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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의 1층만 만 년째, 드디어 올라갑니다24화

탑의 1층만 만 년째, 드디어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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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세 장이 넘어가기 전에

종이 계단은 발밑에서 얇게 휘었다.

강현우는 첫 칸을 밟자마자 그것이 계단이 아니라 장부의 모서리라는 것을 알았다. 아래로 내려가는 길처럼 보였지만 한 사람이 발을 디딜 때마다 페이지가 조금씩 넘어가려 했다.

아래쪽에서 소리가 올라왔다.

사각.

다서연의 기록판이 떨렸다.

[기록 이관 잔여 시간]

[종이 두 장]

[수취인명 완성 대기]

17번 소년이 숨을 삼켰다. 맨발 아래 종이 섬유가 올라와 발가락 사이를 재려 했다.

"발 빼지 마."

현우가 말했다.

"도망치라는 뜻입니까?"

"아니. 발을 사람 발처럼 올리라는 뜻이야. 종이 위에 찍힌 번호처럼 굴지 말고."

소년은 떨리는 발을 다시 눌렀다.

계단이 그 발을 장부의 얼룩으로 바꾸려는 순간 현우의 발끝이 옆 모서리를 눌렀다.

[기본 차기]

[페이지 넘김 첫 매듭 지연]

툭.

넘어가던 계단 한 장이 멈췄다. 멈춘 종이 위로 검은 글자가 번지다 말았다.

[17번 동봉 목록 검토 보류]

"서둘러."

현우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빠른 놈만 가라는 뜻 아니야. 느린 사람 옆에 붙어서 같이 내려와."

1번 여자가 곧장 뒤쪽으로 손을 뻗었다. 24번 노인은 빈 물주머니를 안고 계단을 밟았다. 위율은 붉은 기록판을 꺼냈다가 다시 닫았다.

"적요길드는 이동 보증을 붙이지 않는다. 현장 동행 기록만 유지한다."

종이 계단이 불만처럼 바스락거렸다.

[길드 보증 부재]

[동행 안정성 낮음]

현우가 코웃음을 쳤다.

"너희 안정성보다 이 사람들이 더 낫다."

그는 한 칸씩 내려갔다. 계단이 넘어가려 할 때마다 모서리의 첫 매듭을 눌렀다. 거창한 기술은 필요 없었다. 만 년 동안 보급 장부 앞에서 줄이 밀릴 때마다 페이지가 어디서 먼저 넘어가는지 봐 왔다.

종이는 언제나 같은 곳에서 움직였다.

뒤쪽의 발걸음이 조금씩 맞춰졌다. 빠른 사람은 앞서 내려가지 않았다. 다친 사람은 옆 사람의 팔을 붙잡고 한 칸씩 내려왔다.

아래에서 두 번째 소리가 났다.

사각.

[기록 이관 잔여 시간]

[종이 한 장]

[강현우 수취인명 획 추가 준비]

다서연이 얼굴을 굳혔다.

"한 장 남았습니다."

"보인다."

계단 끝에 문이 있었다. 문이라기보다 세워 둔 장부였다. 장부 표지는 젖어 있었고 검은 실로 꿰맨 자리가 심장처럼 뛰었다.

현우가 표지 앞에 섰다.

표지가 안쪽으로 접혔다.

반송인 기록실이 열렸다.

기록실 안에는 책상이 없었다.

방 전체가 책상이었다. 바닥은 펼쳐진 장부였고 벽은 꽂힌 봉투였고 천장에는 마르지 않은 먹물이 물방울처럼 매달려 있었다.

가운데에는 긴 장부가 떠 있었다.

장부 양옆으로 젖은 손들이 줄줄이 돋아나 있었다. 손들은 몸 없이 움직였다. 어떤 손은 빈칸을 만들고 어떤 손은 번호를 베껴 썼다. 어떤 손은 현우 이름의 첫 글자 옆에 다음 획을 올리려 했다.

[반송인 기록실]

[임시 도착 기록 이관 중]

[대표 반송인 확정 대기]

장부 첫 줄에 이미 글자가 있었다.

강현.

마지막 획들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먹물이 떨어지는 속도는 빨랐다.

17번 소년이 뒤에서 작게 말했다.

"이름이..."

"내 이름이지."

현우의 목소리는 낮았다.

"그래서 더 기분 나쁘네."

다서연이 기록판을 장부 쪽으로 기울였다.

"보관자 손이 아니라 자동 필사 장부입니다. 문틈의 보관자는 여기서 내려간 말단이었어요. 이관이 끝나면 현우 씨가 대표 반송인으로 굳습니다."

위율이 붉은 기록판을 들었다.

"길드가 대표 반송 거부 보증을 붙이면..."

"안 붙인다고 네 입으로 말했잖아."

위율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적요길드는 대표 반송과 수령 보증을 모두 주장하지 않는다. 현장 동행자들을 길드 보관물로 분류하지 않는다."

장부의 젖은 손들이 동시에 멈췄다.

[외부 보증 부재]

[동봉 목록 자체 검토 전환]

37명의 발밑에 번호가 번졌다.

현우는 주머니에서 1층 보급 대기표를 꺼냈다. 뒷면의 미수령 보급 반송표 글자는 더 흐려져 있었다. 그래도 판정은 살아 있었다.

"반송이라."

현우는 대기표를 중앙 장부 아래에 내려놓았다.

"보급 못 받은 놈이 앞에 서 있으면 대신 반송 못 한다. 1층 창구도 그 정도는 알았어."

[미수령 보급 반송표]

[수령자 현장 확인]

[대리 반송 불가]

젖은 손 하나가 대기표를 덮으려 했다.

현우의 단검이 먼저 움직였다.

[기본 찢기]

[대표 반송인 첫 줄 접촉]

찍.

장부 첫 줄의 먹물이 갈라졌다. 강현이라는 두 글자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대신 종이 위에 박히지 못하고 떠올랐다.

장부가 방 전체를 흔들었다.

[대표 반송인 확정 실패]

[동봉 목록 임시 번호 흡수]

벽의 봉투들이 열렸다. 8번의 다친 팔 옆으로 숫자가 떠오르고 13번의 발밑에서 얇은 종이끈이 솟았다. 31번은 자기 앞에 내려온 빈칸을 보고 이를 악물었다.

현우가 말했다.

"각자 말해. 여기 있다고. 대신 받지도 대신 보내지도 말라고."

17번 소년이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저는 여기 있습니다. 제 번호는 안 줍니다."

1번 여자가 뒤이어 말했다.

"우리는 같이 서 있습니다. 대표는 없습니다."

24번 노인이 물주머니를 들어 보였다.

"내 발로 받겠네. 내 발로 갈 거네."

목소리들이 작게 이어졌다. 처음에는 겁이 섞였지만 점점 또렷해졌다.

"여기 있어요."

"대신 보내지 마요."

"내가 받을 건 내가 받겠습니다."

[현장 의사 37건]

[대리 반송 거부]

[동봉 목록 분리]

중앙 장부 위의 먹물이 흔들렸다.

하지만 장부는 멈추지 않았다.

천장에 매달린 먹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방울은 허공에서 가늘게 늘어나며 현우 이름의 다음 글자를 만들려 했다.

우.

획이 완성되기 직전 현우가 단검을 들어 올렸다.

다서연이 급히 말했다.

"글자 자체를 베면 이관 기록이 흩어질 수 있습니다."

"글자를 벨 생각 없어."

현우는 먹물이 장부에 닿기 바로 전의 얇은 떨림을 봤다. 먹물과 종이가 처음 서로를 인정하는 자리였다.

[기본 찢기]

[이름 획 착지 매듭 절단]

찍.

먹물은 글자가 되지 못했다. 검은 방울이 장부 위에서 흩어졌다.

[강현우 수취인명 완성 실패]

[이름 일부 접촉 기록 무효 보류 연장]

현우는 그제야 장부 아래쪽을 봤다.

발신자란이 있었다.

보통 이름이 들어갈 자리였다. 그런데 거기에는 사람 이름이 없었다. 여러 번 잠기고 덧칠된 흔적만 남아 있었다.

다서연이 기록판을 가까이 댔다.

[발신자 확인 불가]

[권한 흔적 감지]

[1층 재시작 권한 계열]

현우의 표정이 차갑게 내려앉았다.

그 문구는 낯설지 않았다. 글자는 달랐지만 냄새가 같았다. 만 년 동안 눈앞을 가로막던 재시작 창의 마른 쇳내와 닮아 있었다.

"1층?"

방 안의 젖은 손들이 동시에 움찔했다.

그 반응만으로 충분했다.

"내 이름을 아는 놈이 그냥 우편함 주인은 아니라는 거네."

장부가 마지막 방어처럼 소리를 냈다. 벽의 봉투 하나가 길게 찢어지고 그 안에서 빈 발신자 칸이 튀어나왔다.

빈칸은 17번 소년의 발밑으로 미끄러졌다.

[발신 보조인 공란]

[임시 번호 17번 기입 가능]

[이름 완성 실패 보정]

소년의 맨발이 종이 위로 끌려갔다.

현우는 바로 붙잡지 않았다.

"발 빼."

소년이 현우를 봤다.

"제가요?"

"네 발이잖아."

소년은 입술을 떨었다. 종이는 발등까지 올라왔다. 그래도 그는 이를 악물고 발가락에 힘을 줬다.

"제 번호는 안 줍니다."

그가 발을 뒤로 뺐다.

종이가 찢어질 듯 늘어났다. 그 순간 현우의 단검이 빈칸과 발바닥 그림자 사이를 스쳤다.

[기본 찢기]

[발신 보조인 공란 첫 매듭 절단]

찍.

빈칸이 반으로 갈라졌다. 17번 소년은 뒤로 넘어질 뻔했지만 1번 여자가 어깨를 잡아 세웠다.

중앙 장부의 손들이 하나씩 힘을 잃었다.

[임시 번호 대체 기입 실패]

[현장 대기자 동행 유지]

[반송인 기록 이관 중단]

기록실 천장의 먹물이 거꾸로 솟았다. 천장이 장부처럼 접히고 위쪽에 둥근 검문장이 드러났다. 검문장 가장자리에는 봉랍이 아니라 1층에서 보던 낡은 재시작 창의 테두리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다서연의 기록판이 새 문장을 받아냈다.

[1층 재시작 권한 흔적 보관 위치]

[24층 정식 검문장]

[상부 호출 준비]

위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현우는 중앙 장부에 떠 있는 강현의 남은 먹물을 보았다. 먹물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더는 글자가 되지 못하고 떨고 있었다.

"좋아."

그는 단검을 거두지 않았다.

"이번엔 누가 내 1층을 건드렸는지 보자."

위쪽 검문장의 둥근 입구가 열렸다.

그 안에서 낡은 시스템 창 하나가 내려왔다.

[재시작 권한 확인]

[대상: 강현우]

[처음 발신자를 호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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