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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파티 식량 담당관은 버프를 차린다1화

용사 파티 식량 담당관은 버프를 차린다

용사 파티 식량 담당관은 버프를 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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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썩어가는 보급품과 차출 명령

아르덴 왕국군 제3보급창의 공기는 언제나 기름 냄새와 마른 건초 냄새로 눅눅했다.

지하 3층 저장고 깊숙한 곳, 천장까지 높게 쌓인 수백 개의 참나무 궤짝 사이를 걷던 이현은 걸음을 우뚝 멈췄다. 은색 보존 마법진이 희미하게 깜빡이는 보급 상자 하나가 유독 시야를 거슬렀다.

"이 상자, 검수관 누구 도장이지?"

뒤따르던 하급 계량병이 품에서 두꺼운 장부를 뒤적이며 황급히 답했다.

"왕도 중앙보급청에서 직송된 A등급 원정용 염장육입니다. 검수관 피터슨 서기관 서명이 찍혀 있습니다."

"피터슨 녀석, 서류에 잉크만 마르면 통과시키는 버릇은 여전하군."

이현은 가죽 장갑을 벗고 거칠게 굳은살이 박인 맨손으로 참나무 궤짝 틈새를 훑었다. 겉보기에는 완벽하게 밀봉된 듯 보였지만 나무 틈새로 새어 나오는 미세한 기운을 들이마신 순간 혀끝 안쪽에서 쇠붙이를 핥은 듯한 시큼하고 비릿한 감각이 번개처럼 튀어 올랐다.

[미각 감정].

숫자나 글자로 떠오르는 화려한 마법진 같은 것은 없다. 대신 이현의 혀와 비강은 식재료에 깃든 마력의 맥동과 미세한 부패의 징후를 생생한 맛과 냄새의 이미지로 그려냈다.

'지상에서는 일주일쯤 멀쩡하겠지만 대심연의 농밀한 마력에 노출되면 반나절 만에 푸른 곰팡이가 피어난다. 겉은 멀쩡해 보여도 지방층 안쪽으로 독소가 엉키겠군.'

이현은 주머니에서 단호하게 붉은 분필을 꺼내 궤짝 전면에 큼지막한 엑스 표식을 그었다.

"전량 불합격. 즉시 폐기 구역으로 격리해."

"예? 하지만 이건 용사 파티의 대심연 원정용으로 배정된 최고급 식량입니다! 청장님 직속 결재 라인인데……."

"원정대가 이걸 씹어 삼키고 심층에 들어가는 순간, 마력 역류와 식중독으로 검을 쥐기도 전에 피를 토할 거다. 병사를 죽이는 건 적의 칼날만이 아니야. 썩은 밥숟가락이 제일 빠르지."

이현의 낮고 건조한 목소리에는 반박할 수 없는 무게가 실려 있었다.

스물일곱의 나이에 왕국 최전선 보급창의 식량 관리를 도맡은 것은 가문의 후광이나 화려한 마법 덕이 아니었다. 전장의 밑바닥에서 수천 명의 배를 채우고 독을 걸러낸 실전의 감각 덕분이었다.

계량병이 질린 표정으로 궤짝을 옮기려던 찰나, 지하 저장고 계단 위에서 가쁜 발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이현 담당관님! 여기 계셨습니까!"

숨을 헐떡이며 내려온 왕실 전령이 봉랍된 양피지 한 장을 내밀었다.

"보급청장실에서 긴급 호출입니다. 데마르 청장님께서 즉시 사령실로 출석하라 명하셨습니다."

이현은 앞치마에 손을 문질러 묻은 분필 가루를 털어냈다.

"식량 검수 시간인 걸 알면서도 부른다라. 좋은 일은 아니겠군."


보급청장 집무실은 지하 저장고와는 딴판으로 달콤한 장미 향수 냄새가 진동했다.

벽난로 앞의 푹신한 소파에 앉은 데마르 보급청장은 하얀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따뜻한 홍차를 홀짝이고 있었다. 그의 매끄러운 마호가니 책상 위에는 금빛 테두리가 둘러진 화려한 왕실 포고문이 놓여 있었다.

"왔는가, 이현 군."

데마르는 눈꼬리를 부드럽게 접어 웃었지만 그 푸른 눈동자에는 조금의 온기도 담겨 있지 않았다.

"방금 지하에서 A등급 염장육 상자를 전량 폐기 처리했다는 보고를 들었네. 자네의 그 유별난 혓바닥은 여전히 까다롭더군."

"심층 마력과 반응하면 맹독으로 변질될 위험이 컸습니다. 원정대의 생명이 걸린 문제입니다."

"그래, 바로 그 철저함이지. 그래서 자네에게 아주 중대한 임무를 맡기기로 했네."

데마르가 깃펜을 들어 붉은 밀랍 인장이 찍힌 칙령서를 이현 앞으로 밀어냈다. 문서가 바람을 가르며 스치는 순간, 이현의 코끝을 찌르는 냄새가 있었다.

겉은 짙은 사향 향료로 덮여 있었지만 그 밑바닥에는 화학 약품을 태운 듯한 역한 냄새가 얇게 깔려 있었다.

과거, 수많은 동료가 굶주림과 변질된 식량 속에서 목숨을 잃었던 전초기지 붕괴 당시 보급 장부에서 풍기던 것과 똑같은 잉크 냄새였다.

이현의 눈썹이 잘게 꿈틀거렸다.

"이것은……."

"용사 파티의 여섯 번째 정식 대원으로 자네를 파견한다는 왕실 칙령일세."

"제가 말입니까? 저는 일개 보급관일 뿐입니다. 성검의 용사와 성녀, 대마법사가 포진한 원정대에 제 자리는 없습니다."

"아니, 자네 자리가 정확히 거기 있네."

데마르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나직하게 읊조렸다. 찻잔 받침이 부딪히며 맑고 서늘한 소리를 냈다.

"대심연 3층을 넘어서면 지상의 모든 보존 식량은 마력 침식으로 썩어 문드러진다네. 치유 포션조차 쓴 독물로 변질되지. 아무리 위대한 성검이라도 굶주린 용사의 손에서는 고철일 뿐이야. 현지에서 식재료를 감정하고 독을 걸러내어 파티의 생명을 유지할 보급관이 반드시 동행해야 하네."

말은 번지르르했다.

하지만 데마르의 입가에 걸린 얇은 미소는 이현을 구원투수가 아닌 언제든 던져버릴 수 있는 소모품으로 보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원정이 실패하든 성공하든 골치 아픈 현장 전문가를 위험한 최전선으로 밀어 넣겠다는 속셈이었다.

"거부권은 없네. 내일 아침, 중앙 연병장에서 용사 파티와 합류하게."

이현은 품속에서 서류를 받아 쥐었다. 종이 표면에서 배어 나오는 찝찝한 냄새가 손끝에 달라붙었다.

"명령, 받들겠습니다."


다음 날 새벽, 제3보급창 중앙 연병장은 원정 준비로 분주했다.

차가운 아침 안개 속에서 다섯 명의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왕국 전체의 기대를 한 몸에 짊어진 용사 파티였다.

선두에는 눈부신 금발에 은백색 판금 갑옷을 걸친 성검의 용사 라엘 아르디스가 서 있었다. 그 곁에는 순백의 성의를 단정하게 차려입은 성녀 세라 벨린, 거대한 타워 실드를 등에 진 방패 기사 오르반 듀크, 날카로운 눈매의 마법사 칼릭스 노엔, 그리고 가벼운 가죽 갑옷 차림으로 단검을 매만지는 정찰자 미라 칼센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화려한 대열 앞에 이현이 걸어 나왔다.

이현의 행색은 그들과 전혀 달랐다. 갑옷 대신 두꺼운 방염 가죽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고 등 뒤에는 손때 묻은 무쇠 냄비와 낡은 배낭, 그리고 허리춤에 양피지 장부와 식칼집을 차고 있었다. 배낭 한편에는 붉은 녹이 슨 원통형 마력 화덕 '잔불'이 단단히 묶여 있었다.

파티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이현에게 닿았다.

"……저 자가 청장실에서 보낸다는 추가 지원 인력인가?"

칼릭스가 얇은 은테 안경을 치켜올리며 노골적으로 혀를 찼다.

"마법사도, 기사도 아니군. 냄비와 장부를 짊어진 취사병을 대심연 심층까지 끌고 가야 한단 말입니까? 마력 측정치조차 일반 병사 수준에 불과합니다. 발목이나 잡지 않으면 다행이겠군요."

미라 역시 허리춤의 향신료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씁쓸하게 웃었다.

"우리가 가는 곳은 피크닉이 아닌데 말이지. 몬스터 뼈다귀 사이에서 식칼을 쥐고 벌벌 떨지나 않으면 좋겠네."

성녀 세라는 침착하고 맑은 눈빛으로 이현의 허리춤을 바라보며 조용히 읊조렸다.

"던전의 오염은 단순한 세균이나 독이 아닙니다. 신성한 정화 결계 없이 끓여낸 음식은 오히려 동료들의 마력 회로를 망가뜨릴 수 있어요. 보급관님의 노고는 감사하지만 취사는 신전의 지침을 따르는 편이 안전합니다."

노골적인 불신과 싸늘한 회의감.

그러나 이현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는 짊어진 무거운 배낭을 바닥에 내려놓더니 품에서 낡은 장부 한 권을 펼쳤다.

"인사는 간략히 하지. 보급관 이현이다. 출발하기 전에 각자의 몸 상태부터 확인한다."

"몸 상태?"

방패 기사 오르반이 굵직한 목소리로 헛웃음을 쳤다.

"이봐, 보급관 양반. 우리는 왕도 최고의 훈련을 마친 몸이야. 어디 하나 아픈 구석 따윈 없어."

"왼쪽 어깨 갑옷 끈이 평소보다 두 칸 느슨하게 묶여 있더군."

이현의 건조한 지적에 오르반의 호탕하던 입이 뚝 멈췄다.

"방패를 고쳐 쥘 때마다 왼쪽 승모근이 비정상적으로 떨리고 있어. 마력 소모를 억지로 메우려고 지상용 고농축 비스킷을 정량의 세 배나 씹어 삼켰겠지. 덕분에 위장은 돌덩이처럼 굳었고 혈류 속도는 반 토막 났다. 그 상태로 대심연 1층에 들어가 뿔토끼의 돌진을 받아내면 방패째로 어깨뼈가 으스러질 거다."

"너, 그걸 어떻게……."

오르반이 경악하며 굵은 손으로 자신의 왼쪽 어깨를 움켜쥐었다.

이현의 시선은 멈추지 않고 곧바로 칼릭스와 세라에게로 이어졌다.

"마법사 칼릭스. 소매 끝에 묻은 은색 가루는 마나 각성제 잔여물이군. 수면 부족으로 뇌 신경이 과열되어 있어. 지금 주문을 외우면 3절 영창에서 호흡이 엉킬 거다. 그리고 세라 성녀님."

세라가 흠칫하며 은발을 쓸어 넘겼다.

"피부 아래로 옅은 백색 광륜이 맴도는 건 신성력 충전이 아니라 배출 지연으로 인한 체내 울혈입니다. 정화수를 맹신해서 찬물만 들이켜 장내가 냉각된 탓이지요. 그 상태로는 결계를 세 번 펼치기도 전에 현기증으로 쓰러질 겁니다."

연병장에 서늘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이현은 겉으로 드러난 표정과 걸음걸이, 그리고 코끝으로 스치는 미세한 마력의 체취만으로 일류 모험가들의 숨겨진 결함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현의 시선이 파티의 리더, 라엘에게 멎었다.

라엘의 얼굴은 흠잡을 데 없는 영웅의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이현의 [미각 감정]은 그의 호흡에서 은은하게 타들어 가는 잿빛 탄내를 포착했다.

'성검 루미나스의 빛. 겉보기엔 눈부시지만 심장에서 뿜어 나오는 마력의 끝자락이 미세하게 갈라지고 있어. 마치 생명력을 갉아먹히는 듯한 메마른 탄내다.'

라엘이 푸른 눈을 빛내며 이현을 응시했다. 그의 눈빛에는 다른 대원들과 달리 깊은 경계와 진지한 호기심이 함께 어려 있었다.

"대단한 통찰이군, 이현 담당관. 하지만 지적만으로는 배가 부르지 않는다. 대심연의 마력 폭풍 속에서 우리의 칼날을 유지할 실질적인 방법이 자네에게 있는가?"

이현은 배낭에서 미리 준비해 둔 가죽 주머니 몇 개와 양피지 식단표를 꺼내 라엘에게 건넸다.

"전투는 당신들의 몫이지만 그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연료는 내 영역입니다. 심층에서는 지상의 보급이 통하지 않습니다. 현장의 몬스터와 마력 식물을 올바르게 손질하고 조리해 각자의 약점을 메우는 버프를 차려 드리지요."

이현이 낡은 화덕 '잔불'을 어깨에 단단히 둘러메며 연병장 너머로 입을 벌리고 있는 거대한 대심연의 입구를 가리켰다.

"칼을 쥐기 전에 먼저 숟가락부터 드십시오. 누구도 굶어 쓰러지지 않고 마왕성까지 걸어가게 만들 테니까."

단호하고 흔들림 없는 보급관의 선언에 용사 파티 대원들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배고픔과 미지의 공포가 도사린 대심연을 향해 여섯 명의 원정대가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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