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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좌들은 방송 중입니다6화

성좌들은 방송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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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각본 밖의 검증]

서울 중앙 각성자 협회 본관 1층 로비는 이미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수십 명의 각성자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었고 협회 소속 경비 병력은 바리케이드를 치며 진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중앙 단상 위에는 협회 부회장 강태성이 굳은 얼굴로 마이크 앞에 서 있었다.

그의 머리 위로 뜬 대형 전광판에는 여전히 붉은색 시스템 문구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다음 콘텐츠: 강제 귀환 명령 공개 검증]

[장소: 중앙 각성자 협회 본관 공개홀]

[예정 출연자: 신유진, 이아린, 중앙 각성자 협회 부회장 강태성]

“부회장님! 시스템 전광판에 뜬 검증 콘텐츠가 협회의 공식 발표와 일치합니까?”

“100층 공략자 신유진 헌터가 정신 오염 상태라는 주장이 사실입니까?”

기자들의 질문이 빗발쳤지만 강태성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손목의 마나 밴드만 연신 두드렸다.

그때 로비 정문 쪽에서 거친 마력 파동과 함께 유리문이 활짝 열렸다.

웅성거리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곳으로 쏠렸다.

신유진과 이아린이 나란히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유진의 어깨 위에는 붉은 안광을 번뜩이는 카메라 구체가 둥둥 떠다니며 현장의 모든 풍경을 360도로 훑어내고 있었다.

[실시간 시청자 수가 급증합니다.]

[현재 접속자: 1,420,000명]

[채널 랭킹: 코스모 튜브 은하권 실시간 1위 유지 중]

유진은 주머니에 한 손을 찔러 넣은 채 유유히 걸음을 옮겼다. 경비대원들이 본능적으로 방패를 세우며 다가섰지만 유진의 눈빛과 마주치자마자 흠칫하며 멈춰 섰다.

100층을 밟고 내려온 자의 기운은 숨기려 해도 완전히 가려지지 않았다.

“신유진 헌터.”

강태성이 마이크를 쥐고 낮게 읊조렸다.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 그의 목소리에는 서슬 퍼런 위압감이 서려 있었다.

“귀환식 현장을 무단 이탈하고 관제 시스템을 교란한 혐의로 즉시 구속 조치합니다. 지금 순순히 마력 억제구를 착용한다면 귀환 후유증을 참작해 성좌의 자비를 청해 주겠습니다.”

여전히 성좌의 자비 운운하는 소리였다.

유진은 피식 웃으며 단상 계단을 밟고 올라섰다.

“성좌의 자비라. 부회장님은 그 자비의 결제 내역이라도 보셨습니까?”

“무슨 헛소리를!”

“아니면 그 자비라는 게 협회 통장에 꽂히는 공략 수수료를 말하는 건가요?”

홀 안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기자들의 셔터 소리가 미친 듯이 터져 나왔다. 강태성의 미간이 흉하게 일그러졌다.

“망발이 지나치군! 신유진 헌터는 탑 최상층의 미지 마력에 노출되어 심각한 섬망 증세를 겪고 있습니다. 협회는 시민의 안전과 헌터 본인의 구원을 위해 강제 격리 절차를 집행합니다!”

강태성이 손짓하자 단상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협회 직속 A급 집행관 넷이 무기를 뽑아 들었다.

그 순간 유진이 허공을 향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제한적 스트리머 권한을 행사합니다.]

[출연자 화면 미러링을 개방합니다.]

파지지직!

로비 중앙의 대형 전광판 화면이 강제로 전환되었다. 협회 로고가 박힌 푸른 화면 대신 관제실 메인 서버에서 추출된 시스템 로그가 거대하게 출력되었다.

[로그 식별 코드: #KR-SEOUL-8821]

[발동 명령: 귀환자 신유진 대상 1급 강제 송환 및 자산 동결]

[승인 인장: 중앙 각성자 협회 부회장 강태성 (개인 직인)]

[명령 부가 조건: 성좌의 신탁으로 위장 처리]

글자를 확인한 장내의 모든 이들이 숨을 들이켰다.

“저, 저게 뭐야?”

“성좌의 신탁이 아니라 협회 부회장의 개인 직인이라고?”

기자들의 웅성거림이 파도처럼 번져 나갔다.

강태성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저건 위조된 홀로그램이다! 저자가 마법으로 전광판을 조작하고 있다!”

“조작인지 아닌지는 시스템 창을 띄워 보면 알겠지요.”

유진이 서늘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100층 알현의 방에 도달하자마자 내게 꽂힌 건 신의 계시가 아니었습니다. 협회에서 보낸 강제 송환 신호와 함께 장비 일체를 협회 보관소로 이관하라는 안내문이었지.”

유진이 강태성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탑을 오른 헌터들이 흘린 피와 장비를 성좌의 제물이라는 핑계로 빼돌려 온 게 바로 당신들이잖아.”

[‘구르는 은하’가 후원 코인 5,000개를 보냈습니다!]

[구르는 은하: 저 영감탱이 연기 더럽게 못하네 ㅋㅋㅋ 자기가 쓴 결재 서류도 부정함?]

[빛나는 훈수왕: 팝콘 뜯는 중. 저런 썩은 협회는 우주 어디나 똑같구만.]

[외계인 A: 방송 각 제대로 잡혔다. 시청률 폭등 가즈아!]

관제실 스피커를 타고 구르는 은하의 결제 알림음과 시스템 자막이 로비 전체에 울려 퍼졌다.

기이한 전자음과 허공에 뜬 은하계 언어의 번역 자막을 본 협회원들이 공포에 질린 눈으로 허공을 올려다봤다.

강태성은 더 이상 이성을 유지하지 못했다.

“당장 쳐라! 저자의 입을 틀어막아!”

A급 집행관 넷이 일제히 바닥을 박차며 쇄도했다. 그들의 검 끝에서 번뜩이는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유진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곁에서 대기하던 이아린이 양손을 교차하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장막 전개!”

푸른빛의 3중 굴절 장막이 단상 앞을 가로막았다.

단순한 방어벽이 아니었다. 카메라 구체의 시야를 가리지 않으면서 오직 진입하는 적들의 운동 궤적만을 굴절시키는 유진 맞춤형 전술 장막이었다.

콰앙!

집행관들의 검격이 장막의 경사면을 타고 허공으로 미끄러져 나갔다.

“뭐지? 마력이 빗나갔다!”

당황한 집행관들이 자세를 고쳐잡으려는 찰나 유진의 신형이 흐릿해졌다.

스스슥.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유진이 집행관들의 등 뒤로 파고들었다.

챙! 챙! 챙! 챙!

네 번의 둔탁한 타격음이 찰나의 순간에 연달아 터졌다. 유진은 칼날을 뽑지도 않은 채 검집 끝으로 집행관들의 마력 혈도를 정확히 짚어냈다.

“커억!”

A급 집행관 넷이 비명과 함께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무기를 떨어뜨렸다.

단 1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로비 안은 완벽한 정적에 휩싸였다.

유진은 천천히 검집을 허리에 차고 강태성의 턱밑까지 다가갔다.

강태성은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치다 단상 난간에 등을 부딪혔다.

“너, 너는 대체…….”

“대본을 썼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지.”

유진이 강태성의 마이크를 뺏어 들었다.

“중앙 각성자 협회는 100층 공략에 대한 독점권을 잃었습니다. 앞으로 성좌의 이름을 팔아 헌터들을 통제하려 든다면 그 추악한 장부 전부를 전 세계 아니 전 우주에 라이브로 중계해 줄 테니까 각오해.”

그 순간 유진의 눈앞에 시스템 완료 창이 번쩍였다.

[콘텐츠 완료: 강제 귀환 명령 공개 검증]

[미션 성공 판정]

[협회의 공적 격리 및 보호 구속권이 시스템적으로 무효화됩니다.]

[보상: 자유 이동 권한 확인 및 지구 채널 인지도 대폭 상승]

[현재 보유 코인: 36,200개]

유진은 얼어붙은 강태성을 내려다보며 차갑게 속삭였다.

“출연료는 없다. 방송 분량 뽑아 줘서 고마웠어.”

유진은 마이크를 바닥에 던져 버리고 이아린에게 눈짓했다.

“가자.”

“네.”

두 사람은 수백 명의 기자와 각성자들의 경외 어린 시선을 받으며 협회 본관 정문을 당당히 걸어 나왔다.


밤안개가 내려앉은 서울 도심의 한적한 뒷골목.

협회의 추적망을 따돌린 유진과 이아린은 낡은 상가 건물 옥상에 자리를 잡았다.

도심의 네온사인 불빛 아래로 찬 바람이 불어왔다.

이아린은 옥상 난간에 기대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정말 미친 하루였어요. 탑에서 내려오자마자 보스를 잡고 협회 본관을 뒤엎다니.”

유진은 캔 커피 두 개를 자판기에서 뽑아 하나를 그녀에게 건넸다.

“수고했어. 아까 장막 각도 좋았어.”

이아린이 캔을 받아 쥐며 유진을 빤히 바라봤다.

“유진 씨. 아까 로비에서 울렸던 그 기이한 소리와 글자들…… 대체 뭐였죠?”

“신들의 목소리지.”

유진이 쓰게 웃으며 캔을 땄다.

“정확히는 우리를 내려다보며 돈을 던지는 관객들의 목소리.”

이아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관객이라니요? 성좌는 인류를 수호하는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었나요?”

“초월적이긴 하지. 모니터 앞에서 과자나 씹으면서 남의 목숨으로 도파민을 채우는 놈들이니까.”

유진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는 서늘한 칼날이 숨어 있었다.

이아린은 그 말의 모든 의미를 다 이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유진의 눈에 서린 짙은 분노와 결의만큼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럼 이제 우린 어떻게 되는 건가요? 협회는 우리를 가만두지 않을 텐데요.”

“협회 따위는 신경 쓸 필요 없어. 놈들은 이제 자기들 밥그릇 지키느라 바쁠 테니까.”

유진은 허공에 개인 채널 관리 창을 띄웠다.

36,200 코인.

지구의 화폐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우주적 재화가 그의 손안에 모여 있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어.”

“따로요?”

“다음 무대를 준비해야지.”

유진의 눈빛이 번뜩였다.

“성좌 놈들이 질질 짤 정도로 미친 도파민을 선사해 주는 거야. 놈들의 주머니를 탈탈 털어서 이 탑의 시스템 자체를 부숴 버릴 힘을 사야 하니까.”

그때 유진의 시야 한구석에서 붉은빛 알림이 요란하게 깜빡였다.

[‘구르는 은하’가 특별 퀘스트 제안서를 보냈습니다!]

[성좌 ‘구르는 은하’가 신유진 채널에 50,000 코인 미션을 등록하려 합니다.]

[미션 내용: 내일 정오 최하급 E급 던전에 무구 없이 맨몸으로 단독 진입하여 보스를 농락할 것.]

[성좌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집중됩니다.]

유진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시청자 놈들이 벌써부터 다음 판돈을 거는군.”

이아린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뭐가 또 온 거예요?”

유진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캔 커피를 들이켰다.

“돈 냄새를 맡은 큰손이 입장하셨다.”

지구를 둘러싼 가짜 신들의 밤하늘을 향해 유진의 조용한 선전포고가 메아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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