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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마수, 말로 합시다!8화

어이 마수, 말로 합시다!

어이 마수, 말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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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사료가 너무 딱딱합니다

헌터 관리국 강남 특무실 지하 3층 복도는 찜질방 한가운데를 걷는 것처럼 숨이 턱턱 막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뿜어져 나온 열기에 유진우는 셔츠 소매를 걷어붙였다. 복도 천장에 설치된 비상 스프링클러에서는 미세한 수증기가 안개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방호복 착용하십시오! S급 마력 반응이 차폐벽 한계치를 넘었습니다!"

흰색 내열 슈트를 뒤집어쓴 연구원들이 복도를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그들 뒤로는 푸른 냉각 가스를 뿜어내는 이동식 냉각포 세 대가 방음 차단벽을 향해 조준되어 있었다.

"신 팀장님 오셨습니다!"

한 직원이 다급하게 소리치며 달려왔다. 그의 턱 아래에는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팀장님, 지금 즉시 냉각 결박포를 가동해야 합니다. 녀석의 체온이 천이백 도를 돌파했습니다. 조금만 더 지체하면 방음벽 2차 차폐막이 녹아내립니다!"

"정지하세요."

신아린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복도 전체를 얼어붙게 만들 만큼 서늘했다.

"방금 환기 장치를 끄고 조명을 낮추라고 지시했습니다. 냉각포 가동은 취소합니다."

"하지만 팀장님, 저건 S급 화염 늑대입니다! 저놈이 문을 부수고 나오면 지하 전체가 화염에 휩싸입니다. 게다가 뒤에 계신 분은…… 민간인 아닙니까?"

직원의 시선이 진우의 손에 들린 특수 확성기와 가방에 닿았다. 헌터 관리국 공무원증도 없는 평범한 셔츠 차림의 남자를 보는 눈빛에는 명백한 불신과 경악이 서려 있었다.

진우는 차단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묵직한 진동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냉각포를 쏘면 불길이 더 커질 겁니다. 뜨거운 냄비에 찬물을 갑자기 들이부으면 기름 튀듯이 사방으로 튀는 것과 같습니다."

"뭐라고요? 당신이 마수 생태에 대해 뭘 안다고……!"

"이분은 제가 정식으로 의뢰한 통역 전문가입니다. 현장 지휘 권한은 제 권한으로 위임했습니다."

신아린이 검집을 바닥에 가볍게 내리찍었다. 맑은 금속음과 함께 S급의 서슬 퍼런 기운이 복도를 짓눌렀다. 웅성거리던 직원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진우는 두꺼운 특수 석영 유리창 앞으로 다가갔다.

격리실 내부는 지옥의 용광로 같았다. 붉은 화염으로 뒤덮인 거대한 늑대가 바닥을 긁으며 맴돌고 있었다. 몸길이만 4미터에 달하는 맹수의 붉은 털 사이로 불꽃이 튀었고 바닥의 합금 플레이트는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악!

유리창 너머의 스피커를 뚫고 찢어지는 듯한 포효가 터져 나왔다.

진우의 망막 위에 푸른 자막이 맹렬하게 점멸했다.

[아아악! 대가리 깨질 것 같아! 이빨 사이에 낀 거 안 빼냐고!]
[누구든 들어오기만 해 봐! 다 태워 죽여 버린다!]
[돌덩이를 밥이라고 던져 준 새끼 나와!]

진우는 관자놀이를 가볍게 누르며 스킬의 초점을 맞췄다. [직역/의역 최적화]가 작동하며 늑대의 거친 분노 속에 담긴 정확한 신체 반응이 지문으로 정리되어 떠올랐다.

[상태 이상: 우측 상악 제2구치 잇몸 급성 염증]
[원인: 고밀도 압축 이물질 쐐기 박힘으로 인한 지속적 신경 압박]
[요구사항: 이물질 즉시 제거 및 구강 냉각]

진우가 유리창 옆 인터콤 마이크를 잡았다.

"사료 그릇 어디 있습니까?"

옆에 서 있던 보조 연구원이 얼떨결에 스테인리스 트레이를 가리켰다. 오늘 새벽 격리실에서 수거했다는 교체용 먹이 그릇이었다.

그릇 안에는 일반적인 마수용 생고기나 육즙 사료가 아니었다. 짙은 회색의 각진 펠릿 덩어리들이 수북하게 담겨 있었다.

진우는 장갑을 낀 손으로 펠릿 하나를 집어 들었다. 돌처럼 무겁고 단단했다. 표면에는 미세한 쇳가루 광택이 돌고 있었다.

"이게 뭡니까?"

"관리국 표준 고등급 압축 마력식입니다. 영양가가 높아서 고등급 마수 격리 시 기본으로 지급되는……."

"이건 돌을 먹는 바위 골렘이나 철갑 도마뱀용 초압축 광물 사료입니다. 갯과 육식 마수에게 이걸 씹으라고 통째로 던져 줬습니까?"

진우의 날카로운 지적에 연구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저희는 매뉴얼대로 승인된 보급품을……."

"새벽에 이 그릇을 넣은 사람 서명이 비어 있었습니다. 턱관절 구조도 모르는 사람이 일부러 넣었거나 관리를 완전히 방치한 겁니다."

진우는 펠릿을 내려놓고 신아린을 돌아봤다.

"저 늑대는 미쳐서 날뛰는 게 아닙니다. 이 딱딱한 돌덩이를 씹다가 부러진 파편이 어금니와 잇몸 사이에 깊숙이 박혔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두꺼운 쇠꼬챙이가 잇몸을 찌르고 있는 상태에서 방음실 벽 진동까지 울리니 미칠 지경인 겁니다."

신아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빨에 박힌 것 때문이라고요?"

"예. 턱을 바닥에 찧던 것도 아파서 빼내려고 그런 겁니다. 지금 당장 빼주지 않으면 잇몸 마력이 역류해서 진짜 대폭발이 일어납니다."

복도에 서 있던 요원들이 웅성거렸다.

"말도 안 돼. 저 사나운 S급 화염 늑대가 겨우 이빨이 아파서 저런다고?"

"우리를 속이려는 거 아닙니까? 문을 여는 순간 다 타 죽습니다!"

진우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확성기 스위치를 올렸다. 그리고 격리실 내부 스피커 라인에 마이크를 연결했다.

"어이, 거기 빨간 늑대."

진우의 차분한 목소리가 격리실 천장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날뛰던 화염 늑대의 동작이 우뚝 멈췄다. 녀석의 불타는 황금빛 눈동자가 인터콤 카메라를 향했다.

크르르르르……!

[뭐야? 어떤 놈이 지껄이는 거야?]

진우는 [의역 최적화]를 거친 마력 파동을 음성에 실어 보냈다. 인간의 귀에는 평범한 한국어로 들리지만 늑대에게는 영혼을 울리는 공명으로 전달되는 파동이었다.

"오른쪽 윗니 안쪽에 돌 박혀서 죽을 맛이지? 턱 쑤시고 열나서 아무것도 못 먹겠지?"

화염 늑대의 거대한 귀가 쫑긋 솟았다. 녀석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유리창 쪽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쿵, 쿵.

발걸음마다 바닥에 검은 그을음이 남았다. 늑대는 유리창에 거대한 주둥이를 바짝 들이대고 낮게 으르렁거렸다.

[너…… 내 말이 들려? 내가 왜 아픈지 아는 거야?]

진우는 창문을 톡톡 두드렸다.

"들린다. 밥그릇에 돌 던져 준 놈들 대신 사과하마. 그거 억지로 씹다가 부러져서 박힌 거다. 내가 지금 들어가서 그거 빼줄 테니까 가만히 있어."

늑대의 눈에 서려 있던 흉포한 살기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대신 억울함과 서러움이 가득 찬 눈빛이 드러났다.

끼잉…… 낑.

거대한 S급 마수의 입에서 강아지 같은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진짜 빼줄 거야? 아파 죽겠어. 건드리기만 해도 불이 막 튀어나온단 말이야.]

"가만히 입만 벌리고 있으면 십 초 만에 끝난다. 불길 줄이고 엎드려."

늑대는 진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닥에 배를 깔고 얌전히 엎드렸다. 갈기에서 치솟던 시뻘건 불길이 사그라들며 은은한 주황색 불꽃으로 잦아들었다.

상황을 지켜보던 특무실 요원들의 턱이 일제히 빠질 듯이 벌어졌다.

"……말도 안 돼."

"사흘 동안 S급 헌터들이 달라붙어도 안 가라앉던 불길이…… 말 한마디에?"

신아린 역시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진우를 응시했다. 진우는 가방에서 의료용 긴 집게(롱 포셉)와 냉각 진통 젤 튜브를 꺼냈다.

"신 팀장님, 문 여시죠."

신아린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바로 옆에서 보호하겠습니다.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가 보이면 즉시 뒤로 물러나세요."

"그럴 일 없습니다. 저 녀석은 지금 저를 구세주로 보고 있으니까요."

치이이익-

두꺼운 특수 합금 방음문이 열렸다. 후끈한 열풍이 복도로 쏟아져 나왔다. 신아린이 검집을 쥐고 진우의 앞을 가로막으며 푸른 검기 결계를 펼쳤다. S급의 결계가 열기를 완벽하게 막아내며 서늘한 바람의 통로를 만들었다.

진우는 주저 없이 격리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바닥에 엎드린 화염 늑대의 크기는 가까이서 보니 더욱 압도적이었다. 집채만 한 머리통과 사람 팔뚝보다 굵은 송곳니가 눈앞에 있었다.

진우가 다가가자 늑대가 살짝 몸을 떨었다.

"겁먹지 마. 아프게 안 한다. 자, 아 해봐."

늑대가 진우의 눈치를 보더니 천천히 주둥이를 벌렸다. 붉은 용암 같은 침이 뚝뚝 떨어지는 거대한 구강 내부가 훤히 드러났다. 안쪽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진우는 손전등을 비추며 늑대의 입안을 살폈다.

오른쪽 위 어금니 틈새에 검붉은 암석 파편이 쐐기처럼 단단히 박혀 있었다. 주변 잇몸은 시뻘겋게 부어올라 피고름이 맺혀 있었다.

"이러니 물도 못 마셨지."

진우는 냉각 젤을 손가락에 듬뿍 묻혀 부어오른 잇몸 주변에 신속하게 발랐다.

치이익-

시원한 한기가 퍼지자 늑대가 기분 좋은 듯 눈을 가늘게 떴다.

[흐으응…… 시원해.]

"이제 뽑는다. 셋 센다. 하나, 둘, 셋!"

진우는 긴 집게로 파편의 끝을 정확히 물고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 단숨에 비틀어 뽑아냈다.

딱!

손가락 두 마디만 한 날카로운 금속성 마력 블록 파편이 빠져나왔다. 상처 부위에서 검은 피가 한 방울 튀었지만 진우가 즉시 지혈 젤을 덮어 발랐다.

[크아아앙……!]

늑대가 짧게 신음을 내뱉더니 이내 턱을 몇 번 딱딱 마주쳤다. 더 이상 욱신거리는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녀석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안 아파! 턱이 안 아파!]

늑대는 벌떡 일어나더니 꼬리를 헬리콥터 프로펠러처럼 세차게 흔들기 시작했다. 바닥에 가득했던 열기는 완전히 사라지고 따스한 봄볕 같은 온기만 남았다.

거대한 주둥이가 진우의 가슴팍으로 쑥 들어왔다.

핥짝!

사람 상체만 한 혓바닥이 진우의 얼굴과 셔츠를 사정없이 핥았다.

"으악! 야, 잠깐만! 침 묻잖아! 저리 가!"

진우가 밀어내려 했지만 늑대는 기분이 날아갈 듯 좋은지 진우의 다리에 거대한 머리를 비벼댔다. 영락없는 거대 리트리버의 모습이었다.

방음문 밖에서 대기하던 연구원들과 경비 요원들은 넋을 잃고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대한민국을 공포에 떨게 했던 S급 맹수가 일개 F급 행정관 출신 통역사 앞에서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신아린은 검집을 쥔 손의 힘을 천천히 풀었다. 그녀의 입가에 믿기지 않는다는 듯 허탈하면서도 맑은 미소가 번졌다.

"정말…… 대화로 끝냈군요."

"대화가 아니라 진료였죠. 사료값 아끼려다 사람 잡을 뻔한 겁니다."

진우는 옷에 묻은 침을 털어내며 뽑아낸 파편을 지퍼백에 담았다.

그때 화염 늑대가 자신의 붉은 목덜미 갈기 깊숙한 곳을 주둥이로 뒤적거리더니 무언가를 툭 뱉어 진우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투명한 진홍빛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달걀만 한 보석이었다. 만지는 순간 가슴속까지 따뜻해지는 극순도의 마력이 맥동하고 있었다.

"이건……?"

신아린이 숨을 들이켰다.

"화염 마수의 심핵 결정입니다. S급 마수가 자신의 생명력을 나누어 신뢰하는 존재에게만 바치는 평화의 징표예요. 경매에 나오면 부르는 게 값인 국보급 보물입니다."

늑대가 진우의 손을 코로 툭 치며 낮게 울었다.

[고마워, 작은 인간. 내 목숨을 구해 줬어. 그거 너 가져.]

진우의 눈이 반짝였다. 깃털 백 개에 이어 이번엔 S급 심핵 결정이라니.

"고맙게 잘 받으마. 다음부터 밥에 이상한 돌 섞여 있으면 먹지 말고 뱉어라."

[응! 절대 안 먹어!]

진우는 보석을 소중히 주머니에 넣고 방음실 밖으로 걸어 나왔다.

얼이 빠져 있는 현장 책임자에게 지퍼백에 든 파편을 내밀며 진우가 차갑게 말했다.

"이 파편 감식 돌리세요. 공업용 저질 광물 사료입니다. 그리고 화염 늑대에게는 소고기 안심 생육에 마력수 타서 미지근하게 먹이세요. 찬물 주면 이 시립니다."

"아, 예! 알겠습니다!"

책임자가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파편을 받아 들었다.

진우는 벽에 기대어 서 있는 신아린을 바라보았다.

"위험 수당 오백만 원 값은 충분히 한 것 같네요."

신아린은 진우의 얼굴에 묻은 늑대 침과 당당한 표정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빛은 처음 사무실을 찾아왔을 때의 의심과 시험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오백만 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활약이었습니다. 정식 성공 보수는 특무실 규정 최고액으로 지급하겠습니다."

"말이 잘 통하시네요. 역시 S급은 다릅니다."

특무실 복도를 빠져나와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신아린이 진우를 향해 몸을 돌렸다.

"유진우 씨."

"예?"

"아까 사무실에서 했던 말, 기억하십니까?"

"제가 말을 워낙 많이 해서요."

"당신 뒤를 지키는 경호원이 되겠다는 말입니다."

신아린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당신의 목소리가 칼보다 훨씬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걸 오늘 두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앞으로 당신이 가는 모든 위험한 협상 현장에 제가 동행하겠습니다."

진우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대한민국 최연소 S급 헌터가 전담 경호원으로 붙는다면 통역 사무소의 안전과 신뢰도는 천장을 뚫을 터였다.

"월급은 세게 부르셔도 됩니다. 오늘 번 게 꽤 쏠쏠하거든요."

그때 특무실 중앙 상황실의 비상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위이이이잉-!

[긴급 상황 발생! 서울 지하철 3호선 연장 구간 공사 현장에서 정체불명의 초대형 진동 감지! C급 이상의 대형 토룡 마수 출현 추정!]

방송 스피커에서 다급한 비명이 쏟아졌다.

신아린과 진우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진우가 가방을 고쳐 메며 특수 확성기를 툭툭 쳤다.

"지하철 공사판이라. 이번엔 또 누가 마수의 집 천장을 뚫어버린 모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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