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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의 1층에서 100년 동안 스탯만 올림1화

탑의 1층에서 100년 동안 스탯만 올림

탑의 1층에서 100년 동안 스탯만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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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100년의 끝, 열리지 않던 문

쿵.

육중한 석실 바닥이 규칙적인 박자로 진동했다.

어둠이 내려앉은 튜토리얼 01구역의 천장에서 희뿌연 돌가루가 쏟아져 내렸다. 강서후는 익숙하게 고개를 살짝 젖혀 먼지를 피했다. 눈 한 번 깜빡이지 않는 건조한 눈동자가 붉게 타오르는 두 개의 안광을 응시했다.

석실 중앙에서 검은 바위 덩어리가 솟구쳤다. 높이 4미터에 달하는 거구, 온몸이 흑암석으로 뒤덮인 튜토리얼 룸의 보스 '흑암석 골렘'이었다.

크오오오오—!

공기를 찢는 포효가 좁은 석실을 가득 메웠다.

100년 전 탑이 처음 열렸던 날, 서후는 이 포효 한 번에 오줌을 지릴 뻔했다. 온몸의 뼈마디가 얼어붙고 쥐고 있던 쇠붙이를 떨어뜨리며 바닥을 기어 다녔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서후는 바닥에 박아 둔 낡은 숫돌에서 손을 뗐다. 그의 손에는 손잡이의 가죽이 삭아 문드러지고 날이 반쯤 깨져 나간 훈련용 숏소드가 들려 있었다.

골렘이 집채만 한 돌주먹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석실 전체를 부숴 버릴 듯 짓누르는 압도적인 질량감. 보통의 E급 헌터라면 깔려 죽을 거라는 공포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할 일격이었다.

서후는 피하지 않았다.

단지 오른발을 반 뼘 앞으로 내밀었을 뿐이었다.

파아앙!

골렘의 주먹이 서후의 머리통을 짓이기기 직전, 서후의 손목이 보이지 않을 속도로 가볍게 스냅을 쳤다.

부러진 칼끝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칼끝이 골렘의 왼쪽 쇄골 아래 가슴팍에 가볍게 닿았을 뿐이었다.

쩌저적—!

칼끝이 닿은 부위에서 시작된 미세한 균열이 골렘의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번개라도 맞은 것처럼 거미줄 같은 금이 거대한 암석 육체를 뒤덮었다.

콰아아앙!

귀를 찢는 굉음과 함께 4미터 크기의 골렘이 모래성처럼 허물어졌다. 수십 톤의 바위 파편들이 사방으로 비산하며 허공에서 검은 먼지로 흩어졌다.

스킬도 마법도 아니었다. 그저 힘과 체력의 반동을 정확하게 계산해 찔러 넣은 평범한 찌르기 한 번이었다.

[튜토리얼 보스 '흑암석 골렘'을 처치하였습니다.]

[일일 퀘스트 완료: 튜토리얼 구역을 정화하십시오.]

[반복 보상으로 모든 기초 스탯이 상승합니다.]

[근력 +1, 민첩 +1, 체력 +1, 감각 +1, 정신력 +1]

눈앞에 떠오른 반투명한 푸른 창을 바라보는 서후의 표정에는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그는 품에서 뭉툭한 조각칼을 꺼내 바닥으로 다가갔다.

석실 구석의 거대한 벽면에는 수많은 선들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바를 정(正) 자로 채워진 벽면은 이미 빈틈이 없어서 바닥까지 긁어 내려온 지 오래였다. 서후는 36,499번째 획 옆에 조각칼을 대고 마지막 획을 힘주어 그었다.

서걱.

정(正) 자 하나가 새로 완성되었다.

36,500일.

탑의 1층 튜토리얼 01구역에 갇힌 지 정확히 100년째 되는 날이었다.

"오늘로 백 년인가."

입 밖으로 낸 목소리는 갈라지고 메말라 있었다.

말을 나눌 사람이 없어 굳어 버린 혀는 발음을 자꾸만 뭉개뜨렸다. 서후는 습관처럼 상태창을 불렀다.

[상태창]

  • 이름: 강서후
  • 직업: 미등록 헌터 (E급)
  • 칭호: [오류: 데이터 수용량 초과]
  • 근력: ERR-9999+
  • 민첩: ERR-9999+
  • 체력: ERR-9999+
  • 감각: ERR-9999+
  • 정신력: ERR-9999+
  • 고유 스킬: 없음
  • 보유 스킬: 기본 검술(Lv.Max), 완전 방어(Lv.Max), 초감각(Lv.Max)

상태창의 모든 스탯 란에는 붉은색 노이즈와 함께 에러 코드가 번쩍이고 있었다.

탑이 규정한 1층의 한계치를 아득히 넘어선 지 수십 년이 흘렀다. 탑의 기본 시스템은 1층에서 3만 번이 넘는 일일 보상을 누적한 인간을 계산식에 넣어 본 적이 없었다.

처음 1년은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문을 두드렸다.

다음 10년은 언젠가 구조대가 올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매일 리셋되는 골렘을 죽이며 버텼다.

그리고 50년이 넘어가면서부터는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조차 희미해졌다. 미치지 않기 위해 사냥했고 자신이라는 존재를 잊지 않기 위해 매일 벽에 선을 그었다.

언제나 똑같은 하루였다. 매일 자정이 지나면 석실이 리셋되고 골렘이 솟아오른다. 골렘을 잡고 스탯 1점을 얻은 뒤 다시 멍하니 잠에 든다.

오늘도 그 무의미한 굴레의 하루가 끝나는 줄 알았다.

위이이잉—!

갑자기 석실 바닥 전체가 기괴한 주파수로 울리기 시작했다.

허공에서 먼지가 흩어지던 자리에 남아 있던 골렘의 붉은 핵이 파르르 떨렸다. 평소라면 스탯 보상이 정산되는 즉시 흔적도 없이 소멸해야 할 핵이었다.

치지지직!

핵에서 붉은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허공에 찢어지는 듯한 글자들이 강제로 박히기 시작했다.

[경고: 튜토리얼 01구역 누적 한계치 도달.]

[비정상 누적 개체 식별 코드: 994-01-KANG.]

[관리자 프로토콜 강제 호출 중...]

서후의 눈매가 순식간에 가늘어졌다.

100년 동안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푸른색이 아닌 피처럼 붉은 시스템 창이었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었다. 멈춰 있던 피가 혈관을 타고 거세게 솟구쳤다. 서후는 부러진 칼자루를 고쳐 쥐고 뒤로 반 보 물러서며 자세를 낮췄다.

치지직, 칙.

귓가에서 날카로운 기계음과 함께 성별을 구분할 수 없는 건조하고 나직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승인 번호: 001-REM-RENEWAL.」

「실험 표본 01번. 장기 격리 및 스탯 축적 데이터 임계값 확인.」

「탑 승급 알고리즘 갱신을 위한 보류 상태를 해제합니다.」

「규격 외 등반자의 1층 봉인을 종료합니다.」

머릿속을 찌르는 것 같은 음성은 그 말만을 남기고 뚝 끊겼다.

붉은 시스템 창이 파편처럼 부서져 내렸지만 서후는 그 음성과 문자를 단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뇌리에 새겼다.

001-REM-RENEWAL.

실험 표본.

그리고 장기 격리.

"……사고가 아니었어?"

서후의 메마른 입술 사이로 서늘한 살기가 배어 나왔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시스템 오류나 차원 왜곡으로 인해 재수 없게 1층에 갇힌 조난자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방금 들린 목소리는 명백하게 그를 '표본'이라 불렀고 '보류 상태'를 해제한다고 말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자신을 이 어두운 돌방에 100년 동안 쳐박아 두었다는 뜻이었다.

쿠구구구구궁!

서후의 분노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석실 정면의 거대한 벽이 흔들렸다.

100년 동안 그가 온갖 힘을 다해 주먹으로 치고 칼로 내리쳐도 흠집 하나 나지 않던 거대한 흑철문이었다.

수만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가 터져 나오더니 굳게 닫혀 있던 흑철문이 서서히 위로 솟구쳐 올랐다.

쿠웅!

문이 완전히 열리며 틈새로 눈이 시릴 만큼 강렬한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동시에 100년 동안 맡아 본 적 없는 서늘하고 축축한 바람이 서후의 얼굴을 스쳤다. 바깥세상의 공기였다.

서후는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 오랫동안 어둠에 익숙해져 있던 시야가 따갑게 타들어 가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눈을 감지 않았다. 100년 동안 갈망했던 출구가 바로 눈앞에 열려 있었다.

서후는 허리에 찬 낡은 검집을 단단히 고정하고 찢어진 가죽 코트 자락을 여몄다.

100년 전 탑에 들어올 때 입었던 코트는 이미 본래의 색을 잃고 잿빛으로 바래 있었다. 소매는 닳아 해졌고 밑단은 몬스터의 발톱 자국으로 흉터투성이였다.

탁.

서후의 낡은 군화가 100년 만에 문턱을 넘어섰다.

문 너머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나선형 계단이 위를 향해 길게 뻗어 있었다. 계단 벽면에는 은은한 푸른빛을 내뿜는 마석 조명이 일정 간격으로 박혀 있었다.

서후는 천천히 계단을 밟고 올라갔다.

발걸음마다 소리가 나지 않았다. 100년 동안 좁은 방에서 수만 번을 움직이며 벼려진 신체 제어력은 그의 거대한 스탯을 완벽하게 숨기고 있었다.

얼마나 올랐을까.

계단 끝에 다다르자 거대한 아치형 통로 너머로 웅장한 대리석 홀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가 1층 로비인가?"

서후는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100년 전 그가 기억하던 1층 로비는 피비린내와 흙먼지가 가득한 혼돈의 폐허였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부상자가 넘쳐나던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전혀 달랐다.

매끄럽게 닦인 대리석 바닥 위로 거대한 방호 펜스가 질서정연하게 쳐져 있었다. 천장에는 마도 공학으로 제작된 대형 스크린들이 번쩍이고 있었고 곳곳에 제복을 입은 경비 인력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탑의 1층은 이미 혼란스러운 던전이 아니라 거대한 빌딩 로비처럼 완벽하게 통제된 공간으로 변해 있었다.

서후가 어두운 아치형 통로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삐이이이익—!

서후의 발이 로비의 바닥에 닿는 순간, 천장에 매달려 있던 마력 감응 경보기들이 미친 듯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경고! 미확인 생체 구역 개방!]

[경고! 격리 구역 '튜토리얼 01'의 잠금장치 해제 확인!]

[중앙 측정 게이트가 비인가 대상의 접근을 감지했습니다!]

붉은색 비상등이 로비 전체를 어지럽게 물들였다.

로비 초소에서 커피를 마시며 서류를 넘기던 협회 소속 관측 요원들과 경비 헌터들이 기겁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 뭐야?! 비상벨?!"

"1구역? 1구역은 10년 전 탑 개방 초기에 영구 폐쇄된 격리 구역이잖아! 거기가 왜 열려?!"

"침입자인가?! 아니, 몬스터가 튀어나온 건가?!"

경비 헌터들이 일제히 무기를 뽑아 들고 아치형 통로를 향해 달려왔다.

그들의 시선 끝에 어둠을 뚫고 걸어 나오는 한 남자의 형체가 맺혔다.

낡아서 너덜너덜해진 검은 가죽 코트.

칼날이 부러져 나간 고철 같은 숏소드를 허리에 찬 남자.

그리고 100년의 세월 동안 감정을 잊어버린 듯한 차갑고 메마른 눈동자.

"서, 서라! 움직이지 마라!"

선두에 선 경비대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경비대장의 손에 들린 최신형 마력 파동 측정기가 서후를 향해 조준되었다. 대상의 마력과 신체 등급을 실시간으로 스캔하는 협회의 고가 장비였다.

삐비비빅!

측정기 화면에 붉은색 숫자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스캔 대상: 미등록 인간]
[근력 수치: 측정 불가]
[민첩 수치: 측정 불가]
[체력 수치: 측정 불가]
[위험도: S…… 산출 불가……]

"이, 이게 무슨…… 수치가 왜 이래?!"

측정 요원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기계 화면에 표시되는 수치가 1,000을 넘고 5,000을 넘어 9,999를 돌파하더니 화면 전체가 붉은색 노이즈로 뒤덮였다.

치지직! 파지지직!

서후가 아무런 위압감도 뿜어내지 않고 단지 한 걸음을 내딛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가 가진 질량과도 같은 기초 스탯의 존재감만으로도 주변의 공기 밀도가 기형적으로 뒤틀리고 있었다.

퍼엉—!

측정기 내부의 마정석 코어가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폭발했다.

검은 연기와 함께 불꽃이 튀며 측정기 부품들이 바닥으로 쏟아져 내렸다.

"히익?!"

요원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다.

로비에 있던 수십 명의 경비 헌터들이 서후의 발걸음 소리 하나에 얼어붙은 채 마른침을 삼켰다.

서후는 그들을 스쳐 지나가며 천장에 걸린 대형 전광판을 올려다보았다. 전광판 상단에는 날짜와 시간이 선명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대한민국 헌터협회 중앙탑 관리국 - 개방 10주년 특별 공략 시즌]

10주년.

그 글자를 본 순간, 서후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10년?"

자신이 갇혀 있던 시간은 분명 100년이었다.

벽에 새겨진 36,500개의 선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바깥세상의 시간은 겨우 10년이 흘렀다고 말하고 있었다.

시간의 왜곡.

그리고 자신을 '실험 표본'이라 부르며 100년 동안 가두었던 정체불명의 관리자.

서후의 굳게 다문 입술 끝이 서늘하게 비틀렸다.

"재밌네."

100년 동안 스탯만 올린 괴물이 드디어 세상 밖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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