물이 고개를 기울였다.

“파일은 숨긴 적 없습니다. 열 사람이 없었을 뿐이지.”

그가 비상문 뒤로 몸을 던졌다. 도진이 뒤쫓아 나가려는 순간 캡슐 하나에서 날카로운 경보음이 울렸다. 막 깨어난 여자의 맥박이 다시 떨어지고 있었다.

도진의 발이 멈췄다.

도주로에는 검은 마기가 길게 남아 있었다. 그는 두 걸음 만에 따라잡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사이 구조 장치가 멈추면 여자는 다시 의식을 잃을 터였다.

도진은 문턱에 떨어진 출입패를 집었다. 반으로 찢긴 패에는 강변 화물창고의 일부 좌표와 05:00이라는 시각이 남아 있었다.

그는 돌아서서 캡슐 곁에 무릎을 꿇었다.

“도망친 놈은 흔적을 남겼다. 이 사람들은 지금 여기 있다.”

아린이 단말을 복제하며 고개를 들었다. 금빛 눈동자에 아직 분노가 남아 있었지만 흔들림은 사라졌다.

“구조대는 제 안전망으로 부를게요. 상부에는 아무것도 안 올립니다.”

“좋아. 오늘부터 그 인장은 용의자다.”

도진은 피해자의 맥박이 안정되는 것을 확인하고 주위를 둘러봤다. 깨진 캡슐 뒤편의 철망 우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 안에서는 작은 검은 박쥐가 은빛 날개를 접은 채 떨고 있었다. 목에는 너무 큰 관리 태그가 매달려 있었다.

박쥐는 도진과 눈이 마주치자 힘없이 한 번 울었다.

수술실 바깥으로 새벽의 구조 신호가 번져 나갔다. 그 소리 사이에서 도진은 철망 안의 작은 울음이 계속 이어지는 것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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