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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보호자는 살림부터 합니다4화

계약 보호자는 살림부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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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열이 난 자리

창고 벽 안쪽에서 푸른 빛이 다시 번뜩였다.

이번에는 등잔 불꽃까지 가늘게 흔들렸다. 문틈으로 새어 나온 열기가 복도 바닥을 훑었다. 종이 봉인이 떨어진 자리에 굳어 있던 촛농 한쪽은 물처럼 번져 있었다.

카엘이 열쇠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열어야 합니다. 곡물까지 옮겨붙기 전에요."

"문은 열겠습니다. 그 전에 사람부터 정리합니다."

그가 몸을 돌리자 리아가 세 아이의 앞을 막고 서 있었다. 미나는 리아의 옷자락을 양손으로 쥐고 있었다. 노아는 창고 벽만 보고 있었다.

손끝에 푸른 빛이 맺혔다가 흔들렸다.

"내가 들어가면 돼요."

노아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내가 난로석 가까이 가면 말 듣잖아요."

"노아."

리아가 아이의 어깨를 잡았다.

"안 돼."

"내가 먼저 알아챘으니까 내가……"

서현은 아이 앞을 막아 세우지 않았다. 대신 창고에서 여섯 걸음 떨어진 복도 모서리를 가리켰다.

"저기서 봅시다."

노아가 고개를 들었다.

"보는 건 할 수 있어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창고 안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손이 뜨거워지는지 빛이 몇 번 나는지. 네가 말해 줄 수 있는 것만 말해요."

"그게 도움이 돼요?"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는 겁니다."

"네가 들어가야 할 이유는 아직 없습니다."

노아는 천천히 모서리 쪽으로 물러났다.

"여기서 말할게요."

"좋습니다."

리아가 경계한 눈으로 서현을 보았다.

"얘가 뭘 말해도 얘를 창고에 넣는 이유로 쓰면 안 돼요."

"그 조건도 적겠습니다."

서현은 빈칸 아래에 한 줄을 더 썼다.

노아의 관찰은 창고 출입 지시의 근거로 쓰지 않음.

리아는 글씨를 읽고 미나의 손을 잡아 모서리 쪽으로 데려갔다.

"카엘 씨는 물통 두 개와 젖은 천을 가져와 주세요. 긴 갈고리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난로석에 물을 부을 생각입니까."

"모릅니다. 그래서 덮개에 바로 붓지 않습니다. 일단 열을 막고 옮길 수 있는 식량부터 옮깁니다."

"마리엔 씨."

마리엔은 이미 치맛자락을 묶고 있었다.

"주방 문은 열어 두지 않겠습니다. 자루는 복도 끝 빈방으로 받죠. 훈제육부터 빼면 됩니까?"

"고기와 기름. 그다음 밀가루입니다."

"콩은?"

"열에서 먼 쪽이면 마지막입니다."

마리엔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카엘이 뛰어가는 동안 서현은 문고리와 바닥을 살폈다. 떨어진 봉인의 찢긴 면은 안쪽으로 말려 있었다. 누군가 문을 열었다가 다시 닫은 흔적처럼 보였지만 누군지, 언제인지는 알 수 없었다.

카엘이 물통과 천, 작은 철 갈고리를 들고 돌아왔다.

"문은 제가 조금만 엽니다. 위험하면 사람부터 뺍니다."

열쇠가 돌아가는 소리는 유난히 컸다.

문을 손바닥 너비만큼 열자 뜨거운 공기가 쏟아져 나왔다. 등잔 불꽃이 옆으로 누웠다. 창고 안쪽 벽에 박힌 푸른 난로석은 덮개 가장자리만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불꽃은 없었다.

대신 난로석 아래 훈제육 꾸러미와 천 조각 하나가 검게 그을려 있었다.

"훈제육부터."

카엘이 젖은 천으로 입과 손을 가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서현은 문 가까운 밀가루 자루를 갈고리에 걸었다. 자루가 바닥을 긁는 소리에 마리엔이 재빨리 두 손을 내밀었다.

"하나 받았습니다. 다음."

서현은 두 번째 자루를 밀었다. 문턱에 걸린 자루는 카엘과 함께 들어 올렸다.

"노아. 빛이 몇 번 났습니까?"

"두 번. 손은 아까보다 덜 뜨거워요."

서현은 수첩에 적었다. 노아가 멀어졌는데도 난로석은 계속 빛났다.

카엘은 훈제육 꾸러미를 문밖으로 밀어냈다.

"선반의 천부터 치웁니다. 불씨가 남았는지 봐야 합니다."

서현은 갈고리 끝으로 검게 그을린 천을 끌어냈다. 천 아래에는 작은 푸른 알갱이가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설탕처럼 고왔지만 빛을 받을 때마다 푸른색이 번졌다.

카엘의 움직임이 멈췄다.

"저건 원래 없었습니다."

"만지지 마십시오."

"난로석 가루 같습니다."

"확실합니까?"

"아닙니다."

"그럼 이름부터 정하지 맙시다."

카엘은 잠시 서현을 보았다.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갈고리를 내려놓았다.

마리엔이 문밖에서 훈제육을 세며 말했다.

"고기 넷. 밀가루 둘. 감자 바구니는 열에서 멀어요. 콩도 아직 괜찮습니다."

"마리엔 씨는 물건을 계속 받으세요. 카엘 씨는 젖은 천을 덮개 주변에만 댑니다. 구멍은 막지 마세요."

카엘은 천을 덮개 가장자리에 조심스럽게 얹었다. 물기가 닿자 푸른 빛이 한 번 크게 부풀었다가 조금 가라앉았다.

복도 끝에서 미나가 코를 찡그렸다.

"쓴 냄새."

리아가 아이를 더 뒤로 물렸다.

"미나도 나가야 해요."

"맞습니다."

서현은 마리엔에게 고개를 들었다.

"아이들을 주방으로 데려가 주세요. 창문 가까운 식탁에 앉히고 물부터 주세요. 리아는 남고 싶으면 문밖 선까지만요."

리아가 즉시 말했다.

"저는 남을래요."

"미나와 노아가 혼자여도 됩니까?"

리아의 시선이 동생들에게 향했다. 노아는 창고를 보며 서 있었고 미나는 이미 눈가를 문지르고 있었다.

잠시 뒤 리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주방 문은 열어 두지 마세요. 제가 안에서 볼게요."

"좋습니다."

그것도 선택이었다. 서현은 아이를 붙잡지 않았다.

두 사람은 감자 바구니를 옮긴 뒤 다시 덮개 앞에 섰다.

"노아 도련님이 가까이 오면 난로석이 반응한 적은 있습니다."

"가능성은 적어 둡시다. 책임은 적지 말고요. 노아가 멀어진 뒤에도 열기는 올랐습니다."

카엘은 대답하지 않고 젖은 천을 다시 적셨다. 두 번째 천이 덮개 가장자리에 닿자 푸른 빛은 점점 옅어졌다.

완전히 식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선반을 더 태울 만큼 뜨겁지도 않았다.

서현은 수첩에 빛이 멈춘 시각과 옮긴 식량, 푸른 알갱이와 노아의 거리를 적었다.

기록을 마치고 바닥을 살피자 문턱 근처에서 젖은 발자국 하나가 보였다. 성인 남자의 것인지 여자의 것인지 알 수 없을 만큼 가장자리가 번져 있었다. 다만 창고 안쪽이 아니라 복도 쪽을 향하고 있었다.

발자국 옆에는 손바닥만 한 종이 봉지가 떨어져 있었다.

카엘이 집게를 가져와 봉지를 들어 올렸다. 봉지 겉면에는 아무 표식도 없었다. 안쪽에는 푸른 알갱이 몇 개가 달라붙어 있었다.

"창고 물품에 쓰는 봉지는 아닙니다."

"확실합니까?"

"마리엔에게 확인해야 합니다."

"그럼 확인 전에는 그렇게 적지 맙시다. 빈 종이 봉지 하나. 안쪽에 푸른 알갱이."

서현은 떨어진 봉인 조각을 작은 천 위에 올렸다.

"확인하지 않은 쪽을 믿지 않습니다. 사람을 벌주기 전에 확인할 수 있는 걸 남기는 겁니다."

주방으로 돌아왔을 때, 마리엔은 감자죽을 작은 냄비에 다시 끓이고 있었다. 훈제육은 가장 먼 조리대 위에 놓여 있었다. 장작을 아끼려고 불은 작게 피웠다.

노아는 식탁 끝에 앉아 있었다. 앞에는 따뜻해지기 전의 감자죽 그릇이 놓여 있었다. 아이는 숟가락을 잡지 않은 채 손끝만 내려다봤다.

"앞으로 밥을 적게 먹을게요."

말이 너무 빨리 나왔다. 오래 혼자 생각한 결론처럼 들렸다.

"난로도 안 볼 거고요. 창고 근처에도 안 갈게요. 그러면 안 뜨거워질 거예요."

리아가 식탁 반대편에서 말했다.

"기록은 안 돼요."

서현이 고개를 들자 리아는 종이 봉지 쪽을 가리켰다.

"저런 걸 찾고 나면 그다음엔 노아가 언제 뜨거워졌는지 적겠죠. 후견 위원회가 보면 위험하다고 할 거예요. 그러면 노아를 다른 데로 보내겠죠."

서현은 통보서의 차가운 문장을 떠올렸다. 아이들에게 기록은 분리의 근거였을 수도 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럼 왜 써요?"

"안 쓰면 오늘 같은 일이 생겼을 때 노아가 자기 탓이라고만 믿습니다. 누군가가 노아 탓이라고 말해도 반박할 것이 없습니다."

서현은 빈 종이를 식탁에 놓았다.

"이 표는 지금 주방에 있는 사람만 봅니다. 외부에 보여야 할 일이 생기면 리아에게 먼저 이유와 범위를 설명합니다."

"제가 안 된다고 하면요?"

"아이들 안전에 꼭 필요한 기록이 아니라면 보여 주지 않습니다. 법적 요청이 오면 원문도 같이 확인합니다."

리아는 한참 말이 없었다. 그러다 종이를 끌어당겼다.

"열람자. 서현, 카엘, 마리엔, 저. 노아와 미나는 원할 때 볼 수 있음."

아이는 또박또박 적었다.

"다른 사람은 먼저 말하기."

마리엔이 감자죽을 노아 앞에 밀어 놓았다.

"이건 아직 뜨겁지 않다. 네가 괜찮을 때 먹어."

노아는 그릇을 보았다.

"기록하면 안 혼나요?"

"기록은 혼날 사람을 찾는 종이가 아닙니다."

서현이 말했다.

"오늘 적을 건 난로석 가까이에 있었던 시간, 손끝이 뜨거웠는지 먹고 난 뒤와 잠들기 전의 상태입니다."

"뜨거운 음식도요."

"그것도 필요합니까?"

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뜨거운 걸 먹으면 손이 더 빨리 뜨거워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오늘은 식은 죽 먹었더니 아니었어요."

"그럼 적죠. 음식 온도."

마리엔이 손가락을 하나 들었다.

"연기 냄새도. 미나 아가씨는 그 냄새가 나면 잠을 설치잖아. 난로석 일과 별개일 수도 있지만 주방에서는 같이 봐야 한다."

미나가 리아 옆에서 작게 말했다.

"쓴 냄새는 싫어."

"그것도 적겠습니다."

서현이 대답했다.

노아는 여전히 펜을 잡지 않았다. 대신 종이 위 빈칸을 가리켰다.

"이건 내가 고르면 돼요?"

"네가 고르는 칸입니다."

"그러면 오늘은 음식 온도부터 써요."

"좋습니다."

서현은 첫 줄을 적지 않고 펜을 노아 쪽으로 밀었다. 아이는 망설이다가 펜을 쥐었다. 글씨는 삐뚤었다.

오늘 감자죽. 식을 때까지 기다림.

마지막 글자를 쓴 노아가 펜을 내려놓았다.

"내가 썼어요."

"봤습니다."

그 말 뒤에 노아는 감자죽을 한 숟가락 떴다. 입김을 세 번 불고 조심스럽게 먹었다.

"오늘은 닫습니다. 남은 식량은 주방과 빈방에 나누어 둡니다. 이후 출입 시간과 두 사람의 이름을 남깁니다."

카엘이 벽에서 등을 뗐다.

"새벽에 남은 경비 둘과 마구간지기의 발을 확인하겠습니다. 젖은 신발을 신은 사람이 있었는지 묻고요."

"묻는 데서 끝내세요. 봉지와 가루를 봤다고 먼저 말하지는 마십시오."

"왜죠?"

"누군가가 그것을 버렸다면 무엇을 잃었는지 아직 모를 수 있습니다."

카엘은 빈 봉지를 천으로 감싸 작은 철 상자에 넣었다. 서현은 봉인 조각과 함께 상자 뚜껑에 날짜를 적었다.

서현은 종이 봉인 대신 좁은 나무판을 문고리에 걸었다. 판에는 세 줄만 적었다.

개봉 시각.

입실자 두 명.

이상 유무.

카엘과 서현은 첫 줄에 함께 서명했다.

문을 닫는 순간, 손등의 인장이 다시 차갑게 식었다.

불안하게 번지는 감각은 창고 안이 아니라 복도 끝을 향하고 있었다.

미나가 주방 문틈에서 서현을 불렀다.

"아저씨."

"왜요?"

아이는 철 상자를 바라보며 코끝을 찡그렸다.

"가루가 아직 울어."

서현은 상자를 한 번 보았다. 그리고 복도 끝 어둠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알겠습니다."

그는 수첩을 덮지 않았다.

"그러면 울음을 멈출 때까지, 누가 지나갔는지부터 확인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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