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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감독, 축구 신이 되다45화

방구석 감독, 축구 신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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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버려진 순서

복도 끝 폐기 대기함 앞은 서늘했다.

철제 대기함 모서리에는 누군가의 발끝에 스친 자국이 길게 남아 있었다.

아서 웨스트가 문 손잡이로 손을 뻗으려 했다.

"바로 열어서 내용물부터 꺼내 보죠. 안에 바구니가 통째로 들어갔다면 바로 끝날 일 아닙니까."

"아닙니다."

시우가 아서의 앞을 막아서며 고개를 저었다.

"문을 열면 안에 쌓인 순서가 흐트러집니다. 손잡이와 문틀부터 찍고 옆에 꽂힌 대기표 원본을 먼저 확보해야 합니다."

아서는 잠시 숨을 들이켰다가 손을 거두었다.

"좋습니다. 시우 당신 말대로 하죠."

조 코치가 카메라를 들고 대기함 전면으로 다가섰다.

문 손잡이 주변의 마른 지문 흔적과 문짝 하단 틈새의 먼지를 먼저 촬영했다.

대기함 옆면에는 플라스틱 투명 주머니가 단단히 부착되어 있었다.

그 안에는 반으로 접힌 종이 한 장이 꽂혀 있었다.

앤서 핌스가 장갑을 낀 손으로 종이 모서리를 조심스럽게 집어 올렸다.

"폐기 대기표 원본입니다. 오늘 오후 작업분이 맞습니다."

시우는 종이를 넘겨받아 평평한 판 위에 올려놓았다.

종이 상단에는 날짜와 구역 번호가 찍혀 있었다.

아래 수기 작성란에는 볼펜으로 적힌 다섯 줄의 기록이 남아 있었다.

1번: 케이블 타이 잔여물 1봉.
2번: 에어캡 완충재 조각 다수.
3번: 손상된 고무 패드 2개.
4번: 비닐 포장 파지.
5번: 소형 포장 봉투.

아서가 마지막 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소형 포장 봉투…… 바구니가 아니라 봉투라고 적혀 있군요."

"기재 시각을 보십시오."

시우가 가리킨 칸에는 흐릿한 숫자가 적혀 있었다.

15:18:50.

카트 2번이 적치 구역에 멈춰 선 15:18:03 이후였다.

대기함 문이 열렸던 15:18:41과 닫혔던 15:19:02 사이의 정확한 시간대였다.

앤서가 마른침을 삼키며 말했다.

"적치 구역에 있던 여섯 번째 바구니에서 봉투만 꺼내 대기함에 넣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능성일 뿐입니다."

시우는 차분하게 말을 얹었다.

"대기표에 적힌 글씨가 실제로 안에 들어간 물건과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문을 열기 전에 기록된 층위와 실측 무게를 맞춰 봐야 합니다."

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섰다.


훈련장에서는 날카로운 휘슬 소리가 잔디를 갈랐다.

벤 올리베리가 중앙 원 근처에서 공을 툭 치며 전진했다.

맞은편에서 수비 조끼를 입은 선수가 양팔을 벌리며 거리를 좁혀 왔다.

벤은 오른쪽 측면으로 쇄도하는 동료의 움직임을 시야 끝에 두었다.

동료는 속도를 올리며 패스를 요구하는 손짓을 하려 했다.

벤은 입을 열지 않았다.

수비수가 안쪽 침투를 막기 위해 왼발에 체중을 싣는 순간까지 기다렸다.

수비수의 무릎이 살짝 굽혀지며 무게중심이 안쪽으로 쏠렸다.

그 찰나였다.

벤이 짧게 끊어 말했다.

"한 박자."

동료는 오른쪽으로 달리는 대신 한 걸음 멈칫하며 궤적을 바깥으로 넓혔다.

벤의 발끝을 떠난 공이 수비수의 뻗은 다리 옆 좁은 틈을 스쳐 지나갔다.

공은 완벽하게 바깥 공간으로 흘러들어 갔다.

동료는 수비수의 방해 없이 자유롭게 공을 잡았다.

골문 구석을 노린 슈팅이 골망을 흔들었다.

벤치에 앉아 있던 마르코 리드가 낮은 목소리로 칭찬했다.

"좋아. 길을 정해 주지 않고 시간만 만들어 줬어. 수비수가 돌아설 틈이 없었지."

복도 의자에 앉아 무릎을 매만지던 리암 애스크도 고개를 끄덕였다.

"동료에게 답을 외치면 수비수도 그 답을 듣습니다. 타이밍만 열어 주는 게 진짜 플레이메이커의 호흡입니다."

터치라인 밖에서 이를 지켜보던 조나 그랜트는 주머니 속 주먹을 꽉 쥐었다.

자신이 잔디 위에 있었다면 더 빠르게 공간을 파고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선 안으로 발을 들이지 않았다.

벤이 수비수의 축을 무너뜨리고 동료에게 선택의 여지를 남겨 주는 방식은 분명 배울 점이 있었다.

조나는 조용히 숨을 내쉬며 벤의 다음 터치를 눈에 새겼다.


분석실 앞 폐기 대기함으로 돌아온 시우는 조 코치에게 신호를 보냈다.

"대기함 문을 엽니다. 열리는 각도와 상단에 놓인 물건부터 차례대로 촬영하세요."

조 코치가 장갑을 고쳐 끼고 조심스럽게 문을 당겼다.

철제 경첩이 작은 마찰음을 내며 열렸다.

대기함 내부는 칸막이 없이 깊은 구조였다.

가장 위에는 투명 테이프로 입구가 감긴 두툼한 은색 완충 봉투가 놓여 있었다.

그 아래로는 구겨진 비닐과 찢어진 고무 패드가 순서대로 층을 이루고 있었다.

대기표에 적힌 1번부터 4번까지의 폐기물이 아래쪽에 깔려 있었다.

5번으로 기재된 소형 봉투가 맨 위에 얹혀 있는 완벽한 역순이었다.

조 코치가 휴대용 전자저울을 꺼내 바닥에 놓았다.

"맨 위 봉투부터 실측하겠습니다."

은색 완충 봉투를 저울 위에 올리자 계측창의 숫자가 빠르게 올라갔다.

588g.

그리고 봉투 주변에 흩어져 있던 작은 비닐 조각과 타이 찌꺼기들의 무게는 총 52g이었다.

합산 640g.

시스템 로그에 기록되었던 대기함의 순증 무게와 정확히 일치했다.

아서가 숨을 죽이며 봉투를 응시했다.

"육백사십 그램의 정체가 바로 이 봉투였군요."

"외피를 먼저 보시죠."

시우가 핀셋을 이용해 봉투 모서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

봉투 겉면에는 얇은 회색 모래 분진이 묻어 있었다.

장비 카트 2번의 바퀴와 남쪽 임시 발판에서 확인되었던 흙의 질감과 육안상 유사했다.

게다가 봉투 중앙부에는 가로 5센티미터, 세로 2센티미터 크기의 직사각형 눌림 자국이 선명했다.

유지보수함 보조키의 태그 규격과 흡사한 형태였다.

앤서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봉투를 지금 뜯어서 안에 키가 들어 있는지 확인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안 됩니다."

시우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봉투 입구를 감싸고 있는 투명 테이프의 접착면과 지문 흔적을 훼손할 수 있습니다. 밀봉 보관함으로 옮겨 원본 상태를 보존해야 합니다."

아서가 조심스럽게 동의했다.

"맞는 말입니다. 성급하게 뜯었다가 나중에 증거 능력을 잃으면 더 큰 문제입니다."

시우는 봉투를 증거 보존용 투명 상자에 담아 밀봉했다.


시우는 앤서에게 저녁 수거 일정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다.

"이 대기함에 모인 폐기물은 몇 시에 어디로 이동합니까?"

앤서가 업무 일지를 넘기며 답했다.

"저녁 여섯 시에 건물 외부 대형 집하장으로 이동하는 외주 수거 카트가 순회합니다. 원래대로라면 이 봉투도 여섯 시에 외부로 나갔을 겁니다."

"그 수거 동선도 지금 즉시 동결해야 합니다. 저녁 수거 담당자가 오더라도 대기함 물품은 인계하지 말고 별도 보관 절차를 거치게 하세요."

"알겠습니다. 시설팀과 경비실에 즉시 지침을 전달하겠습니다."

앤서가 서둘러 통신기기를 들고 복도 쪽으로 걸어 나갔다.

아서는 밀봉된 상자 속 은색 봉투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물건을 없애려 한 것이 아니라 쓰레기 속에 섞어 외부로 반출하려 했던 거군요."

"아직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시우가 냉정하게 말했다.

"봉투 안의 실물이 무엇인지 확인되기 전까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합니다. 다만 물건이 지나간 길과 시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 순간 시우의 시야 한구석에 반투명한 푸른빛 창이 떠올랐다.

[관찰]
버려진 것은 물건이 아니라 물건이 불렸던 이름이다.
남은 것은 순서와 무게다.

시우는 말없이 창을 넘겼다.

임시 보관 묶음이라는 모호한 이름으로 가려졌던 물건이 폐기 대기표의 5번 항목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 무게는 기록된 숫자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아떨어졌다.

그것이 무엇이든 이제 다음 단계는 봉투 외피의 흔적을 정밀 분석하고 저녁 수거 경로를 추적하는 일이었다.

그라운드 너머로 훈련을 마친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진실을 향한 퍼즐은 경기장 안팎에서 조금씩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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