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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급 파티 매니저가 항구 경제를 접수함5화

폐급 파티 매니저가 항구 경제를 접수함

폐급 파티 매니저가 항구 경제를 접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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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계약에 없던 접안료

방파제 바닥을 때리는 바닷물이 하얗게 부서지며 차가운 비말을 흩뿌렸다.

한결의 품에 들어간 마른 종이 봉투는 눅눅한 바닷바람 속에서도 빳빳한 형태를 잃지 않고 있었다. 붉은 밀랍 위에 찍힌 항만조합의 인장과 그 아래 번진 ‘종결’이라는 두 글자는 방금 전까지 물속에 잠겨 있던 창고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생생했다.

페른의 낯빛은 완전히 흙빛으로 변해 있었다. 그는 젖은 소매를 부여잡은 채 한결이 쥐고 있는 기록판을 억지로 빼앗으려 손을 뻗었다.

“그건 현장 오염물입니다! 정식 인수인계 대상도 아닌 쓰레기를 기록에 넣는 것은 명백한 규정 위반입니다!”

“규정 위반인지 아닌지는 조합 감사실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한결은 반 발자국 물러서며 서류판을 뒤로 감췄다.

“수문 바로 옆 벽돌 틈에서 발견되었고 표면이 마른 상태였습니다. 최근까지 누군가 이 수문을 조작하고 다녀갔다는 명백한 정황 증거입니다. 현장 확인자인 서기님이 이걸 부정하신다면 발견 장소와 시각을 기록에서 지우려는 사유를 따로 적어야 합니다.”

“당신……!”

페른의 목소리가 뒤집혔다.

옆에서 젖은 은회색 머리칼을 쓸어 넘기던 미르카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녀의 목덜미에 돋은 청록빛 비늘이 흥분으로 바짝 서 있었다.

“철문 너머에서 긁는 소리가 났어. 그 쇠사슬은 물을 빼려고 당긴 게 아니야. 안쪽에서 무언가 걸려 있거나 억지로 닫아 놓은 문을 붙잡고 있는 거라고.”

아린이 바닥에 흩어진 황동 부품들을 거칠게 챙기며 말을 얹었다. 그의 외눈 확대경 너머 눈동자가 차갑게 번득였다.

“수문 축에 감긴 사슬을 봤다. 일반 하수문용 주철이 아니라 내압성 강화 합금이야. 저건 자연 침수를 막으려고 단 게 아니라 안쪽의 압력을 버티게 하려고 외부에서 억지로 틀어막은 구조다. 저런 걸 달아 두고 하급 파티더러 맨몸으로 들어가서 여과통을 건져 오라고 해?”

아린은 렌즈를 치켜올리며 페른을 쏘아보았다.

“이건 단순 침수가 아니야. 누군가 물길을 고의로 막아 창고를 수몰시켰어.”

페른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어떤 변명도 준비되지 않은 사람의 얼굴이었다.

세아는 차분한 손길로 기록판 모서리를 고정하며 잉크를 찍었다.

“현장 발견물: 수문 외벽에서 조합 인장 봉투 확보. 수문 축 강화 합금 확인. 수문 너머 이음 발생. 전부 적었어요.”

세아는 페른을 향해 단정한 어조로 덧붙였다.

“서기님이 서명하신 현장 확인서 아래에 첨부 기록으로 묶겠습니다.”

페른이 말을 잇지 못하고 헛숨을 들이켜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뿌우우웅―!

둔탁하고 묵직한 고동 소리가 방파제 외벽을 뒤흔들었다.

바다 쪽에서 짙은 안개를 뚫고 검은색 삼각 돛을 단 쾌속 순찰선 한 척이 모습을 드러냈다. 뱃머리에는 황금빛 닻과 칼이 교차된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항만조합 총감 직속 상급 감시선이었다.

순찰선은 거친 물살을 가르며 제7방파제 하역용 계류장으로 거침없이 다가왔다. 굵은 밧줄이 방파제 돌기둥에 던져져 감기고 널판으로 된 도교가 쿵 소리를 내며 내려앉았다.

가장 먼저 배에서 내려선 것은 짙은 감청색 정복에 은빛 단추를 촘촘히 단 거구의 사내였다. 허리춤에는 고급스러운 세공이 들어간 의장검을 차고 있었고 한 손에는 붉은 가죽 장부가 들려 있었다.

그의 뒤로 몽둥이와 쇠사슬을 찬 조합 무장 경비병 네 명이 발을 맞추어 내려섰다.

페른이 그 사내를 보자마자 마치 구원자라도 만난 듯 허겁지겁 달려갔다.

“바란 검수관님!”

상급 검수관 바란. 하층 부두의 모든 선박 입출항과 하역 허가권을 쥐고 있는 현장 실세였다.

바란은 헐떡이며 다가온 페른을 차가운 눈길로 내려다보더니 손을 들어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보고는 나중에 받아. 서기 페른.”

바란의 시선이 방파제 위에 서 있는 조수갈매기 일행에게 닿았다. 젖은 옷을 입은 미르카 낡은 작업복 차림의 아린 그리고 잉크 묻은 서류 가방을 든 한결을 훑어내리는 눈빛에는 노골적인 경멸이 담겨 있었다.

“정오 종이 울리기 직전인데 아직도 이 꼴이군. 조수갈매기 파티라 했던가?”

바란은 천천히 걸어와 침수 창고 앞을 가로막아 섰다. 그가 발을 디딜 때마다 군화 밑창의 쇠징이 돌바닥을 짓이기며 딱딱한 소리를 냈다.

“의뢰 완수 물품인 염수 여과통 여섯 기는 어디 있지? 바닥에 널브러진 저 고철 부스러기가 전부인가?”

미르카가 한 걸음 나서려 하자 한결이 손을 들어 그녀를 막았다. 한결은 침착하게 고개를 숙였다.

“조수갈매기 파티의 임시 매니저 류한결입니다. 지급된 여과통은 부식과 균열로 인해 수리 불가능 판정을 받았습니다. 안전 규정에 따라 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부품을 선별 회수했고 창고 내부 수문의 이상 결함과 위험 물질을 확인해 철수했습니다.”

“이상 결함? 위험 물질?”

바란이 조소하듯 코웃음을 쳤다.

“하급 모험가들이 제 능력이 모자라 도망쳐 나와 놓고는 늘어놓는 핑계가 늘 똑같군.”

바란은 품에서 두툼한 양피지 청구서 한 장을 꺼내 들었다. 문서 상단에는 붉은 인주로 찍힌 거대한 경고 도장이 박혀 있었다.

“현장 조사는 끝났다. 너희는 의뢰를 완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조합이 엄격히 통제하는 제7방파제 특별 계류장을 무단 점유했다.”

“무단 점유라니요?”

세아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저희는 조합의 정식 의뢰를 받고 파견된 작업자들입니다. 의뢰 수행을 위해 방파제 계류장을 사용하는 것은 계약에 포함된 당연한 권리입니다.”

“그 권리는 정규 작업 시간 내에 정상적인 절차를 밟았을 때나 해당하는 말이지.”

바란이 양피지를 한결의 코앞으로 들이밀었다.

“침수 창고 사태 이후 이 방파제는 특별 위험 구역으로 지정되어 긴급 계류세가 부과되고 있다. 지난밤부터 너희가 이 부두를 점거하고 작업을 지연시킨 데 대한 대가다. 제7방파제 야간 접안료 및 잔류 계류비 백사십 골드.”

“백사십 골드?!”

세아의 목소리가 경악으로 떨렸다. 조수갈매기의 석 달치 밀린 임대료 전체보다도 큰 금액이었다.

아린이 기가 찬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 방파제는 배가 닿지도 못하게 조합이 쇠사슬로 틀어막아 놓은 폐쇄 구역이다. 닿지도 않은 배에 야간 접안료를 매긴다고? 날강도도 네놈들처럼은 돈을 안 뜯어 가겠다!”

“입 닥쳐라 아린 바크. 조합 검수에서 퇴출당한 불법 대장장이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바란의 눈빛이 서늘하게 굳었다. 그는 무장 경비병들에게 턱짓을 했다. 경비병들이 손에 쥔 쇠몽둥이를 가볍게 두드리며 일행을 포위하듯 거리를 좁혀 왔다.

“지금 즉시 백사십 골드를 납부해라. 지불 능력이 없다면 현장의 모든 회수 장비와 작업 도구를 압류하고 조수갈매기 파티의 등록을 영구 말소하겠다. 거부하면 공무 집행 방해로 즉시 하층 구치소에 수감될 것이다.”

페른이 바란의 등 뒤에서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정오까지 버티며 기록을 남기려던 모든 노력을 이 터무니없는 접안료 청구서 한 장으로 단숨에 짓밟아 뭉개 버리려는 수작이었다. 돈이 없는 하급 파티는 서명하거나 감옥에 가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미르카의 손톱이 날카롭게 뻗어 나왔다. 그녀는 언제든 달려들 준비를 마친 맹수처럼 몸을 낮췄다.

“한결. 저 썩은 서류를 찢어 버리고 길을 뚫자. 저놈들은 처음부터 우리를 살려 보낼 생각이 없었어.”

“기다리십시오.”

한결이 낮고 또렷한 목소리로 제지했다.

그는 흥분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가 무리수를 둘 때야말로 빈틈이 가장 크게 드러나는 법이다.

한결은 바란이 내민 청구서로 시선을 옮겼다.

“청구서 원본을 확인하겠습니다.”

“봐야 달라질 것은 없다. 조합장의 직인이 찍힌 정식 문서다.”

바란이 비웃으며 양피지를 내밀었다.

한결의 손가락이 거친 양피지 표면에 닿는 순간 관자놀이 안쪽에서 묵직한 망치로 후려치는 듯한 격통이 일어났다.

쩌저적―!

시야가 순식간에 암전되었다가 붉은빛 글자들이 불길처럼 타오르며 떠올랐다.

[문서명: 제7방파제 긴급 접안료 청구서]
[미반영 하역 지연 손실: 320골드]
[허위 야간 접안료 부과: 140골드]
[침수 창고 은폐 보상금: 120골드]

머릿속이 지끈거리며 현실 세계의 기억 한 조각이 하얗게 지워져 나갔다. 매일 타던 지하철 노선의 환승역 이름 하나가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듯한 섬뜩한 상실감. 하지만 한결은 이를 악물고 눈앞의 숫자를 똑똑히 응시했다.

숫자는 답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진실의 윤곽을 드러낸다.

‘하역 지연 손실 삼백이십 골드…… 그리고 허위 접안료 백사십 골드.’

퍼즐의 조각들이 순식간에 맞춰졌다.

조합은 창고의 수문을 고의로 막아 침수시켰다. 그로 인해 방파제에 입항하려던 상단들의 화물 하역이 무기한 지연되었고 발생한 손실액이 무려 320골드에 달했다. 조합은 그 막대한 지연 손실의 일부를 메우고 사건을 덮기 위해 조수갈매기 같은 힘없는 하급 파티에게 가짜 ‘야간 접안료 140골드’를 뒤집어씌우려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건을 침묵시키는 대가로 책정된 120골드의 협조비까지.

한결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손을 뗐다. 두통이 잦아들고 시야가 맑아졌다.

그의 눈동자에는 더 이상 망설임이나 두려움이 남아 있지 않았다.

“바란 검수관님.”

한결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이 청구서는 무효입니다.”

바란의 눈썹이 꿈틀했다.

“뭐라고?”

“이 양피지에 적힌 부과 근거는 ‘어젯밤 제7방파제 무단 접안 및 계류’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조수갈매기 파티가 방파제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늘 오전 열 시 삼십 분입니다.”

한결은 가방에서 페른이 서명한 현장 확인서를 펼쳐 바란의 눈앞에 들어 보였다.

“여기 항만조합 서기 페른 님의 친필 서명이 있습니다. 장비 확인 시각 오전 10시 30분 작업 구역 진입 시각 오전 11시 10분. 현장 도착부터 지금까지 조합의 관리 하에 공식 의뢰를 수행 중이었음이 조합 서기의 서명으로 명백히 입증되어 있습니다.”

바란의 시선이 페른을 향해 사납게 꽂혔다. 페른은 사시나무 떨듯 떨며 뒷걸음질을 쳤다.

“서기 페른! 네놈이 저런 문서에 서명을 해 줬단 말이냐?”

“그 저…… 규정에 따라 단순 장비 확인을……”

“페른 서기님은 정당한 공무를 수행했을 뿐입니다.”

한결이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어젯밤에 있지도 않았던 파티에게 야간 접안료를 청구하시려면 어젯밤 제7방파제에 입항했던 실제 선박의 접안 원장과 하역 기록을 가져오셔야 합니다.”

바란의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졌다.

“일개 하급 매니저 놈이 감히 조합의 원장 조사를 요구해?”

“요구가 아니라 당연한 권리입니다.”

한결은 물러서지 않고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저희에게 야간 접안료 백사십 골드를 청구하시겠다면 좋습니다. 지금 즉시 조합 본청의 입출항 원장과 제7방파제 침수 선포 공고 시점을 대조합시다. 왜 정식 입항 선박들이 하역을 하지 못하고 발이 묶였는지 그로 인해 발생한 지연 손실이 왜 엉뚱하게 하급 파티의 계류비로 둔갑했는지 조합 감사관실과 상단 연합회 앞에서 명명백백하게 밝히면 될 일입니다.”

‘하역 지연 손실’이라는 단어가 한결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바란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심하게 요동쳤다.

절대로 하급 모험가의 입에서 나와서는 안 되는 항만 물류의 핵심 전문 용어이자 조합이 필사적으로 감추고 있던 치부였다.

바란의 손이 허리춤의 의장검 손잡이 위에서 굳어졌다. 그 뒤의 무장 경비병들도 상관의 동요를 느끼고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아린이 황동 렌즈를 만지작거리며 껄껄 웃었다.

“거 참 시원하군! 원장 대조 한번 해 보자고. 나도 내 공방 압류 서류 들고 가서 조합 장부랑 한번 맞춰 보고 싶던 참이었다!”

미르카 역시 서슬 퍼런 눈빛으로 바란을 노려보며 덧붙였다.

“검수관 나리. 원장을 가져오든지 아니면 칼을 뽑든지 둘 중 하나를 골라. 우린 도망 안 갈 테니까.”

팽팽한 긴장감이 방파제 위를 짓눌렀다.

바란은 이를 갈며 한결을 쏘아보았다. 눈앞의 청년은 단순한 잔챙이 매니저가 아니었다. 장부의 구조와 물류의 약점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위험한 인물이었다.

여기서 억지로 완력을 썼다가는 페른이 남긴 공식 서명 문서와 이 자의 입을 통해 상단 연합회에 소문이 퍼질 위험이 있었다.

댕― 댕― 댕―

그때 먼 항구 중앙탑에서 정오를 알리는 묵직한 종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바란이 서서히 손을 내렸다. 그의 입꼬리가 뒤틀리며 살벌한 독기가 흘러나왔다.

“……말재간이 제법이군 류한결.”

바란은 청구서를 거칠게 구겨 품에 넣었다.

“정오 종이 울렸다. 의뢰 기한은 끝났다. 하지만 네놈이 그렇게 원장 대조를 원한다면 오후 만조 때까지 시간을 주지. 그때까지 정식으로 하역 손실과 접안료를 소명하지 못하면 파티 해체는 물론이고 네놈 목에 쇠사슬을 채워 바다에 던져 넣겠다.”

바란은 몸을 돌려 순찰선 도교로 성큼성큼 걸어 올라갔다.

“페른! 멍청하게 서 있지 말고 따라와!”

페른은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표정으로 허겁지겁 배에 올라탔다.

순찰선이 거친 엔진음을 내뿜으며 방파제에서 멀어져 갔다.

세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주저앉을 뻔한 것을 미르카가 부축했다.

“한결 씨…… 정말 괜찮은 건가요? 저들은 오후에 진짜 지원 병력을 데려올 거예요.”

“괜찮지 않습니다.”

한결이 차분하게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 관자놀이의 통증은 가라앉았지만 가슴속은 차갑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확실해졌습니다. 창고의 수문을 막은 이유도 우리에게 억지 접안료를 씌운 이유도 전부 하나로 이어져 있습니다.”

한결은 창고 안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썰물이 시작되며 검은 물이 수문 아래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오후 만조가 오기 전에 저 수문을 열어야 합니다. 수문 뒤에 갇혀 있는 진짜 ‘하역 화물’을 꺼내야 우리가 이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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