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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마트 사장은 갑질이 하고 싶다7화

[아포칼립스 마트 사장은 갑질이 하고 싶다]

아포칼립스 마트 사장은 갑질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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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향기와 사과]

진열대의 새로운 향기

오전이 되자 매장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

윤설희가 정리한 입구 안내판과 동선 덕분에 손님들은 더 이상 카운터 앞에서 우왕좌왕하지 않았다. 물을 고르는 사람과 결제를 기다리는 사람이 분리되자 계산 속도는 두 배 이상 빨라졌다.

손에 쥔 작은 수첩을 넘기던 설희가 카운터 앞으로 다가왔다.

“오늘 아침까지 처리한 거래가 총 서른두 건입니다. 하급 마수 코어 스물여덟 개와 소형 정제 자원 네 개가 들어왔어요.”

“남은 재고는?”

“기본 진열대의 생수와 컵라면은 손님이 집어 가는 즉시 다시 채워지고 있습니다. 다만 손님들이 물과 라면만 먹는 데 지쳐서 다른 걸 찾기 시작했어요.”

설희가 수첩의 한 페이지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당장 굶어 죽지 않게 되니까 영양과 기호품에 대한 요구가 나옵니다. 잇몸에서 피가 난다는 사람도 있고 머리가 멍하다며 각성제를 찾는 사람도 있어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도진의 눈앞에 반투명한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기본 구역 연속 정상 거래 30회 달성.]

[운영 안정도 기준치 충족: 1단계 달성.]

[소유자 누적 포인트: 58P]

[신규 카테고리 해금이 가능합니다.]

도진은 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겼다. 잠겨 있던 자물쇠 아이콘 몇 개가 푸른빛을 띠며 활성화되어 있었다.

[1. 기호 음료 코너: 따뜻한 원두커피 (해금 비용: 15P)]

[2. 신선 청과 코너: 신선한 사과 (해금 비용: 25P)]

[3. 생활 잡화 코너: 위생 붕대 및 비누 (해금 비용: 20P)]

도진이 목록을 바라보자 설희가 옆에서 조용히 의견을 냈다.

“사장님. 잡화보다는 커피와 과일을 먼저 여는 게 좋습니다.”

“왜지? 붕대나 비누가 더 실용적이지 않나?”

“붕대는 상처가 난 사람만 찾지만 커피와 과일은 모든 사람이 갈망합니다. 멸망 후 3년 동안 아무도 맛보지 못한 진짜 사치품이니까요.”

설희의 눈빛은 냉철했다. 대형 유통업체 본사에서 팔릴 물건을 골라내던 감각이 그대로 묻어났다.

“생수와 죽은 생존 필수품이라 마진을 거의 남길 수 없습니다. 가격을 올리면 반발이 커지고 약탈 시도가 늘어나죠. 하지만 커피와 과일은 다릅니다. 부유한 헌터나 세력가들이 숨겨 둔 고급 코어를 토해 내게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미끼입니다.”

도진의 입꼬리가 호를 그렸다. 정확히 자신이 생각하던 방향이었다.

“필수재는 싸게 팔아 질서를 세우고 기호품은 비싸게 팔아 코어를 긁어모은다.”

“맞습니다. 그게 장사의 기본이자 독점의 특권입니다.”

도진은 망설임 없이 화면의 해금 버튼 두 개를 눌렀다.

[포인트 40P를 소모합니다.]

[기호 음료 코너(따뜻한 원두커피)가 해금되었습니다.]

[신선 청과 코너(신선한 사과)가 해금되었습니다.]

[잔여 포인트: 18P]

카운터 우측 벽면이 부드럽게 흔들리더니 매끄러운 원목 매대와 은빛 커피 머신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 진열대 위로 마트 안의 모든 냄새를 집어삼킬 만큼 강렬한 향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멸망을 잊은 한 모금

그것은 3년 동안 맡아 본 적 없는 냄새였다.

갓 볶은 원두를 곱게 갈아 뜨거운 고압 스팀으로 내린 에스프레소의 짙고 고소한 향기.

그 옆에 놓인 바구니에는 이슬이 맺힌 듯 윤기가 흐르는 새빨간 햇사과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상큼하고 달콤한 풋내가 매장 안을 가득 메웠다.

피비린내와 썩은 곰팡이 냄새로 가득 찼던 아포칼립스의 공간에 완벽한 문명의 향기가 들어찬 순간이었다.

자동문 앞에 서 있던 강두철이 멍하니 고개를 돌렸다.

커다란 덩치의 전직 약탈자 두목이 코를 킁킁거리며 넋이 빠진 얼굴로 카운터를 향해 걸어왔다.

“사, 사장... 이게 대체 무슨 냄새냐?”

두철의 시선이 커피 머신 아래로 떨어지는 짙은 갈색 크레마에 꽂혔다. 그의 목구멍이 꿀꺽 소리를 내며 울렸다.

“커피...? 진짜 원두커피라고? 믹스 찌꺼기도 아니고?”

“신상품이다.”

도진은 종이컵에 갓 내린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을 따랐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컵을 들자 두철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사장님. 제발 한 입만... 딱 한 모금만 주십시오. 저 대멸망 터진 뒤로 커피 냄새 한 번도 못 맡았습니다.”

“공짜는 없어.”

도진은 냉정하게 컵을 카운터에 내려놓았다.

“하지만 첫 시음 프로모션은 있지. 오늘 네 근무 수당에서 1포인트를 차감하는 조건으로 맛보게 해 주마.”

“차감하십시오! 두 개 깎아도 됩니다!”

두철은 거의 뺏어 들다시피 종이컵을 쥐었다. 뜨거운 온기가 손바닥을 타고 전해지자 그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쌉싸름하면서도 고소한 향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두철은 떨리는 손으로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크윽...!”

두철의 눈가가 붉어졌다. 진한 쓴맛 뒤에 찾아오는 깔끔한 산미와 향이 혀끝을 감쌌다. 3년 동안 찌들어 있던 뇌 속의 피로가 단 한 모금에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진짜다... 진짜 멸망 전에 마시던 그 맛이야...”

도진은 칼로 사과 한 조각을 베어 내어 설희에게 건넸다.

“직원 복지다. 먹어 봐.”

설희는 조심스럽게 사과 조각을 받아 입에 넣었다. 아삭 소리와 함께 달콤하고 시원한 과즙이 입안 가득 터져 나왔다.

항상 차분하던 설희의 눈이 크게 뜨였다.

“오염 수치가 제로예요. 과육이 단단하고 당도도 완벽합니다. 괴혈병이나 피로에 시달리는 각성자들에게 이건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만병통치약으로 보일 겁니다.”

“가격표를 붙여.”

도진이 말했다.

“따뜻한 원두커피 한 잔에 5포인트. 신선한 사과 한 알에 8포인트. 둘 다 1인 1개 한정이다.”

설희가 재빨리 매직으로 판지에 숫자를 적어 진열대 앞에 세웠다.

생수가 2포인트인 매장에서 커피 5포인트와 사과 8포인트는 파격적인 고가였다.

하지만 도진은 알고 있었다. 이 향기를 맡은 이상 그 누구도 이 가격을 비싸다고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사과 한 알의 무게

환풍구와 문틈을 통해 마트 밖 골목으로 커피와 사과의 향기가 새어 나갔다.

대기열에 서 있던 피난민들이 일제히 고개를 쳐들었다.

“이게 무슨 냄새야?”

“과일? 세상에, 사과 냄새잖아!”

“안에서 커피 냄새도 나는데?”

웅성거림은 순식간에 골목 전체로 퍼졌다. 비에 젖은 누더기를 걸치고 물통을 들고 있던 사람들의 눈빛이 광기에 가까운 열망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때 대기열 중간을 거칠게 밀치며 가죽 재킷을 입은 사내가 걸어 나왔다. 허리에 묵직한 마도 단검을 차고 있는 C급 각성자 헌터였다.

“비켜 봐! 줄 비키라고!”

사내는 입구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붉은 사과와 김이 나는 커피를 보고 눈을 부릅떴다.

“진짜 과일이잖아? 곰팡이 안 핀 사과를 대체 어디서 구한 거야?”

사내는 품속에서 주먹만 한 초록빛 중급 마수 코어 하나를 꺼내 카운터 위에 쾅 내려놓았다.

“사장! 이거 중급 코어다. 하급 열 개짜리야. 저기 있는 사과랑 커피 싹 다 내 앞으로 포장해!”

매장 안에 정적이 흘렀다.

두철이 험악한 표정으로 사내의 앞을 가로막으려 하자 도진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도진은 카운터 위에 놓인 중급 코어를 바라보았다. 묵직한 마력이 감도는 귀한 코어였다. 하지만 도진의 목소리는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첫째, 새치기한 손님에게는 물건을 팔지 않는다.”

“뭐?”

“둘째, 입구 가격표에 적힌 대로 커피는 5포인트, 사과는 8포인트다. 그리고 1인당 각각 한 개씩만 구매 가능하다.”

사내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내가 코어를 이렇게 많이 냈는데 무슨 1인 1개 타령이야! 돈 더 주겠다니까? 저 사과 다 달라고!”

“여기는 내 마트다.”

도진이 의자에 등을 기대며 건조하게 말했다.

“내 물건의 값을 정하고 수량을 정하는 건 나다. 룰을 지키기 싫으면 그 코어 들고 나가서 썩은 통조림이나 씹어.”

사내는 도진의 서늘한 눈빛과 그 뒤에 버티고 선 강두철의 거구를 번갈아 보았다.

무력으로 빼앗으려던 충동이 마트 안을 감도는 기묘한 압박감에 억눌렸다. 무엇보다 눈앞의 사과 향기가 그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있었다. 3년 동안 과일을 먹지 못해 잇몸이 무너져 내리던 참이었다.

사내는 결국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좋아. 줄 서서 하나씩만 사면 될 거 아니야. 환산이나 해 줘.”

[중급 마수 코어 환산: 12포인트 적립.]

사내는 13포인트를 지불하고 따뜻한 커피 한 잔과 붉은 사과 한 알을 받아 들었다.

그는 참지 못하고 매장 구석에서 사과를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와작!

맑고 경쾌한 소리와 함께 달콤한 즙이 사내의 입가를 타고 흘렀다. 사내의 눈에서 굵은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

“...진짜야. 달아... 진짜 사과야...”

그 모습을 문밖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의 눈빛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뒤이어 들어온 박순자도 떨리는 손으로 남은 코어를 내밀었다.

“사장님... 사과 반 쪽이라도... 민우에게 먹일 수 있을까요?”

도진은 사과를 반으로 쪼개는 대신 온전한 사과 한 알을 순자의 품에 안겨 주었다.

“아까 적립된 잔여 포인트와 아침 노동으로 충분히 정산됐습니다. 가져가서 아이에게 긁어서 먹이세요.”

순자는 사과를 품에 꼭 껴안은 채 몇 번이고 고개를 숙였다.

그날 오전 마트에 준비되었던 커피 스무 잔과 사과 열다섯 알은 단 한 시간 만에 전량 매진되었다.

붉은 표식의 무게

손님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 카운터 위에는 수북한 마수 코어들이 쌓여 있었다.

설희가 빠르게 수첩을 넘기며 숫자를 정리했다.

“오늘 하루 매출만으로 120포인트가 넘게 모였습니다. 마진율이 생수나 컵라면의 세 배가 넘어요.”

“좋은 출발이군.”

도진은 코어를 하나씩 시스템에 등록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때 밖을 순찰하고 들어온 강두철의 표정이 어두웠다.

“사장. 잠깐 나와 봐라.”

도진과 설희는 두철을 따라 마트 밖 골목으로 나갔다.

비는 완전히 그쳤지만 공기는 서늘했다. 두철이 가리킨 곳은 마트 입구 맞은편 벽면이었다.

어제 보았던 붉은 분필 자국 옆으로 굵은 화살표와 빗금 세 개가 겹쳐진 새로운 표식이 선명하게 그어져 있었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두철이 골목 어귀를 가리켰다.

“큰길로 나가는 교차로 세 곳에 전부 이 표시가 그려져 있어. 이건 약탈자 놈들이 습격할 때 쓰는 진입로 마킹이다.”

설희가 벽면의 표식을 손끝으로 살짝 문질렀다.

“단순한 약탈자가 아닙니다. 이 기호는 군용 전술 기호예요. 관할 구역을 설정하고 부대를 유도할 때 쓰는 방식입니다.”

설희의 시선이 골목 너머 옥상 난간으로 향했다.

아침까지 그곳에 서 있던 무장자 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멀리서 묵직한 디젤 엔진 소리가 낮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자들은 마트에서 과일과 커피가 나오는 걸 보고 확신한 겁니다. 여기가 단순한 피난처가 아니라 무제한으로 물자가 쏟아지는 보급 기지라는 걸요.”

도진은 붉은 화살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마트 안에서 뿜어져 나온 달콤한 향기는 굶주린 손님들만 부른 것이 아니었다. 멸망한 세상을 지배하려는 거대한 포식자들의 침샘까지 자극해 버린 것이다.

하지만 도진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서늘한 자신감이 차올랐다.

“향기를 맡았으면 찾아오는 게 당연하지.”

도진이 매장 안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두철. 문 단단히 지켜라. 다음 손님들은 코어 대신 총을 들고 올 테니까.”

“...알았다, 사장.”

두철이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쇠파이프를 고쳐 잡았다.

도진은 카운터 뒤로 돌아와 차갑게 식은 커피 머신을 매만졌다.

손님이 누구든 상관없었다.

이곳의 가격표와 규칙을 인정하지 않는 자에게는 물 한 방울도 사과 한 조각도 내주지 않을 것이다.

도진은 다가올 폭풍을 기다리며 조용히 시스템 화면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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