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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의 오컬트 요괴 탐정5화

심야의 오컬트 요괴 탐정

심야의 오컬트 요괴 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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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흡혈귀의 클럽

클럽 헤븐의 간판은 비가 그친 테헤란로 위에서 보랏빛 피처럼 번들거렸다.

유리문 앞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도어맨 둘이 서 있었다. 사람처럼 보였지만 목덜미의 핏줄이 푸르게 비쳤다. 한도진은 그들 사이에 매달린 안구 스캐너를 올려다봤다. 수정 구슬 안쪽에서 붉은 눈동자가 천천히 굴렀다.

서아린이 낮게 말했다.

“렌즈 유효 시간은 오십이 분 남았어요. 스캐너가 한 번이라도 의심하면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경보가 울려요.”

“그러니 의심할 이유를 없애면 된다.”

도진은 카드 키를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 보랏빛 뱀과 여우 문양이 습기를 먹은 것처럼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두 사람은 문 앞으로 걸었다.

도어맨 하나가 아린의 얼굴을 보더니 입꼬리를 올렸다.

“초대 명단에는 없는 분들인데요.”

“명단은 지하에서 관리하지.”

도진이 카드 키를 내밀었다.

도어맨은 키를 받지 않았다. 대신 수정 구슬을 향해 턱짓했다.

“눈부터 보여 주십시오.”

아린의 눈동자에 금빛이 아주 얇게 번졌다. 환술 은폐 렌즈가 만든 보랏빛 막이 그 위를 덮었다. 도진이 먼저 스캐너에 얼굴을 가까이 댔다.

붉은 눈동자가 그의 동공을 훑었다. 차가운 마기가 눈꺼풀 안쪽을 파고들었다. 경보음이 울리기 직전 도진은 카드 키의 모서리를 엄지로 눌렀다.

[오컬트 루미놀 반응 A 가동.]

[봉인 인장 잔류 파장 역동조.]

수정 구슬 표면에 푸른 격자선이 잠깐 번졌다. 스캐너가 오래된 카드 키의 결재 인장을 기준값으로 읽어 들이며 도진의 위장 파장을 그 안에 끼워 넣었다.

통과음이 울렸다.

도어맨은 불쾌한 눈빛으로 카드를 돌려주었다. 도진은 그 손목을 스치듯 보았다. 소매 밑으로 바늘 자국이 빽빽하게 보였다. 검붉은 피가 아닌 보랏빛 액체가 혈관을 타고 흔들렸다.

“홍월을 많이 맞았군.”

도어맨의 미소가 사라졌다.

“손님이 볼 건 아닙니다.”

“그럼 손님한테 팔지 말았어야지.”

아린이 도진의 팔꿈치를 가볍게 잡았다. 그녀의 손끝이 차가웠다. 지금 여기서 시비를 키우지 말라는 신호였다.

도어맨은 억지로 길을 비켰다.

“지하 1층에서 초대 확인을 받으십시오. 오늘은 배송일이라 평소보다 엄격합니다.”

문이 닫히자 아린이 숨을 내쉬었다.

“홍월이 뭔지 알아요?”

“피와 합성 마기를 섞은 중독제. 인간한테는 환각제고 요괴한테는 굶주림을 키우는 사료야. 저들이 경비에게도 놔 준다면 지하에서는 더러운 물건이 움직인다는 뜻이지.”

클럽 안쪽은 웃음과 저음이 뒤엉킨 별개의 밤이었다. 지상층의 손님들은 보랏빛 조명 아래서 술잔을 부딪쳤다. 그들 발밑으로 숨은 계단이 열려 있었다.

지하 1층에 닿자 음악은 더 낮아졌다. 벽면을 따라 선 유리 부스 안에서 인간과 요괴가 작은 앰풀을 주고받고 있었다. 앰풀 속 붉은 액체는 조명에 반사될 때마다 심장 박동처럼 수축했다.

“홍월 세 병. 현금 말고 수명으로.”

“오늘은 물량이 부족해. 배송 들어오면 가격이 두 배야.”

도진은 지나가는 말들을 머릿속에 쌓았다. 아린은 고개를 숙인 채 그보다 반 걸음 뒤를 걸었다. 그때 통로 끝에서 은색 쟁반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운반복을 입은 젊은 남자가 벽을 짚고 주저앉았다. 목에는 검은 팔찌가 채워져 있었고 팔 안쪽에는 새 주사 자국이 번져 있었다. 경비 둘이 달려와 그의 뺨을 거칠게 쳤다.

“일어나. 2층 환전실까지 가야 한다.”

남자는 눈을 뜨지 못했다. 입가에서 보랏빛 거품이 흘렀다.

경비가 도진과 아린을 바라봤다.

“거기 둘. 새로 온 운반책이지? 이 쓰레기부터 치워.”

아린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도진은 먼저 다가가 남자의 맥을 짚었다. 홍월의 마기가 혈관을 막아 심장을 느리게 조이고 있었다.

“죽으면 장부가 지저분해진다.”

그는 코트 안쪽에서 은실이 박힌 손수건을 꺼내 남자의 팔에 감았다. 마력 상쇄 주법이 흐르자 보랏빛 거품이 멎고 남자의 손가락이 떨렸다.

[홍월 잔류 마기 차단.]

[대상 생체 반응 안정화.]

도진은 남자의 팔찌를 뒤집었다. 검은 표면 아래에 희미한 바코드가 떠 있었다.

G-12-031.

그 숫자는 아린이 가져온 실종 파일의 운송 코드 형식과 같았다. 도진의 시선이 아주 잠깐 아린에게 갔다. 아린도 알아차렸다.

“이 남자는 물건이 아니야.”

“여기서는 재고지.”

도진은 팔찌의 사진을 손목시계 렌즈에 저장했다. 그 사이 아린이 손가락을 튕겼다. 통로 반대편의 앰풀 상자가 흔들리며 크게 깨졌다. 붉은 액체가 바닥으로 흩어지고 손님들이 비명을 질렀다.

경비들이 욕설을 하며 그쪽으로 달려갔다.

“이쪽이에요.”

아린은 남자의 운반 카트에서 은색 출입표 하나를 빼냈다. 표면에는 지하 2층 환전실이라는 글자와 화물 승강기 표시가 찍혀 있었다.

도진은 쓰러진 남자를 벽 쪽 의자에 기대게 했다. 복도 양끝에는 마력 감지선이 겹겹이 깔려 있었고 문마다 무장 경비가 둘씩 서 있었다. 여기서 그를 데리고 빠져나가면 환술은 깨지고 배송은 더 깊은 곳으로 숨을 터였다.

그는 남자의 손목을 한 번 더 눌렀다. 느리지만 분명한 맥박이 손가락에 닿았다.

“살아 있어. 돌아올 때 데리고 간다.”

아린은 대답 대신 그의 손등을 짧게 잡았다가 놓았다. 분노가 남아 있었지만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하 2층은 지하 1층보다 조용했다. 붉은 융단과 검은 대리석 사이에서 요괴들이 칩을 굴리고 있었다. 웃음소리도 낮았고 잃은 자들은 울지 않았다. 천장 곳곳에 박힌 거울이 손님들의 얼굴 대신 마기 농도를 비추고 있었다.

환전실 앞에 도착했을 때 붉은 치마를 입은 여자가 길을 막았다. 그녀의 눈꼬리 끝에는 여우털 같은 붉은 문양이 번져 있었다.

“처음 보는 파장이네.”

아린의 어깨가 굳었다.

“귀빈의 수행원은 많지.”

여자는 도진이 아닌 아린을 바라봤다.

“호족 냄새가 나는데 귀빈을 모른다고?”

환전실의 거울들이 한꺼번에 빛났다. 아린의 렌즈 가장자리에 금빛 균열이 생겼다. 환술사는 손님들의 시선을 끌지 않는 작은 목소리로 웃었다.

“한 번만 확인하면 되겠네. 내 환술을 이겨 봐.”

아린의 손이 검집 쪽으로 갔다가 멈췄다. 그녀는 허리춤에서 검은 카지노 칩 하나를 꺼냈다.

“눈으로 하는 싸움은 싫어. 이걸로 하지.”

두 여자의 손끝에서 마기가 피어올랐다. 칩 위로 작은 정원이 펼쳐졌다. 붉은 여우들이 꽃밭을 가로질렀고 금빛 여우 한 마리가 그림자 속에 웅크렸다.

도진은 아린의 렌즈 균열을 보았다. 그는 코트 단추를 풀어 은실 한 가닥을 손가락에 감았다. 루미놀 격자가 칩의 정원 위로 얇게 내려앉자 아린의 금빛 마기가 진짜 그림자만 남기고 거울 속 가짜 반사면들을 지워 냈다.

환술사는 붉은 여우들을 일제히 돌진시켰다. 도진이 은실을 한 번 당기자 거울 천장에 비치던 여우들이 서로의 잔상을 물었다. 가짜 그림자가 붉은 꼬리를 삼키는 동안 아린의 금빛 여우는 가장 깊은 그림자 속을 조용히 가로질렀다.

도진은 그 틈에 벽면의 장식 거울을 살폈다. 가짜 출입 패널은 환술에 반응해 빛났지만 진짜 패널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는 격자를 좁혀 금속 안쪽의 배선까지 읽었다.

[화물 승강기 봉인 패널 탐지.]

[특수본 출입 인장 잔류 기록 검출.]

도진의 손이 멈췄다. 패널 표면에는 관리청 인장도 아닌 특수본 1급 결재 파장이 남아 있었다. 그는 아린이 보지 못한 사이 그 흔적을 시계에 저장했다.

칩 위의 정원이 무너졌다. 붉은 여우들이 서로의 목을 물었지만 끝까지 남은 것은 그림자 속 금빛 여우였다. 환술사의 웃음이 사라졌다.

“혼혈이었군.”

아린은 칩을 집어 들며 차갑게 말했다.

“그래서 네 환술이 얕게 보였나 봐.”

환술사는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주변 손님들의 시선이 모이자 더는 시비를 걸지 못했다. 그녀는 환전실 문을 열어 주었다.

“들어가. 대신 지하에서는 이름을 묻지 마.”

도진은 아린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자 아린이 작게 물었다.

“뭘 찾았어요?”

“특수본 1급 인장. 누군가 여기 출입한 게 아니라 매일 이 문을 열었다.”

아린의 얼굴에서 피가 빠졌다. 도진은 대답을 재촉하지 않고 그녀의 렌즈 가장자리에 남은 균열을 엄지로 가렸다. 격자가 다시 한 번 보랏빛 막을 붙잡았다.

“얼굴을 보기 전까지는 결론 내리지 마.”

화물 승강기 앞 통로는 멸균약 냄새가 났다. 그 밑에는 오래 씻어도 사라지지 않는 피 냄새와 낯선 심장 박동이 엉겨 있었다. 반대편 철문 뒤에서 낮은 신음이 이어졌다.

도진은 틈 사이로 렌즈를 밀어 넣었다.

검은 밴 안에 투명 캡슐 여섯 개가 고정되어 있었다. 캡슐마다 팔찌를 찬 사람들이 누워 있었다. 그중 한 명은 지하 1층에서 보았던 운반책과 같은 G-12 코드였다. 살아 있었다. 하지만 손목의 맥박은 빛으로만 겨우 표시됐다.

도진은 시계에 연결한 미세 카메라를 틈으로 굴렸다. 캡슐 번호와 운송표가 화면에 남았다. 운송표 맨 아래에는 멸균 보관실 입고라는 붉은 글자가 찍혀 있었다.

“증거는 확보했어요?”

“얼굴도 번호도 찍었다. 문이 열리면 적재함으로 들어간다.”

“지금 꺼낼 수 있어요.”

“여섯 명을 데리고 이 결계를 뚫으면 복도 끝까지 못 간다. 안쪽 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려.”

아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손끝만 더 단단히 말아쥐었다.

그때 통로 반대편에서 구두 소리가 들렸다. 흡혈귀 경비 셋이 검은 제복을 입고 다가왔다. 그들 뒤에는 은색 신분패를 단 사람이 있었다. 신분패의 모양은 아린의 것과 같았지만 계급 표시는 한 줄 더 많았다.

특수본 1급.

그 인물은 검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경비에게 말했다.

“새벽 손님이 곧 도착한다. 보스께서 직접 받으신다.”

흡혈귀가 고개를 숙였다.

“경매 물건도 준비됐습니다.”

아린의 렌즈가 한 번 크게 흔들렸다. 경비 하나가 코를 들이마셨다.

“이상하군. 인간 피 냄새가 나.”

도진은 아린의 손목을 잡아 검은 밴 뒤로 끌었다. 렌즈의 보랏빛 막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밴의 적재함 문을 열었다.

“들어가.”

아린이 캡슐들을 바라봤다. 도진은 그녀가 움직일 때까지 문을 붙잡고 있었다.

“돌아와서 전부 데려간다.”

두 사람은 차가운 적재함 안으로 몸을 숨겼다. 바깥에서 흡혈귀의 발소리가 멈췄다. 캡슐 속 누군가가 잠결에 손가락을 움직였다.

“문을 열어 봐.”

화물 승강기의 쇠문이 천천히 갈라졌다. 적재함 바닥이 움직이기 시작하며 소독약과 피 냄새가 짙게 고인 지하 3층의 검은 어둠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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