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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12화

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

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

12화: 귀족들의 반발

남부 귀족들이 황실 보급 창고로 들어오는 마차 통행로를 무력으로 가로막고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세계의 화려하고 환상적인 겉모습 뒤에 굳건하게 웅크리고 있는 전근대적 행정의 모순과 고질적인 불합리함은 강민우의 숙련된 기획자로서의 직업적 말초신경을 매우 날카롭고 강렬하게 자극하고 있었다.

집무실 창밖 멀리, 보급로를 가로막은 귀족들의 수송 마차들이 내뿜는 뿌연 먼지 구름이 아침 햇살을 가로막고 있었다. 찬란해야 할 제국의 아침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자들의 탐욕스러운 소란과 말발굽 소리에 뒤섞여 혼탁하게 변질되어 가고 있었다.

귀족 관료들은 매일 아침 화려한 마도 마차를 타고 출근하여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어제와 다름없는 무의미한 보고서 결재판을 넘기고 있었다. 그들에게 국가의 재정 상태란 그저 황실 창고에 쌓인 금화의 개수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었고, 보이지 않는 인플레이션이나 기회비용 같은 고차원적인 개념은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의 잘 훈련된 손가락 사이에서 리드미컬하게 빙글빙글 회전하는 은빛 만년필은 단순한 필기구의 영역을 넘어서, 오래된 구습과 방만 경영의 부조리를 한 치의 자비도 없이 도려낼 서슬 퍼런 집행관의 메스와도 같았다. 민우는 차가운 유리창 너머로 분주히 마차를 몰며 이동하는 사람들을 무심히 내려다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 채 나직한 한숨을 뱉었다.

과거 원자재 단가 인상을 요구하며 공장 정문을 점거했던 협력업체 노조와의 지루한 협상 테이블이 떠올랐다. 물류를 인질로 잡고 이익을 관철하려는 수법은, 현대의 서울이나 이곳 판타지 대륙이나 놀라울 정도로 원시적이고 똑같았다.

"유통은 국가라는 유기체의 혈관이다. 이 혈관을 막아 세상을 마비시키려는 자들에게는, 타협이 아닌 강력한 법적 집행이라는 처방만이 유효할 뿐이다."

민우는 차갑게 식어 가던 마력 홍차를 가볍게 한 모금 넘긴 후, 눈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해 집무실 주변을 감싼 조명 마법 램프의 조도를 최적의 상태로 신중하게 조절했다.

현재 민우가 정면에 맞닥뜨린 가장 거대하고도 시급한 핵심 행정 과제는 다름 아닌 황실 군대를 투입하여 국법상 통행 방해 혐의로 귀족 기사들을 즉각 구금 조치하는 것 일이었다. 그는 오래된 참나무 책상 위에 어지럽게 흩어진 가죽 문서철들의 두터운 먼지를 손등으로 가볍게 쓸어내고는, 차분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 찰나의 순간, 민우의 투명한 눈동자 위로 서늘한 푸른빛을 발하는 반투명 마법 시스템 스크린이 서서히 허공에 형태를 갖추며 둥실 떠올랐다. 그의 체내 마력 회로 및 기획자로서의 무의식과 긴밀히 동화된 특수 시각화 보조 스킬인 '오피스 워커의 눈(Office Worker's Eye)'의 활성화였다.

얽히고설킨 복잡한 예산 수식들과 숨겨진 재정적 손실 변수들이 현대적인 복식부기 스프레드시트 형태로 정렬되어 그의 뇌리에 다이렉트로 투사되었다.

[라피아 홀딩스 & 제국 국정 재정 정밀 모니터링 시스템]

숫자와 정교한 데이터는 언제나 인간의 편협한 감정이나 빛바랜 명예의 허세와는 다르게, 단 1센트의 오차도 없이 지극히 냉혹하고 정직하게 현실을 대변하고 있었다. 민우는 시스템 인터페이스가 붉은색 노이즈로 짚어내는 결산 오류 지점들을 날카로운 만년필 촉으로 꾹 누르며, 다음 단계로 나아갈 정밀한 구조조정 및 실행안 기획서를 머릿속으로 빠르게 설계해 나갔다.

이윽고 기획실장실의 묵직한 오크나무 문이 조용히 열렸고, 발걸음마다 긴장감이 선연하게 묻어나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가이 백작가 긴 숨을 내쉬며 방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민우는 아주 자연스럽고 예의 바른 태도로 손짓하며, 그를 테이블 맞은편에 마련된 고급 안락의자로 안내했다.

집무실 내부를 메운 공기는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의 도화선처럼 팽팽하게 얼어붙어 적막감이 감돌았다.

민우는 미리 복사 마법으로 정갈하게 편집해 둔 방대한 비교 분석 보고서 뭉치를 테이블 중앙에 툭 던져놓으며, 대화의 주도권을 단숨에 움켜잡았다.

"바쁘신 와중에 발걸음을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가이 백작. 방금 올려 보내주신 기안서와 청구 장부들을 한 장도 빠짐없이 꼼꼼하게 실사해 보았습니다만, 유감스럽게도 제 기준에서는 도저히 이 문서에 승인 결재 도장을 찍어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세부 내역이 불명확한 예산 청구서와 비합리적인 계약 단가들이 가득하더군요. 이대로 승인하면 국고에 심각한 손실이 발생합니다."

가이 백작는 민우의 예리하고 차가운 지적에 순간 참을 수 없다는 듯 불쾌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붉게 상기된 얼굴로 회의용 테이블을 가볍게 탁 내리쳤다.

"강 실장! 그대가 이세계에서 온 이후 행정적으로 세운 공로와 시장 개혁의 위대함은 내 충분히 경의를 표하는 바일세! 그러나 이것은 수백 년 동안 우리 가문과 황실이 지켜온 신성한 규칙이자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긍지의 영역이네! 어찌 천한 평민의 만년필 끝 하나로 우리가 수호해 온 역사적 가치관을 한순간에 부정하려 든단 말인가!"

민우는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상대를 직시하며 만년필을 책상 위에 조용히 내려놓았다.

"귀하가 말하는 긍지나 역사적 명예는 장부의 거대한 적자 구멍을 메워주지 못합니다. 시장 경제와 숫자의 인과율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냉정하게 적용됩니다. 공공 도로의 소유권은 황실에 있습니다. 도로를 막는 행위는 반역죄에 해당합니다. 만약 제가 제시한 새로운 기획안과 구조조정 조건에 합의하지 않으신다면, 오늘부로 귀하의 부서와 관련된 모든 국가 재정 예산 유입 경로와 중앙은행 예금 계좌를 법률적 권한 하에 즉시 동결 및 강제 처분 조치하겠습니다. 저는 이 국가적인 낭비와 사리사욕을 묵과할 생각이 추호도 없으며, 결재판 위에 영혼 없는 반려 도장을 찍는 것 외에는 다른 타협안을 제시할 의향이 전혀 없습니다."

민우의 확고부동하고 엄격한 카리스마 앞에 가이 백작는 큰 충격을 받은 듯 어깨를 바르르 떨며 서명 서류를 쥔 채 길고 깊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민우가 들이밀어 증명한 회계 장부의 증거들은 반박할 수 없는 완벽한 진실이었고, 만약 이 자리에서 기획실장의 요구를 거절하고 대립했을 때 귀하가 지키고자 하는 가문이나 세력이 입게 될 금융적 파탄의 결과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명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황실 헌병대의 전격적인 투입으로 보급로를 막고 있던 귀족 기사들이 체포되자, 멈췄던 물류의 흐름은 순식간에 재개되었다. 법 위에 군림하려던 귀족 세력의 기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급격히 위축되었다.

유능한 하급 관리들과 평민 기술자들에게는 중앙은행을 통해 즉각적인 특별 보너스와 승진의 기회를 제공하여 철통같은 지지 기반을 다져 나갔고, 뒤에서 반란을 모의하거나 횡령을 자행하던 세력들에게는 법원 영장과 자산 가압류라는 경제적 교수형 단두대를 들이대어 그들의 손발을 완벽하게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고대의 역사 장부들은 영웅의 칼솜씨나 마법사의 천재적인 마법 주문만을 국가 수호의 공적으로 적어왔지만, 이제 세상을 움직이는 진정한 문명의 동력원은 기사의 검이 아닌 한 직장인이 밤을 새워 기안한 엑셀식 기획서와 행정 규칙 가이드라인이었다. 피를 흘리는 정면충돌로도 해결할 수 없었던 수백 년의 전쟁과 반목이, 자본의 적재적소 재배치와 투명한 시장 유통 제어라는 행정 마법 앞에서 너무나 부드롭고 당연하게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화해와 평화의 구도로 정착되는 장관은 그 자체로 가장 위대한 기적과도 같았다.

마침내 길었던 하루의 모든 결재 업무가 종료되고 수백억 골드에 달하는 분기 결산 보고서 상단에 최종 승인을 뜻하는 기획실장의 전결 인장이 붉은 마력의 안착음과 함께 쾅 찍혔다. 강민우는 뻐근한 목덜미를 가볍게 주무르며 안락의자 깊숙이 지친 몸을 묻고 길게 모아두었던 숨을 밖으로 토해냈다.

창밖으로는 중앙은행이 닦아놓은 신식 마도 수송 도로망을 따라 대규모 상단들의 유통 마차가 꼬리를 물고 질서정연하게 내달리며 제국과 마계를 잇는 새로운 경제의 피를 활기차게 수송하고 있었다.

허공의 푸른빛 시스템 인터페이스 화면이 부드럽게 진동하며 기분 좋은 주파수 소리를 울려 퍼트렸다. 그의 기획과 실행 조치가 이세계 전체의 금융 인프라망에 완전히 성공적으로 동기화되어 한 단계 더 높은 안정화 등급에 이르렀음을 증명하는 완료 메시지였다.

법적 정당성을 확보한 민우의 빠른 군사 진압으로 보급망의 권위가 굳건해졌다.

민우는 창가에서 먼지가 가라앉고 다시 질서정연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마차 행렬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물류 정체 지수 0%'.

시스템 창에 뜬 초록색 숫자만이 평화의 복구를 증명하고 있었다. 그는 안도감 섞인 한숨을 내쉬며, 다음 단계인 '제국 통합 물류 센터' 건립 기획안의 세부 예산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질서는 칼이 아닌, 막힘없이 흐르는 도로 위에서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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