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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골목의 골동품 거래상7화

뒷골목의 골동품 거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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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유리 진열장 속의 화살촉

새벽 2시 32분.

사거리 건너편에 세워 둔 광역수사대 승합차의 적외선 화면이 검게 꺼졌다.

정전은 아니었다. 모니터 왼쪽 아래의 시간은 2시 31분 48초에서 멈춘 채였다. 초만 흐르지 않았다. 누군가 수신 화면을 얼려 놓고 그 위에 살아 있는 시간처럼 보이는 숫자만 얹었다.

강태오는 B-17 전표를 투명 보존 봉투에 넣던 손을 멈췄다. 신유경이 붙여 둔 감시조의 장비라면 신호가 끊기는 순간 예비 채널로 넘어가야 했다. 화면만 멈췄다는 것은 밖에서 그 차를 보고 있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뜻이었다.

곧 셔터문 아래로 명함 한 장이 밀려 들어왔다.

동진 방역 관리 / 긴급 배관 점검

태오는 명함을 줍지 않았다. 새 종이의 흰 모서리에 회색 가루가 끼어 있었다. 동부 보세 4구역 바닥에서 봤던 철가루 섞인 시멘트 먼지였다.

“아래 배관 터졌습니다. 문 여세요.”

문밖 남자의 목소리가 무심하게 울렸다.

태오는 셔터 아래 좁은 틈을 보았다. 두 켤레의 구두가 빛을 가리고 있었다. 방역업체 작업화라면 고무 밑창과 물자국이 먼저 보일 터였다. 대신 구두 굽에는 바닷바람에 말라붙은 소금기와 검은 기름 얼룩이 있었다.

“방역업체가 배관도 봅니까?”

대답이 없었다.

태오는 전표 봉투를 작업대 아래 보존 상자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 상자는 이중 방화 벽과 아무 관계가 없는 평범한 상자였다. 누가 지하에 들어와도 첫 십 분은 엉뚱한 곳을 뒤지게 하려는 미끼였다.

그는 외부 잠금장치를 한 번 풀고 셔터를 손바닥 너비만큼 올렸다.

회색 작업 조끼를 입은 남자 둘이 억지로 틈을 벌려 안으로 들어왔다. 앞선 남자의 조끼 안쪽이 묵직하게 처져 있었다. 뒤의 남자는 얇은 검은 장갑을 벗었다가 다시 끼운 흔적이 소매에 남아 있었다.

골동품 보존실이나 검시실처럼 증거를 훼손하지 않는 법부터 배운 사람의 손이었다.

“강태오?”

“감정 문의면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앞선 남자가 짧은 권총을 꺼냈다. 소음기까지 달린 검은 총구가 태오의 가슴을 겨눴다.

“오늘 본 것 전부 잊어. 전표도 기록도.”

태오는 총구보다 두 사람의 눈을 먼저 읽었다. 그들은 B-17이 어디에 있는지 묻지 않았다. 지하에 숨긴 양피지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동부 보세구역에서 태오가 무엇을 봤는지 확인하고 그 기억을 없애러 왔을 뿐이었다.

전표의 정확한 값은 아직 태오 쪽에 있었다.

“기록은 지하에 있습니다.”

태오는 손을 천천히 들며 계단으로 물러났다.

“위에서 총을 꺼내 들고 있으면 사거리 카메라가 봅니다. 경찰도 손님 구경은 좋아하니까요.”

두 남자는 서로 짧게 눈을 맞췄다. 바깥 화면이 멈췄다는 걸 자신들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멈춘 화면이 언제 복구될지까지는 장담하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앞장서.”

태오는 계단을 내려갔다. 그의 손가락은 난간 아래에 붙인 작은 금속 고리를 스쳤다. 감정실 화재 셔터의 수동 해제 장치였다. 오래된 건물은 고장 난 장치가 많았다. 태오는 고치지 않은 것에도 값을 붙이는 사람이었다.

감정실 문이 닫혔다.

작업대 위 유리 진열장에는 조선 후기 화살촉 여섯 점과 짧은 뇌관 권총 한 자루가 놓여 있었다. 화살촉은 지난달 사설 수장고가 문을 닫을 때 넘어온 물건이었다. 검은 옻칠 상자에는 맨손 접촉 금지라는 붉은 딱지가 붙어 있었다.

권총 든 남자가 목가구 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저 뒤 열어.”

그는 은닉함의 위치까지는 몰랐다. 다만 태오가 경찰 수색을 넘긴 지하에 빈 벽이 하나쯤 있으리라 짐작했을 것이다.

“저건 장식장입니다.”

“열어 보라고.”

태오는 진열장 위 뇌관 권총을 집어 들었다. 총신은 짧고 손잡이의 자개는 절반쯤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방아쇠 앞의 안전쇠는 새것처럼 반짝였다.

“이건 19세기 항만 경비대가 쓰던 신호용 권총입니다. 실탄은 못 씁니다.”

뒤의 남자가 코웃음을 쳤다.

“그걸로 우릴 겁주겠다고?”

“겁은 총이 아니라 소리가 주는 겁니다.”

태오는 권총의 총구를 천장 환풍구 쪽으로 돌렸다.

“귀가 멀지 않았다면요.”

방아쇠가 당겨졌다.

쾅.

납탄은 없었다. 낡은 총신에서 붉은 섬광과 매캐한 연기만 터졌다. 하지만 천장 배관의 비상 센서는 폭음과 진동을 화재 경보로 받아들였다. 붉은 등이 켜지고 감정실 출입문 위에서 철제 셔터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권총 든 남자가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태오는 그 순간 작업대 반대편으로 몸을 던졌다. 셔터는 바닥까지 닫히지 않았다. 사람 하나가 기어 나갈 만큼의 틈을 남기고 멎었다.

“바깥 차는 화면을 못 봐도 이 소리는 들었을 겁니다.”

“닥쳐.”

남자가 권총을 들고 다가왔다. 소음기가 달린 총이라도 이 좁은 방에서 쏘면 벽과 금속 작업대에 흔적이 남는다. 그는 태오를 죽이러 왔지만 시체를 만들 수는 없는 쪽이었다.

태오는 유리 진열장의 하단을 발끝으로 찼다. 미리 느슨하게 풀어 둔 잠금쇠가 밀리며 유리문이 앞으로 열렸다. 벨벳 받침이 기울었고 화살촉들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뒤의 남자가 태오에게 달려들다 손을 짚었다.

가느다란 금속 끝 하나가 그의 손등을 스쳤다.

“아.”

상처는 얕았다. 남자는 피 한 줄을 보고 비웃듯 손을 털었다.

태오는 그의 조끼 주머니가 먼저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손등을 잡은 손이 아니라 반대 손이 안주머니 속 작은 앰풀을 더듬고 있었다.

“손목을 묶지 마십시오.”

태오가 말했다.

“왜?”

“독은 오래된 편입니다. 그래도 피가 빨리 돌면 손끝 감각부터 흐려질 겁니다.”

남자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 화살촉은 태오가 만든 함정이 아니었다. 밀수 유물 사이에서 나온 화살촉을 감정한 날 그는 홈에 말라붙은 유기 잔류물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체를 확정하지 못해 보존 처리를 멈추고 위험물 보관함에 봉인해 둔 물건이었다.

하지만 그 남자가 해독제처럼 앰풀을 찾는 순간, 태오는 화살촉의 옛 주인이 남긴 값까지 알게 됐다.

“당신들은 무슨 독인지 압니다.”

권총 든 남자가 동료 쪽으로 한 걸음 움직였다. 태오는 그 손목의 통신기를 봤다. 경보음에 놀라 화면이 켜졌고 마지막 발신처가 붉은 글자로 떠 있었다.

한빛 문화재환수재단 보존실

태오의 시선이 잠시 멈췄다.

한빛 재단은 김 의원이 매년 해외 문화재 환수 기금을 발표할 때마다 앞줄에 세우는 이름이었다. 김 의원이 이 밤의 지시를 직접 내렸다는 증거는 아니었다. 그러나 재단 보존실 번호가 살수의 단말에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단말과 출입증을 작업대에 놓으십시오.”

태오가 말했다.

“그러면 앰풀은 동료 손에 돌려드리죠.”

“그걸 넘기면 우린 끝이야.”

“안 넘기면 그 사람 손이 먼저 끝납니다. 어느 쪽이 고용주가 싫어할지 계산해 보십시오.”

상처 입은 남자가 처음으로 동료를 보았다. 눈에 든 것은 충성심이 아니라 버려질까 봐 두려운 사람의 계산이었다.

위쪽에서 셔터를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쿵. 쿵. 쿵.

“광역수사대다! 안에 무슨 일이지?”

신유경의 목소리였다.

권총 든 남자가 욕설을 삼켰다. 그는 통신기를 벗어 작업대 위로 던졌다. 목에 건 회색 출입 카드도 뒤따라 미끄러졌다.

태오는 앰풀을 상처 입은 남자의 발밑으로 굴렸다.

“전부 쓰진 마십시오. 그게 해독제인지 진정제인지는 나도 모르니까.”

남자는 라벨을 확인하고 즉시 작은 주사기를 꺼냈다. 태오는 그 반응으로 앰풀이 적어도 우연히 들고 온 약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철제 셔터가 위로 끌려 올라갔다. 신유경이 수사관 둘을 이끌고 감정실로 들어왔다. 그녀는 바닥의 화살촉과 연기 자국, 피 묻은 손등을 차례로 훑었다.

“강태오. 이번에는 뭘 꾸민 거지?”

“문을 부수고 들어온 손님을 응대한 것뿐입니다.”

태오는 작업대 위 통신기를 가리켰다.

“감시차 화면이 멈춘 시각과 비교해 보십시오. 그리고 저기 발신 기록도요.”

신유경이 화면을 확인하자 눈빛에서 짜증이 사라졌다. 재단 이름을 본 순간 그녀는 바로 수사관에게 통신기 전원을 끄지 말고 격리 봉투부터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이걸 왜 나한테 넘기지?”

“저 둘을 데려가면 제 가게 앞 감시차도 원래 일을 할 수 있겠죠.”

“당신이 증거를 조작했을 가능성도 본다.”

“그럼 저도 같이 조사하십시오. 단 화살촉은 맨손으로 만지지 말고요.”

신유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수사관들이 두 남자의 손목을 묶는 동안 그녀는 출입 카드의 재단 로고와 권총의 일련번호를 사진으로 남겼다. 상처 입은 남자는 들것에 실려 나가며 한 번도 태오를 보지 못했다.

그의 동료가 계단으로 끌려가기 전 낮게 말했다.

“재단은 우리를 몰라.”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법정에서 하십시오. 거기서는 누가 누굴 모르는지가 값이 되니까.”

새벽 3시 4분.

감정실에 혼자 남은 태오는 바닥에 떨어진 회색 조끼를 집어 들었다. 안주머니 봉제선 한 줄이 다른 곳보다 두꺼웠다. 그는 핀셋으로 실밥을 풀었다.

안쪽 천 사이에서 작은 사파이어 반지가 굴러 나왔다.

푸른 돌은 보통 장신구처럼 둥글게 빛나지 않았다. 윗면이 일곱 조각으로 갈라져 있었고 각 면 끝에는 손톱으로 긁은 듯한 미세한 홈이 하나씩 있었다.

태오는 반지를 현미경 아래 올렸다. 빛의 각도를 바꾸자 홈들이 무작위가 아니라 일정한 순서로 이어졌다. 누군가 보석의 컷팅 면에 숫자도 이름도 아닌, 들어갈 문 하나를 깎아 넣어 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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