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관아 뒷골목의 무림 감식반2화

관아 뒷골목의 무림 감식반

관아 뒷골목의 무림 감식반

AD
스폰서 광고

2화: 지워진 인장

포청의 아침 종이 세 번 울릴 때까지 연화진은 젖은 장화를 벗지 않았다.

그녀의 장화 밑창에서 떨어진 진흙이 포두실의 깨끗한 벽돌 바닥에 갈색 점을 남겼다. 책상 너머의 류강 포두는 그 점을 못마땅하게 내려다보다가 펼쳐진 사건철로 시선을 옮겼다.

사건철 위에는 서진혁이 그린 마차 바퀴 스케치와 창호지 봉인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봉인에는 견아의 찻잔에서 채취한 잔여물이 묻어 있었다.

"기녀 하나가 사라졌다고 포청을 뒤집을 셈인가."

류강이 스케치 끝을 손가락으로 툭 밀었다.

"빚쟁이를 피해 달아난 여인이라 적고 끝내라. 관용 마차라는 말도 보고서에서 지워라."

화진은 그의 손가락이 가리킨 빈칸을 보았다. 종결 도장만 찍히면 견아는 수사 대상이 아니라 제 발로 떠난 사람으로 남는다.

"목격자가 있습니다. 흑연향이 섞인 찻물도 확보했습니다. 사망도 가출도 아닌 강제 운송 가능성이 있는 사건입니다."

"가능성으로 관의 운송패를 들추겠다는 건가?"

류강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내무감 물자가 하루에 몇 번이나 성문을 드나드는지 알기는 하나. 하급 포쾌가 그 장부에 손대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알고?"

진혁은 벽 쪽에 서서 포두의 얼굴을 살폈다. 두려움이라기보다 귀찮음을 가장한 경계였다. 류강은 관용 인장의 주인이 누구인지 말하지 않았지만 그 이름이 장부에 닿는 순간 자기 자리도 흔들린다는 듯했다.

"관용 인장인지 아닌지는 장부를 대조하면 확인됩니다."

"서 감식관. 네 감각은 보고서의 의견일 뿐이다. 증거가 아니야."

"그래서 증거를 만들겠다는 겁니다."

진혁의 대답은 짧았다.

그는 품에서 얇은 종이 한 장을 더 꺼냈다. 대로의 진흙 위에서 찍힌 문양을 먹으로 옮긴 스케치였다. 바퀴 축 덮개가 찍어 낸 반달 모양의 테두리와 가운데 세 줄이 선명했다.

"이 문양이 어느 운송패의 것인지 확인하겠습니다. 일치하지 않으면 제 감식 소견은 사건철에서 빼도 됩니다."

"진혁 씨 말은 그만 줄이세요."

백소담이 조용히 끼어들었다. 그녀는 봉인지를 손바닥으로 감싸 쥐었다.

"흑연향은 사람을 죽이기보다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약이에요. 밤사이 약기운이 빠졌다면 견아 씨는 지금 의식을 되찾았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어디에 갇혔는지는 모릅니다."

소담의 낮은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묻어 있었다. 그녀는 약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 약의 다음 순서도 알고 있었다. 피해자가 깨어나면 운반꾼은 다시 약을 쓰거나 손발을 묶을 것이다.

류강은 감정서를 들었다가 읽지 않고 책상에 내려놓았다.

"그 감정서는 보관해 두겠다. 그러나 사건은 가출로 넘긴다."

그가 붉은 종결 도장을 집어 들었다.

화진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 그녀는 사건철을 반 뼘 끌어당겨 도장 아래에서 빼냈다.

"종결 전에는 현장 물증과 목격 진술을 기록해야 합니다. 관아 기록 규정 제십이조입니다. 실종 의심 사건의 최초 보고를 임의로 폐기하면 포두님 직인으로도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포두실이 조용해졌다.

류강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화진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명령을 거부하는 대신 명령이 통과할 수 없는 문턱을 규정으로 세웠다.

"북문 관문 장부만 보겠습니다. 장부를 옮기거나 압수하지 않겠습니다. 진흙의 문양과 인장본을 대조한 뒤 오늘 해 지기 전 보고서를 올리겠습니다."

"열람만이다."

류강은 한참 뒤에야 말했다.

"장부에 손대는 순간 네 포쾌패를 거둔다."

"그 조건으로 충분합니다."

화진은 사건철 표지에 붓을 대었다. 가출이라는 글자 위로 검은 선을 긋고 그 옆에 또박또박 적었다.

실종 의심. 증거 보존 중.

진혁은 그 다섯 글자를 바라봤다. 견아가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누군가가 그녀를 장부 밖으로 밀어 내기 전에 붙잡을 작은 못 하나는 박힌 셈이었다.


북문 관문 기록고는 성벽 안쪽의 낮은 석실에 붙어 있었다.

창문은 좁았고 선반마다 두꺼운 장부가 빽빽이 쌓여 있었다. 말똥 냄새와 마른 먹 냄새가 오래된 종이 냄새에 섞여 숨을 막았다.

운송계 서리 문락은 화진의 열람패를 받아 들고도 궤짝 앞을 막아섰다.

"임시 운송패 장부는 상부 물자 기록입니다. 포쾌님께서 보실 문서가 아닙니다."

"관문을 지난 마차가 납치 현장과 연결됐습니다. 수량과 통과 시각을 대조할 권한이 있습니다."

"그 마차가 관용이라는 증거가 없지 않습니까."

문락의 말끝은 공손했으나 손은 궤짝 자물쇠 위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화진이 열람패를 다시 내밀었다.

"보존 장부는 열람을 막을 수 없습니다. 열람자가 필사하지 못하게 하려면 서리님이 사유와 이름을 남기십시오."

문락의 입술이 굳었다. 기록고 바깥의 포졸 두 명이 눈치를 보며 섰다. 그들 앞에서 규정을 어기겠다고 적을 수는 없었다.

마침내 자물쇠가 풀렸다.

문락은 가장 위의 장부만 꺼내 책상에 놓았다. 화진은 그가 꺼낸 권을 훑어보고 고개를 저었다.

"이건 어제 장부입니다. 견아가 사라진 새벽의 북문 통과 기록을 주십시오."

"날짜를 착각했습니다."

"서리님이요?"

화진의 말에는 비웃음보다 실망이 먼저 묻어났다.

진혁은 장부가 바뀌는 동안 말없이 기록고 바닥을 보았다. 궤짝 앞에는 방금 끌어낸 나무 상자의 선이 얇게 남아 있었다. 문락이 처음부터 잘못된 장부를 집은 것이 아니라 안쪽 권을 급히 밀어 넣고 다른 권을 꺼냈다는 흔적이었다.

"안쪽 셋째 칸입니다."

문락이 움찔했다.

"무슨 근거로."

"먼지가 덜 쌓인 자리입니다. 그리고 장부 모서리에 묻은 먹이 아직 가루처럼 떨어집니다."

진혁은 손을 대지 않은 채 턱으로 궤짝 안을 가리켰다. 화진이 직접 셋째 칸의 장부를 꺼냈다.

표지에는 오늘 날짜보다 하루 앞선 새벽이 적혀 있었다.

소담은 작은 기침을 삼켰다. "제발 남아 있어야 해요"라는 말은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화진이 장부를 펼쳤다. 새벽 인시부터 묘시까지 북문을 지난 수레가 줄마다 기록되어 있었다. 곡물 두 수레. 소금 열 꾸러미. 내무감 약재 공수 한 대.

그 줄 옆에는 임시 운송패의 인장본이 찍혀 있었다.

진혁은 소매에서 밀랍 조각을 꺼냈다. 현장에서 축 덮개 문양을 떠 온 전사본이었다. 그는 장부에 닿지 않도록 밀랍을 인장본 위에 띄웠다.

반달처럼 열린 외곽선이 겹쳤다. 중앙의 세 줄도 간격까지 맞았다.

"같습니다."

화진이 말했다.

문락은 즉시 고개를 저었다.

"북문 임시 운송패는 여러 물자 마차가 씁니다. 그 일치만으로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맞습니다."

진혁은 쉽게 물러섰다.

"그러니 이 줄을 보아야 합니다."

그가 가리킨 것은 품목란이 아니었다. 그 옆의 수량란이었다.

장부의 종이는 그 줄에서만 거칠게 일어나 있었다. 먹으로 적은 글자 위를 칼끝이 지나간 자국이 얇게 번들거렸다. 그 위에는 '약재 공수'라는 네 글자가 새 먹으로 덧씌워져 있었다.


"장부는 오래 쓰면 훼손됩니다."

문락이 말했다.

"새벽 바람만 불어도 종이가 상하지요."

"그럼 왜 이 줄만 상했습니까?"

화진이 물었다.

"앞뒤 줄은 손때가 묻었는데 이 줄의 먹만 젖은 빛입니다."

소담은 허락을 구하듯 화진을 바라봤다. 화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소담은 종이에 손을 대지 않고 가까이 얼굴을 기울였다.

잠시 뒤 그녀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흑연향의 향은 아니에요. 하지만 같은 약방에서 쓰는 송진 기름 냄새가 납니다. 먹을 급히 갈 때 물 대신 기름을 조금 섞은 모양이에요. 향이 날아가기 전에 덮으려 했겠죠."

문락의 손등에 핏줄이 도드라졌다.

"그런 냄새는 어느 기록고에나 있습니다."

"약방의 송진 기름이 관문 기록고에 왜 있습니까?"

소담이 되물었다. 다정하던 목소리가 환자 곁에서 단호해질 때처럼 차가워졌다.

진혁은 찢어진 종이 가장자리를 자세히 살폈다. 칼끝은 위에서 아래로 세 번 지나갔다. 왼쪽이 깊고 오른쪽이 얕았다. 왼손잡이가 급히 긁어 낸 흔적이었다.

그는 수량란의 남은 먹 자국을 가리켰다.

"이 장부에서 약재는 꾸러미 수를 한자로 적습니다. 곡물도 말 수를 적고요. 그런데 이 줄에는 짧은 획 세 개가 남았습니다."

화진이 장부 앞쪽의 같은 양식을 넘겼다. 사람을 호송할 때 수량란에만 쓰는 표기였다. 성인 하나당 짧은 세로획 하나. 짐과 사람을 한 장부에 섞지 않기 위한 관문의 오래된 약속이었다.

세 획이 긁힌 자리에 어설프게 남아 있었다.

"세 명입니다."

화진의 목소리가 딱딱하게 굳었다.

"견아만 실은 마차가 아니었군요."

진혁의 속이 서늘해졌다. 아직 이름도 모르는 두 사람이 같은 짚단 아래에 있었을지 모른다. 그는 그 상상을 밀어내고 눈앞의 흔적을 다시 보았다.

"인장은 덧찍혔습니다."

그는 밀랍 전사본과 장부의 인장을 번갈아 보았다.

"정상 인장은 종이 섬유가 가장자리까지 고르게 눌립니다. 이건 먼저 긁어 낸 자리에 먹을 바르고 찍었습니다. 오른쪽 반달 끝이 들떠 있습니다. 원래 기록을 지운 뒤 약재 운송으로 바꾼 겁니다."

문락이 장부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건 제게 돌려주셔야 합니다. 상부에 보고할 문서입니다."

화진이 한 걸음 앞을 막았다. 그녀는 칼을 뽑지 않았다. 대신 품에서 붉은 봉인끈을 꺼냈다.

"이제는 훼손 가능성이 있는 증거 문서입니다. 서리 문락은 기록고를 떠나지 마십시오. 포청에서 정식 진술을 받겠습니다."

"저를 범인 취급하시는 겁니까?"

"아닙니다. 장부를 마지막으로 관리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겁니다. 다르다는 걸 서리님도 아실 겁니다."

화진은 장부를 천으로 감싼 뒤 봉인끈을 매었다. 인장본과 밀랍 전사본도 각각 봉했다. 그녀의 손은 흔들리지 않았지만 진혁은 그녀가 이를 악문 것을 보았다.

관아의 기록은 늘 사람보다 단단하다고 믿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기록이 사람 셋을 약재 한 줄로 바꾸고 있었다.

문락은 눈을 내리깔고 침묵했다. 그 침묵이 자백은 아니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이 장부를 고칠 만큼 서둘렀다는 사실만은 더 선명해졌다.

기록고 밖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아침이 끝나 가고 있었다.

진혁은 봉인된 장부를 바라보다가 물었다.

"북문을 나간 뒤 어느 길로 갔습니까?"

화진이 기록의 목적지 난을 훑었다. 긁힌 먹 아래에서 겨우 남은 두 글자가 드러났다.

"외성 서쪽. 성문 밖 창고길입니다."

소담의 손이 침통 위에서 멈췄다.

"시간을 잃으면 약기운도 단서도 함께 사라져요."

그때 기록고 문이 거칠게 열렸다.

비를 맞은 말단 포졸 하나가 문턱에 걸려 넘어질 듯 멈췄다. 그는 화진을 발견하자 숨부터 삼켰다.

"연 포쾌님. 버드나무 길에 수상한 사내 둘이 나타났습니다. 새벽에 본 아이가 어디 사느냐고 집집마다 묻고 다닌답니다."

진혁의 시선이 장부의 지워진 줄에서 멎었다.

사람을 장부에서 지운 자들이 이제는 사람의 눈에서도 목격자를 지우려 하고 있었다.

화진은 봉인 장부를 품에 안고 포졸에게 돌아섰다.

"문락은 여기 남겨 두고 기록고 문을 잠가라."

그녀는 진혁과 소담을 향해 짧게 말했다.

"아이부터 지킨다. 증거는 종이만이 아니다."

진혁은 먹빛 장갑을 고쳐 끼었다. 북문 밖으로 빠져나간 마차의 자국은 멀어지고 있었지만 아직 사라지지 않은 목소리가 골목 어딘가에 남아 있었다.

AD
스폰서 광고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