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 속 낚시꾼이 신화급을 낚음

5화: 소시지 반쪽과 여의주
바위벽 너머에서 울려오는 소리는 분명한 신호였다.
톡. 톡. 톡.
세 번의 일정한 두드림이 손가락 굵기의 틈을 타고 차가운 바람과 함께 새어 나왔다.
태공은 낚싯대 손잡이 끝의 뭉툭한 고무 캡을 벽면에 가져다 댔다. 힘을 주어 딱딱한 암벽을 마주 두드렸다.
탁. 탁. 탁.
호흡을 고르며 귀를 기울이자 반대편에서 즉각 반응이 돌아왔다.
쿵! 쿵!
이번에는 손이나 돌멩이가 아니었다. 마력 착암기나 무거운 곡괭이 날이 두꺼운 돌벽을 후려치는 둔탁한 파열음이었다.
'바깥이다.'
누군가 위쪽 무너진 통로에서부터 잔해를 파내며 접근하고 있었다. 라희가 약속대로 협회에 구조를 요청했거나 최소한 지원 인력이 무너진 입구를 수색 중인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기쁨에 젖어 있을 여유는 찰나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쿠구구구궁!
등 뒤의 검은 호수 전체가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뒤틀렸다.
수로 입구를 틀어막고 있던 거대한 그림자가 마침내 본격적인 움직임을 시작했다. 수면 위로 솟구친 검은 비늘 등줄기마다 낡은 동전 모양의 푸른 반점들이 일제히 푸른 안개를 뿜어냈다.
단순한 마수가 아니었다.
[물길 감각]의 시야 속에서 거대 마수의 윤곽이 섬뜩할 정도로 선명하게 드러났다. 놈의 목덜미 깊은 곳, 호수 바닥의 거대한 둥지와 똑같은 파장의 푸른 광채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둥지의 정수를 통째로 품고 있는 수룡형 마수였다.
놈은 비늘도마뱀과 톱날지느러미 마수가 차례로 사라진 것에 분노하고 있었다. 침입자가 자신의 영역 끝자락인 좁은 수로에 숨어들자 아예 수로 통로 전체를 으스러뜨릴 기세로 수압을 쥐어짜냈다.
쏴아아아아!
호수의 검은 물이 역류하며 사람 키를 훌쩍 넘는 거대한 수벽을 만들어냈다.
물벽이 좁은 수로를 메우며 무서운 속도로 들이닥쳤다. 종아리를 스쳤던 상처 부위가 차가운 수압에 욱신거리며 당겨졌다. 뜯겨진 왼쪽 장화 밑창은 미끄러운 바위턱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여기서 저 물벼락을 정면으로 맞으면 바위벽에 짓눌려 뼈도 못 추린다.
태공은 주저 없이 조끼 안주머니 깊숙한 곳에 손을 넣었다.
손가락 끝에 닿은 것은 기름기 어린 비닐 포장지 속의 소시지 반쪽이었다. 어른 엄지손가락 한 마디 크기 남짓한 마지막 식량이자 유일한 밑천이었다.
"낚시꾼이 미끼를 아끼면 고기를 못 잡는 법이지."
태공은 비닐을 입으로 물어뜯어 벗겼다. 연분홍빛 소시지 조각을 [신화의 낚싯대] 끝에 달린 은빛 바늘에 꾹꾹 눌러 꿰었다. 바늘 끝의 미늘이 소시지 살점을 단단히 물고 빠져나오지 않도록 매만졌다.
그 찰나 수로 벽이 요동쳤다.
거대 마수의 머리가 수로 입구를 부수며 들이닥쳤다. 바위가 두부처럼 쪼개져 물속으로 굴러떨어졌다. 놈의 찢어진 주둥이가 벌어지며 검은 물과 함께 엄청난 흡입력이 발생했다.
목구멍 안쪽에서 타오르는 푸른 구체.
수룡의 마력이 응축된 정수였다.
놈은 수로의 물과 함께 태공을 한입에 삼켜버릴 작정으로 주둥이를 활짝 열어젖혔다.
물살이 빨려 들어가는 순간 태공의 [물길 감각]이 극도로 예리해졌다.
거대한 소용돌이의 중심. 놈의 목구멍 안쪽에서 푸른 마력이 회전하며 만들어내는 절대적인 진공점이 태공의 망막에 붉은 찌의 궤적처럼 찍혔다.
"물길이 열렸다."
태공은 낚싯대를 뒤로 젖혔다.
부러지지 않는 신화의 낚싯대가 부드러운 호를 그리며 휘어졌다. 팔의 근육이 팽팽하게 긴장하며 온 신경이 초릿대 끝으로 집중되었다.
붕!
공기를 가르는 명쾌한 풍절음과 함께 은빛 낚싯줄이 허공으로 뻗어 나갔다.
손톱만 한 소시지 반쪽은 거센 바람과 쏟아지는 물보라를 뚫고 거짓말처럼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마수가 뿜어내는 거대한 흡입 기류를 역이용한 완벽한 캐스팅이었다.
빨려 들어가던 소시지 조각이 거대 마수의 벌어진 주둥이 안쪽으로 정확히 빨려 들어갔다. 놈의 목구멍 안에서 푸른 마력 덩어리와 소시지 조각이 맞부딪치는 순간 마수가 본능적으로 턱을 닫았다.
달칵.
바늘 끝이 단단한 정수의 표면에 깊숙이 박혔다.
태공은 지체 없이 양발로 바위턱을 디디며 허리를 틀었다. 온몸의 체중과 남아 있는 모든 근력을 끌어모아 낚싯대를 뒤로 강하게 젖혔다.
"걸렸다!"
파아아앙!
공간을 찢는 듯한 날카로운 마력 파동이 수로 안을 가득 메웠다.
[신화급 훅킹 성공]
[대상: 수룡의 여의주 (S급 정수)]
[절대 인장력이 적용됩니다]
[연결된 대상과의 릴링이 강제 개시됩니다]
푸른빛 시스템 창이 시야를 메우는 것과 동시에 태공의 양팔에 지옥 같은 무게감이 걸렸다.
쿠콰콰콰쾅!
마수의 주둥이에 물린 바늘이 아니라 목구멍 속 깊숙이 박힌 정수와 직접 연결되었다.
신화의 낚싯줄은 끊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절대 인장력의 반작용으로 가해지는 수 톤에 달하는 충격량은 고스란히 태공의 악력과 허리로 쏟아져 들어왔다.
"크윽!"
태공의 잇새로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
왼쪽 장화가 완전히 찢겨 나가며 맨발이 거친 바닥을 긁었다. 발바닥 가죽이 벗겨지는 격통이 밀려왔지만 손잡이를 쥔 손가락마디는 굳은 쇠처럼 풀리지 않았다.
낚시꾼에게 챔질이 끝난 낚싯대를 놓치는 것은 목숨을 포기하는 것과 같았다.
거대 마수는 목구멍 안쪽에서 뿜어져 나오는 극심한 이물감과 당김에 미친 듯이 몸부림쳤다.
놈은 뒤로 물러나 호수 깊은 곳으로 달아나려 했다. 그러나 절대 인장력으로 팽팽하게 당겨진 은빛 줄은 놈의 거대한 몸집을 앞으로 끌어당겼다.
물러설 수 없는 거수와 끌려가지 않으려는 낚시꾼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태공은 낚싯대를 수직으로 버티지 않았다. 거대한 대물이 걸렸을 때 줄을 억지로 당기면 낚시꾼의 몸이 먼저 딸려 들어간다.
그는 [물길 감각]으로 마수가 비틀거리는 힘의 방향을 읽었다. 그리고 낚싯대의 탄성을 이용해 놈의 머리 각도를 왼쪽 벽면으로 비틀었다.
바로 뒤편, 틈새가 벌어져 반대편 착암 작업 소리가 울려 퍼지던 바로 그 바위벽이었다.
"거기로 가라!"
태공이 초릿대를 바위벽 쪽으로 꺾어 내리쳤다.
목구멍이 꿰인 마수는 낚싯줄의 궤적을 거스르지 못하고 허공으로 솟구쳤다. 놈의 거대한 머리통이 좁은 수로의 바위벽을 향해 미사일처럼 돌진했다.
콰아아아앙!
귀청을 찢는 굉음과 함께 두꺼운 암벽이 산산조각 났다.
반대편에서 가해지던 착암 충격과 거대 마수의 괴력이 정면으로 맞물리며 수십 미터 두께의 낙석 지대가 한순간에 박살 나며 거대한 통로가 뚫렸다.
그와 동시에 마수의 턱이 으스러지며 목구멍 속에 박혀 있던 푸른 구체가 낚싯줄에 매달린 채 허공으로 튕겨 나왔다.
태공은 릴을 맹렬하게 감아 올렸다.
푸른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축구공만 한 보옥이 포물선을 그리며 태공의 가슴 품으로 날아들었다.
탁!
태공이 두 손으로 보옥을 낚아챘다.
얼음처럼 차가우면서도 심장처럼 쿵쾅거리는 맥동이 손바닥을 타고 전신으로 번져 나갔다.
[월척 포획 완료]
[대상: 수룡의 여의주 (S급 아티팩트/정수)]
[처리 방식을 선택하십시오]
- 방생
- 신화의 낚시터 흡수
정수를 뜯겨 나간 거대 마수는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힘없이 검은 물 밑으로 가라앉았다. 수로를 메우던 마력 파도도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태공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품 안의 보옥을 내려다보았다.
방생 따위는 생각할 가치도 없었다.
"흡수!"
태공의 외침과 함께 여의주가 눈부신 청백색 빛으로 부서져 내렸다.
빛의 파편들은 낚싯줄을 타고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태공의 가슴과 양팔, 혈관 전체로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갔다.
화아아아악!
온몸의 뼈마디가 재조립되는 듯한 맹렬한 열기가 전신을 휩쓸었다.
타박상으로 멍들었던 등과 어깨, 톱날지느러미에 긁혔던 종아리의 상처가 흔적도 없이 아물어 붙었다. 뜯겨 나가 피가 흐르던 발바닥 가죽이 단단하고 매끄러운 새살로 덮였다.
메말랐던 근육마다 강철 같은 탄력이 차올랐고 단전 깊은 곳에서 거대한 해일과도 같은 순수한 마력이 솟구쳐 올랐다.
[수룡의 여의주 흡수가 완료되었습니다]
[영구 능력치 대폭 상승]
- 근력 스탯이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기존 대비 100배)
- 마력 운용 적성이 초월적 수준으로 재편됩니다
- 신체 재생 및 기초 대사 능력이 극대화됩니다
[수계 감응률: 측정 한계 돌파]
태공은 주먹을 쥐었다 폈다.
손가락을 가볍게 쥐었을 뿐인데 손바닥 안에서 파공음이 퍽 하고 터져 나왔다. 머릿속이 투명한 겨울 하늘처럼 맑아졌고 호수 전체의 미세한 수류 하나하나가 손끝에 만져지듯 감지되었다.
F급 짐꾼의 몸뚱어리에 차원의 정수가 들어앉은 결과였다.
"이게 손맛의 보상인가."
태공은 가볍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때 무너져 내린 바위벽 너머의 자욱한 먼지 구름 사이로 눈부신 탐조등 불빛 서너 개가 쏟아져 들어왔다.
"콜록! 콜록! 뭐야, 갑자기 벽이 왜 무너진 거야?"
"마력 반응이 폭주했습니다! 전원 방어 태세 갖춰!"
"잠깐, 저기 안에 사람 그림자가 있습니다!"
다급한 고함과 함께 방호복을 입은 협회 특수 구조대원들이 먼지를 헤치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뒤편에서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의 라희와 창백하게 질린 표정의 파티장 박도윤이 멍하니 서 있었다.
박도윤은 손에 든 간이 보고서를 꽉 쥔 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태공을 '낙석 사고로 인한 사망 추정'으로 서류 처리하려던 참이었다.
"강... 강태공 씨?"
라희가 떨리는 목소리로 태공을 불렀다.
먼지 구름 속에서 태공이 유유히 걸어 나왔다.
옷은 찢어지고 장화는 짝짝이였지만 그의 어깨에는 흠집 하나 없는 낚싯대가 당당하게 얹혀 있었다. 그의 온몸에서는 S급 헌터에게서나 느껴질 법한 짙푸른 마력의 아지랑이가 은은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구조대 팀장의 마력 측정기가 맹렬한 경고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삐비비비빅!
[경고: 측정 불가 수준의 고밀도 수계 마력 감지!]
구조대원들이 일제히 걸음을 멈추고 굳어버렸다. 무거운 침묵이 붕괴된 통로를 가득 채웠다.
태공은 벙거지 모자를 살짝 추켜올리며 굳어버린 사람들을 향해 태연하게 손을 흔들었다.
"거기 구조대 분들, 마침 잘 오셨네. 여기 물이 좀 깊어서 낚시하기 딱 좋은데, 라면 하나 끓여 먹을 자리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