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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의 용병단, 장부 하나로 전장을 지배함6화

악녀의 용병단, 장부 하나로 전장을 지배함

악녀의 용병단, 장부 하나로 전장을 지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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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젖은 빵은 전진하지 못한다

칼바람 요새 외곽 시장은 해 질 무렵의 먼지와 마차 바퀴 소리로 분주했다.

이사벨라와 가르크를 대동하고 도착한 곳은 원단과 마구용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도매 잡화상이었다. 가게 처마 밑에는 뻣뻣하게 풀을 먹인 마포대와 마차 덮개용 가죽 원단이 사람 키 높이로 켜켜이 쌓여 있었다.

가게 주인은 붉은 머리를 휘날리며 들어서는 이사벨라를 보자마자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블랙로즈 용병단장님 아니십니까. 서쪽 능선 원정 명령이 떨어졌다더니 채비를 하러 오셨군요."

한스가 이사벨라의 옆으로 한 걸음 걸어 나왔다.

"방수 마법 천을 보러 왔습니다."

상인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손가락을 꼽으며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

"방수 천이요? 마법 학회 인증 각인이 박힌 1등급 코팅 원단은 한 필에 4골드입니다. 용병단 수송 마차와 병사들 짐을 다 덮으시려면 아무리 아껴도 서른 필은 필요할 텐데요."

이사벨라의 턱 끝이 굳었다.

서른 필이면 무려 120골드였다. 급여를 지급하고 남은 용병단의 잔여 완충 자금은 고작 13골드 50실버뿐이었다.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었다.

가르크가 한스의 등 뒤로 다가와 이를 갈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서기 놈아. 저 영감이 우릴 놀리는 거 같은데? 13골드로 어떻게 120골드짜리 천을 사겠다는 거냐?"

한스는 동요하지 않고 가게 안쪽 어두운 구석을 손끝으로 가리켰다.

그곳에는 규격 재단 후 남은 자투리와 마법 코팅이 얼룩져 먼지를 뒤집어쓴 청회색 원단 뭉치들이 뒹굴고 있었다.

"저기 구석에 쌓인 2등급 자투리 원단은 필당 얼마입니까?"

상인이 콧방귀를 뀌며 손을 내저었다.

"저건 폭도 들쭉날쭉하고 마법 코팅액이 고르게 먹지 않아 비가 새는 폐품들입니다. 상단에 납품조차 못 하는 잡동사니라고요."

"폐품인지 아닌지는 제가 판단합니다. 저기 있는 자투리 원단 스물두 필과 구석 선반에 놓인 잔여 마법 코팅액 세 통. 전부 묶어서 12골드 80실버에 넘기십시오."

상인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손님, 지금 장난하십니까? 오늘 북부 하늘을 좀 보십시오. 구름 한 점 없이 맑기만 한데 왜 이런 흠집 난 천을 몽땅 쓸어가십니까? 차라리 그 돈으로 마른 건초나 더 사 가시지요."

"내일 정오가 지나면 이 가격에 팔고 싶어도 살 사람이 없을 겁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처분하지 않으면 저 잡동사니는 먼지만 먹다가 겨울에 땔감으로나 쓰이겠지요."

한스의 목소리는 얼음물처럼 차분했지만 반박할 수 없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이사벨라가 허리춤의 붉은 검자루에 손을 얹으며 서늘한 눈빛으로 거들었다.

"계산 끝났으면 서둘러 포장해라. 은화는 여기 있다."

상인은 붉은 머리 검사의 서슬 퍼런 기세와 한스의 집요한 눈빛에 짓눌려 침을 꿀꺽 삼켰다. 결국 그는 투덜거리면서도 자투리 원단 스물두 필과 코팅액 통을 짐수레에 차곡차곡 실었다.

지출 12골드 80실버.

블랙로즈의 장부상 잔여 완충 자금은 이제 은화 7장, 즉 70실버만이 남았다.


주둔지로 돌아오자마자 한스는 쉬지 않고 야간 작업을 선언했다.

"밀라, 취사조 인원과 손이 빠른 병사들을 훈련장으로 모아 주십시오."

밀라가 커다란 재단 가위를 품에 안고 헐떡이며 달려왔다.

"네, 보급관님! 천을 어떻게 자르면 됩니까? 마차를 덮기에는 천 조각들이 너무 작고 울퉁불퉁한데요."

"마차 전체를 통째로 덮을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낮에 만든 표준 행군 포대의 상단 규격에 맞춰 천을 직사각형으로 자르십시오."

한스는 바닥에 표준 포대 하나를 눕혀 놓고 직접 시범을 보였다.

"빗물은 하늘에서 수직으로 떨어져 배낭 윗부분의 봉제선을 타고 안으로 스며듭니다. 상단 덮개 부분에만 이 방수 천을 이중으로 덧대고 코팅액은 실밥이 지나간 자리에만 솔로 두껍게 바르십시오."

밀라의 눈이 반짝였다.

"아! 물이 새어 들어오는 구멍만 막으면 작은 천 조각으로도 충분하군요!"

"그렇습니다. 전체를 감싸지 않아도 취약 부위만 막아내면 1등급 방수포와 같은 효과를 냅니다. 조별로 열 개씩 묶어 신속하게 결속하십시오."

한스의 지시는 간결하고 정확했다.

한편 마구간 쪽에서는 가르크가 투덜거리며 수송 마차에 짐을 싣고 있었다. 한스가 그쪽으로 다가가 마차 바닥판을 툭툭 두드렸다.

"조장님, 짐을 마차 바닥에 그대로 올리지 마십시오."

"하! 이젠 짐 싣는 높이까지 간섭하냐? 덮개까지 씌워 줬으면 됐지 뭐가 또 문제인데?"

가르크가 땀을 닦으며 도끼를 바닥에 쾅 내려찍었다.

"마차가 흙탕물 길을 달리면 바퀴에서 튄 물이 바닥판 틈새로 치고 올라옵니다. 게다가 비가 들이치면 마차 바닥에 물이 고여 아래쪽 포대부터 썩기 시작합니다."

한스는 장작 더미에서 곧게 뻗은 통나무 몇 개를 가리켰다.

"통나무를 반으로 쪼개서 마차 바닥에 십자 격자 모양으로 까십시오. 그 위에 포대를 쌓아야 바닥에 고인 빗물이 틈새로 빠져나가고 화물이 물에 잠기지 않습니다."

가르크는 기가 차다는 듯 헛숨을 들이켰다.

"네놈은 꼭 비바람 속에서 굴러먹어 본 늙은 마부처럼 말하는군."

"굴러보진 않았어도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른다는 건 상식입니다."

"빌어먹을 상식 타령."

가르크는 투덜대면서도 즉시 도끼를 들어 통나무를 능숙하게 쪼개기 시작했다.

그는 낮에 있었던 언덕길 실측 행군 이후 한스의 계산이 틀린 적이 없다는 사실을 몸으로 알고 있었다.

밤새도록 횃불 아래에서 톱질과 솔질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사벨라는 팔짱을 낀 채 훈련장 한가운데 서서 모든 표준 포대와 수송 마차가 빈틈없이 방수 처리되는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다음 날 아침, 블랙로즈 용병단은 칼바람 요새 서쪽 능선을 향해 당당히 진군을 시작했다.

출발할 때만 해도 아침 햇살이 능선을 비추고 있었다. 몇몇 병사들은 맑은 하늘을 보며 어젯밤의 고된 방수 작업이 헛수고였던 것 아니냐며 수군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정오가 지나 서쪽 협곡 깊숙이 들어서자 상황이 급변했다.

협곡 너머에서 차가운 북풍이 불어오더니 시커먼 먹구름이 태양을 집어삼키며 하늘 전체를 뒤덮었다. 대기가 무겁게 가라앉고 비린 흙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리고 이내 굵은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아-!

그것은 단순한 소나기가 아니었다.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세게 쏟아지는 북부 특유의 기록적인 폭우였다.

협곡 바닥은 순식간에 누런 흙탕물이 흘러넘치는 진흙탕으로 변해 버렸다.

"비다! 전원 후드를 눌러쓰고 대열을 유지해라!"

가르크의 우렁찬 고함이 빗소리를 뚫고 울려 퍼졌다.

장대비가 병사들의 어깨를 무겁게 내리쳤지만 블랙로즈의 행렬은 멈추지 않았다.

어제 식단을 개편해 개인 짐 무게를 30% 줄인 효과가 여기서 명백하게 드러났다. 배낭이 가벼우니 진흙에 발이 깊게 빠지지 않았고 무릎과 발목에 가해지는 부담도 적었다.

무엇보다 배낭 속에 들어 있는 하루치 예비 식량은 이중 방수 천에 감싸여 빗물이 단 한 방울도 스며들지 않았다.

수송 마차들도 마찬가지였다.

진흙탕을 통과하면서 바퀴가 헛돌 때마다 흙탕물이 사방으로 튀었지만 짐칸 바닥의 격자 받침목 덕분에 마차 바닥에 고인 빗물은 바닥 틈새로 시원하게 빠져나갔다.

표준 포대 위에 덧댄 청회색 방수 원단은 세찬 빗줄기를 미끄러뜨리며 물방울을 튕겨냈다.

[전시 물류 상태 확인: 표준 행군 포대 방수율 99.4%]
[화물 침수 손실: 0%]
[장작 및 예비 불씨 보존율: 100%]

한스는 빗물에 젖은 안경을 옷소매로 닦아내며 마차 대열을 하나하나 살폈다.

옆에서 말을 몰고 가던 이사벨라가 비에 젖은 붉은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탄성을 터뜨렸다.

"한스! 네 녀석의 장부는 하늘의 비구름까지 미리 적어두는 거냐?"

"구름이 아니라 창고 안 곡물 포대의 습기를 읽었을 뿐입니다. 공기가 물을 머금으면 비는 반드시 쏟아지니까요."

이사벨라는 빗속에서도 활짝 웃었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강렬한 신뢰로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능선 굽잇길을 돌아 협곡 출구로 향하던 블랙로즈는 끔찍한 광경을 마주하고 걸음을 멈췄다.

수십 대의 마차와 수백 명의 병사들이 좁은 협곡 도로 한가운데에 뒤엉켜 멈춰 서 있었다.

제국 정규군 제7보급수송대와 전방 능선으로 향하던 동맹 선발 용병대였다.

협곡은 그야말로 생지옥이었다.

"밀어라! 바퀴를 밀어 올리지 않으면 여기서 다 죽는다!"

"안 들립니다! 포대가 물을 먹어서 마차가 통째로 진흙에 가라앉고 있습니다!"

고함과 비명이 빗소리에 섞여 터져 나왔다.

그들의 수송 마차에는 방수포조차 씌워지지 않은 거친 일반 마포대가 실려 있었다. 쏟아지는 폭우를 고스란히 흡수한 밀가루와 곡물 포대는 원래 무게의 두 배가 넘는 돌덩이처럼 무거워져 있었다.

우지끈-!

무게를 이기지 못한 수송 마차의 차축이 부러지며 마차가 옆으로 처박혔다.

터져나간 포대 틈새로 빗물과 뒤섞인 밀가루 반죽이 허연 거품을 내뿜으며 진흙탕으로 쏟아졌다. 곡물 포대 안쪽에서는 이미 쉰 냄새와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불! 제발 불이라도 좀 피워 봐라!"

"장작이 전부 젖어서 연기밖에 안 납니다! 부싯돌도 안 켜집니다!"

병사들은 비를 흠뻑 맞은 채 온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젖은 옷을 입고 차가운 비바람을 맞은 병사들은 저체온증으로 하나둘 주저앉고 있었다.

따뜻한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먹을 식량마저 진흙탕에 처박힌 군대는 이미 적을 만나기도 전에 스스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이사벨라가 굳은 얼굴로 말고삐를 당겨 멈춰 섰다.

"제7수송대다. 전방 최전선으로 향하는 주력 보급대인데... 꼴이 저게 뭐냐."

한스는 진흙탕에 나뒹구는 포대들을 차갑게 응시했다.

찢어진 마포대 겉면에는 제국 군수국의 조악한 인장이 찍혀 있었다. 규격조차 맞지 않는 부실한 포대에 방수 대책도 없이 비축 식량을 실어 보낸 결과였다.

그때 진흙투성이가 된 제국 수송대 지휘관이 비틀거리며 이사벨라의 말 앞으로 기어 왔다.

"블랙로즈... 블랙로즈 용병단입니까? 제발 도와주십시오! 식량의 절반 이상이 물을 먹어 썩어 나가고 있습니다! 마차가 부러져 길을 막고 있고 병사들은 얼어 죽기 직전입니다!"

장교의 애원은 처절했다.

이사벨라가 빗속에서 한스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무력감이 아니라 다음 판단을 묻고 있었다.

한스는 수송 마차의 방수포를 걷어 올렸다.

그 안에는 빗물 한 방울 묻지 않고 뽀송뽀송하게 건조된 표준 행군 포대들과 마른 장작더미, 그리고 온전히 보존된 불씨 통들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었다.

젖은 군대와 마른 군대의 명백한 차이가 그곳에 있었다.

"단장님, 젖은 군대는 싸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마른 장작과 따뜻한 국물이 있다면 저들의 지휘권과 보급 주도권을 우리가 쥘 수 있습니다."

한스는 품에서 방수 처리된 가죽 장부를 꺼내 들었다.

"지금부터 전 부대, 간이 취사 진형을 전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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