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삼키는 보급관이 기사단을 키우는 법

6화: 늦은 마차의 봉인
북쪽 길은 해가 진 뒤에도 비어 있었다.
엘리나는 의무실 문간에 놓인 등불을 한 번 더 살폈다. 기름은 바닥이 보였고 불꽃은 바람이 스칠 때마다 가늘게 흔들렸다.
선반에는 소독약 한 병, 열 내리는 가루 네 봉지, 붕대 두 묶음이 남아 있었다. 종이에 적힌 수량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아래의 시각이었다. 베른의 가루는 자정. 다른 부상자의 붕대는 새벽 전.
“바르트가 안 옵니다.”
로웬이 젖은 망토 끝을 털며 들어왔다.
“길목까지 다녀왔습니다. 마차 자국은 있었는데 북쪽 둔덕에서 꺾였습니다. 짐을 실은 바퀴 자국이었습니다.”
칼릭스가 벽에 기대 있던 몸을 일으켰다.
“말 준비해. 내가 가서 끌고 온다.”
“세 분만 가십시오.”
엘리나가 말했다.
칼릭스의 눈썹이 낮아졌다.
“내 기사단에 명령하나?”
“명령이 아니라 배치입니다. 남은 말은 셋뿐입니다. 두 필은 짐을 끌어야 하고 한 필은 다친 사람을 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전부 움직이면 내일 아침의 여물부터 끊깁니다.”
마틴이 낮게 혀를 찼다.
“밤길에 셋만 보내면 모자랄 수도 있어.”
“그래서 싸우지 않게 하셔야 합니다.”
엘리나는 병마개 옆의 푸른 실을 들어 보였다. 짧은 실끝에는 마른 밀랍이 붙어 있었다.
“바르트는 물자를 놓고 달아날 수 없습니다. 이 실은 그의 자루 봉인입니다. 소독약이 사라진 날 의무실에 같은 실이 남았습니다. 마차 안에 무언가를 숨겼다면 지금은 보충 납품 물자까지 버릴 수 없는 때입니다.”
칼릭스가 실을 받아 들었다. 거친 손가락이 세 겹 매듭을 눌렀다.
“그래도 네가 갈 이유는 없다.”
“제가 안 가면 그 사람은 길이 막혔다고 말할 겁니다. 그 말이 거짓인지 확인할 사람도 필요합니다.”
그녀는 가슴에 손을 얹지 않았다. 이미 희미한 통증이 늑골 안쪽에서 맴돌고 있었다. 거짓을 기다린다는 생각만으로도 몸이 긴장하는 것이 싫었다.
그러나 베른의 다음 약 시각은 종이 위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로웬 씨는 길을 아시고 마틴 부단장님은 자루 수량을 아십니다. 단장님은 앞에 서 계세요. 저는 장부를 봅니다.”
칼릭스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의무실 선반 위의 약병을 보았다.
“한 시각 안에 돌아온다.”
“돌아오게 만들겠습니다.”
엘리나는 배급판에 새 줄을 그었다. 야간 출동 세 명. 말 두 필. 창고 개방은 남은 경비병 둘의 공동 확인.
로웬이 그 옆에 자기 갑옷 문양을 남겼다. 마틴도 손도장을 찍었다. 새 규칙은 숯으로 적은 글자가 아니라 지금 누가 자리를 비웠는지 남기는 기록이 되었다.
엘리나는 의무실 안으로 돌아가 베른의 침상 곁에 놓인 물그릇을 채웠다. 베른은 열에 들뜬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봤다.
“보급관님까지 나가면 여긴 누가 봅니까?”
“마틴 부단장님이 자루를 세고 로웬 씨가 길을 봅니다. 저는 상자를 확인하고 바로 돌아옵니다.”
“그 사람들이 또 거짓말하면요?”
엘리나는 대답하기 전에 약 가루 봉지를 만졌다. 얇은 종이 하나가 사람의 숨보다 가볍게 느껴졌다.
“그러면 아픈 건 제 몫입니다. 하지만 물건을 찾는 건 여러분 몫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문가의 젊은 기사에게 재고판을 가리켰다.
“자정에 베른 씨에게 이 가루를 쓰세요. 봉지를 열기 전과 후에 양을 적습니다. 혼자 적지 말고 둘이 확인하십시오.”
젊은 기사는 잠시 얼어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숯 조각을 받아 들고 베른의 이름 옆에 작은 방패 문양을 그렸다.
엘리나는 그 표시를 확인한 뒤에야 망토 끈을 묶었다. 낯선 이들의 말을 견디는 일은 익숙했다. 그러나 자신이 없는 동안에도 누군가가 약을 지킨다는 표시는 아직 낯설었다.
북쪽 길은 진흙이 발목을 붙잡았다.
등불 세 개가 둔덕을 넘자 짐수레 하나가 버드나무 아래에 멈춰 있는 것이 보였다. 마부석에는 바르트가 앉아 있었다. 마차 옆에는 낯선 남자가 상자 하나를 안고 서 있었다.
바르트는 칼릭스를 보자마자 두 손을 펼쳤다.
“길이 무너졌습니다. 돌아가려던 참이었소.”
엘리나의 심장이 단단히 조여 왔다.
그녀는 숨을 고르고 바퀴를 보았다. 진흙은 북쪽 둔덕의 검은 흙이 아니라 마을 쪽 붉은 흙이었다. 바퀴 자국도 길이 막힌 곳에서 돌아온 흔적이 아니었다. 같은 자리를 여러 번 밟은 자국이 버드나무 아래에 깊게 패여 있었다.
“길은 어디가 무너졌습니까?”
“서쪽 개울 다리 앞이오.”
“그럼 이 바퀴에 왜 시장길 붉은 흙이 묻어 있습니까?”
바르트의 입술이 굳었다.
그의 옆 남자가 상자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
“저건 누구십니까?”
“지나가던 손님이오.”
통증이 다시 깊어졌다. 엘리나는 무릎이 꺾일 듯한 감각을 견디며 상자 모서리를 보았다. 젖은 나무에 찍힌 표식은 치료소로 납품되는 약 상자에 있던 것과 같았다.
“손님이 치료소 상자를 들고 계시는군요.”
낯선 남자가 뒤로 물러났다. 등불 아래 드러난 손등에는 푸른 실이 감겨 있었다. 기사단 창고 자루에 있던 것과 똑같은 세 겹 매듭이었다.
마틴이 마차 뒤편 천을 젖혔다.
안에는 소금 자루 두 개와 콩 자루 세 개가 있었다. 약속한 수량이었다. 하지만 자루 사이에는 빈 소독약 병 상자가 끼워져 있었다.
칼릭스의 손이 칼자루로 향했다.
“기사단 약을 실어 나르나?”
“빈 상자입니다.”
바르트가 급히 말했다.
“내가 한 일과는 상관없소.”
가슴을 훑던 통증이 칼날처럼 파고들었다. 엘리나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상관없다면 왜 보충 납품을 해진 뒤까지 끌고 다니셨습니까?”
“내 물건을 어디에 두든 무슨 상관이오?”
“약속한 시간 안에 이 물건은 기사단에 도착해야 했습니다. 그 콩 한 포대는 헤르만 씨에게 줄 담보입니다. 당신이 늦춘 것은 자루가 아니라 부상자들의 약입니다.”
바르트의 시선이 칼릭스에게 향했다. 칼릭스는 칼을 뽑지 않았다. 대신 마차 바퀴 앞을 막아섰다.
“말해.”
낯선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는 헤르만 선생의 견습입니다. 다만 선생님은 모릅니다. 치료소에서 남는 병을 팔면 돈이 된다고 해서….”
“입 다물어!”
바르트가 소리쳤다.
“그 말을 믿지 마십시오. 저 애가 물건을 맡겼을 뿐입니다.”
엘리나는 견습의 손등을 보았다. 푸른 실 아래에는 약병 상자 번호를 적는 먹물 자국이 남아 있었다. 상자 측면의 숫자도 의무실 간호 기록에 있던 치료소 납품 번호와 이어졌다.
그녀는 견습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겁에 질린 사람의 말이 진실을 말한다고 해서 모든 죄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헤르만 씨가 알았는지는 내일 확인하겠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 상자는 기사단 물자를 늦춘 이유가 되었습니다. 바르트 씨는 그 사실을 기록으로 남기셔야 합니다.”
“무슨 기록?”
“당신 마차의 운송표입니다. 치료소 상자를 어느 때 누구에게서 받아 어디로 옮기려 했는지 적으세요.”
바르트가 비웃었다.
“내가 왜 그런 걸 써?”
엘리나는 마틴에게 손을 내밀었다. 마틴이 바르트의 장부를 건넸다. 엘리나는 마지막 장 사이에서 얇은 표를 꺼냈다. 바르트가 마차를 급히 세우며 끼워 둔 종이였다.
치료소. 빈 약병 상자 하나. 수령인 표식은 작은 세 갈래 잎이었다.
견습의 손등에 묻은 먹물과 같은 모양이었다.
“이미 적으셨습니다.”
바르트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
엘리나는 종이를 마틴과 로웬에게 차례로 보였다.
“두 분이 이 표와 상자 번호를 확인해 주세요. 저는 기사단에 들어온 물자부터 받겠습니다.”
“지금 이걸 먼저 세겠다고?”
바르트가 물었다.
“네. 조합에 무엇을 내든 기사의 저녁을 빼앗고 시작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녀는 마차 뒤편을 가리켰다.
“자루는 의무실 앞에서 엽니다. 소금 두 포대와 콩 세 포대. 콩 한 포대는 헤르만 씨 담보로 묶습니다. 나머지는 부상자와 말의 배급으로 기록합니다.”
“그 콩을 또 떼어 내겠다고?”
바르트가 이를 악물었다.
“당신이 이미 동의한 계약입니다.”
“조합에 이 일을 알리면 너희도 물건을 못 구해.”
“오늘의 물자를 받은 뒤 운송표 원본과 약 상자를 조합에 내겠습니다. 당신이 약속을 지켰다는 기록도 함께요.”
엘리나는 말끝을 낮췄다.
“그럼 조합은 당신이 전부를 빼돌렸다고 보지 않을 겁니다. 대신 다음 납품권은 그들이 정하겠지요.”
바르트는 한참 말이 없었다. 이윽고 마차에서 내려 밧줄을 풀었다.
주둔지로 돌아온 뒤에도 엘리나는 자루를 바로 창고에 넣지 않았다.
의무실 앞 빈 탁자 위에 자루를 한 개씩 올렸다. 마틴이 끈을 풀고 로웬이 수량을 셌다. 칼릭스는 등불을 들고 서 있었다. 바르트는 그들이 하나씩 확인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첫 소금 자루의 바닥에는 푸른 실이 묶여 있었다. 마틴이 그것을 떼어 종이 위에 올렸다.
“바르트 봉인이 맞아.”
“기록하십시오.”
엘리나가 말했다.
로웬은 재고판에 소금 두 포대와 마른콩 세 포대를 적었다. 마틴은 자루 봉인 세 개를 장부 가장자리에 묶었다. 엘리나는 그 아래에 수령자 두 명의 표식을 나란히 남겼다.
콩 한 포대, 헤르만 담보.
그 줄은 따로 그어졌다. 종이 위의 약속이 실제 자루가 되는 순간이었다.
베른이 침상에서 몸을 조금 일으켰다.
“그럼 오늘 가루는 쓸 수 있습니까?”
엘리나는 약병을 확인했다. 수량은 아직 부족했다. 하지만 담보가 문서에서 실물로 바뀌었고 이 밤에 약을 빼앗길 이유는 사라졌다.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약값을 다시 묻겠습니다.”
칼릭스가 등불을 내려놓고 그녀를 보았다.
“네가 한 시각 안에 돌아온다고 했지.”
엘리나는 마차 쪽의 어둠을 바라봤다. 바르트와 견습은 로웬의 감시 아래 운송표에 손도장을 남기고 있었다.
“조금 넘겼습니다.”
“다음엔 안 넘겨.”
그 말에는 통증이 없었다.
엘리나는 재고판의 마지막 줄에 날짜를 적었다. 푸른 실 하나가 질문이 되었다. 이제 그 질문은 치료소 장부와 약초상 견습의 손등으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