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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를 착하게 키우기로 했습니다5화

천마를 착하게 키우기로 했습니다

천마를 착하게 키우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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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첫 숟가락의 무게

아침빛이 창호를 넘기도 전에 백운하가 울었다.

울음소리는 크지 않았다. 기운이 모자라서 끝마다 가늘게 꺾이는 울음이었다.

연소화는 이불 속에서 버둥거리는 아이를 조심스레 들어 올렸다. 밤새도록 이야기를 듣다가 간신히 잠든 아이였다. 새벽에 한 번 깨더니 젖도 밀어내고 물도 받지 않았다.

"으… 아…"

운하의 볼은 붉었지만 열은 없었다. 작은 입술은 바싹 말라 있었고 눈가에는 울음 자국이 얇게 남아 있었다.

연화는 아이의 등을 일정한 리듬으로 쓸었다. 토닥이는 손을 멈추면 울음이 조금 커졌다. 다시 손바닥을 대면 운하는 가쁜 숨을 골랐다.

침방 밖에서 발소리가 잇달아 멎었다.

문이 열리자 마공사가 약상자를 들고 들어왔다. 뒤에는 은그릇을 든 시녀 둘과 회색 옷의 의원이 따랐다. 한밤중에 소교주의 울음이 길어졌다는 말이 내당을 돌았던 모양이었다.

"보호자. 비켜 주십시오."

의원이 운하를 살피려 손을 뻗었다. 아이는 낯선 손등이 가까워지자 몸을 움츠렸다. 울음은 작아졌지만 손가락이 연화의 옷깃을 세게 움켜쥐었다.

연화는 아이를 더 꼭 안았다.

"여기서 보세요."

"소교주님의 맥을 짚어야 합니다."

"울음이 더 심해지면 그다음에는 무엇을 하실 건데요?"

의원이 대답하지 못했다. 마공사가 대신 약상자를 열었다.

"기운을 북돋울 환약을 물에 녹이면 됩니다. 쓴맛도 거의 없도록 조제했습니다."

연화는 은빛 환약을 내려다보았다. 손톱만 한 크기였지만 향은 진했다. 약초 향과 짐승의 뿔을 달인 냄새가 방 안에 퍼졌다.

그 냄새가 닿는 순간 운하가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고 연화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었다.

"빈속에 이걸 먹이겠다고요?"

"소교주님은 평범한 아이가 아닙니다."

"그래도 배고프면 우는 아이예요."

말이 낮게 떨어지자 방 안이 조용해졌다.

연화는 운하의 배를 살며시 만졌다. 단단하게 부풀어 있지 않았다. 이마도 뜨겁지 않았다. 다만 밤새 낯선 사람들의 목소리와 약 냄새 속에서 잠을 설친 아이의 몸은 잔뜩 긴장해 있었다.

"지금 필요한 건 약이 아니에요. 따뜻하고 묽은 음식부터 먹여야 해요."

의원이 눈썹을 찌푸렸다.

"소교주님께 평범한 미음을 올리자는 말입니까?"

"평범해서 먹을 수 있는 거예요."

마공사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내당 부엌에는 갓난아이에게 맞는 음식이 없을 겁니다. 산해진미와 보약재뿐이지요."

"그러면 제가 만들죠."

연화가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자 운하가 옷자락을 놓지 않았다. 힘이 없는 손이었다. 그런데도 손가락 마디는 하얗게 질릴 만큼 단단히 붙어 있었다.

연화는 다시 앉아 아이의 손등을 쓸었다.

"금방 올게. 약속할게."

운하는 말뜻을 알 리 없었다. 그래도 연화의 목소리가 낮아질 때마다 눈을 깜박였다. 한참 뒤 작은 손가락이 아주 조금 느슨해졌다.

연화는 시녀에게 아이를 건네지 않았다. 품에 안은 채 문가까지 갔다가 호위무사 하나를 불렀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여기서 문을 지켜 주세요. 낯선 사람이 들어오면 먼저 말해 주시고요."

호위무사는 당황한 얼굴로 주먹을 모았다.

"명 받들겠습니다."

교주 직속 호위가 아기 방 문지기 명을 받는 광경은 이상했다. 그러나 연화에게는 지금 그보다 중요한 일이 없었다.

내당 부엌은 이른 시간인데도 불길이 살아 있었다. 장정 둘이 들 만한 솥에서는 약재를 삶은 물이 끓고 있었다. 선반에는 말린 산짐승 고기와 귀한 버섯, 피처럼 붉은 열매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

연화는 그 사이를 둘러보다가 한숨을 삼켰다.

"쌀은 어디 있어요?"

부엌을 맡은 시녀가 얼른 쌀독을 열었다.

"있기는 합니다만 소교주님께 올리기에는 너무 보잘것없습니다. 산삼즙에 꿀을 타고 금분을 띄우면 기운이…"

"금분은 먹는 게 아니에요."

연화는 쌀 한 줌을 손바닥에 받았다. 알은 작고 투박했지만 깨끗했다. 그는 그것을 여러 번 씻어 맑은 물에 담갔다.

"닭 육수는 있나요?"

"오늘 새벽에 잡은 오골계로 낸 것이 있습니다. 교주님 아침상에…"

"기름 걷어 낸 맑은 물만 조금 주세요."

시녀들은 서로를 보았다. 소교주의 식사를 만든다는 사람이 보약도 아니고 오골계 육수의 맑은 부분만 찾고 있었다.

연화는 불린 쌀을 작은 냄비에 넣고 물을 넉넉히 부었다. 쌀알이 사라질 듯 퍼질 때까지 젓지 않고 기다렸다. 불길이 세면 바닥이 눌어붙을 수 있어 화로 앞을 떠나지도 않았다.

맑은 육수를 조금 넣은 뒤에는 떠오르는 기름을 얇은 종이로 걷었다. 쌀알이 풀어지자 체에 내려 다시 끓였다. 숟가락으로 떠 보니 죽이라기보다는 뽀얀 물에 가까웠다.

"이렇게 묽게 해도 됩니까?"

시녀 하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래야 삼킬 수 있어요."

"기운이 너무 약해지지 않겠습니까?"

연화는 숟가락 끝의 죽을 자기 손등에 떨어뜨렸다. 뜨겁지 않은지 확인한 뒤 다시 냄비를 보았다.

"기운은 억지로 밀어 넣는다고 몸 안에 남지 않아요. 몸이 받아들일 틈이 있어야 해요."

부엌 입구에 서 있던 마공사의 붓이 멈췄다. 그는 어느새 작은 수첩을 들고 있었다.

"받아들일 틈…"

"그건 적지 마세요."

"소교주님의 내공 운용에 관한 말씀 아닙니까?"

"아기 밥에 관한 말이에요."

마공사는 수첩을 덮지 못했다. 옆의 호위무사들은 심각한 얼굴로 냄비를 바라보았다. 천마신교에서 쌀을 불리고 기름을 걷는 일이 고심 끝에 전해진 심법처럼 취급되는 순간이었다.

연화는 피곤한 얼굴로 작은 사발을 받아 들었다.

"식기 전에 가야 해요."

침방 가까이 갈수록 운하의 울음이 들렸다. 문밖의 호위무사는 온몸에 땀을 흘리고 있었다. 적을 막는 일보다 더 어려운 임무를 맡은 사람처럼 보였다.

"계속 이러십니다."

"고생했어요."

연화가 안으로 들어서자 운하가 울음을 멈췄다. 눈이 완전히 뜨인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고개는 정확하게 연화가 있는 쪽으로 돌아왔다.

그 작은 움직임에 시녀 하나가 숨을 삼켰다.

연화는 서두르지 않았다. 사발을 곁에 내려두고 먼저 운하를 품에 안았다. 아이의 등을 쓸고 귀 가까이에 입을 대었다.

"아까 하던 이야기 기억나? 착한 동생은 빵을 나눠 줬대. 혼자 먹으면 배가 불러도 마음이 쓸쓸하니까."

운하의 숨이 한 번 크게 들이쉬어졌다.

"동생은 추운 아이에게 자기 옷도 덮어 줬어. 그러자 길가의 나무들이 봄을 기다린 것처럼 잎을 흔들었대."

연화는 말 사이를 길게 비웠다. 그 틈에 숟가락 끝을 아이 입술 가까이 가져갔다.

운하는 고개를 돌렸다.

첫 시도는 실패였다.

시녀가 다급하게 말했다.

"보호자, 환약을 아주 작게 쪼개서…"

"잠깐만요."

연화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아이가 뱉었다는 사실보다 그 작은 얼굴이 잔뜩 찌푸려졌다는 사실이 더 마음에 걸렸다. 낯선 맛이 무서웠을 것이다. 배고픔조차 낯설고 피곤한 아이에게 서두르는 어른들만 가득했으니.

"괜찮아. 처음엔 낯설지."

그는 운하의 손을 손바닥으로 감쌌다.

"한 방울만 해 보자. 싫으면 내가 멈출게."

누구도 아이가 말을 알아들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운하의 울음이 조금 잦아들었다. 손가락이 연화의 엄지를 더듬다가 가만히 멈췄다.

연화는 두 번째 숟가락에는 정말 한 방울만 담았다. 입술을 적실 정도의 양이었다.

운하의 입이 아주 조금 열렸다.

뽀얀 죽물이 혀끝에 닿았다. 아이는 미간을 찡그렸다. 그러나 곧 목울대가 느리게 한 번 움직였다.

꿀꺽.

작은 소리였다.

침방 안의 모든 사람이 그 소리를 들었다.

마공사의 목소리가 떨렸다.

"삼켰습니다."

연화는 대답하지 못했다. 가슴이 먼저 뜨거워졌다. 겨우 한 방울이었다. 그래도 운하가 스스로 넘긴 한 방울이었다.

그는 함부로 웃지 않았다. 아이가 놀라지 않도록 입술 끝만 천천히 올렸다.

"잘했어. 정말 잘했어."

운하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 연화가 든 숟가락을 바라보았다.

세 번째 숟가락을 내밀자 작은 손이 움직였다. 운하는 연화의 손가락을 붙잡고 빈 숟가락 쪽으로 손을 뻗었다. 닿지는 못했다. 그래도 손끝은 분명히 그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때 문이 열렸다.

검은 겉옷을 걸친 백천마가 침방에 들어섰다. 교주의 얼굴에는 새벽부터 이어진 보고를 들은 사람의 굳은 기색이 남아 있었다.

"무슨 소란이지."

아무도 곧장 답하지 못했다. 운하가 다시 손을 뻗었기 때문이다.

백천마의 시선이 아이의 손과 숟가락 사이에 멈췄다. 한참 뒤 그가 낮게 물었다.

"저것을 원하는 것이냐."

연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더 먹고 싶은 모양이에요."

백천마는 곁으로 다가와 아이의 얼굴을 보았다. 운하는 평소처럼 낯선 기운을 느끼고 울지 않았다. 연화의 손가락을 붙든 채 숟가락만 바라보고 있었다.

연화는 교주의 눈치를 보지 않고 죽을 한 방울 더 먹였다. 운하는 이번에는 얼굴을 덜 찡그렸다. 목울대가 다시 움직였다.

백천마의 굳은 입가가 아주 잠깐 흔들렸다.

마공사가 헛기침을 했다.

"교주님. 보호자께서 기운을 억지로 주입하지 않고 몸이 받아들일 틈을 만든다고 하셨습니다. 혹시 이는 소교주님만의 선천지기를 다루는 법과…"

"아기 밥이다."

연화의 대답이 먼저 떨어졌다.

마공사는 입을 다물었다. 호위무사 하나는 고개를 숙인 채 심각하게 중얼거렸다.

"과연 평범한 밥이라서 가능한 경지…"

"그것도 아니에요."

연화는 지친 얼굴로 말했지만 목소리만은 단호했다.

"운하가 먹기 싫으면 먹지 않아도 돼요. 배가 고프고 먹고 싶을 때 먹는 거예요."

백천마는 방 안을 둘러보았다. 의원과 마공사, 시녀와 호위무사까지 모두 그 말에 반박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의 입이 한 번 더 열렸기 때문이다.

교주는 마공사를 향해 명했다.

"오늘부터 소교주의 식사는 연소화가 맡는다. 약은 그가 허락할 때만 올려라."

마공사가 급히 고개를 숙였다.

"명을 받듭니다."

"부엌도 비워 두어라. 필요한 것이 있으면 즉시 내주고 쓸데없는 자는 들이지 마라."

시녀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연화는 잠시 백천마를 바라보았다. 아이를 맡긴 뒤로 처음 듣는 명령이었다. 이곳의 누구도 연화에게 그런 권한을 준 적이 없었다.

백천마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네가 이 아이를 가장 잘 안다."

그 한마디가 뜻밖에도 무거웠다.

연화는 운하의 손을 바라보았다. 작은 손가락은 여전히 자신의 손을 붙든 채였다. 이전에는 그 손이 살아 있는지 확인하려고 쥐었다면 지금은 다음 숟가락을 기다리며 쥔 것처럼 느껴졌다.

"제가 잘 아는 건 아니에요."

연화는 조용히 말했다.

"그래도 알아갈게요."

백천마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물러섰다.

그 뒤로 연화는 사발이 비어 갈 때까지 아주 조금씩 죽을 먹였다. 운하는 다섯 번을 더 삼켰다. 마지막에는 숟가락이 입술에 닿기 전부터 눈을 떴다.

한 사발을 다 비운 것은 아니었다. 손바닥만 한 사발의 바닥이 아직도 보이지 않을 만큼 남았다.

그런데도 연화는 더 권하지 않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잘 먹었어."

운하는 불만인지 아쉬움인지 모를 소리를 냈다. 그러더니 숟가락을 잡으려던 손을 내려 연화의 손등 위에 올렸다.

잠시 후 아이의 숨이 고르게 이어졌다.

방 안의 사람들은 아무도 움직이지 못했다. 소교주가 잠든 뒤에야 허락된 듯 조심스럽게 숨을 쉬었다.

마공사는 수첩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이번에는 연화가 말리기도 전에 한 줄을 적고는 스스로 지웠다.

연화는 그 모습을 보고 작게 웃었다.

창밖에는 아침 해가 완전히 떠 있었다. 내당 부엌에서는 새 지시를 받은 시녀들이 쌀을 씻고 있었다. 천마신교의 무사들은 소교주가 삼킨 첫 숟가락을 경이로운 일로 기억하게 될 터였다.

연화에게 그것은 대단한 비전이 아니었다.

배고픈 아이가 따뜻한 밥을 한 방울 삼킨 날이었다.

그런데 잠결의 운하가 다시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작은 손끝은 식은 숟가락을 정확하게 찾아 붙잡았다.

연화는 그 손을 놓지 않은 채 속삭였다.

"내일은 한 숟가락 더 먹어 보자."

운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도 숟가락은 끝내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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