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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싹 쓸어서 만렙까지6화

던전 싹 쓸어서 만렙까지

던전 싹 쓸어서 만렙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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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긁혀도 남는 것

검은 이끼 동굴의 완료 보고를 올린 다음 날 아침, 강도현의 단말은 쉴 새 없이 울렸다.

[긴급 수시 정화 배정 제안.]

대상: C급 던전 철비늘 채석장.

잔여 오염도 27.4%. 2차 붕괴 주의.

도현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은 채 화면을 세 번 읽었다. 전날 E급 현장을 0.8%까지 정화했다는 보고가 올라간 지 반나절도 되지 않았다. 이제 막 낸 사업자 이름으로 C급 현장을 맡으라는 배정이었다.

[배정 사유: 기존 공략 주체 철수 후 후속 처리 업체 미확보.]

[특약: 미수거 마수 사체 및 오염 부산물의 소유권은 배정 업체에 귀속.]

관리청은 태성 공략대가 남긴 경보를 급히 수습할 업체가 필요했고 도현의 첫 완공 기록은 그 빈틈을 찔렀다.

"반장님. C급 건이 들어왔습니다."

사무실 한쪽에서 낡은 장비 상자를 닦던 박기문이 고개를 들었다.

"클린 던전으로?"

"네. 철비늘 채석장입니다."

박기문의 손이 멎었다.

"거긴 암갑 도마뱀 나오는 곳이잖아. 공략 끝났다 해도 사체가 한둘이 아닐 텐데. 너 혼자 갈 생각은 아니지?"

"혼자는 아닙니다. 반장님이 빌려주신 분들하고 장비도 있고요."

"장비를 빌려준 거지 목숨을 빌려준 건 아니다."

도현은 배정서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래도 가야죠. 저걸 안 받으면 클린 던전은 E급 한 번 치운 곳으로 끝납니다."

박기문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한숨을 쉬며 장비 상자를 발로 밀어 보였다.

"마력 흡착포 넉넉히 챙겨라. 암갑 도마뱀 비늘은 분해 전에 튀는 게 더 위험하다. 중화제도 약한 거 말고 광물성 잔여 마력용으로 가져가고."

"네."

"그리고 네 몸도 장비다. 무리해서 망가지면 계약서가 널 대신 청소해 주진 않아."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자기 몸 하나가 멈추면 현장과 계약도 같이 멈춘다.

두 시간 뒤 서울 외곽 산자락의 철비늘 채석장.

던전 입구 위의 전광판은 붉은 경고를 토해 내고 있었다.

잔여 오염도 27.4%

낙반 위험 구역 다수.

차단막 바깥에는 검은 승합차 한 대가 먼저 서 있었다. 회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도현의 낡은 작업 트럭과 새로 붙인 클린 던전 마크를 훑어봤다.

"강도현 대표 맞습니까?"

"맞습니다."

"신우성입니다. 태성 협력 정산팀에서 나왔습니다."

"정산팀이 현장에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우리 쪽 공략대가 놓고 간 물건이 좀 있어서요. 보스 핵만 챙겼다고 나머지가 전부 쓰레기는 아니잖습니까."

"암갑 도마뱀 비늘이랑 사체는 우리가 회수하겠습니다. 청소 비용은 원래 계약대로 받으시면 되고요."

도현은 단말을 꺼내 배정서를 띄웠다.

"철수 확인 시각 이후 미수거 부산물은 클린 던전 소유입니다. 관리청이 배정하면서 넣은 특약이고요."

"종이 한 장으로 태성 물건을 다 가져가겠다는 겁니까?"

"그럼 태성 쪽에서 방치한 물건이라는 내용과 반환 요구를 적어서 서명해 주세요. 관리청에 같이 올리겠습니다."

도현은 입력창을 열어 신우성 쪽으로 내밀었다.

공략 주체의 미신고 부산물 반환 요청.

요청자 성명 및 책임 서명.

"말귀를 못 알아듣는군요."

"아뇨. 이번에는 제가 정확히 알아듣고 싶습니다. 쓰레기라며 남겨 둔 건지 아니면 신고할 자산을 두고 간 건지요."

"청소부가 말은 잘하네."

"대표입니다. 계약서에는 그렇게 적혀 있습니다."

신우성은 단말을 받지 않았다. 서명하는 순간 공략대가 부산물을 방치했다는 기록이 남는다.

"작업 중에는 차단막 안으로 들어오지 마십시오. 추가 요청이 있으면 관리청을 통해 주세요."

"좋습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마세요."

"후회할 일은 남겨 두지 않는 게 제 일입니다."

도현은 박기문과 두 명의 청소 인력에게 안전 로프를 나눠 주고 차단막 안으로 들어갔다.

철비늘 채석장 통로에는 검푸른 비늘과 돌가루가 발목까지 쌓여 있었다.

사람 키만 한 암갑 도마뱀 사체가 열두 구나 통로에 널려 있었다. 잘려 나간 꼬리에서는 탁한 마력이 새고 있었다.

"와. 저걸 다 치워야 합니까?"

새로 온 청소 인력 하나가 목소리를 낮췄다.

"사체부터 들지 마세요."

도현은 가장 바깥 사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비늘 밑에 흡착포를 깔고 와이어를 먼저 걸 겁니다. 천장이 약해졌어요. 무게를 한쪽으로 몰면 위에서 돌이 떨어집니다."

"중화제는 제가 신호할 때만 뿌리세요. 바닥부터 묶고 옮깁니다."

도현은 장갑 낀 손으로 가장 신선한 사체의 등가죽을 눌렀다.

암갑 도마뱀의 경화 피부.

고유 잔향: 피부 강화.

재구성 가능 축적도: 38%.

눈앞에 떠오른 문장을 본 도현의 호흡이 짧아졌다.

도현은 곧바로 손을 대지 않았다. 사체 하나를 잘못 건드리면 비늘이 튀고 천장이 무너질 수 있다.

"와이어 당깁니다. 하나, 둘."

사체가 흡착포 위로 겨우 움직였다. 도현은 비늘이 바닥에서 떨어지는 순간만 기다렸다가 손바닥을 펼쳤다.

[특성: 부산물 흡수(EX)가 발동합니다.]

검푸른 비늘 두 장이 검은 재로 부서졌다. 뜨거운 기운이 손등에서 팔꿈치까지 번졌다.

체력 +1

피부 강화 잔향 축적도 49%.

도현은 바로 비늘을 놓았다. 더미를 바깥쪽으로 옮기는 동안 그는 다른 사체에서 떨어진 등가죽 조각을 골랐다. 불에 그을리지 않았고 마력의 탁한 빛도 아직 남아 있었다.

신체 부담: 보통.

이번에는 중화포 아래에서 짧게 흡수했다.

체력 +1

피부 강화 잔향 축적도 71%.

그때 천장 어딘가에서 자갈이 우수수 떨어졌다.

도현은 고개를 들었다. 가장 안쪽 사체 더미가 어둠 속에서 아주 느리게 들썩였다.

"전부 멈춰요."

"저기 안쪽. 죽은 게 아닙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체 더미가 터지듯 벌어졌다.

콰직!

피와 돌가루를 뒤집어쓴 암갑 도마뱀이 몸을 일으켰다. 등가죽 절반이 찢겨 갈비뼈가 드러났지만 황색 눈동자에는 생기가 남아 있었다. 놈은 죽은 동족의 잔여 마력을 먹으며 더미 아래에서 버텨 온 모양이었다.

"뒤로 빠져요!"

도마뱀의 꼬리가 바닥을 쓸었다.

쐐애액!

비늘 파편 수십 개가 통로를 가르며 날아왔다. 도현은 가장 가까운 인력의 어깨를 잡아 뒤로 밀쳤다. 파편 하나가 방호복 소매를 찢고 팔뚝을 길게 긁었다.

따가운 통증과 함께 피가 배어 나왔다.

피부 강화 잔향 축적도 93%.

도현의 시선이 발치에 떨어진 큼직한 등비늘에 멈췄다. 놈이 막 일어서며 떨어뜨린 조각이었다. 잔여 마력이 불규칙하게 꿈틀댔다.

박기문이 갈고리를 들고 앞으로 나서려 했다.

"반장님은 뒤로 가세요. 여기 바닥에 중화제 뿌려 주세요. 인력들은 와이어를 오른쪽 기둥에 묶고요."

"너 혼자 뭘 하려고."

"싸우려는 게 아닙니다. 치울 겁니다."

도현은 등비늘을 움켜쥐었다.

[고유 패시브: 피부 강화(Lv.1)를 재구성합니다.]

열기가 팔을 훑은 뒤 얇고 단단한 막처럼 피부 아래로 가라앉았다.

도현은 중화제 통을 발로 차서 놈의 앞쪽 바닥에 깨뜨렸다. 하얀 거품이 비늘 틈과 발톱 사이로 퍼졌다. 사체에서 빨아들인 탁한 마력이 중화제에 닿자 놈의 몸이 잠깐 굳었다.

"지금! 와이어!"

박기문이 던진 갈고리가 놈의 아래턱에 걸렸다. 도현은 로프를 잡지 않았다. 놈이 가장 크게 힘을 주는 반대쪽으로 달려가 격리망을 펼쳤다.

암갑 도마뱀이 몸을 비틀며 들이받았다.

쿵!

도현의 어깨가 통로 벽에 세게 부딪혔다. 숨이 한순간 끊겼다. 찢어진 방호복 아래의 피부가 욱신거렸다.

뼈가 꺾이지는 않았다. 완전히 막아 주는 방패는 아니었다. 아픔도 남았고 팔뚝의 상처에서는 피가 흘렀다.

도현은 이를 악물고 놈의 옆으로 파고들었다. 갈고리를 잡은 채 방향을 틀자 박기문과 인력들이 동시에 와이어를 당겼다.

암갑 도마뱀의 목이 옆으로 꺾였다. 놈은 거품 묻은 바닥에서 발톱을 세웠지만 균형을 잃고 격리망 쪽으로 밀렸다.

도현은 마지막 남은 중화포를 놈의 머리 위로 덮었다.

"묶으세요!"

격리망의 마력 섬유가 도마뱀의 몸을 조였다. 놈은 두 번 크게 몸부림쳤다. 세 번째에는 발톱이 바닥을 긁는 소리만 내다가 멎었다.

도현은 한참 뒤에야 와이어를 놓았다.

"다친 사람 있습니까?"

청소 인력 둘이 서로를 확인한 뒤 고개를 저었다. 박기문은 도현의 찢어진 소매를 잡아당겼다.

"너 팔부터 봐."

"얕습니다."

"얕긴. 피가 나는데."

박기문은 응급 세정제를 뿌리고 압박 패드를 붙였다.

도현은 멎은 사체의 등가죽에 손을 얹었다.

[부산물 흡수(EX)가 발동합니다.]

검푸른 가죽과 피가 검은 재가 되어 흡수포 안에서 사라졌다.

체력 +1

피부 강화(Lv.1): 물리 충격과 베임 피해를 경감합니다.

과도한 충격에는 사용자의 체력과 방호 장비가 우선 소모됩니다.

"작업 재개합니다."

도현은 장갑을 새것으로 갈아 끼웠다.

"안쪽 더미는 셋씩 나눠서 갑니다. 생존 여부부터 확인하고 비늘은 포대에 넣기 전에 흡착포로 감싸세요. 오늘 여기서 남길 건 돌가루뿐입니다."

해가 산등성이 뒤로 넘어갈 무렵, 철비늘 채석장은 정리돼 있었다. 도현은 신선도를 잃은 부산물만 흡착 장비로 분해했다. 같은 계열을 반복하면 효율이 떨어지고 몸의 피로도 쌓인다.

입구로 돌아오자 신우성이 다시 차단막 앞을 막아섰다.

"아까 그 살아 있던 놈 말입니다. 그건 태성 자산입니다. 공략 중 놓친 개체니까요."

도현은 단말을 꺼내 철수 확인 시각을 띄웠다.

"태성 공략대 철수는 어제 밤 열한 시 사십 분입니다. 현장 경보는 오늘 새벽 두 시에 올라왔고요."

그는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잔류 위협 개체의 안전 제거 및 부산물 처리 책임: 배정 업체.

"방금 개체는 이 조항에 따라 클린 던전이 처리했습니다. 아까 반환 요청서에는 서명하지 않으셨고요."

"그걸 전부 가져가겠다고?"

"아뇨. 위험 부산물은 규정대로 폐기합니다. 계약상 제 소유라는 건 제가 처리 책임도 진다는 뜻입니다."

"필요하시면 지금 관리청에 이관 요청을 올리시죠. 대신 사체 방치와 추가 안전 조치 비용도 태성 쪽에서 부담하시는 걸로 적겠습니다."

신우성의 얼굴이 굳었다.

"F급 청소부 주제에 오래 못 갑니다."

"그래서 더 깨끗이 치우겠습니다. 다시 와서 찾을 게 없게요."

신우성은 대답 대신 명함을 구겼다. 그는 승합차에 올라타고 그대로 떠났다.

도현은 뒷모습을 보지 않았다. 입구의 측정기로 다가가 마지막 수치를 확인했다.

잔여 오염도: 0.6%

상태: 완전 정화.

박기문이 화면을 보고 낮게 휘파람을 불었다.

"C급을 이 수치로 끝낸 청소업체가 있었나?"

"장비가 좋아서 그렇죠."

"네 장비는 내가 대충 아는데."

도현은 대답 대신 완료 보고 버튼을 눌렀다.

[클린 던전 - 2호 현장 완공 보고서 제출 완료.]

잠시 뒤 화면 한가운데 노란 알림이 떠올랐다.

[처리 수치 자동 검토 대상.]

[담당 분석 부서에 기록 열람 요청이 전달됩니다.]

도현의 손가락이 멈췄다.

0%대 오염도는 계약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동시에 누군가가 클린 던전이라는 작은 이름을 들여다볼 이유이기도 했다.

도현은 압박 패드가 붙은 팔을 천천히 쥐었다 폈다. 찢어진 방호복 아래는 여전히 아팠다.

그래도 방금 전처럼 뼈가 흔들리지는 않았다.

긁힌 자리는 남았다.

하지만 이제 그 정도로는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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