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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 피하려다 국민 헌터의 계약 연인이 되었다8화

세무조사 피하려다 국민 헌터의 계약 연인이 되었다

세무조사 피하려다 국민 헌터의 계약 연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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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연인 역할은 협업입니다

"제대로 연기하라니요. 카일 님은 방금 제안을 받아들인 사람 치고는 너무 당당한데요."

에블린은 급행 서신을 접었다. 정화석의 푸른 빛 아래에서 카일은 서신보다 그녀를 먼저 보고 있었다.

"연인이라는 말은 네가 꺼냈다. 그럼 상대가 어떤 질문을 받을지도 알아야지."

"재무부 감찰은 장부를 봐요. 연애 상담을 하진 않고요."

"사람은 장부보다 표정을 먼저 본다."

그 말은 이상하게 반박하기 어려웠다.

에블린이 아는 재무부 관리들은 숫자보다 먼저 사람의 당황을 뜯어냈다. 장부의 빈칸은 그다음에 찾았다. 감찰 사제라면 더할 것이다.

벽의 수정구에서 한스가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냈다.

"루시안 벨로크 사제에 관해 확인한 바가 있습니다. 그는 정식 질의서를 내기 전 현장을 오래 걷는 편이라고 합니다. 직원이 누구를 보고 입을 다무는지 영주가 어느 방을 먼저 막는지부터 본다고요."

에블린의 미소가 사라졌다.

"우리 직원들이 카일 님을 보고 굳는 건 어쩔 수 없겠네요."

"그건 내가 해결하지."

카일은 짧게 말하고 서신을 집어 들었다. 그의 손가락이 봉인의 재무부 문장을 한 번 훑었다.

"하지만 네가 나를 세무 방패로만 세우면 저 사제는 바로 알아챈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거예요?"

"거짓말을 줄여. 내가 실제로 여기 있는 이유를 만들면 된다."

에블린은 그를 바라보았다.

카일은 자신의 이름을 함부로 쓰지 말라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이름을 빌려주는 방법을 먼저 고르고 있었다. 그녀가 혼자 짠 판에 올라타는 것이 아니라 둘이 함께 판을 고르자는 뜻이었다.

"좋아요. 회복 지원비와 안전 자문비를 분리할게요. 카일 님은 실제로 던전 안전 점검을 하고 저는 그 비용을 지급해요. 개인 관계는 카일 님이 이곳에 머무는 이유가 되고요."

"내 치료 기록을 꾸미지는 마라."

"그럴 생각 없어요. 아픈 손님을 치료했다는 장부는 만들 수 있어도 카일 님을 전시품처럼 적을 생각은 없습니다."

카일의 청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럼 내 체류는?"

"비공개 휴식과 안전 자문. 재무부에는 그 둘만 제출해요. 영지 밖에는 아무것도 흘리지 않고요. 연인이라는 말도 여기 직원과 감찰 앞에서만 필요한 만큼 쓰죠."

"필요한 만큼이 어디까지지?"

에블린은 잠시 생각했다.

"카일 님이 싫어하는 걸 제가 대신 대답하지 않는 선까지요."

그녀는 빈 종이를 꺼내 제목을 적었다.

감찰 대응 공동 확인 사항

"첫째, 우리는 서로의 동의 없이 과거를 말하지 않아요. 둘째, 수도에 알릴 생각도 기록석을 켤 생각도 없어요. 셋째, 감찰이 영지의 손님이나 직원에게 위협적으로 굴면 저와 한스가 먼저 대응합니다."

"왜 네가 먼저지?"

"제가 영주니까요."

카일은 더 말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가 적은 종이 아래에 한 줄을 덧붙였다.

위험이 확인되면 양측은 즉시 알리고 단독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에블린은 그 글씨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요. 계약서보다 읽기 쉬워요."

"읽기 쉬운 건 지키기 쉽다."


새벽이 옅어질 무렵 한스는 핵심 직원 다섯 명을 귀빈 응대실로 불렀다.

문이 열리자 모두가 멈칫했다. 은빛 머리카락과 청안을 숨기지 않은 카일이 창가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한스조차 평소보다 깊게 허리를 숙였다.

에블린은 그 기색을 보고 곧장 테이블 위를 두드렸다.

"다들 앉아요. 오늘부터 카일 님은 우리 던전의 비공개 안전 자문이자 제 개인 손님입니다. 감찰 사제가 와도 특별 대우를 하거나 기록석을 켜는 일은 없어요."

젊은 접객 직원 리나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그럼… 정말로 영주님과…?"

에블린은 곤란한 척 눈을 접었다.

"업무 시간에 궁금한 게 많네요."

직원들이 숨을 죽인 순간 카일이 에블린에게 팔을 내밀었다.

"닿아도 되나."

뜻밖의 질문에 리나의 눈이 동그래졌다. 에블린도 잠깐 말문이 막혔다.

그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도 어젯밤의 조항을 지키고 있었다.

"지금은요."

에블린이 그의 팔에 손을 얹었다.

카일은 그녀를 자기 옆에 세웠다. 손에 힘을 주지 않았고 에블린이 물러날 자리를 충분히 남겼다.

그 모습에 직원들의 얼굴에서 경계가 조금 풀렸다. 제국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헌터가 영주의 허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감찰 사제가 묻는다면 카일 님은 던전의 안전 동선과 마력 환경을 점검하러 머무는 겁니다. 사적인 일은 제가 답할게요. 여러분은 평소대로 손님을 맞아 주세요."

"영주님. 감찰이 손님까지 캐묻는다면요?"

한스의 질문에 에블린이 답하려 했다.

"그 전에 내가 막겠다."

카일이 먼저 말했다.

직원들의 시선이 다시 그에게 쏠렸다. 그의 말투는 높지 않았다. 그러나 검을 들겠다는 과시보다 더 단단했다.

"에셀의 손님은 감찰 대상이 아니다. 직원도 마찬가지다. 누가 겁을 주거나 출입을 막으면 즉시 영주에게 알리고 내게도 말해."

에블린은 그를 올려다보았다.

카일에게 에셀은 잠시 몸을 숨길 곳일 뿐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는 가장 먼저 손님과 직원의 동선을 확인했다. 그 배려가 계약 조항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가슴 한쪽이 묘하게 조여 왔다.

"들었죠?"

에블린은 얼른 평소의 목소리를 되찾았다.

"오늘부터 우리 던전은 제국 1위 헌터의 안전 점검을 받는 곳이에요. 그러니 바닥에 물기 남기지 말고 슬라임 간식도 규정량만 주세요."

긴장이 터진 자리에서 작은 웃음이 났다.

카일의 망토 끝에 정화석 가루가 묻어 있었다. 에블린이 손을 뻗자 그가 바로 멈췄다.

"해도 되나."

"가루 좀 털어 내는 것도요?"

"계약서에는 구분이 없었다."

에블린은 결국 웃고 말았다.

"그 정도는 묻지 않아도 돼요."

그녀가 망토를 정리하자 카일의 시선이 조용히 내려왔다.

"그 미소는 직원들 안심시키는 용도인가."

"카일 님이 무서운 분이 아니라는 걸 보여 주는 용도예요."

"나는 무섭지 않은가."

"제게는 까다로운 고객님이죠."

카일의 입가가 희미하게 풀렸다.


직원들이 물러난 뒤 두 사람은 던전 입구 카페로 향했다.

새벽 청소를 끝낸 슬라임들이 유리잔을 머리 위에 이고 줄을 맞춰 지나갔다. 카일은 귀여운 행렬에 시선을 오래 두지 않고 광장 쪽 감시 수정구와 비상 통로를 먼저 살폈다.

"입구가 하나뿐이군. 손님이 몰리면 카페와 환전소 사이가 막힌다."

"원래는 줄이 길어 보이는 게 인기 연출이라 좋았는데요."

"오늘은 아니다."

그 단호한 말에 에블린은 허공을 향해 손을 들었다.

돌벽 안쪽에서 낮은 진동이 울렸다. 카페 옆의 장식 아치가 천천히 접히고 그 자리에 넓은 보행로가 열렸다. 환전소 창구도 두 개로 갈라져 손님이 흩어질 공간이 생겼다.

카일은 변하는 벽을 보면서도 놀란 표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에블린의 손끝이 움직일 때마다 그의 눈빛이 조금 더 깊어졌다.

"감찰 앞에서 그 능력은 쓰지 마."

"알아요."

"네가 할 수 있다고 해서 다 보여 줄 필요는 없다."

명령이 아니라 경고였다.

에블린은 대답 대신 카일의 발밑을 가리켰다. 비상 통로로 이어지는 표시등이 너무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카일 님도요. 감찰 앞에서 검 뽑지 마세요."

"네가 위험하면 예외다."

"그건 같이 결정하기로 했잖아요."

카일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 아주 낮게 말했다.

"알고 있다. 노력하겠다."

제국 최고의 헌터에게 노력하겠다는 말이 이렇게 성실하게 들릴 줄은 몰랐다.

에블린은 장부철에서 새 일정표를 꺼냈다.

오전: 던전 입구 군중 동선 점검
오후: 심층부 마력 안정도 확인
저녁: 비공개 휴식

"안전 자문 일정입니다. 거짓말은 하나도 없어요."

카일이 마지막 줄을 읽었다.

"비공개 휴식은 누가 정했지?"

"카일 님이 아프면 쉬어야 한다는 계약 조항이요."

"그 조항은 네가 넣었다."

"그래서 더 잘 지켜야죠."

그가 그녀를 오래 바라보았다.

에블린은 얼른 일정표를 덮었다. 괜히 얼굴이 뜨거워지는 건 새벽 공기가 차가워서일 것이다.


정문 쪽에서 종이 세 번 울렸다.

한스의 목소리가 수정구를 통해 들려왔다.

"영주님. 루시안 벨로크 사제의 마차가 도착했습니다."

에블린은 시간을 확인했다. 예정 시각보다 한 시간이나 빨랐다.

"벌써요?"

"마차는 정문 밖에 멈췄습니다. 사제는 아직 내리지 않았습니다. 창문으로 광장과 던전 입구를 살피는 중입니다."

카일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처음부터 보고 있군."

에블린은 숨을 고르고 카일의 손을 보았다. 그가 손바닥을 펼쳤다.

"이번에도 허락을 구해야 하나."

어젯밤에는 그 질문이 낯설고 조심스러웠다.

지금은 그 손이 혼자 감찰을 맞으러 가지 않겠다는 약속처럼 보였다.

"아뇨."

에블린이 먼저 그의 손을 잡았다.

"이번에는 제가 부탁할게요. 놓지 마세요."

카일의 손가락이 천천히 그녀의 손을 감쌌다.

"좋아."

두 사람은 정문을 향해 걸었다.

마차의 어두운 창 너머에서 누군가가 에셀 영지의 아침을 아주 천천히 훑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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