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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형사의 마지막 목격자2화

회귀한 형사의 마지막 목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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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처음 듣는 문장

서진혁은 시동을 걸지 않은 차 안에서 손목시계를 눌렀다.

오전 여섯 시 사십 분.

계기판 위 먼지와 지하 주차장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까지 제자리에 있었다. 옆구리를 더듬은 손에는 피 대신 구김 하나 없는 셔츠 감촉만 닿았다.

그런데도 손바닥은 차가웠다. 윤서린이 상처를 누르던 손의 감각이 아직 남아 있었다. 비에 젖은 머리카락과 오른손 검지의 화상 흉터도 선명했다.

이번에는 그녀를 먼저 찾아야 했다.

차 문을 열자 계단 쪽에서 한도윤이 종이컵 두 개를 들고 내려왔다. 도윤은 진혁의 얼굴을 보고 컵을 내밀던 손을 멈췄다.

“또 밤새웠냐?”

“커피는 네가 마셔.”

“진짜 심각하네. 무슨 일인데?”

진혁은 주차장 출구를 향해 걸었다. 머릿속에서 지하 계단과 총성이 겹쳤다. 그곳에 가기 전에 오명수를 찾으면 된다. 병원에서 붙잡고 보호를 붙이면 된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에도 검은 우산 아래의 얼굴은 떠오르지 않았다.

“해온대병원으로 가자.”

도윤이 뒤따르며 눈살을 찌푸렸다. “오명수 때문에?”

“그래.”

“실종 전단 붙은 지 하루밖에 안 됐어. 병원에는 왜?”

진혁은 대답 대신 차 키를 던졌다. 도윤이 반사적으로 받았다.

“가는 동안 오명수 휴대전화 위치부터 요청해.”

“영장 없이?”

“긴급 위치 확인. 목숨 위험 가능성으로.”

“가능성의 근거는?”

진혁은 조수석 문을 열었다. 죽었다는 말은 근거가 될 수 없었다. 죽음을 기억한다는 말은 도윤에게 짐만 될 것이다.

“내가 책임진다.”

도윤이 짧게 한숨을 쉬었다. “그 말 들으면 꼭 일이 커지더라.”

해온대병원 응급실의 자동문이 열렸다. 소독약 냄새와 밤새 식지 못한 커피 냄새가 섞여 밀려왔다. 진혁은 출입문 아래를 먼저 봤다.

검은 우산은 없었다.

들것도 없었다. 오명수의 목에 남아 있던 붉은 자국도, 심전도 경보도 없었다.

처치실 앞에서 차트를 넘기던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단정히 묶은 머리. 마스크 위로 드러난 눈. 파란 장갑 끝에 감추지 못한 화상 흉터.

윤서린이었다.

그녀는 처음 보는 형사를 보는 눈이었다.

“윤서린 씨입니까?”

서린의 손이 차트 위에서 멎었다. “네. 그런데요?”

“오늘 근무 끝나도 병원 밖으로 혼자 나가지 마십시오.”

서린의 눈썹이 아주 조금 올라갔다. “형사님 성함부터 들을 수 있을까요?”

“서진혁 경위입니다.”

“서 경위님이 제 근무 시간과 이름을 알고 계신 이유는요?”

진혁은 목이 막혔다. 서린은 이미 자신이 모르는 위험 안에 있었다. 하지만 그 위험을 설명하려면 그녀가 자신을 믿어야 했다. 믿게 하려고 그가 본 죽음을 꺼내는 건 비겁했다.

“오늘 누군가가 오명수라는 남자를 데리고 올 수 있습니다.”

“환자 이름까지요?”

“그 남자가 오면 바로 경찰에 연락하십시오. 검은 우산을 들고 장갑 낀 남자가 함께 있으면 특히.”

서린은 차트를 덮었다. “그 사람을 직접 보셨어요?”

“아직은 아닙니다.”

“그런데 저한테 접근하지 말라고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위험할 수 있다는 말로 제 행동을 정하겠다는 거네요.”

진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트를 품에 안았다. 공손한 얼굴이 더 단단해졌다.

“환자가 오면 제가 할 일을 합니다. 낯선 형사님이 정해 줄 일은 아니고요.”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지하에서 서린은 피를 흘리는 자신을 두고 떠나지 않았다. 진혁이 나가라고 했어도 그녀는 환자를 두고 못 간다고 답했다.

그 기억은 누군가에게 들이밀 수 있는 증거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가 믿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사실이었다.

“윤 간호사는 환자를 두고 떠나지 않는 사람이라서.”

서린의 표정이 멈췄다.

차트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녀는 오른손으로 관자놀이를 짚었다. 손끝이 떨렸다. 지나가던 간호사가 다가오려 하자 서린은 괜찮다는 듯 손을 들었지만 무릎이 먼저 휘청였다.

진혁은 한 걸음 다가갔다가 멈췄다. 손을 대는 순간 그녀가 더 놀랄 것 같았다.

“윤 간호사.”

“비가 왔어요.”

서린의 목소리는 숨보다 얇았다.

“계단이 미끄러웠고 아래에 남자가 쓰러져 있었어요. 오명수 씨였어요.”

그녀는 눈을 감은 채 한 마디씩 골라 냈다.

“형사님 옆구리에서 피가 났어요. 제가 누르라고 했는데… 형사님은 계속 누군가를 보려고 했어요.”

진혁은 손을 꽉 쥐었다. 그 장면을 다른 사람의 입으로 듣자 총성이 다시 가까워졌다.

서린이 눈을 떴다.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 안에 분명한 의심이 있었다.

“제가 왜 그걸 기억하죠?”

“나도 모르겠습니다.”

“방금 한 말 뒤에 기억났어요.”

“그렇습니다.”

“그 말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신은 없었습니다.”

“저를 시험한 겁니까?”

“아니요.”

그 말만은 즉시 나왔다. 진혁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당신이 그때 한 선택을 기억합니다. 그래서 말했습니다. 위험을 피하라는 말보다 그게 먼저여야 했습니다.”

서린은 한참 그를 바라봤다. 바닥의 차트를 주우려다 손을 멈췄다.

“앞으로 아는 게 있으면 감추지 마세요.”

“확인 안 된 건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럼 확인 안 됐다고 말하세요. 아무 설명 없이 결정하지 말고요.”

진혁은 잠시 숨을 고른 뒤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저도 환자를 두고 떠나지는 않겠어요.” 서린이 말했다. “대신 저를 위험에서 빼겠다는 이유로 혼자 움직이면 협조 안 합니다.”

그것은 신뢰가 아니라 조건이었다. 진혁에게는 그 조건조차 필요했다.

도윤이 응급실 입구에서 손을 흔들었다. 휴대전화를 귀에서 뗀 얼굴이 좋지 않았다.

“오명수 위치 확인 안 된다. 전원 꺼져 있어.”

진혁이 다가가자 도윤은 목소리를 낮췄다.

“그리고 병원 신고 기록 확인했는데 오늘 새벽 폭행 환자 들어온 거 없어. 네가 말한 우산도 없고.”

“오명수 사무실 주소는?”

“왜 거기로 가는데?”

“병원에 못 왔으니까.”

“그게 논리야?”

“병원으로 오기 전에는 누군가를 만나려 했을 겁니다.”

도윤은 진혁과 서린을 번갈아 봤다. 서린의 창백한 얼굴과 바닥에 떨어진 차트를 본 뒤 더 묻지 않았다.

“주소는 오래된 상가야. 재개발 구역 반대편.”

서린이 말했다. “오명수 씨가 근무하는 후원회에서 병원에 후원 물품을 보냈던 적 있어요. 담당자 연락처가 남아 있을 겁니다. 그가 오늘 병원에 들를 예정이었는지 확인해 볼게요.”

도윤이 곧장 말했다. “민간인이 그 일에 끼면 안 됩니다.”

“병원 기록 확인은 제 업무 범위에서 할 수 있어요.”

“윤 간호사.”

“형사님도 근거 없는 예측으로 움직이시잖아요.”

서린의 시선은 도윤이 아니라 진혁에게 향했다. 진혁은 그녀에게 선택권을 넘기겠다고 약속한 지 몇 분도 되지 않았다.

“전화는 병원 안에서만 하세요.” 진혁이 말했다. “결과 나오면 바로 도윤에게 전달하고 혼자 이동하지 마십시오.”

서린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명수의 사무실은 재개발 구역 맞은편 낡은 상가 삼 층이었다. 도윤은 도착하자마자 관할 지구대에 지원을 요청했다. 진혁은 잠긴 줄 알았던 문을 손끝으로 밀었다.

문은 쉽게 열렸다.

안에는 사람이 떠난 직후의 냄새가 남아 있었다. 미지근한 녹차와 종이 타는 냄새. 책상 위에는 찻잔이 두 개 놓여 있었다. 하나에는 입술 자국이 희미했고 다른 하나는 검은 장갑으로 잡았는지 깨끗했다.

“현장 건드리지 마.” 도윤이 뒤에서 말했다.

진혁은 고개를 끄덕이고 문턱에 멈췄다. 바닥에는 의자가 뒤로 밀린 자국이 있었다. 창가 쪽 블라인드는 반쯤 내려와 있었고 책장 아래에는 끊어진 안경줄이 떨어져 있었다.

도윤이 무전을 잡았다. “감식 요청한다. 납치 가능성 있어.”

진혁은 벽시계를 올려다봤다.

초침이 오전 여섯 시 사십 분에 멎어 있었다.

첫 기억에서 관찰실 바닥에 있던 손목시계도 그 시각을 가리켰다. 우연이라기에는 너무 정확했다. 그는 시계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대신 책상 서랍이 살짝 열린 것을 봤다.

안에는 누렇게 바랜 명단 사본이 있었다. 맨 위 제목은 백야원 생존자 확인표였다. 여러 이름이 검은 펜으로 지워져 있었고 오른쪽 하단만 거칠게 찢겨 있었다.

도윤이 숨을 들이켰다. “백야원?”

진혁은 답하기 전에 서랍 가장자리의 붉은 얼룩을 봤다. 잉크인지 피인지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때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서린이었다.

“오명수 씨가 오늘 오전에 병원에 올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진혁은 창밖 골목을 보며 물었다. “누구를 만나러?”

“후원회 쪽에서 연락이 왔어요. 오명수 씨가 백야원 자료를 가지고 응급실 뒤편에서 거래하겠다고 했대요. 그런데 새벽에 장소를 바꾼다는 문자를 보냈답니다.”

“어디로.”

“문자는 지워졌대요. 대신 그가 남긴 음성메시지가 하나 있어요.”

스피커 너머로 오명수의 숨 가쁜 목소리가 흘렀다.

‘명단은 여기 없어요. 내가 직접 가져가겠습니다. 그러니까 서린 씨한테는 연락하지 마십시오.’

진혁의 시선이 책상 위 찻잔으로 돌아갔다. 오명수는 병원으로 오지 못한 게 아니었다. 누군가가 그가 가야 할 곳을 바꿨다.

도윤이 휴대전화를 빼앗듯 받아 들었다. “윤 간호사, 지금 어디예요?”

“응급실입니다.”

“거기서 나가지 말고 보안팀에 알려요.”

전화를 끊으려던 순간 낯선 음성이 섞였다. 누군가 오명수의 음성메시지 위에 아주 짧게 녹음을 덧입힌 듯했다.

“처음 들은 문장을 잊지 마세요.”

서린이 숨을 삼켰다.

“그 목소리예요.”

진혁은 굳었다. “검은 우산 남자?”

“네. 오명수 씨한테 말하던 그 사람.”


창밖 골목 끝에 검은 우산 하나가 서 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오전인데 우산 아래의 장갑은 젖어 있지 않았다.

진혁이 문을 박차고 나갔을 때 골목에는 바람만 남아 있었다.

아스팔트 위에는 검은 우산 끝으로 그은 듯한 작은 원 하나가 있었다.

그리고 진혁의 휴대전화 화면에는 서린에게서 온 마지막 문자가 떠 있었다.

형사님, 저는 병원에 있습니다. 그런데 누가 제 이름을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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