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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고 온실 카페나 차리렵니다2화

이혼하고 온실 카페나 차리렵니다

이혼하고 온실 카페나 차리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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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온실의 첫 장부

다음 날 아침 아델리아는 부속 사무실의 창문을 열었다.

밤새 갇혀 있던 먼지 냄새가 빠져나가고 젖은 흙 냄새가 들어왔다. 맑은 냄새는 아니었지만 어제보다 숨쉬기가 편했다.

책상 위에는 세 묶음의 서류가 놓여 있었다. 이혼 정산 합의서와 연구소 임차 계약서 그리고 비어 있는 장부였다.

아델리아는 합의서의 마지막 장을 펼쳤다. 카시안 헤르츠의 서명 아래에는 정산금과 지급일이 정확한 숫자로 적혀 있었다. 연구소 임차권을 넘기는 조건도 별도 조항으로 붙어 있었다.

그녀는 숫자 아래에 보증금과 유리 교체와 배수로를 적었다. 난방과 주방을 적은 뒤 식기와 의자와 밀가루를 적었다. 마음잎을 옮길 화분과 물을 받을 통도 빠뜨리지 않았다.

“전부 고치면 모자라겠네.”

수리비를 넉넉하게 잡으면 남는 돈은 석 달치 생활비도 되지 않았다. 정산금 중 일부는 이혼 공고가 끝날 때까지 법무관의 예치 계정에 묶여 있었다. 지금 쓸 수 있는 돈은 생각보다 적었다.

아델리아는 펜을 내려놓았다.

자유를 얻었는데 그 자유를 지킬 돈이 없었다. 그 사실이 이혼 서류를 마주했을 때보다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문밖에서 발소리가 났다. 관리인 오르만이 낡은 열쇠 꾸러미와 보관함을 들고 들어왔다.

“연구소에 남은 비품 목록입니다. 의자는 열두 개가 전부고 탁자는 다리가 부러진 것까지 합쳐 네 개입니다. 주방 창고에는 구리 냄비가 두 개 남았습니다.”

“난방은요?”

“본관 보일러는 손을 봐야 합니다. 남쪽 온실에는 오래된 난로 하나가 있지만 연통이 막혔습니다.”

아델리아는 장부를 두 칸으로 나눴다.

지금 고칠 것. 나중에 고칠 것.

깨진 창과 배수로와 빗물통은 지금 고칠 것에 넣었다. 남쪽 구역의 바닥과 낡은 난로는 나중에 고칠 것에 남겼다. 주방 전체를 새로 만들 돈이 없다면 처음에는 차와 간단한 구움과자만 내면 됐다.

“이 정도로 영업이 가능하겠습니까?”

“영업 허가를 받기 전에는 손님을 들이지 않을 거예요.”

“그렇다면 신고부터 하셔야 합니다. 연구소는 폐쇄된 곳이라 식물 재배와 음료 판매의 절차가 다릅니다.”

아델리아는 임차 계약서를 다시 펼쳤다. 세 해 동안 본관과 남쪽 온실과 부속 창고를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다. 식물 보존과 안전을 우선한다는 문장도 있었다.

찻집이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었다.

“공작가에 보증을 부탁하시는 편이 빠를 수도 있습니다.”

아델리아의 손이 장부 위에서 멈췄다.

카시안의 이름을 빌리면 문은 쉽게 열릴 것이다. 헤르츠 공작이 임차한 연구소라는 소문만으로도 조합은 위험을 조금 낮게 볼지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 베르데 글라스는 그녀의 공간이 아니게 된다. 수리공도 손님도 공작가의 이름을 먼저 보게 될 것이다.

아델리아는 장부의 첫 줄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제 이름으로 신고할게요.”

오르만은 고개를 숙였다.

아델리아는 마지막 줄에 개업 예정 신고 수수료를 적었다. 손끝이 떨렸지만 숫자를 지우지는 않았다.


온실 지구 상인조합은 연구소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아델리아는 임차 계약서와 재배 기록을 가죽 가방에 넣었다. 마음잎이 있는 창가를 돌아본 뒤 문을 잠갔다.

“금방 다녀올게.”

마음잎은 얇은 잎을 살짝 기울였다. 어제보다 떨림이 약했다.

상인조합 건물의 벽에는 새로 칠한 공고판이 붙어 있었다. 창구의 서기는 아델리아가 내민 임차 계약서를 읽자 표정을 굳혔다.

“황실 식물 연구소입니까? 그곳은 아직 폐쇄 시설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사람이 머무를 수 있는 구역인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개업 예정 신고를 먼저 하러 왔습니다. 안전 확인 전에는 판매하지 않겠습니다.”

“식물을 재배해 음료와 과자로 판매하실 겁니까? 효능은 어떻게 광고하실 건가요?”

아델리아는 계약서 위에 손을 얹었다.

“치료한다고 쓰지 않겠습니다.”

“효과가 있다는 말도 하지 않으실 겁니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도만 알릴 거예요. 식물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재배 기록과 함께 붙이겠습니다.”

서기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얼굴이었다.

“그런 문구는 손님을 끌기 어렵습니다.”

“손님을 속여서 끌고 싶지는 않아요.”

아델리아는 목소리를 낮췄다.

“사람이 쉬어 갈 자리로 열고 싶습니다. 누군가를 고치겠다고 약속하는 곳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 차를 마시고 잠깐 앉아 갈 수 있는 곳으로요.”

서기는 신청서 한 장을 꺼내 밀었다.

“그렇다면 치료 시설이 아니라 음료 판매점으로 접수하겠습니다. 대신 유리 지붕과 바닥의 안전 검사 그리고 주방과 손님 구역의 분리와 물 저장 시설의 위생 검사가 필요합니다.”

“단계별로 받을 수 있습니까?”

“첫 검사를 통과한 구역부터 임시 사용 확인을 내릴 수 있습니다. 위험 구역은 막아 두셔야 합니다.”

아델리아는 신청서의 빈칸을 채웠다. 이름은 아델리아 벨로아. 사용 장소는 옛 황실 식물 연구소. 상호는 베르데 글라스.

상호를 적는 순간 어젯밤 온실 바닥에 손을 대던 감각이 되살아났다. 굳은 흙 아래에서 청록빛이 한 번 깜빡였다.

“예정일은 언제로 적으실 겁니까?”

날짜 칸 앞에서 손이 멈췄다. 수리 기간을 넉넉하게 잡으면 초여름이었다. 마음잎이 새 잎을 낼 때까지 기다리면 더 늦어질 수도 있었다.

그래도 날짜를 정하지 않으면 계속 준비만 하게 될 것 같았다.

“계절이 바뀌기 전에는 문을 열겠습니다.”

서기는 확정 개업일이 아니라 예정 공고로 처리하겠다고 설명했다. 아델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작가의 보증서는 없습니까?”

“없습니다.”

“폐쇄 시설의 책임자는 본인입니다. 수리와 사고에 대한 책임을 계약서에 적으셔야 합니다.”

아델리아는 숨을 고른 뒤 서명했다.

아델리아 벨로아.

이번에는 그 이름 뒤에 공작부인이라는 말이 붙지 않았다.


연구소로 돌아온 아델리아는 오르만에게 공고 예정 통지서를 보여 주었다.

“안전 확인 전에는 문을 열 수 없어요. 우선 창가 쪽 작은 구역만 손님 공간으로 만들겠습니다.”

“작다고 해도 천장 유리부터 손봐야 합니다.”

“알아요. 오늘은 깨진 유리의 위치부터 표시할 거예요.”

두 사람은 온실 안을 돌며 바닥에 흰 분필선을 그었다. 금이 간 유리 아래에는 붉은 선을 긋고 남쪽 구역의 입구에는 나무 막대를 세웠다.

마음잎이 있는 창가 주변은 가장 밝았다. 아델리아는 그 구역의 재배상자 세 개를 비우고 손님이 지나갈 길을 만들었다.

오르만이 낡은 의자를 들어 올렸다.

“의자는 네 개만 바로 쓸 수 있습니다.”

“그럼 네 자리부터 시작하죠.”

“손님이 많아지면요?”

“자리가 없으면 다음에 다시 와 달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장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손님을 돌려보낼 준비부터 하십니다.”

“식물이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듯 사람도 자리에 앉을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아델리아는 남쪽 구역 앞의 막대를 확인했다. 검은 서리가 뿌리 주변에 남아 있었다. 손을 가까이 가져가자 청록의 청음이 둔탁해졌다.

마음잎은 그쪽으로 뿌리를 뻗지 않았다. 창가로 옮긴 뒤부터는 작은 숨을 쉬듯 잎을 떨었다.

“당분간 여기는 비워 두겠습니다.”

“연구소의 절반을 쓰지 못하는데도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지 않아요. 그래도 위험한 곳을 손님에게 내놓을 수는 없죠.”

아델리아는 장부에 수리 순서를 다시 적었다.

첫째. 깨진 유리와 창틀.

둘째. 물 저장 시설과 배수로.

셋째. 주방 창고의 문과 손님 구역의 칸막이.

난방과 남쪽 구역의 바닥은 그 아래에 남겼다.

“난방보다 배수가 먼저입니까?”

“물은 식물에도 손님에게도 필요합니다. 깨끗한 물을 저장하지 못하면 차를 낼 수 없어요.”

주방 창고의 먼지를 쓸어 내자 작은 창 하나가 드러났다. 창 너머로 마음잎이 보였다.

아직 잎 하나뿐인 식물이었다. 빛이 잎 위에 머물자 청록색이 조금 짙어졌다.

아델리아는 벽에 붙일 안내판의 초안을 적었다.

치료가 아닌 휴식.

식물의 회복을 앞당기지 않습니다.

필요한 만큼만 드세요.

세 문장을 적고 나니 빈 주방도 덜 비어 보였다.


해가 서쪽 지붕을 타고 내려갈 무렵 아델리아는 공고문을 완성했다.

베르데 글라스.

식물과 함께 쉬어 가는 작은 찻집.

안전 확인 후 개업 예정.

재배 기록을 공개하며 음료의 효능을 과장하지 않습니다.

공고문 아래에는 온실 일부만 먼저 사용한다는 내용과 위험 구역 출입 금지 문구를 넣었다. 마지막 줄에는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아델리아 벨로아.

“상인조합 게시판에도 붙이실 겁니까?”

오르만이 물었다.

“네. 숨겨서 시작할 일은 아니니까요.”

상인조합 게시판에는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아델리아는 공고문을 빈 칸에 붙이고 네 모서리를 눌렀다.

망치 소리가 두 번 울렸다.

지나가던 상인이 공고를 읽었다. 그 곁의 아이는 베르데 글라스라는 이름을 소리 내어 읽었다.

“정말 연구소에 찻집이 생기는 거예요?”

아델리아는 아이에게 미소를 보였다.

“안전하게 준비되면요.”

“맛있는 것도 팔아요?”

“처음에는 따뜻한 차와 작은 과자를 만들 거예요.”

아이는 공고문을 다시 읽고 어머니의 손을 잡아끌었다.

아델리아는 사람들이 이곳을 기억할 거라고 생각했다. 잘되지 않을 가능성도 함께 기억할 것이다.

카시안의 이름을 공고문에서 빼길 잘했다. 누군가의 아내였다는 사실보다 무엇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는지가 먼저 남아야 했다.

연구소 정문에도 같은 공고문을 붙였다. 오르만은 첫 수리비 영수증을 장부에 끼웠다.

“이제 정말 시작이군요.”

“네. 아직 차 한 잔도 팔지 않았지만요.”

그때 게시문 아래쪽에서 작은 검은 점 하나가 떨어졌다.

아델리아는 몸을 숙였다. 종이 아래의 임차 번호를 누군가 손끝으로 문지른 흔적이 있었다. 나무판에는 검은 가루가 얇게 묻어 있었다.

그녀가 천으로 가루를 닦아 내자 마음잎의 청음이 멀리서 둔해졌다.

아델리아는 정문 너머의 어두운 길을 바라보았다. 길 끝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그림자만 흔들리고 있었다.

누가 공고를 읽었는지 알 수 없었다. 무엇을 찾는지도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베르데 글라스는 이제 아무도 모르는 빈 온실이 아니었다.

아델리아는 장부를 가슴에 안고 정문을 닫았다.

“그래도 열 거야.”

창가의 마음잎이 아주 작게 흔들렸다.

이번에는 그 떨림이 두려움처럼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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