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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그래프로 갓물주2화

미래 그래프로 갓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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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빚보다 먼저 잡을 것

수익금은 만 원을 조금 넘겼다.

한도준은 거래 내역을 세 번 새로고침했다. 체결가와 수수료를 뺀 숫자가 화면 아래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손바닥만 한 휴대폰 속 초록색 잔고는 작았다. 그래도 어젯밤까지 없던 돈이었다.

도준은 입술을 눌렀다.

부자가 되기에는 우스운 금액이었다. 라면값을 아끼던 사람이 갑자기 인생을 바꿀 돈도 아니었다.

그러나 세림모션의 푸른 선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가 증권 앱을 닫자마자 대출 앱 알림이 화면 위를 밀고 들어왔다.

납부 예정일 D-3

도준은 잠깐 눈을 감았다. 기분 좋게 뛰던 심장이 제자리로 내려앉았다. 이자와 원금 일부를 합친 납부액은 십칠만 원이었다. 오늘 번 돈을 전부 보태도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원룸 한쪽에 놓인 냉장고가 낮게 웅웅거렸다. 도준은 문을 열었다. 생수 반 병과 김치 통. 어제 사 온 컵라면 두 개가 전부였다.

“좋아할 때가 아니네.”

그는 냉장고 문을 닫았다.

아진전자를 다시 열었다.

현재 차트는 지루할 만큼 평평했다. 오늘의 가격은 수십 원씩만 오르내렸다. 그러나 화면 위에 겹친 붉은 선은 달랐다. 한 달 뒤부터 가파르게 솟구친 선은 중간에 숨을 고르는 일도 없이 일 년 뒤까지 뻗어 있었다.

도준은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했다.

한 주 가격은 생각보다 높았다. 지금 증권 계좌에 든 돈으로는 몇 주 사는 것도 빠듯했다. 그래프가 열 배가 되어도 병원비와 빚을 한꺼번에 지울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계산기를 열었다가 곧 껐다.

계산은 단순했다. 기회를 잡을 돈이 없었다.

종목 목록을 천천히 내리던 손가락이 멈췄다.

대성로직.

도준은 이름을 들어 본 기억이 없었다. 현재 차트도 볼품없었다. 며칠째 거래량 없이 바닥을 기던 소형주였다. 그런데 미래 그래프 위에서만 선이 살아 있었다.

내일 오전 아홉 시 반부터 붉은 선이 급하게 들렸다. 열한 시를 조금 앞둔 지점에서 꼭짓점을 찍고 바로 푸른 선으로 꺾였다. 세림모션보다 상승 폭은 컸다. 대신 꺾이는 속도도 훨씬 빨랐다.

도준은 종이를 꺼냈다.

대성로직. 오전 10시 50분 전후.

글씨를 적고 나서도 손끝이 멈췄다.

전 재산을 넣으면 더 빨리 불릴 수 있었다. 오늘 만 원을 벌었으니 내일은 몇 만 원도 가능했다. 머릿속 숫자는 쉽게 커졌다.

하지만 도준은 대출 앱으로 돌아갔다. 납부 예정 금액 아래에 찍힌 날짜를 오래 바라봤다. 그 돈까지 잃으면 사흘 뒤에는 어머니에게 아무 일 없다는 말조차 하기 어려워진다.

그는 증권 계좌의 돈을 다시 나눴다. 대출 납부액과 이틀치 생활비는 은행 계좌에 남겼다. 투자금으로 옮긴 것은 세림모션 수익까지 합친 십삼만 원이었다.

“틀리면 여기까지야.”

그래프가 진짜라는 걸 믿는 것과 가진 돈을 전부 내던지는 일은 달랐다.

도준은 대성로직 매수 주문을 넣었다.

주문 체결 알림은 허무할 만큼 조용했다.

그날 밤 그는 잠들기 전까지 대성로직 차트를 몇 번이나 열었다. 화면 속 붉은 선은 바뀌지 않았다. 눈을 비벼도 꼭짓점은 오전 열한 시 부근에 그대로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도준은 알람보다 먼저 깼다.

출근 시간에 맞춰 울리던 알람을 끄고 바닥에 앉았다. 계약 종료일까지는 며칠 남았지만 오늘은 물류센터에 나갈 수 없었다. 휴대폰 하나를 붙들고 숨을 죽여야 할 날이었다.

아홉 시.

대성로직이 열렸다.

시초가는 전날보다 낮았다.

도준의 잔고가 바로 파랗게 바뀌었다. 손실률 마이너스 1.2퍼센트. 그는 괜히 화면을 한 번 껐다가 다시 켰다. 숫자는 더 낮아져 있었다.

아홉 시 십 분에는 마이너스 2퍼센트가 됐다.

“미치겠네.”

어제는 한 주였다. 오늘은 십삼만 원 전부가 걸려 있었다. 손실이 몇 천 원 늘어날 때마다 종아리가 굳는 느낌이 들었다.

커뮤니티 창을 열자 맨 위에 대성로직 글이 떠 있었다.

관리종목 간다. 탈출해라.

거래량도 없는데 누가 사냐.

댓글은 짧고 단정적이었다. 도준은 그 문장을 읽지 않으려 했지만 손가락은 이미 화면을 내리고 있었다.

아홉 시 이십오 분.

손실률은 마이너스 3.1퍼센트까지 내려갔다.

매도 버튼이 손가락 바로 아래에 있었다. 지금 팔면 이틀치 식비가 사라진다. 그래도 납부액은 지킬 수 있었다.

도준은 고개를 들었다. 창문도 없는 방의 천장이 낮게 내려와 있었다. 이 방에서 더 버티는 장면이 너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때 화면 위의 붉은 선이 눈에 들어왔다.

현재 시각을 표시하는 작은 빛은 아직 바닥을 지나고 있었다. 붉은 선이 치솟는 지점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도준은 휴대폰을 두 손으로 잡았다.

“이유는 모르겠어도 결과는 봤잖아.”

아홉 시 삼십이 분.

호가창의 매도 물량이 조금씩 줄었다. 한 칸 오르던 가격이 다시 한 칸 밀렸다.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 거래량 숫자가 튀었다.

아홉 시 삼십오 분.

대성로직이 전날 종가를 회복했다.

커뮤니티 글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반도체 장비 업체와 공급을 논의 중이라는 출처 없는 문장이 복사된 듯 여러 게시판에 올라왔다. 사람들은 방금 전의 비관을 지우고 매수 버튼을 찾기 시작했다.

도준은 글을 닫았다.

그래프는 뉴스보다 빨랐다. 그래프가 없었다면 그도 지금 이 소문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헤매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계약의 내용이 아니었다. 언제 올라가고 언제 꺾이는지였다.

아홉 시 사십 분.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처음에는 0.8퍼센트였다. 그 다음에는 2퍼센트. 호가창의 빨간 숫자가 한 줄씩 위로 밀려났다. 도준은 무릎을 세우고 화면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아홉 시 오십 분이 지나자 가격은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어제의 세림모션과는 달랐다. 매수 물량이 사라지는 속도가 눈에 보일 정도였다. 잔고의 평가금이 몇 백 원 단위가 아니라 천 원 단위로 바뀌었다.

그는 종이에 적어 둔 시간을 봤다.

10:50 전후.

열 시 이십 분.

수익률은 11퍼센트를 넘었다.

도준의 목이 바싹 말랐다. 그래프의 꼭짓점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대출 납부액을 빼고도 아진전자 주식을 더 살 수 있을지 모른다.

‘한 번만 더.’

어제와 똑같은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속삭였다.

도준은 이를 악물었다.

그는 그래프의 붉은 선 끝을 봤다. 꼭짓점 뒤에는 긴 푸른 선이 기다리고 있었다. 현실의 숫자가 아무리 빨갛게 번져도 저 선은 바뀌지 않았다.

열 시 사십칠 분.

그래프 속 꼭짓점 바로 아래에서 작은 빛이 깜빡였다.

현실의 호가창은 여전히 올라가고 있었다. 손가락은 움직이지 않았다. 마지막 한 칸이 아까웠다.

그러나 도준은 손을 뻗었다.

매도 버튼을 눌렀다.

주문은 한 번에 체결되지 않았다. 1초가 길게 늘어졌다. 화면에 남은 수량이 줄어드는 사이 가격이 한 칸 더 뛰었다.

‘잘못 팔았나.’

체결 알림이 울렸다.

바로 다음 순간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빨간 숫자가 멈췄다. 뒤늦게 뛰어든 매수세가 잠깐 버텼지만 가격은 두 칸씩 밀렸다. 대성로직의 분봉은 꼭대기에 짧은 꼬리를 남기고 아래로 꺾였다.

도준은 의자도 없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휴대폰을 내려놓자 손목이 얼얼했다. 그는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심장 소리만 귀 안쪽에서 크게 울렸다.

수익금은 삼만 팔천 원 남짓이었다.

큰돈은 아니었다. 그러나 세림모션 수익과 합치자 납부액을 빼고도 여유가 생겼다. 아진전자를 몇 주로 끝내지 않아도 될 만큼의 돈이었다.

도준은 대출 납부액 십칠만 원을 별도 계좌로 옮겼다. 이체가 완료되자 어깨에서 무언가 하나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이 돈은 투자금이 아니었다.

사흘 뒤에도 고개를 들고 있을 수 있게 해 주는 돈이었다.

그는 남은 금액을 다시 계산했다. 당장 쓸 생활비를 떼고 어머니에게 보낼 돈을 골랐다. 송금 창에 금액을 입력하려는 순간 어머니의 메시지가 먼저 도착했다.

점심은 먹었니? 병원 밥은 영 별로네.

도준은 한참 그 문장을 봤다.

그는 병원비 명목으로 오만 원을 보냈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어머니가 두 번 만에 받았다.

“도준아. 너 또 돈 보냈어?”

“이번에 잔업 수당이 좀 들어왔어요.”

“네가 더 아껴야지. 나는 괜찮아.”

“저 괜찮아요. 점심 챙겨 드세요.”

거짓말은 짧았다. 길게 설명하면 목소리가 흔들릴 것 같았다.

어머니는 한 번 더 걱정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통화가 끝난 방은 전보다 조용했다. 하지만 도준은 처음으로 그 조용함이 무섭지 않았다.

그는 아진전자 차트를 열었다.

붉은 선은 여전히 한 달 뒤를 향해 뻗어 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끝만 보지 않았다. 상승 직전 며칠 동안 선이 한 번 더 낮게 눌리는 구간이 보였다. 그 뒤에야 기다렸다는 듯 선이 솟았다.

전액 매수는 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 절반을 사고 눌림이 오면 나머지를 넣는다. 그래프는 결과만 보여 줬다. 그 결과에 닿는 방법은 도준이 정해야 했다.

그는 남은 투자금의 절반으로 아진전자를 샀다.

주문 체결 알림이 울렸다.

몇 초 뒤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처음 보는 번호였다.

도준은 통화 화면을 내려다봤다. 보험 영업일 수도 있었다. 대출 관련 독촉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손가락이 통화 버튼으로 가지 않았다.

진동이 멈췄다.

곧 같은 번호가 다시 걸려 왔다.

도준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번호를 저장했다.

모르는 번호 1.

화면이 다시 차트로 돌아왔다. 아진전자의 현재 가격 위로 붉은 선이 조용히 겹쳐 있었다.

도준은 그 선을 보며 휴대폰을 꽉 쥐었다.

빚을 피할 돈은 만들었다.

이제는 그 돈이 자신을 어디까지 데려갈지 확인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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