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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률 100% AI를 가진 스포츠 분석가2화

승률 100% AI를 가진 스포츠 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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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첫 번째 적중

도윤은 검은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최종 결과: 리버튼 헤이즈 승`

예상 점수 범위는 78-74에서 83-79. 주전 가드의 출전 제한 시점은 3쿼터 04:12 이전.

이 정도면 예측이 아니라 내부 정보였다. 하지만 내부 정보라면 출처가 있어야 했다. M-17의 낡은 서버에는 출처도 작성자도 설명도 없었다.

도윤은 화면을 휴대폰으로 찍었다. 사진 속 흰 글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서버가 장난을 치는 것인지 확인하려면 자신이 아는 데이터와 대조해야 했다.

그는 양 팀의 최근 열 경기를 불러왔다. 아크 시티 폭스는 홈에서 강했고 리버튼 헤이즈는 원정에서 약했다. 공개된 숫자만 보면 아크 시티 승리가 자연스러웠다. 리버튼의 주전 가드 라일 브렌도 정상 출전 예정이었다. 결장 기사나 출전 제한 공지는 없었다.

도윤은 예측을 다시 읽었다.

‘주전 가드 출전 제한.’

결장이라고 쓰지 않았다. 문장은 애매했다. 그 애매함이 오히려 사람 손으로 만든 예측처럼 느껴졌다.

그는 배당 그래프를 열었다. 동부 하부리그 경기는 거래량이 적어 그래프가 매끄럽지 않았다. 그래도 리버튼 승리 배당이 한 시간 전부터 조금씩 낮아지고 있었다. 선발 명단이 발표되기 전이었다.

도윤은 화면을 두 개로 나눴다. 왼쪽에는 공개 데이터, 오른쪽에는 오라클의 출력값을 띄웠다. 둘은 거의 모든 항목에서 충돌했다. 그런데 배당만은 아주 느리게 오른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틀렸으면 프로그램이고 맞으면…”

서버실 시계는 23시 42분을 가리켰다. 삭제 예약까지 팔 분이 아니라 십팔 분이었다. 그는 콘솔에 손을 댔다가 멈췄다. 같은 경기를 다시 물으면 관측 비용이 달라질 수 있었다. 1%가 무슨 뜻인지 몰라도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감각은 있었다.

도윤은 질문 대신 출력 내용을 자신의 노트북에 옮겼다. 경기명과 시각, 결과와 점수 범위, 변수를 순서대로 저장했다. 파일 이름은 아무 의미 없는 숫자로 붙였다.

그때 휴대폰에 카드 결제 예정 알림이 다시 떴다.

1,840,000원.

월급이 끊기기 전에 막아야 할 돈이었다. 리버튼이 이기면 작은 돈이라도 숨을 돌릴 수 있었다. 틀리면 그 돈은 한 달치 식비와 교통비에서 빠져나간다.

플레이라인 앱을 열었다. 본인 인증을 거친 계정이었다. 도윤은 금액 칸을 오래 비워 두었다. 숫자를 입력하는 일은 분석보다 쉬웠지만 손가락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7만 원을 입력했다.

배당은 2.94. 예상 지급액은 20만 5천8백 원.

“이건 투자도 아니고 검증이야.”

스스로에게 하는 말치고는 궁색했다. 그래도 도윤은 리버튼 헤이즈 승리 항목을 선택했다. 마지막 확인 버튼을 누르기 직전 취소할 수도 있었다.

손가락이 버튼을 눌렀다.

`베팅 접수 완료.`

화면 아래 작은 문구가 떴다.

`거래 시각과 접속 환경이 기록됩니다.`

도윤은 그 문장을 두 번 읽었다. 원래 있는 안내인지 자신을 향한 경고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서버실 안쪽에서 팬 소리가 크게 울렸다. M-17의 상태등이 붉게 깜빡였다.

23시 50분.

터미널에 새로운 줄이 나타났다.

`삭제 예약 프로세스 시작.`

도윤은 노트북에 저장한 기록을 확인한 뒤 연결선을 분리했다. 서버에서 더 가져가는 일은 하지 않았다. 서버를 멈추거나 케이블을 뽑는 순간 자료 확인이 아니라 시스템 훼손이 될 수 있었다.

문밖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도윤은 노트북을 닫고 어깨에 멨다. 출입증을 반납함에 넣기 전 M-17을 한 번 돌아봤다. 검은 화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정 직전 서버실을 빠져나온 그는 문이 잠기는 소리를 들으며 복도 끝에 섰다. 베팅은 끝났다. 이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경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민서에게 전화가 왔다.

“나왔어?”

“응.”

“뭐 확인했어?”

도윤은 잠시 침묵했다.

“목록이랑 실제 장비 위치가 몇 군데 안 맞더라. 이관 파일만 정리했어.”

“정말 그것만?”

“왜.”

“네가 서버실에서 나올 때 표정이 너무 안 좋아서.”

도윤은 층수 표시등을 봤다.

“계약 끝나는 사람이 표정 좋은 게 더 이상하지.”

민서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내 옛 모듈 이름 봤어?”

도윤의 손이 노트북 가방 끈을 움켜쥐었다.

“MPD-SCAN?”

“봤네.”

“로그에 한 줄 있던데. 네가 만들던 거 맞아?”

“내가 만들던 건 그 이름으로 끝나지 않아. 누가 나중에 붙였을 수도 있어.”

민서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도윤아. M-17 접근 기록은 남아. 네 카드가 아니라 내 임시 권한으로 들어갔다는 것도.”

“알아.”

“그런데도 들어갔어?”

“확인할 게 있었으니까.”

“뭘?”

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콘솔의 흰 글자를 말하는 순간 그것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민서의 문제가 될 것 같았다.

민서는 더 캐묻지 않았다.

“파일 가져온 거면 회사 계정에 올리지 마. 이관 서버가 새벽에 정리될 거야.”

“알았어.”

전화를 끊은 도윤은 민서가 눈치챘을 가능성을 떨치지 못했다. 그는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노트북을 열지 않았다. 플레이라인 앱의 베팅 내역만 확인했다.

`아크 시티 폭스 vs 리버튼 헤이즈`
`리버튼 헤이즈 승 / 70,000원`
`경기 시작 예정 05:13`

그 아래에는 취소 버튼이 있었다.

도윤은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이라면 취소할 수 있었다. 예측을 믿지 않는다면 지금 빠져나와야 했다.

그는 취소하지 않았다.

원룸에 도착한 뒤에도 잠이 오지 않았다. 도윤은 공개 기록을 다시 확인했다. 리버튼의 원정 득점력은 낮았고 아크 시티의 리바운드 지표는 높았다. 전부 아크 시티 쪽이었다.

새벽 4시 50분이 되어서야 선발 명단이 떴다.

라일 브렌은 선발이었다.

도윤은 의자에서 등을 뗐다. 화면 속 이름이 또렷했다. 오라클은 틀렸을지도 몰랐다.

플레이라인에 새 알림이 들어왔다.

`선발 명단 반영. 리버튼 헤이즈 배당 변동.`

리버튼 쪽 배당은 오히려 더 낮아져 있었다. 누군가도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선발 명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움직임이었다.

도윤은 생중계 화면을 찾았다. 하부리그라 공식 영상은 없었다. 지역 체육관의 고정 카메라 주소가 하나 돌아다녔지만 화면은 끊겼고 소리는 잡음뿐이었다. 그는 문자 중계와 선수별 기록 페이지를 동시에 열었다.

경기 시작.

1쿼터 초반 리버튼은 라일 브렌에게 공을 몰아줬다. 브렌은 빠르게 돌파했지만 두 번 연속 림을 맞혔다. 아크 시티는 리바운드를 잡아 속공으로 점수를 벌렸다.

1쿼터 종료, 아크 시티 24 대 리버튼 17.

도윤의 속이 서늘해졌다.

오라클의 점수 범위는 리버튼이 이기는 흐름을 전제로 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현재 경기는 그 반대였다. 그는 베팅 취소 버튼을 다시 눌렀다가 화면을 닫았다. 경기 중 취소는 불가능했다.

2쿼터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리버튼의 슛은 짧았고 아크 시티의 수비는 브렌의 오른쪽 돌파를 계속 막았다. 전반 종료 스코어는 43 대 34.

도윤은 예측 문장을 확대했다.

`3쿼터 04:12 이전 주전 가드 출전 제한`

“출전 제한이 생기면 이긴다는 뜻이야?”

라일 브렌이 빠지면 리버튼의 공격은 더 약해질 가능성이 컸다. 오라클은 결과를 말했지 원인을 설명하지 않았다.

하프타임 동안 도윤은 물도 마시지 못했다. 경기가 조작된 것이라면 예측이 맞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리버튼이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3쿼터가 시작됐다.

리버튼은 브렌을 다시 코트에 세웠다. 그는 처음 두 번의 공격에서 무리하게 속도를 올렸다. 3쿼터 05분을 남긴 시점 리버튼은 49 대 61로 뒤지고 있었다.

도윤은 예측을 지우고 싶었다. 콘솔이 틀렸다는 결론만 내리면 모든 게 간단해졌다. 파일은 사내 장난이고 베팅은 자신의 실수였다.

3쿼터 04분 26초.

문자 중계에 짧은 문장이 떴다.

`라일 브렌 돌파 과정에서 오른발 접질림. 코트 밖으로 이동.`

도윤의 숨이 멎었다.

그 다음 기록은 04분 11초였다.

`브렌 교체. 남은 시간 출전 불투명.`

출전 제한.

문장의 의미가 바뀌었다. 결장도 선발 제외도 아니었다. 경기에 나왔지만 정해진 시점 전에 더 뛸 수 없게 되는 것.

화면 속 기록은 계속 갱신됐다. 리버튼은 브렌이 빠진 뒤 수비 라인을 낮췄다. 아크 시티는 승리를 지키려 공격 속도를 늦췄다. 그런데 리버튼의 백업 가드가 연속 세 번 외곽슛을 성공시켰다.

3쿼터 종료, 60 대 64.

마지막 쿼터에 리버튼은 한 점씩 따라붙었다. 아크 시티의 리바운드 우위는 파울 누적으로 무너졌다. 종료 38초 전 리버튼의 포워드 이든 모어가 역전 3점을 꽂았다.

최종 스코어가 떴다.

`아크 시티 폭스 77 - 81 리버튼 헤이즈`

도윤은 의자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다.

최종 결과는 리버튼 승. 점수는 81-77. 예측 범위 안이었다. 핵심 변수는 04:12 이전에 발생했다. 오라클의 문장 하나가 경기의 흐름과 결과를 통째로 관통했다.

휴대폰이 진동했다.

`베팅 결과: 적중`

곧이어 다른 알림이 겹쳐 떴다.

`정산 전 시장 이상 변동 검토가 진행됩니다. 검토 완료 전까지 지급액이 보류됩니다.`

도윤은 예상 지급액 20만 5천8백 원을 바라봤다. 돈은 화면에 있었지만 통장에는 없었다.

그는 경기 기록을 저장하고 배당 그래프를 캡처했다. 베팅 시각은 23시 44분. 리버튼 배당이 움직이기 시작한 시각과 거의 겹쳤다. 자신 외에도 누군가가 결과를 알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플레이라인이 보내 온 다음 문구가 화면 아래에 붙었다.

`유사 시간대 반복 베팅 계정 확인 중.`

도윤의 목 뒤가 굳었다. 자신의 베팅은 한 번뿐이었다. 그렇다면 비슷한 시간에 같은 선택을 한 계정이 여럿 있다는 뜻이었다.

민서에게 메시지가 왔다.

`경기 봤어? 리버튼이 이겼네.`

도윤은 한참 뒤에 답했다.

`응. 마지막에 뒤집었더라.`

`네 분석도 그렇게 봤어?`

도윤은 입력창에 썼다가 지웠다.

`그냥 배당이 이상했어.`

보내고 나서도 손끝이 떨렸다. 민서에게는 경기 결과만 말했지만 사실은 그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도윤은 저장해 둔 콘솔 파일을 다시 열었다.

검은 창에 입력창 하나가 깜빡이고 있었다.

`관측 대상을 입력하십시오.`

방금 전 적중으로 관측 비용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 없었다. 다음 질문을 던지면 또 답이 나올지도 몰랐다. 그 답으로 카드값을 막고 계약 종료 뒤의 생활을 준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화면 아래에 다른 문장이 보였다.

`거래 시각과 접속 환경이 기록됩니다.`

누가 기록하는지 알 수 없었다. 오라클인지 플레이라인인지 회사 서버인지도 구분되지 않았다.

도윤은 노트북 덮개를 천천히 닫았다.

첫 번째 적중은 승리가 아니었다. 돈을 받기 전부터 자신의 흔적이 어딘가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경고였다.

그리고 그 경고는 경기 결과보다 늦게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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