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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결혼인데 시부모님이 너무 좋아해28화

계약 결혼인데 시부모님이 너무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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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말하지 않아도 되는 밤

새벽으로 향하는 도로는 한산했다.

차창 밖으로 가로등 불빛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스쳐 지나갔다. 지혁은 조수석 창문에 시선을 둔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맞잡았던 손은 차에 타며 자연스럽게 풀렸지만 손가락 끝마디는 여전히 하얗게 굳어 있었다.

은우는 그의 손을 억지로 다시 잡거나 말을 걸지 않았다. 대신 창문을 두 뼘쯤 내려 서늘한 밤공기가 차 안으로 스며들게 했다.

탁하고 텁텁했던 지하 주차장의 콘크리트 냄새가 흩어지고 맑은 강바람이 지혁의 뺨을 스쳤다. 그제야 지혁의 굳어 있던 어깨가 미세하게 내려앉았다.

앞좌석에 앉은 민규가 태블릿을 보며 낮게 보고했다.

“재단 주차장 하역 구역에 들어왔던 검은 승합차는 렌터카 업체의 도난 차량으로 확인됐습니다. 번호판도 복제된 가짜였습니다. 차는 올림픽대로 진입 직전 골목에 버려져 있었고 운전자는 이미 사라진 상태입니다.”

“비상문 잠금장치는요?”

은우가 차분하게 물었다.

“수동 래치에 윤활유를 칠해 소리 없이 걸쇠가 걸리도록 손을 댔습니다. 외부 침입이 아니라 내부 사정을 아주 잘 아는 인물의 소행입니다. 다만 운영위원회 보좌진 계정 로그와 직접 연결되는 단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정우진 기자는 어떻게 됐습니까.”

지혁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세라 변호사가 직접 대면해서 출입 경위서와 취재원 소명서를 요구했습니다. 정 기자는 재단 관계자의 익명 제보를 받았을 뿐이라며 버티고 있지만 법무팀이 정식 고발 절차를 언급하자 태블릿의 열람 기록 제출에는 응했습니다.”

“무리해서 몰아세우지 마세요.”

은우가 말했다.

“증거가 불충분할 때 서둘러 꼬리를 밟으려 하면 상대는 도마뱀처럼 꼬리를 자르고 숨어버립니다. 보관실 상자 사진과 비상문 카메라 공백 로그를 먼저 완벽하게 보존해 두는 게 우선이에요.”

“네, 대표님. 세라 변호사에게 그대로 전달하겠습니다.”

민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차는 어느덧 한남동 언덕길을 올라 펜트하우스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지혁의 시선이 다시 한번 닫히는 차단기와 램프의 경사로를 향했다. 은우는 그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묵묵히 바라보다가 차가 멈추자 먼저 안전벨트를 풀었다.

“올라가요.”

은우가 건넨 짧은 한마디에 지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베이터가 펜트하우스 로비에 도착하자 지혁은 익숙하게 현관 비밀번호를 눌렀다.

문이 열리고 현관 센서등이 켜졌다. 거실 안쪽은 고요했다. 낮 동안 비워 두었던 집 안에는 은우가 놓아둔 몬스테라 화분의 풀 내음과 은은한 편백 향이 감돌고 있었다.

지혁은 신발을 벗자마자 코트를 벗어 걸었다. 옷걸이의 간격을 정확히 맞추고 넥타이를 풀어 반듯하게 접어 올렸다. 평소와 다름없는 완벽한 손놀림이었지만 넥타이 핀을 트레이에 올려놓는 순간 챙그랑하는 금속음이 울렸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지혁은 멈칫하더니 등을 돌린 채 서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정리할 서류가 좀 남았습니다.”

“지혁 씨.”

은우가 그의 뒤에서 잔잔하게 불렀다.

“오늘 밤은 서재 문을 닫지 않아도 됩니다.”

지혁의 등이 굳어졌다.

은우는 주방으로 가 유리잔에 미온수를 채웠다.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물이었다. 그녀는 물잔을 들고 서재로 들어갔다.

지혁은 책상 앞에 서서 켜지지도 않은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손바닥으로 책상 모서리를 짚은 채 거친 숨을 고르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은우는 책상 한쪽에 물잔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물 좀 드세요.”

지혁은 물잔을 바라보았지만 손을 뻗지 못했다. 그의 시선은 바닥의 카펫 결을 따라 흔들리고 있었다.

“……한심해 보이지 않습니까?”

지혁의 입술 사이로 메마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갑자기 주차장에서 굳어버리고 아무것도 아닌 닫힌 문 앞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쉬는 꼴이.”

“아무것도 아닌 문이 아니었잖아요.”

은우는 책상 맞은편 의자에 단정하게 앉았다. 지혁을 올려다보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질책도 호기심도 없었다. 오직 잔잔한 호수 같은 고요함만 있었다.

“기억이 겹친 거잖아요. 몸이 먼저 반응할 만큼 위험했던 기억이요.”

지혁이 마른세수를 했다. 깊은 한숨이 서재의 적막을 갈랐다.

“열한 살 때였습니다.”

지혁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사립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이 끝나고 지하 주차장 승강장으로 내려갔을 때였어요. 운전기사 아저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검은색 승합차가 내 앞에 섰습니다. 모자를 쓴 두 남자가 내 팔을 낚아채서 차 안으로 밀어 넣었죠.”

그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떨렸다.

“닫히던 문소리가 났습니다. 오늘 그 비상문처럼 육중하고 둔탁한 소리였어요. 차 안에서는 낡은 고무 매트 냄새와 기름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손이 묶이고 입이 틀어막히려는 순간 주차장 관리인이 경적을 울리며 달려왔고 범인들은 나를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도망쳤습니다.”

지혁의 손이 다시 주먹을 쥐었다. 하얗게 질린 마디 위로 핏줄이 도드라졌다.

“사건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나는 다친 곳 하나 없이 구출됐죠. 하지만 진짜 지옥은 그 뒤부터였습니다.”

은우는 아무 말 없이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끼어들거나 고개를 끄덕이며 섣부른 추임을 넣지도 않았다. 그저 온전한 시선으로 그의 시간을 받아내고 있었다.

“아버지는 그날 이후 나를 저택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등하교는 물론이고 친구를 만나는 것도 방학 캠프를 가는 것도 전부 금지됐어요. 어디를 가든 경호원 네 명이 그림자처럼 붙었습니다. 문을 열고 닫는 것조차 경호원의 허락을 받아야 했죠.”

지혁의 입꼬리에 자조적인 미소가 걸렸다.

“형은 내가 특별대우를 받는다며 증오했습니다. 아버지가 나만 아끼고 편애해서 과보호한다고 생각했죠. 친척들은 나를 볼 때마다 ‘온실 속의 화초’, ‘겁에 질려 방구석에 숨은 둘째’라고 수군거렸습니다. 아버지는 내게 말씀하셨어요. 신성의 후계자가 되려면 약점을 보이지 마라. 두려움을 들키는 순간 넌 먹잇감이 된다.”

지혁은 가슴을 억누르듯 셔츠 깃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그래서 문을 닫았습니다. 내 방 문도, 내 마음의 문도 전부 안쪽에서 걸어 잠갔어요. 아무것도 무섭지 않은 척, 아무에게도 기대지 않는 척, 완벽하게 통제된 로봇처럼 살면 누구도 나를 해치지 못할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호흡이 다시 가빠지기 시작했다. 들이마시는 숨이 폐에 닿지 못하고 목구멍에서 겉돌았다.

“오늘 그 지하 주차장에서 문이 잠기는 소리를 듣는 순간 열한 살의 그 아이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통제할 수 없는 공포가 목을 조르고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었어요. 당신 앞이었는데. 당신에게 든든한 방패가 되어 주겠다고 계약서에 서명까지 해놓고 정작 내가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습니다.”

지혁은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약속을 어긴 셈입니다. 계약의 파트너로서 한심하고 무력한 모습을 보였으니까요.”


서재 안에는 오직 지혁의 불규칙한 숨소리만 가득했다.

은우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지혁의 책상 옆으로 다가갔지만 그의 신체적 공간을 침범하지 않는 적당한 거리에 섰다.

“지혁 씨.”

은우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

“열한 살의 강지혁은 약한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지혁이 붉어진 눈으로 은우를 올려다보았다.

“낯선 어른들이 덮쳤을 때 소리를 질렀고 도망치려 발버둥을 쳤잖아요. 그래서 관리인이 경적을 울릴 수 있었고 살아남은 겁니다. 그건 무력한 게 아니라 용감하게 버텨낸 거예요.”

“하지만 그 뒤로 나는 도망치기만 했습니다.”

“도망친 게 아니라 갇힌 거였죠.”

은우가 정확하게 짚어냈다.

“아버님의 과보호는 지혁 씨를 지키기 위한 방식이었을지 몰라도 열한 살의 아이에게는 또 다른 감옥이었을 겁니다. 형의 질투와 친척들의 시선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문을 닫아걸 수밖에 없었을 테고요. 그건 지혁 씨의 잘못이 아닙니다.”

지혁의 숨결이 멈칫했다.

“저도 똑같았어요.”

은우가 담담하게 자신의 기억을 꺼냈다.

“부모님 인쇄소가 부도나고 빨간 딱지가 온 집안에 붙었을 때 친척들은 저를 동정하면서도 뒤에서는 ‘저 집은 이제 끝났다’고 수군거렸습니다. 대학 장학금을 타고 아르바이트를 세 개씩 뛰면서 저는 단 한 번도 남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어요. 도움을 청하면 내 약점을 잡히는 것 같았고 쓸모를 증명하지 못하면 언제든 버려질 거라는 공포가 있었으니까요.”

은우는 지혁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래서 저는 지혁 씨가 왜 혼자 다 감당하려 했는지 압니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모든 게 무너질 것 같았겠죠. 하지만 지혁 씨, 여기는 성북동 본가도 아니고 열한 살 때의 지하 주차장도 아닙니다.”

은우는 서재 창밖의 탁 트인 한강 야경을 가리켰다.

“여기는 지혁 씨의 공간이에요. 그리고 저는 지혁 씨의 약점을 잡아 흔들 사람이 아닙니다. 문을 걸어 잠그지 않아도 괜찮아요. 숨이 차오르면 숨을 쉬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도 됩니다.”

지혁의 목울대가 크게 울렁였다.

평생 동안 그 누구도 해주지 않았던 말이었다. 아버지는 강해지라고만 채찍질했고 어머니는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기만 했으며 형은 그의 상처를 특혜라 비난했다. 아무도 그의 닫힌 문 뒤에 무엇이 있는지 물어봐 주지 않았다.

그런데 계약으로 맺어진 이 여자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그의 닫힌 문 앞에 서서 문을 부수지도 않은 채 그저 온전한 자리를 내어주고 있었다.

“……숨이 잘 안 쉬어집니다.”

지혁이 떨리는 목소리로 처음 고백했다.

“천천히 쉬세요.”

은우는 다그치지 않았다.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등을 두드려 주지도 않았다.

“제가 여기 서 있겠습니다. 지혁 씨 숨이 편안해질 때까지 아무 데도 가지 않을게요.”

은우는 책상 모서리에 기대어 서서 시계를 보지 않았다.

들이마시고 내쉬는 지혁의 거친 호흡이 서재의 공기를 채웠다. 은우는 그 호흡의 리듬에 맞춰 자신의 숨을 조용히 맞추었다. 하나, 둘, 셋. 고요한 침묵 속에서 두 사람의 호흡만이 유일한 시계가 되어 흘렀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가쁘게 헐떡이던 지혁의 숨소리가 점차 잦아들었다. 주먹을 쥐고 있던 손가락에 서서히 힘이 풀리고 차갑게 식어 있던 손끝으로 온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지혁이 길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은 아까의 혼란에서 벗어나 맑게 정돈되어 있었다.

“……고맙습니다.”

지혁의 입에서 나온 말은 짧았지만 그 어떤 웅변보다 무거웠다.

“물이 다 식었네요. 다시 떠다 드릴게요.”

은우가 컵을 집어 들려 하자 지혁이 손을 뻗어 컵을 가볍게 쥐었다.

“아닙니다. 이 물로 충분합니다.”

지혁은 식어버린 미온수를 천천히 들이켰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물의 감촉이 그를 온전히 현재의 시간으로 돌려놓았다.

“이제 들어가서 쉬세요. 오늘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은우가 엷은 미소를 지으며 서재 문 쪽으로 걸어갔다. 문고리를 잡았을 때 뒤에서 지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우 씨.”

은우가 돌아보았다.

“오늘 밤, 문 열어 두겠습니다.”

지혁은 서재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앞으로도 닫지 않을 겁니다.”

은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을 닫지 않고 걸어 나오는 은우의 등 뒤로 은은한 서재의 불빛이 거실 바닥을 따스하게 비추었다.


다음 날 아침, 펜트하우스의 통창으로 맑은 아침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갈라 행사의 성공은 언론과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신성문화재단의 파격적인 혁신’, ‘외피를 덧댄 드레스의 미학’, ‘손끝에 남는 내일, 기부의 새로운 패러다임’ 등 우호적인 기사들이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오혜란의 견제와 정우진 기자의 불법 취재 시도는 여론의 거대한 호평 아래 힘을 쓰지 못하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었다.

주방에서 커피를 내리던 은우는 단정한 오피스 룩 차림으로 거실로 나왔다.

지혁 역시 말끔한 네이비 수트 차림으로 서재에서 나오고 있었다. 어젯밤의 흔들림은 온데간데없이 평소의 냉철하고 유능한 전무의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은우를 바라보는 눈빛 속에는 어제까지 없었던 깊고 단단한 신뢰의 온도가 자리 잡고 있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은우 씨.”

“좋은 아침이에요, 지혁 씨. 안색이 훨씬 좋아 보여서 다행입니다.”

“은우 씨 덕분입니다.”

지혁은 커피잔을 받아 들며 미소를 지었다.

그때 현관 벨이 울리고 최민규 과장이 두꺼운 보고서 파일을 들고 들어왔다.

“전무님, 대표님. 밤사이 갈라 관련 언론 모니터링 및 재단 후원금 정산 1차 보고서입니다. 후원 참여율이 작년 대비 34% 증가했고 소상공인 공예 부스 매칭 후원은 조기 마감됐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최 과장.”

은우가 보고서를 넘겨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전무님, 어제 지시하신 건 말입니다…….”

민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려 하자 지혁이 눈짓으로 말을 끊었다.

“그건 나중에 차에서 보고받지.”

은우의 시선이 지혁에게 닿았다.

“제게 숨기는 일이라도 있습니까?”

지혁은 태연하게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대답했다.

“숨기는 건 아닙니다. 리테일 쪽 내부 결재 사안이라 은우 씨가 신경 쓸 일이 아닙니다.”

은우는 잠시 지혁의 얼굴을 관찰했다. 거짓말을 할 때 지혁이 보이는 미세한 시선 처리가 스쳐 지나갔지만 굳이 파고들지 않았다.

“W&U 랩으로 바로 출근하시죠? 같이 가시겠습니까?”

지혁이 차 키를 집어 들며 자연스럽게 물었다.

“네, 좋습니다.”

두 사람은 나란히 펜트하우스를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동안 지혁은 더 이상 닫히는 문 앞에서 호흡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은우의 반 걸음 옆에 서서 당당하게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차에 오르기 전 지혁의 재킷 안주머니 속에 꽂혀 있던 태블릿 화면에는 전혀 다른 문서가 열려 있었다.

서은우 대표 일가 부채 현황 및 부친 서정호 운영 인쇄소 납품 거래선 정상화 지원 방안 검토

지혁은 은우가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화면을 껐다.

그녀의 자존심과 독립성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지혁의 가슴 한구석에서는 이제 이 여자를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해 울타리를 쳐주고 싶다는 걷잡을 수 없는 보호 본능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선의로 시작된 그 은밀한 관심이 은우의 엄격한 경계선과 부딪히게 될 거라는 사실을 지혁은 아직 예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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