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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만 치료하는 정골 네크로맨서1화

뼈만 치료하는 정골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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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뼈가 가리킨 곳

비가 내린 뒤

죽은 병사의 손이 마지막으로 바닥을 긁었다.

손가락뼈가 하나씩 꺾이는 감각이 손바닥 안으로 파고들었다. 흙 냄새와 쇠 냄새가 섞인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강도윤은 무릎을 꿇은 채 시신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

“조금만 더 버텨.”

대답은 없었다.

대신 부러진 손목이 한 번 더 비틀렸다. 누군가 시체를 끌고 갔고 손은 돌에 걸렸다. 도윤은 그 움직임을 보지 못했는데도 알고 있었다. 뼈가 남긴 감각이 손을 타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는 본능적으로 팔을 놓았다.

바닥이 사라졌다.

도윤이 눈을 떴을 때 빗물이 눈꺼풀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하늘은 검은 기와지붕 사이에 잘려 있었다. 젖은 돌바닥에는 낯선 문자가 새겨진 나무 표지판이 쓰러져 있었다. 글자는 읽을 수 있었다. 뜻이 바로 들어오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

에르데른 남부.

도윤은 몸을 일으키려다 오른쪽 어깨를 짚었다. 아픈 곳은 없었다. 대신 옷이 달라져 있었다. 작업복도 조끼도 없고 검은 셔츠와 낡은 바지뿐이었다.

주머니를 뒤졌다.

작업 장갑 한 켤레. 작은 골절 고정용 끈 두 묶음. 이름 없는 유골 조각이 든 납작한 부적.

휴대전화도 지갑도 신분증도 없었다.

도윤은 골목 입구를 바라보았다. 비는 약해졌지만 물이 발목까지 고여 있었다. 멀리서 종이 울렸고 시장 쪽에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고함이 이어졌다. 배가 고팠다. 몸을 숨길 곳도 필요했다.

그때 폐창고 쪽에서 낮은 신음이 들렸다.

낯선 세계에서 모르는 사람을 돕는 일은 위험했다. 하지만 신음의 높이와 끊기는 간격이 심상치 않았다. 숨이 짧았다. 의식이 흐려지는 사람의 소리였다.

그는 젖은 장갑을 끼고 소리가 난 곳으로 걸어갔다.

허락을 받은 손

폐창고 앞에는 뒤집힌 손수레가 놓여 있었다.

나무 틀이 한쪽으로 무너진 채 진흙을 누르고 있었다. 그 아래에 사내의 팔이 끼어 있었다. 사내는 서른쯤 되어 보였고 얇은 외투는 비에 흠뻑 젖어 있었다.

“들리십니까?”

사내가 눈꺼풀을 떨었다.

“성당…… 사람입니까?”

“아닙니다. 다친 곳을 보려고 합니다.”

“돈은…… 없습니다.”

“진료비부터 묻지 않았습니다.”

도윤은 손수레의 무게를 확인했다. 혼자 들기에는 버거웠지만 사내를 빼낼 만큼은 아니었다. 처마 아래에 서 있던 주민 세 명이 그를 경계했다.

“저 손수레를 들어 올리는 데 힘을 빌려 주십시오. 팔을 만져도 됩니까?”

가장 나이 많은 여자가 한 발 물러섰다.

“외지인이 왜 남의 뼈를 만져?”

“만지지 않으면 부러진 방향을 알 수 없습니다.”

사내가 신음했다.

“성당까지…… 못 갑니다.”

도윤은 사내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제가 팔을 만져도 됩니까? 아프게 할 수 있습니다. 대신 더 어긋나지 않게 묶겠습니다.”

사내가 입술을 깨물었다.

“해…… 해 보시오.”

“이름은?”

“바르트.”

“바르트 씨. 지금부터 손을 대겠습니다.”

도윤이 장갑 낀 손으로 팔목을 감싸는 순간 시야가 어두워졌다.

비가 아니라 마른 흙먼지가 눈앞을 덮었다.

손수레가 기울었다. 바르트가 오른손으로 짐을 받치려 했다. 바퀴 하나가 돌에 걸렸고 몸이 앞으로 쏠렸다. 팔이 먼저 바닥에 닿았다. 손목이 꺾였다. 짧은 비명. 그리고 뼈가 밀려난 감각.

도윤은 눈을 떴다.

“손목뼈가 어긋났습니다. 피부를 뚫지는 않았습니다.”

바르트의 얼굴이 굳었다.

“보지도 않고 어떻게…….”

“엄지와 검지가 저립니까?”

“그렇소.”

“팔꿈치까지 찌릅니까?”

“아니오.”

도윤은 손끝 색을 살폈다. 아직 피가 돌고 있었다. 팔을 끌어내기 전에 움직임을 막아야 했다.

“손수레를 셋에 들어 주세요. 하나, 둘, 셋.”

주민들이 나무 틀을 들어 올리는 사이 도윤은 바르트의 팔을 몸 쪽으로 당겼다. 바르트가 이를 악물었다. 도윤은 손목을 억지로 펴지 않았다. 부러진 뼈를 바로잡는 일은 힘보다 방향이 중요했다.

“제가 팔을 고정하겠습니다. 싫으면 지금 말씀하십시오.”

“계속해.”

도윤은 작업 끈을 손목과 팔뚝에 감았다. 젖은 옷자락에서 나무 조각을 떼어 내 부목으로 삼고 손가락이 굽은 각도를 그대로 유지했다. 뼈가 원래 자리로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더 망가지지 않게 묶었을 뿐이다.

“임시 고정입니다. 성당이든 의원이든 가서 다시 확인받아야 합니다.”

“당신은 의원이 아니오?”

“저도 지금 처음 보는 곳에 왔습니다.”

도윤은 바르트의 젖은 외투를 벗겨 처마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한 여자가 낡은 천을 던져 주었다.

“열이 떨어지면 손목보다 먼저 죽을 수 있어.”

도윤은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했다.

그 순간 바르트가 창고 안쪽을 가리켰다.

“저 안에…… 장례품이 있습니다. 오늘 옮기려던 유골인데 손수레가 무너졌소.”

도윤의 손끝에 매달린 부적이 미지근하게 달아올랐다.

이름 없는 손

창고 안은 빗물과 썩은 나무 냄새로 가득했다.

벽 쪽에 작은 관들이 쌓여 있었고 바닥에는 천으로 감싼 뼈가 흩어져 있었다. 주민들은 문턱에서 더 들어오지 않았다.

“건드리면 안 돼.”

나이 많은 여자가 말했다.

“장례 전 유골에 손을 대면 혼이 붙는다고 했어.”

도윤은 바닥을 살폈다. 부목으로 쓸 만한 판자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빗물에 떠밀린 뼈 하나가 그의 장갑 앞에 멈췄다.

손이었다.

손목 부분이 어긋나 있었고 손가락 두 개가 안쪽으로 접혀 있었다. 뼈에는 흙이 말라붙어 있었다.

“그걸 만지지 마.”

바르트가 처마 아래에서 외쳤다.

“성당에 넘길 때까지 그대로 둬야 해.”

도윤은 손을 보았다. 바르트의 골절 방향을 읽었을 때와 같은 감각이 희미하게 피어올랐다. 살아 있는 사람의 맥박은 없고 차가운 뼈만 있었다.

손가락이 바닥을 긁었다.

누군가 어둠 속에서 몸을 끌고 있었다. 손목이 꺾였고 손바닥이 찢겼다. 마지막으로 손가락이 돌 틈을 움켜쥐었다. 놓치면 안 된다는 감각만 남았다.

도윤은 숨을 멈췄다.

바르트의 손목 골절과 같은 움직임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이 감각이 부러진 방향을 알려 주는지 비교하려던 것뿐이었다.

“아파서 붙잡은 게 아닙니다.”

도윤은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도 모른 채 중얼거렸다.

“놓치지 않으려고 한 겁니다.”

그는 장갑을 벗고 맨손으로 뼈에 손을 댔다.

손목 안쪽이 얼어붙었다. 바르트의 팔을 묶은 끈이 저절로 팽팽해졌다.

바닥에 흩어진 뼈가 떨렸다.

“뒤로 물러나!”

주민들의 비명이 터졌다.

도윤은 손을 떼려 했다. 손가락뼈가 손바닥에 달라붙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부러진 손목이 맞물렸다. 팔뼈가 이어졌다. 갈비뼈가 바닥을 긁으며 몸통 쪽으로 끌려갔다.

머릿속에서 낯선 말이 튀어나왔다.

‘움직이지 마.’

그 말이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뼈가 하나씩 제자리를 찾았다. 무릎이 세워지고 척추가 들렸다. 마지막으로 두개골이 목뼈 위에 올라왔다.

해골이 일어섰다.

도윤은 뒤로 물러났다.

해골의 빈 눈구멍에는 불빛도 붉은 광채도 없었다. 비에 젖은 어둠만 들어 있었다. 해골은 자신을 공격하지 않았다. 대신 부러진 손을 내려다보았다.

도윤은 먼저 손을 보았다.

아까까지 어긋나 있던 손목뼈가 맞물려 있었다. 완전한 회복은 아니었다. 뼈에 남은 흙도 그대로였다. 하지만 손가락은 더는 바닥을 긁지 않았다.

“통증이 멈췄군.”

해골의 턱이 덜컥 움직였다.

사령술사의 골목

“괴물이다!”

누군가 소리쳤다.

“해골을 일으켰어! 사령술사야!”

주민들이 창고 앞에서 흩어졌다. 한 사람은 돌을 집었고 다른 사람은 빗속으로 달려갔다. 멀리서 쇠종이 울렸다.

바르트가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키려 했다.

“당신…… 당장 도망치시오.”

“팔을 더 움직이면 안 됩니다.”

“저건 당신이 만든 것 아니오!”

“만들려고 한 게 아닙니다.”

도윤 자신도 믿기 어려웠다. 죽은 사람의 뼈가 일어났다. 손을 고치려 했을 뿐인데 몸 전체가 따라왔다.

해골이 바르트 쪽으로 한 걸음 옮겼다.

주민이 돌을 던졌다. 돌이 해골의 어깨뼈를 때렸다. 해골은 움찔했지만 쓰러지지 않았다. 대신 바르트의 다친 팔 아래로 뼈손을 밀어 넣었다.

“멈춰!”

도윤이 손을 들었다.

해골은 멈췄다. 도윤은 자신이 명령한 건지 움직임이 우연히 끊긴 건지 알 수 없었다. 바르트의 몸은 처마 안쪽으로 끌려와 있었다.

“조금만 더 버텨 주십시오. 팔은 고정돼 있습니다. 손가락 감각이 사라지면 바로 말씀해 주세요.”

“당신 이름부터 말해 주시오.”

“강도윤입니다.”

“도윤…… 씨. 당신은 네크로맨서요?”

도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해골의 몸에서 뼈가 삐걱거렸다. 손가락 하나가 그의 쪽으로 들렸다. 창고 안쪽이 아니라 골목 끝을 가리키고 있었다.

거기에는 흰 망토를 입은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가슴에 은빛 표식이 달려 있었고 선두의 사내는 한 손에 쇠종을 들었다.

“해골을 일으킨 자는 그 자리에서 무릎 꿇어라!”

주민들이 도윤을 가리켰다.

“저 외지인입니다!”

“사령술사라고 했어요!”

도윤은 해골을 바라보았다. 손을 다시 대면 더 오래 움직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손목 안쪽에서 뻣뻣한 통증이 올라왔다. 자신의 뼈가 남의 명령을 밀어내는 듯했다.

그는 손을 내렸다.

해골은 조용히 무너졌다.

두개골이 먼저 바닥에 닿고 척추가 이어서 꺾였다. 도윤은 해골의 뼈를 다시 모으려 하지 않았다. 부러진 손목을 맞추는 일과 죽은 몸을 붙잡아 두는 일은 달랐다.

“바르트 씨.”

“왜 그러시오?”

“여기서 움직이지 마십시오. 누군가 곧 올 겁니다. 손가락이 저리면 천을 풀지 말고 주변 사람에게 말하세요.”

“당신은?”

도윤은 골목 끝의 흰 망토를 보았다. 선두가 쇠종을 다시 흔들었다.

“저는 갈 곳을 찾아야겠습니다.”

그가 몸을 돌리는 순간 부적이 뜨거워졌다.

아까의 손이 아니었다. 먼 곳에서 누군가가 뼈를 비틀고 있었다. 짧고 깊은 통증이 부적 안쪽을 울렸다. 방향은 흰 망토가 서 있는 거리 너머였다.

도윤은 그 감각을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뼈가 가리키는 곳에 성당의 종소리가 있었다.

“잡아!”

외침이 골목을 메웠다.

도윤은 빗물이 고인 골목 안쪽으로 달렸다. 뒤에서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손목을 맞춘 해골은 이미 무너졌지만 그 빈 눈구멍이 마지막까지 가리키던 방향만은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도윤은 성당 쪽에서 울린 통증의 이유를 몰랐다.

알아내려면 먼저 잡히지 않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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