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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만 배우들의 스탯이 보인다28화

내 눈에만 배우들의 스탯이 보인다

내 눈에만 배우들의 스탯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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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판을 뒤흔드는 파도

월요일 오전 10시,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SBS 미스터리 스릴러 <블랙 아웃> 본 촬영 세트장.

달그락거리는 수갑 소리와 함께 묵직한 구두굽 소리가 적막한 세트장 복도를 울렸다. 거친 가죽 재킷을 걸친 신우진이 눈빛 하나만으로 카메라 프레임을 압도하고 있었다.

“어설픈 거짓말은 접어 둬. 내가 쫓는 건 범인이 아니라 그놈이 숨긴 진실이니까.”

낮고 서늘한 음성에 순간 연출을 맡은 장현철 PD가 숨을 멈추었다. 과거 조폭이나 깡패 같은 거친 악역에 갇혀 있던 배우 신우진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날카로운 직관과 아픔을 품은 베테랑 형사 주태건 그 자체였다.

“컷! 컷! 좋아, 오케이! 신우진 배우, 동선과 눈빛 완벽했습니다!”

장 PD의 컷 소리가 떨어지자마자 세트장 안에서 스태프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신우진이 이마의 땀을 닦으며 깊게 숨을 내쉬었다. 시우의 눈앞에 반투명한 푸른빛 시스템 창이 맑게 떠올랐다.

[스타메이커 Lv.2: 배우 상태 및 싱크로율 상세 분석]

- 대상: 신우진 (배역: <블랙 아웃> 형사 주태건)
- 현재 몰입도: 95% (상승 중)
- 디버프: '고정 이미지 콤플렉스' 완전 소멸
- 특수 스킬: '현장 압도(A)' 발동 중
- 연기 호평도: 스태프 및 연출진 만족도 최고치 달성

시우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신우진은 더 이상 이미지에 갇힌 조연이 아니었다. 시우의 매칭과 시스템의 피드백을 통해 완벽한 주연급 배우로 도약하고 있었다.

그때 세트장 입구 쪽에서 시끌벅적한 환호성이 들려왔다.

“우진 형님! 촬영 고생 많으십니다!”

“우진 선배님, 루미너스 식구들이 응원 왔어요!”

세트장 문을 열고 들어온 이들은 유나린과 최지환이었다. 두 사람은 '형사 주태건과 <블랙 아웃>팀을 루미너스가 응원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고급 커피차와 함께 수제 샌드위치를 가득 들고 나타났다.

신우진이 성벅성벅 걸어가 두 사람을 반갑게 맞았다.

“나린 씨, 지환 형님! 프리 프로덕션 준비로 바쁘실 텐데 여기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유나린이 환하게 웃으며 커피 잔을 건넸다.

“저희 한 회사 식구잖아요! 우진 선배님 첫 본 촬영인데 당연히 와야죠. 방금 모니터 슬쩍 봤는데 소름 돋았어요.”

최지환 역시 신우진의 어깨를 툭 치며 거들었다.

“우진 씨 연기가 한층 깊어졌더군요. 정말 멋졌습니다.”

현장에 있던 스태프들과 조연 배우들이 루미너스 배우들의 화기애애한 우애를 보며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

그 바로 순간이었다. 세트장에 있던 조연출과 스태프들의 스마트폰이 일제히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인터넷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 붉은색 속보 배너가 큼지막하게 떠올랐다.

[속보] 픽스온, 올해 최대 텐트폴 오리지널 <투명한 그림자> 전격 발표… 제작은 주식회사 루미너스!
[단독] <낙화> 최지환 X 화제성 1위 유나린 더블 주연… 회당 제작비 '역대 최고 대우' 편성 확정!

“뭐, 뭐라고? 픽스온 텐트폴 오리지널?”

“루미너스가 30% 직접 투자에 공동 제작까지 맡았다고?”

세트장이 순간 거친 동요에 휩싸였다. 장현철 PD조차 폰 화면을 확인하고 턱을 떡 벌렸다. 신생 기획사인 줄로만 알았던 루미너스가 지상파 대작 <블랙 아웃>의 주연을 배출한 것에 이어 글로벌 OTT의 최고 대작 오리지널 프로젝트까지 직접 패키징하여 판을 짠 것이었다.

장 PD가 강시우에게 다가와 감탄이 섞인 목소리로 손을 건넸다.

“강 대표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지상파 드라마와 글로벌 OTT 오리지널을 동시 가동하는 스튜디오라니… 연예계 전체가 난리가 나겠군요.”

시우가 단단한 목소리로 답했다.

“저희 루미너스는 배우와 작품이 가장 빛나는 판을 만들 뿐입니다. <블랙 아웃> 현장에도 일절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월요일 오후 3시, 서울 청담동 신성 엔터테인먼트 본사 20층 전무실.

통유리창 너머로 한강을 내려다보는 구관모 전무의 얼굴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책상 위 태블릿에는 픽스온의 공식 발표 기사와 함께 주가 상승세를 탄 루미너스 관련 데이터가 띄워져 있었다.

그 맞은편에는 직무 정지된 차형준 대신 전략기획본부 실무를 맡은 팀장들이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구관모가 차가운 찻잔을 내려놓으며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차형준이가 현장에서 찌질한 사보타주나 벌이다가 직무 정지를 당하더니 결국 신생 꼬마 회사한테 글로벌 OTT 주도권까지 빼앗겨?”

기획팀장이 식은땀을 흘리며 보고했다.

“죄, 죄송합니다 전무님. 루미너스가 한성 캐피탈 자금 보증에 픽스온 패키징까지 완벽히 짜 맞추는 바람에 방송국과 플랫폼에서도 손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구관모의 눈매가 뱀처럼 가늘어졌다. 그는 차형준처럼 감정적으로 소리를 지르거나 무리수를 두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거대한 신성의 자본과 연예계 생태계 지배력을 이용해 상대를 고립시키는 아사 작전의 달인이었다.

“강시우가 제법 영악하게 판을 짰지만 그래 봤자 직원 몇 명 없는 구멍가게 주식회사다. 지상파 <블랙 아웃> 본 촬영과 OTT 오리지널 프리 프로덕션을 동시에 돌린다고?”

구관모가 서류 봉투를 툭 던졌다.

“당장 협력 캐스팅 에이전시들과 외주 스태프 노조 라인에 연락해라. 루미너스가 제작하는 작품에 참여하는 조·단역 배우나 인력은 향후 신성의 모든 대작 프로젝트에서 영구 제외하겠다고 통보해.”

팀장이 놀라 물었다.

“조·단역 보이콧을 거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어느 현장이든 허리를 지탱하는 조·단역과 현장 스태프가 없으면 굴러가지 않는다. 캐스팅을 마비시켜 현장을 꼬이게 만들어. 그리고 연예부 라인을 동원해서 '신생 기획사의 무리한 동시 제작으로 현장 파행 위기'라는 찌라시를 뿌려라.”

구관모의 입꼬리가 냉혹하게 올라갔다.

“남의 판을 뒤흔든 대가가 얼마나 차가운지 똑똑히 가르쳐 주마.”


화요일 오전 10시, 서울 역삼동 주식회사 루미너스 501호 대표실.

오기태 실장이 긴급히 들어와 시우에게 보고서를 건넸다.

“대표님, 신성 본사 구관모 전무가 움직였습니다. 주요 캐스팅 에이전시들에 압력을 넣어 <블랙 아웃> 후반부 조연진과 <투명한 그림자> 조·단역 배우들의 출연을 강제로 막아서고 있습니다.”

옆에 있던 윤서연 운영팀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어쩐지 오늘 아침부터 계약 예정이던 조연 배우 둘이 일방적으로 출연 불가 통보를 해 왔습니다. 게다가 찌라시 매체들을 중심으로 회사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해 촬영 현장이 파행을 겪고 있다는 음해성 기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구관모의 공격은 차형준과 차원이 달랐다. 연예계의 뿌리 깊은 갑을 관계를 이용해 루미너스의 현장 허리를 잘라내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시우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

“구관모 전무가 대형 기획사의 낡은 룰로 우리를 옥죄려 하는군요.”

시우가 눈을 감자 반투명한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스타메이커 Lv.2: 인프라 및 검색 분석 가동]

- 대상: 국내 미계약/독립 무대 배우 데이터베이스 (총 3,800명)
- 스캔 조건: 신성의 외압으로 매장되었으나 S~A급 잠재력을 보유한 조연 배우
- 발굴 결과: 방중현(연극계 15년 차, 형사극 최적화), 곽진우(독립영화 신성) 외 12명
- 매칭 효과: 조·단역 퀄리티 +80% 상승, 제작 현장 안정도 극대화

시우가 눈을 뜨며 윤서연을 바라보았다.

“서연 씨. 신성이 막아선 에이전시들에 목매달 필요 없습니다. 당장 '루미너스 첫 자체 제작 프로젝트 공개 조·단역 오디션' 공고를 공식 띄우세요.”

윤서연이 눈을 반짝였다.

“공개 오디션이요?”

“맞습니다. 그동안 대형 기획사의 갑질과 좁은 에이전시 문턱에 막혀 기회를 얻지 못했던 실력파 독립 배우들과 연극 무대 배우들을 직접 끌어올립니다. 출연료는 업계 최고 수준의 투명한 표준 계약서로 보장하고 현장 복지도 완벽히 챙깁니다.”

시우는 이어서 오기태를 돌아보았다.

“기태 씨, 신성 측이 에이전시들에 조·단역 보이콧을 강요한 녹취와 압박 서한 증거를 전부 확보해 두셨죠?”

오기태가 묵직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미 완벽히 녹음 및 수집 완료했습니다. 신성이 동원한 찌라시 매체 라인도 전부 파악했습니다.”

“좋습니다. 신성이 찌라시로 흙탕물을 튀길 때 우리는 그들이 저지른 불법 외압 증거와 함께 루미너스의 투명한 공개 채용 시스템을 언론에 동시에 터뜨립니다.”

적의 공작을 루미너스만의 탄탄한 인프라와 압도적인 홍보 기회로 바꾸는 완벽한 역발상이었다.


화요일 오후 4시, 역삼동 루미너스 502호 대회의실.

공고가 나간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502호 문앞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신성의 외압에 숨죽이던 연극 무대의 베테랑 배우들과 실력파 독립 영화 배우들이 루미너스의 파격적인 공개 오디션 소식을 듣고 몰려든 것이었다.

시우는 심사위원석에 앉아 시스템 스탯을 켜고 지원자들을 하나씩 검토했다.

첫 번째로 들어온 40대 후반의 연극 배우 방중현. 과거 신성의 눈밖에 넘어 무대판에만 갇혀 있던 인물이었지만 시스템 창에는 연기력 A+, 형사극 적합도 94%라는 놀라운 스탯이 떠올랐다.

“방중현 배우님, <블랙 아웃>의 정 형사 역할을 맡아 주십시오. 당신의 연기라면 현장을 완벽히 지탱할 수 있습니다.”

방중현 배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대형 기획사의 보이콧으로 매장당했던 자신에게 루미너스가 당당히 주연급 조연 자리를 내어준 것이었다.

이어서 시우는 시스템 스탯 분석을 통해 <투명한 그림자>와 <블랙 아웃>을 채울 명품 조연진 15명을 단 두 시간 만에 완벽히 선발했다. 신성이 보이콧으로 뚫으려 했던 현장의 구멍이 오히려 업계 최강의 실력파 명품 조연 라인업으로 채워진 순간이었다.

같은 시각, 인터넷 세상은 또 한 번 크게 뒤흔들렸다.

신성 엔터가 유포한 음해성 찌라시 기사가 도배되자마자 루미너스가 확보한 '신성 엔터의 대형 기획사 갑질 및 조·단역 보이콧 외압 녹취록'과 '루미너스 투명 표준 계약서 도입 및 명품 조연 대규모 채용' 보도 자료가 동시 폭발한 것이었다.

[단독] 신성 엔터, 신생 제작사 방해하려 조·단역 보이콧 외압… 충격 녹취록 공개!
[이슈] 루미너스, 연극·독립 영화 실력파 배우 15인 전격 발굴… "갑질 없는 투명 제작 선도"

여론은 순식간에 신성 엔터의 더러운 공작에 분노를 쏟아냈다. 구관모 전무가 기획했던 찌라시 공작이 오히려 신성의 도덕성에 수습 불가능한 치명상을 입히고 루미너스를 '배우와 스태프를 지키는 정의로운 스튜디오'로 각인시키는 역풍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화요일 저녁 6시, SBS 드라마국 회의실.

<블랙 아웃>의 장현철 PD가 강시우의 손을 잡으며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강 대표님! 루미너스가 새로 보내준 방중현 배우와 조연진의 리딩을 방금 마쳤습니다. 이건 뭐… 기존 에이전시에서 보내주던 조연들과는 차원이 다른 명품 연기더군요! 촬영 현장 몰입감이 두 배는 올라갈 것 같습니다.”

장 PD는 스마트폰에 떠오른 신성의 외압 폭로 기사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신성이 미련하게 굴다가 제 발등을 짓찍었군요. SBS 드라마국에서도 루미너스의 제작 행보를 100% 지지하겠습니다.”

같은 시각, 청담동 신성 엔터 전무실.

구관모 전무는 손에 쥐고 있던 찻잔을 와당탕 소리와 함께 벽에 집어던졌다. 붉은 차가 벽을 타고 흘러내렸다.

“강시우… 이 쥐새끼 같은 놈이 감히 내 공작을 역이용해 인프라를 확장해?”

자신이 친 보이콧의 덫을 오히려 독립 배우 네트워크 확보라는 거대한 무기로 바꿔버린 강시우의 수완에 구관모는 이를 갈았다. 대형 기획사의 자본과 권력으로 짓눌러 보려 했던 루미너스는 이미 신성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스튜디오로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화요일 밤 8시, 역삼동 주식회사 루미너스 대표실.

창밖으로 서울 도심의 화려한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윤서연 운영팀장이 미소를 띤 채 정리된 보고서를 내밀었다.

“대표님, <블랙 아웃> 후반부 조연 세팅이 완료되었고 <투명한 그림자> 프리 프로덕션 대본 리딩 준비도 차질 없이 마쳤습니다. 신성의 보이콧 덕분에 회사의 명품 조연 풀이 완벽히 구축되었습니다.”

오기태 실장도 거들었다.

“신성 주가는 외압 폭로 여파로 4% 하락했습니다. 구관모 전무도 당분간 함부로 전면에 나서지 못할 겁니다.”

시우는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신성이 아무리 음습한 공작과 자본으로 막아서려 한들 배우의 가치를 알아보고 진짜 실력으로 판을 짜는 루미너스의 전진을 막을 수는 없었다.

시우가 단단하고 명료한 목소리로 선포했다.

“내일부터 <투명한 그림자> 전체 대본 리딩에 들어갑니다. 루미너스가 만드는 진짜 판이 어떤 것인지 세상에 증명해 보이죠.”

소속 배우들과 임직원들의 눈빛이 뜨겁게 빛났다. 거센 파도를 넘어선 루미너스의 거침없는 항해가 연예계의 지형을 새로 바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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