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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을 가진 외과의가 수술을 너무 잘함6화

신의 손을 가진 외과의가 수술을 너무 잘함

신의 손을 가진 외과의가 수술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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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전공의의 반격

콰앙!

두꺼운 차트 철이 원목 책상 위로 거칠게 내리꽂혔다.

“백강혁. 네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기나 해?”

한성호 외과 과장의 목소리가 과장실의 고요를 찢었다. 기름진 이마 위로 붉은 핏발이 솟아 있었다.

강혁은 뒷짐을 진 채 책상 위에 흩어진 수술기록지를 내려다봤다. 조금 전까지 수술실에서 자신이 직접 적어 내려간 기록들이었다.

“대동맥 박리 파열 환자에게 응급 개흉을 시행했고 이어서 복강 내 활동성 출혈을 확인해 재개복 지혈을 마쳤습니다.”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해?”

한성호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당직 교수 승인도 없이 전공의 3년 차가 가슴을 열었어. 그것도 모자라 환자를 회복실로 빼내자마자 배까지 갈라? 흉부외과와 외상외과가 손도 대기 전에 네 멋대로 칼을 댔다고!”

“환자의 수축기 혈압이 오십 밑으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흉부외과 당직의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면 심정지가 먼저 왔을 겁니다.”

“결과만 좋으면 다야? 규정과 절차는 폼으로 있는 줄 알아!”

한성호는 책상 모서리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게다가 재개복이라니. 대동맥 박리 수술 도중에 네 미숙한 조작으로 횡격막과 간 피막을 찢어먹은 거 아니야? 네가 낸 의료 사고를 덮으려고 배까지 열어젖힌 거잖아!”

강혁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책임을 뒤집어씌우려는 자의 논리는 늘 투명했다. 환자가 살았다는 사실보다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난 전공의의 행동이 더 거슬리는 것이다. 만약 환자가 잘못되었다면 모든 책임을 강혁에게 떠넘겼을 테고 환자가 살아남자 이제는 집도 자체를 의료 과실로 몰아가고 있었다.

“과장님. 제 칼끝은 횡격막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습니다.”

“시끄러워! 이건 명백한 월권행위이자 중대한 의료 사고야. 전공의 징계위원회 회부감이라고. 펠로우 임용 추천? 꿈도 꾸지 마.”

한성호가 미리 인쇄해 둔 서류 한 장을 강혁의 가슴팍에 밀어붙였다.

“사고 보고서에 서명해. 미숙한 술기로 인한 복강 손상 및 독단적 수술 시행. 여기에 서명하면 조용히 감봉 처분 선에서 끝내주지.”

강혁은 서류를 받아 들지 않았다. 그의 손은 주머니 안에서 차분하게 쥐어져 있었다.

“거짓 기록에는 서명할 수 없습니다.”

“뭐?”

“환자의 손상은 대동맥 박리 당시 발생한 후복막 혈종의 견인에 의한 지연성 파열이었습니다. 제 수술 조작과는 해부학적으로 무관합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증명해? 네 눈에 엑스레이라도 달렸다는 거야?”

한성호가 비릿하게 웃으며 서류를 털었다.

“좋아. 아침 컨퍼런스에서 의국 전체가 보는 앞에 이 건을 정식 안건으로 올리겠다. 네가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한 짓을 저질렀는지 전 스태프들 앞에서 낱낱이 밝혀주지.”

“바라던 바입니다.”

강혁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대답하고 몸을 돌렸다.

문이 닫히는 등 뒤로 한성호의 거친 숨소리가 따라붙었다.


오전 여덟 시. 외과 본관 3층 대회의실.

아침 모닝 컨퍼런스를 위해 외과 교수들과 펠로우, 전공의들이 속속 자리를 채웠다. 간밤에 응급 수술을 함께했던 마취과 당직의와 흉부외과 교수도 회의실 한쪽에 앉아 있었다.

단상에 선 한성호가 마이크를 쥐었다. 그의 표정에는 숨길 수 없는 의기양양함이 묻어났다.

“오늘 컨퍼런스에 앞서 간밤에 발생한 심각한 규정 위반 및 전공의 단독 집도 건에 대해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스크린에 오상철 환자의 초기 차트가 떠올랐다.

“3년 차 백강혁 전공의는 상급자의 지시와 승인 절차를 완전히 무시한 채 응급 개흉을 감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복강 내 출혈을 은폐하기 위해 추가로 재개복까지 시행했습니다. 이는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천만한 도박이자 명백한 의료 사고입니다.”

회의실 안이 술렁였다. 전공의들은 숨을 죽였고 몇몇 고참 교수들은 혀를 찼다.

한성호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강혁을 내려다봤다.

“백강혁 전공의. 본인의 과오를 인정합니까?”

그때 강혁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과장님의 말씀에는 심각한 사실 왜곡이 있습니다. 기록을 바탕으로 소견을 밝히겠습니다.”

강혁은 단상 옆의 보조 콘솔로 걸어갔다. 주머니에서 이동식 저장장치를 꺼내 단말기에 연결했다.

빔프로젝터의 화면이 전환되며 수많은 데이터와 영상들이 일목요연하게 펼쳐졌다. 수아와 민석이 수술 직후 백업해 둔 실시간 기록 원본이었다.

“첫째. 응급 개흉의 시점입니다.”

화면에 당시 오상철 환자의 활력징후 그래프가 떠올랐다.

“내원 당시 혈압은 60/40, 심박수는 140회였습니다. 승압제 최고 용량 투여에도 혈압 하강이 지속되었고 젖산 수치는 6.8까지 치솟았습니다. 대동맥 내막 파열의 크기는 7mm 이상으로 추정되었으며 파열 시작점부터 심정지까지 남은 시간은 채 10분이 되지 않았습니다.”

강혁의 목소리는 물 한 모금 머금지 않은 것처럼 건조했으나 한 글자마다 서늘한 무게가 실려 있었다.

“당시 흉부외과 당직의의 원내 도착 예상 시간은 25분이었습니다. 기다렸다면 환자는 개흉조차 해보지 못하고 테이블 데스(Table Death)에 이르렀을 것입니다. 마취과 과장님도 당시 상황을 확인하셨습니다.”

회의실 구석에 앉아 있던 마취과 당직의가 조용히 마이크를 들었다.

“맞습니다. 당시 심실세동 직전이었습니다. 백 선생의 즉각적인 클램핑이 없었다면 환자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을 겁니다.”

한성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 그래. 개흉은 백보 양보해서 응급 상황이었다 치자. 하지만 복강 출혈은 뭐지? 가슴을 열고 나서 왜 배 안에서 피가 쏟아져 나온 건가? 네가 갈비뼈 사이를 헤집다가 횡격막을 찢은 게 아니면 뭐란 말인가!”

강혁은 망설임 없이 다음 슬라이드를 넘겼다.

화면에 FAST 초음파의 동영상과 고해상도 수술 시야 캡처본이 나란히 떴다.

“둘째. 복강 출혈의 발생 기전입니다.”

강혁의 레이저 포인터가 스크린의 특정 지점을 가리켰다.

“보시다시피 흉부 절개창은 좌측 제4늑간입니다. 반면 출혈이 발생한 횡격막 인접 혈관과 간 피막 열상은 우측 후상방 구역입니다. 해부학적으로 좌측 흉강 진입 경로에서 우측 횡격막 후방의 미세 혈관을 수술 기구로 손상시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 그건…!”

“출혈의 진짜 원인은 둔상성 대동맥 박리 당시 발생한 후복막 강(Retroperitoneal space)의 거대 혈종이었습니다. 혈종이 급격히 팽창하며 우측 횡격막 인대를 당겼고 이로 인해 혈관이 견인 손상을 입은 상태였습니다.”

강혁이 화면을 확대했다.

“개흉 직후 혈압이 50대일 때는 파열된 미세 혈관이 가압되지 않아 출혈이 미미했습니다. 하지만 대동맥 봉합 후 환자의 혈압이 90 이상으로 정상화되자 장력이 복원되며 지연성 출혈이 시작된 것입니다.”

회의실에 있던 흉부외과 교수의 눈이 번쩍 뜨였다.

“지연성 견인 파열…! 혈압이 돌아오면서 숨어 있던 혈관이 터진 거였군.”

“그렇습니다. 만약 이를 단순 흉강 출혈로 오인해 지켜보았거나 CT 촬영을 위해 이송을 지체했다면 환자는 복강 내 대량 출혈로 30분 이내에 비가역적 저혈량성 쇼크에 빠졌을 것입니다.”

강혁은 단상 위의 한성호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저혈압 발생 인지 시각 03시 12분. FAST 초음파 시행 03시 14분. 보호자 동의서 획득 03시 18분. 재개복 집도 시작 03시 21분. 출혈점 결찰 완료 03시 34분.”

단 1초의 빈틈도 없는 시간대별 기록이었다.

“환자의 혈압은 현재 115에 75, 맥박 82회로 완전히 안정되었습니다. 과장님. 이것이 의료 사고입니까? 아니면 환자를 살리기 위한 가장 정확한 외과적 처치입니까?”

완벽한 논리와 반박할 수 없는 데이터 앞에 회의실 전체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한성호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이… 이런 건 사전에 보고를….”

삐비빅! 삐비빅!

그때 회의실 인터폰이 날카롭게 울렸다.

회의실 스피커를 통해 중환자실 수간호사의 다급하면서도 상기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외과 의국입니까? 오상철 환자분 의식 돌아왔습니다! 자발 호흡 완벽해서 기관 삽관 튜브 발관(Extubation) 준비 중입니다!”


중환자실 문이 열리자 강혁이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섰다.

뒤이어 한성호와 회의실에 있던 스태프들이 굳은 표정으로 따라붙었다.

침대 위에서 오상철이 천천히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목에 꽂혀 있던 튜브가 제거되자 환자는 쉰 숨을 내쉬며 고개를 미세하게 움직였다.

모니터의 심전도 파형은 규칙적인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혈압 120/80, 산소포화도 99%.

강혁이 환자의 곁으로 다가가 손목의 맥박을 짚었다.

손끝을 통해 느껴지는 박동은 힘차고 또렷했다.

눈앞에 흐릿하게 떠 있던 푸른 격자망 위로 녹색 안내 문구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환자 상태: 안정]
[수술 성공률: 100%]
[주요 합병증 위험도: 3% 미만]

강혁의 굳어 있던 입가에 미세한 숨이 새어 나왔다.

“환자분. 제 목소리 들리십니까?”

오상철의 메마른 입술이 달싹였다.

“여… 기가… 어디….”

“중환자실입니다. 수술은 아주 잘 끝났습니다. 고비는 모두 넘겼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환자의 떨리는 손이 강혁의 가운 소매를 조심스럽게 쥐었다. 거칠고 투박한 손이었지만 생명을 되찾은 온기가 온전히 전해져 왔다.

“살… 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

그 한마디에 중환자실을 둘러싸고 있던 간호사들과 전공의들의 얼굴에 벅찬 안도감이 번졌다. 흉부외과 교수는 강혁의 어깨를 툭 치며 낮게 감탄사를 뱉었다.

“대단해, 백 선생. 저 상태의 환자를 후유증도 없이 이렇게 깨워내다니.”

그때 중환자실 격리 유리문 너머에서 대기하고 있던 오상철의 아내가 울음을 터뜨리며 뛰어 들어왔다.

“여보! 여보…!”

아내는 남편의 손을 붙잡고 오열하다가 강혁을 향해 무릎을 꿇으려 했다.

강혁이 재빨리 그녀의 팔을 붙들어 세웠다.

“보호자분. 이러지 마십시오.”

“선생님… 아까 배 안에서도 피가 난다고 하셨을 때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선생님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찾아내 주신 덕분이에요. 정말 고맙습니다…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눈물 어린 진심이 중환자실 복도에 울려 퍼졌다.

그 광경을 뒤에서 지켜보던 행정처 당직 팀장과 간호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차트에 서명을 마쳤다.

모든 상황이 끝났다.

누가 보아도 이번 수술은 전공의의 실수가 아니라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환자를 구해낸 기적 같은 명집도였다.


중환자실을 빠져나온 한성호의 얼굴은 흙빛으로 변해 있었다.

복도 한구석에서 그는 애써 헛기침을 삼키며 돌아선 강혁을 불렀다.

“흠, 흠! 백 선생.”

강혁이 멈춰 섰다.

한성호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억지 미소를 입꼬리에 걸쳤다.

“내가 아까 과장실에서 조금 거칠게 말한 건… 자네도 알다시피 원내 규정이 엄격해서 경각심을 주려던 것뿐이었네. 오해하지 말게.”

“……”

“환자가 저렇게 깨어났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역시 우리 성모병원 외과의 인재다워. 사고 보고서는 없던 일로 할 테니 자네는 환자 회복에만 전념하게. 알겠지?”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꾸는 비열함이었다. 만약 강혁이 완벽한 데이터를 준비하지 못했거나 환자가 조금이라도 흔들렸다면 가차 없이 징계의 칼날을 휘둘렀을 자였다.

강혁은 한성호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의 시선에는 분노 대신 얼음처럼 차가운 경고가 담겨 있었다.

“과장님.”

“응? 왜 그러나?”

“의사는 환자를 살리는 기록으로 증명합니다.”

강혁의 낮은 목소리가 복도의 공기를 서늘하게 갈랐다.

“다음에도 제 눈앞에서 환자가 죽어가고 있다면 저는 똑같이 메스를 잡을 겁니다. 그것이 과장님의 뜻과 다르다 해도 말입니다.”

한성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전공의 3년 차의 입에서 나올 수 없는 서슬 퍼런 위압감에 과장의 입술이 굳어버렸다.

강혁은 더 이상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외과 스테이션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스테이션에 도착하자 밤을 꼬박 새운 윤수아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캔커피를 내밀었다.

“선생님. 정말 멋있었어요. 컨퍼런스룸에서 과장님 얼굴 보셨어요? 완전히 얼어붙으셨던데요.”

강혁은 캔커피를 받아 들며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수아 선생과 최민석 선생이 기록을 정확히 남겨준 덕분입니다. 고생 많았습니다.”

“아니에요. 환자분 깨어나신 거 보고 저 진짜 울 뻔했어요.”

수아가 밝게 웃으며 의국 의자에 털썩 앉았다. 길었던 밤이 지나고 창밖으로 맑은 아침 햇살이 비쳐 들고 있었다.

손목의 뻐근한 통증이 조금씩 밀려왔지만 마음 한구석은 맑게 개어 있었다.

탁.

그때 최민석이 두툼한 서류철 하나를 스테이션 데스크 위에 올려놓았다.

“백 선배. 방금 본원에서 긴급 전원 의뢰가 하나 내려왔습니다.”

“본원에서?”

강혁이 커피를 내려놓고 차트를 넘겼다.

“예순일곱 살 남자 환자입니다. 거대 간암인데 종양이 간문맥과 하대정맥을 동시에 침범했습니다. 본원 간담췌외과에서도 혈관 손상 위험이 너무 높아 수술 불가 판정을 내리고 보존적 치료를 권했다고 합니다.”

최민석의 목소리가 무거워졌다.

“본원에서도 손을 뗐는데 환자 보호자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우리 분원까지 찾아왔습니다. 성공률이 10%도 안 되는 절망적인 케이스입니다.”

강혁의 시선이 CT 필름 판독지로 향했다.

그 순간 강혁의 동공에 푸른빛이 번쩍였다.

차트의 흑백 음영 위로 3D 인체 그래픽이 입체적으로 솟아올랐다. 거대한 악성 종양이 주요 혈관을 뱀처럼 칭칭 감고 있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펼쳐졌다.

[환자: 김성환 (남, 67세)]
[진단: 간세포암 4기 (복합 혈관 침범)]
[기존 수술 성공률: 12%]

혈관과 암세포 사이의 좁은 틈새로 가느다란 녹색 안내선이 미세하게 깜빡였다.

강혁의 심장이 다시금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포기한 자리.

그곳이 바로 자신이 메스를 들어야 할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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