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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프로게이머가 너무 강함3화

회귀한 프로게이머가 너무 강함

회귀한 프로게이머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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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손목은 괜찮다

병원 복도는 특유의 소독약 냄새로 서늘했다.

블레이즈 구단 협력 정형외과 대기실 벽면에는 여러 e스포츠 구단과 유명 선수들의 사인 유니폼이 걸려 있었다. 그 아래 가죽 소파에 나란히 앉은 박진성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얼굴로 다리를 떨었다.

“형 진짜 어디 안 좋아? 아까 솔랭 보니까 날아다니던데 왜 갑자기 정밀 검사까지 받겠다는 거야?”

“아파서 온 게 아니야.”

강도현은 차분하게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손목을 가볍게 쥐었을 때 느껴지는 뼈마디의 감각은 단단하고 고요했다. 하지만 기억 속의 통증은 너무나 생생했다. 수술대 위에서 들이마시던 차가운 마취 가스, 재활 치료실에서 손가락이 굳어 움직이지 않을 때 흐르던 식은땀, 의사가 고개를 저으며 현역 생활은 불가능하다고 선언하던 순간까지.

그 기억이 흉터처럼 뇌리에 남아 있었다.

스스로 느끼는 감각과 의학적 진단은 다른 문제였다. 구단과 세상에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다가올 무리한 혹사와 잘못된 처방을 거부하기 위해서라도 공인된 진료 기록이 필요했다.

“강도현 님, 진료실로 들어오세요.”

간호사의 부름에 도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성이 따라오려 하자 도현은 가볍게 손을 들어 만류했다.

“여기서 잠깐 기다려.”

진료실 안에는 흰 가운을 입은 중년의 의사가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벽에 걸린 자격증에는 수많은 e스포츠 프로 구단의 전담 주치의 경력이 적혀 있었다. 전생에서도 도현의 손목을 수차례 진료했던 바로 그 의사였다.

“도현 선수, 오랜만이네요. 손목 쪽에 불편한 곳이 있나요? 개막 전이라 무리하게 연습을 늘렸을 텐데.”

“정밀하게 확인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엑스레이랑 신경 전도 검사, 초음파까지 전부 부탁드립니다.”

의사는 다소 의아한 눈빛을 보였다. 보통 어린 프로게이머들은 통증이 극에 달해 마우스를 쥐지 못할 때가 되어서야 마지못해 병원을 찾곤 했다. 먼저 찾아와 전면적인 정밀 검사를 요구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좋습니다. 기본 관절 상태부터 차례대로 봅시다.”

검사는 곧바로 이어졌다.

엑스레이 촬영실의 푸른 불빛 아래에서 손목을 여러 각도로 꺾었다. 이어 진료실 침대에 앉아 신경 전도 검사 장비를 손가락 끝과 팔꿈치 안쪽에 부착했다. 미세한 전류가 손목을 타고 흐를 때마다 모니터에 파형 그래프가 날카롭게 튀어 올랐다.

마지막으로 차가운 젤을 바르고 초음파 탐촉자가 손목 터널 부위를 훑었다.

의사는 모니터 화면을 확대하며 눈을 가늘게 떴다. 마우스를 조작하는 손길이 점차 빨라졌다. 몇 번이고 화면의 수치와 인대 두께를 재측정하던 의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네요.”

도현의 가슴이 미세하게 덜컥 내려앉았다.

“어디에 문제가 있습니까?”

“아니요, 반대입니다.”

의사는 안경을 고쳐 쓰며 모니터를 도현 쪽으로 돌려주었다.

“터널 내부 공간이 아주 넓고 정중신경의 압박 소견이 전혀 없습니다. 인대 주변에 미세한 염증이나 부종의 흔적조차 없어요. 신경 전달 속도는 일반 성인 평균치보다 20퍼센트 이상 빠릅니다.”

모니터에는 깨끗하고 매끄러운 손목 관절과 인대의 단면이 선명하게 나타나 있었다.

“쉽게 말하면 이 손목은 프로게이머의 손이 아니라 갓 운동을 시작한 건강한 청소년의 관절 상태에 가깝습니다. 통증이나 저림을 느낄 이유가 물리적으로 아예 없어요. 최근에 마우스 잡는 폼을 바꾸거나 특수한 스트레칭이라도 했습니까?”

“……아닙니다.”

도현은 가만히 차트를 응시했다.

완벽한 정상. 아니, 정상 그 이상의 상태.

전생에서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혔던 만성 염증도 신경을 짓누르던 두꺼워진 인대도 이곳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회귀와 함께 육체 자체가 통증을 겪기 전의 가장 완전한 형태로 돌아온 것이 확실했다.

“소견서와 진단 기록은 뗄 수 있을까요?”

“얼마든지요. 오히려 구단 측에 이 상태를 유지하도록 관리하라고 권고문을 써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진료실을 나서는 도현의 손에는 공인된 정밀 진단서가 들려 있었다.

대기실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진성이 벌떡 일어나 다가왔다.

“형, 어떻게 됐어? 의사가 뭐래? 어디 다친 건 아니지?”

“응. 멀쩡하대.”

도현은 서류 봉투를 가볍게 털어 보이며 걸음을 옮겼다.

“숙소로 가자.”

진성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뒤를 따르면서도 도현의 가벼운 발걸음에 안도하는 눈치였다.


오후 2시, 블레이즈 연습실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점심 식사를 마친 팀원들이 각자의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켜고 있었다. 탑 라이너와 바텀 듀오는 서로 귓속말을 나누며 도현의 빈자리를 흘끔거렸다.

“도현이 형 손목 안 좋다며? 이번 서머 시즌 주전 교체된다는 소문도 돌던데.”

“프런트에서 서브 미드 올리려고 간 보는 중이라더라. 솔직히 저번 시즌 후반부터 폼이 좀 흔들리긴 했잖아.”

“미드가 무너지면 우리 팀은 진짜 끝장인데.”

어린 선수들의 불안은 쉽게 불신으로 번졌다. 지난 시즌 하위권에 머물렀던 팀의 분위기는 바닥을 치고 있었고 구단 수뇌부가 연봉 삭감과 주전 교체를 빌미로 선수들을 압박한다는 흉흉한 소문이 연습실을 맴돌았다.

문이 열리며 도현과 진성이 들어섰다.

순간 연습실의 웅성거림이 뚝 끊겼다.

탑 라이너 최민우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다.

“도현이 형, 병원 갔다 왔다면서요? 손목은 좀 어때요? 오늘 연습 스케줄 소화할 수 있어요?”

말투는 걱정이었지만 눈빛에는 의구심이 짙게 배어 있었다. 주전 미드의 컨디션이 무너지면 이번 시즌 전체가 통째로 날아갈 판이었다.

도현은 굳이 해명하는 대신 자신의 자리로 걸어갔다.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켜자 익숙한 바탕화면이 떴다. 그는 구단 공용 폴더에서 프로게이머용 피지컬 측정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에임 리액션 & APM 트레이너.’

프로팀에서 선수들의 순수 반응속도와 타점 클릭 정확도를 수치화하기 위해 매일 사용하는 공식 테스트 툴이었다. 화면 곳곳에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미세한 원을 0.1초 단위로 클릭하고 무작위로 튀어나오는 스킬 투사체를 회피하는 방식이었다.

블레이즈 내에서 평균 반응속도 1위는 0.14초대였고 최고 APM은 380 안팎이었다.

“형, 그거 하게?”

진성이 옆자리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주변에 있던 바텀 듀오와 탑 라이너도 의자를 돌려 도현의 화면을 주목했다.

도현은 마우스 감도를 800DPI로 맞추고 키보드 위에 왼손을 얹었다. 손목 받침대도 쓰지 않았다. 손끝이 책상 표면을 가볍게 스치며 자리를 잡았다.

‘과거의 나는 이 수치에 얽매여 손가락을 억지로 쥐어짰지.’

통증을 숨기기 위해 마우스를 쥐는 힘만 강해졌고 그럴수록 타점은 미세하게 빗나갔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도현이 시작 버튼을 눌렀다.

카운트다운이 끝나자마자 화면 사방에서 붉은색 타깃이 번쩍이며 나타났다.

탁, 타다닥!

연습실 안에 날카로운 마우스 클릭음이 연쇄적으로 폭발했다.

도현의 오른손은 거의 흔들리지 않았다. 손목의 미세한 스냅과 손가락 끝의 감각만으로 커서가 화면의 픽셀 단위를 정확하게 가로질렀다. 나타나는 타깃마다 0.01초의 오차도 없이 중앙을 꿰뚫었다.

투사체 회피 모드가 시작되며 화면 전체가 어지러운 궤적으로 뒤덮였다.

타타타탁!

키보드의 Q, W, E, R 키가 쉴 새 없이 눌렸다. 화면 속 캐릭터는 칼날 같은 궤적 사이를 종이 한 장 차이로 미끄러져 나갔다.

“……어?”

최민우의 입에서 멍한 탄성이 튀어나왔다.

뒤에서 지켜보던 원거리 딜러와 서포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현의 손가락은 눈으로 좇기 힘들 만큼 빨랐지만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전혀 없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는 불규칙한 소음이 아니라 완벽하게 조율된 메트로놈처럼 일정했다.

1분간의 측정이 끝나고 결과 창이 떠올랐다.

[ 평균 반응속도: 0.112초 ]
[ 타점 정확도: 99.4% ]
[ 평균 APM: 462 / 순간 최고 APM: 548 ]
[ 종합 랭크: S+ (리그 최상위 0.01%) ]

연습실 안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0.11초대의 반응속도. 순간 APM 540 돌파.

이건 블레이즈 팀의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수준이 아니었다. 리그 1위 팀의 괴물 미드라이너들이 최전성기에나 찍어내는 초인적인 수치였다. 손목 부상으로 기량이 꺾였다는 선수가 보여줄 수 있는 결과가 아니었다.

“이거…… 버그 아니에요?”

원거리 딜러가 침을 꿀꺽 삼키며 중얼거렸다.

진성이 도현의 서류 봉투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버그는 무슨. 형 아까 병원 가서 정밀 검사받고 왔어. 손목 상태 완전 깨끗하대.”

도현은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팀원들을 돌아보았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고요했고 숨소리조차 흐트러지지 않았다.

“수치만으로는 실감이 안 나지?”

도현은 게임 클라이언트를 켰다.

“민우야, 방 파. 1대 1 라인전 한 판 하자.”


최민우는 마른침을 삼키며 연습실 커스텀 방에 접속했다.

탑 라이너인 그는 팀 내에서 순수 피지컬과 라인전 무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해 왔다. 비록 미드와 탑이라는 포지션 차이가 있지만 1대 1 미드 라인전 룰에서는 챔피언 상성과 손싸움이 승패의 전부였다.

‘도현이 형이 아무리 손목이 나았다고 해도 반응속도 테스트랑 실전 라인전은 달라.’

최민우는 자신의 모스트 픽인 검사형 돌진 챔피언을 골랐다. 초반 근접 맞딜과 기동성이 최상급인 카드였다.

도현은 다루기 까다롭기로 유명한 원거리 마법 챔피언을 선택했다. 사거리는 길지만 논타깃 스킬이 많고 몸이 약해 한 번만 거리를 내주면 순식간에 찢기는 픽이었다.

“선취점이나 CS 50개 먼저 먹는 쪽이 승리다.”

도현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미니언들이 미드 중앙에서 부딪쳤다.

1레벨. 최민우는 미니언 뒤에 숨어 각을 쟀다. 상대 마법사가 평타로 견제하려 다가오는 순간 돌진기로 거리를 좁혀 딜교환을 걸 생각이었다.

하지만 도현의 움직임은 상상을 초월했다.

도현의 캐릭터는 평타 사거리의 가장 바깥 테두리에서 단 1픽셀도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최민우가 돌진기 사거리에 닿으려는 찰나에만 평타를 한 대 치고 즉시 반 걸음 물러났다.

탁. 툭.

돌진기를 쓰려고 마우스를 올리는 순간마다 도현의 평타가 어깨에 꽂혔다.

“아, 사거리가 왜 이래?”

최민우의 체력이 야금야금 깎여 나갔다.

2레벨이 찍히는 순간 최민우는 승부수를 띄웠다. 미니언을 타고 넘는 돌진기로 순식간에 도현의 코앞까지 파고들며 참격을 날렸다.

확실하게 닿는 거리였다.

그러나 도현은 상대의 칼날이 허공을 가르기 직전 옆으로 미끄러지듯 이동기를 썼다. 참격이 스치지도 않은 자리에서 도현의 마법 구체가 최민우의 가슴에 정확히 박혔다.

콰앙!

둔화가 걸린 최민우에게 연타가 쏟아졌다.

최민우는 당황하여 점멸로 거리를 벌리려 했다. 하지만 도현은 상대의 점멸 착지 지점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미리 스킬을 깔아 두고 있었다.

번쩍!

빛이 폭발하며 최민우의 챔피언이 바닥에 쓰러졌다.

[ First Blood! ]

경기 시작 2분 40초.

도현의 체력은 90퍼센트 이상 남아 있었다. 반면 최민우는 단 한 번의 유효 타격도 입히지 못한 채 완벽하게 제압당했다.

최민우는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았다.

단순히 손이 빠른 수준이 아니었다. 자신의 모든 행동 패턴과 진입 타이밍이 손바닥 위에 올려진 장기말처럼 읽히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최민우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연습실 뒤편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바텀 듀오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방금 전까지 도현의 손목 부상과 벤치행을 수군거리던 공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들의 눈빛에 담긴 것은 의심이 아니라 경외감이었다.

도현은 헤드셋을 벗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오른손 손목을 가볍게 돌려 보았지만 뻐근함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전성기의 완벽한 피지컬에 7년간의 뼈저린 경험으로 다져진 뇌지컬이 결합하자 라인전은 너무나 선명하고 쉬웠다.

“손목 문제는 이제 없다.”

도현의 건조한 목소리가 연습실에 울렸다.

“그러니까 쓸데없는 소문에 흔들리지 말고 스크림 준비해.”

“……네, 형!”

최민우가 저도 모르게 허리를 곧게 펴며 대답했다. 진성을 비롯한 팀원들의 표정에도 전에 없던 활기와 결기가 차올랐다.

도현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자신의 몸 상태와 팀원들의 신뢰는 확보했다. 이제 다음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명확했다.

전생의 기억에 따르면 며칠 뒤 구단 프런트는 손목 부상설을 핑계 삼아 도현에게 헐값의 불공정 재계약서를 들이밀 예정이었다. 선수를 보호하기는커녕 도구로 쓰다 버리려 했던 악덕 수뇌부의 그림자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복도로 나선 도현의 귓가에 저 멀리 사무실 쪽에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고성이 스쳤다.

신임 매니저 윤성호의 분노 섞인 목소리였다.

도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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