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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나니 상단 후계자의 황금 독점2화

망나니 상단 후계자의 황금 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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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계산된 손실

정문의 묵직한 덧문이 쾅쾅 울렸다. 쇠고리가 삐걱거리며 거친 고함이 현관 홀까지 들이쳤다.

“문 열어! 발테르 나으리의 확인서를 가져왔다! 오늘 해 지기 전까지 창고 물량을 다 싣지 못하면 계약 위반으로 채권단에 즉시 넘길 테다!”

창고 계단을 올라온 마리안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손에 든 서류 뭉치를 쥔 손가락 끝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어쩌실 생각입니까?”

마리안이 레온을 쏘아보았다.

“저자들은 뒷골목 용병을 끼고 다니는 악덕 중개상입니다.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정문을 부수고라도 들어올 기세예요.”

“정식 계약 번호가 없는 서류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

레온은 차분하게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방탕한 귀공자의 옷차림이 어색했지만 걸음걸이만큼은 흔들림이 없었다.

“제국 상업 조례 제14조. 계약 번호와 전매국의 정식 날인이 누락된 채권 양도 및 재고 처분 요구는 상단주 혹은 정식 대리인의 최종 승인 없이는 강제 집행할 수 없다.”

마리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상단의 회계사라면 외우고 있어야 할 기초 조항 아닌가.”

레온은 복도를 가로질러 현관으로 걸어갔다. 문틈으로 험상궂은 사내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마리안. 문을 열지 말고 쪽창만 열어. 그리고 내가 부르는 대로 통보해라.”

“도련님, 저자들을 자극하면 오늘 밤이라도 들이닥칩니다.”

“들이닥치면 불법 주거 침입과 기물 파손으로 경비대에 넘기면 된다. 빚을 졌다고 해서 법까지 넘겨준 것은 아니니까.”

레온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마리안은 잠시 망설이다가 정문 쪽창의 빗장을 젖혔다. 밖에서 기다리던 중개상의 붉은 얼굴이 창살 틈으로 불쑥 들이밀어졌다.

“이제야 나오는군! 당장 마차를 댈 테니 창고 쇠문을 열어!”

마리안은 레온의 눈짓을 받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

“제시하신 처분 확인서에는 황실 전매국의 정식 매입 계약 번호가 결여되어 있습니다. 제국 상업 조례에 따라 하렌 상단은 해당 물품의 인도를 거부합니다. 정식 번호가 기재된 보정 서류를 가져오십시오.”

“뭐? 감히 누구 명을 거역하는 거야! 발테르 나으리가 직접 결재한 서류다!”

“발테르 숙부님은 하렌 상단의 지분권자일 뿐 단독 대표권자가 아닙니다. 계속해서 정문을 훼손하거나 영업을 방해할 경우 도시 경비대에 통보하겠습니다.”

마리안은 말을 마치자마자 쪽창을 사정없이 닫아걸었다. 밖에서 욕설과 발길질 소리가 이어졌지만 단단한 참나무 덧문은 끄떡없었다.

잠시 뒤 밖의 발소리가 투덜거리며 멀어졌다.

마리안은 길게 숨을 내쉬며 이마의 식은땀을 닦았다. 그러나 안도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녀는 몸을 돌려 레온을 차가운 시선으로 응시했다.

“돌려보내긴 했습니다만 이걸로 끝이 아닙니다. 저들은 숙부님께 달려갈 테고 숙부님은 내일 아침 더 확실한 서류나 채권단을 끌고 올 겁니다.”

“알고 있다. 시간을 번 것뿐이지.”

“그 시간을 벌어서 무엇을 하시려는 겁니까? 술값을 더 마련하려고 억지를 부리신 겁니까?”

마리안은 품에서 다른 가죽 서류철을 꺼내 들었다. 그녀의 손이 바르르 떨렸다.

“이걸 보십시오. 지난달 도련님이 서명한 루미엔 남부 주점들의 외상 청구서입니다. 금화 마흔두 닢. 그리고 은세공 장신구점에서 가져온 보석 대금 금화 스물여덟 닢. 상단 금고가 비어가는데 도련님은 매일 밤 이런 청구서를 남겨 오셨습니다.”

그녀가 내민 종이들에는 조잡한 필체로 서명된 레온의 이름이 선명했다.

레온은 종이들을 받아 들고 천천히 훑어보았다. 현대의 윤태윤으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파산 직전의 가문에서 이런 방탕한 짓을 저지르고 다녔다니 상단 사람들이 혐오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책이나 변명을 늘어놓을 때가 아니었다.

“이 술값 청구서들은 지급을 전부 보류해.”

마리안이 헛숨을 들이켰다.

“보류요? 채권자들이 몰려올 텐데요?”

“정식 납품 대금과 인부들의 급료가 먼저다. 유흥비로 발생한 개인 채무는 상단 공금으로 집행하지 않는다. 채권자들에게는 사흘 뒤 본점 결산 때 한꺼번에 소명하겠다고 전해라.”

레온은 청구서 뭉치를 책상 위에 툭 던져두었다.

“내가 지금 필요한 것은 이딴 영수증이 아니다. 장부 보관실로 가자.”

“장부실에는 왜 가시려는 겁니까?”

“잔향석의 지난 삼 년간 원산지 입고 기록과 운송 손실표, 그리고 보관 감모율 내역을 전부 가져와.”

마리안은 귀를 의심하듯 눈을 크게 떴다.

“운송 손실표요? 도련님이 그런 복잡한 물류 장부를 읽으실 수 있습니까?”

“내가 읽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장부를 가져오면 알게 되겠지. 사흘 안에 파산을 막으려면 어디서 돈이 새고 있는지부터 알아야 하지 않겠나.”

레온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2층 장부 보관실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마리안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의 뒤를 쫓았다.

장부실은 먼지와 묵은 잉크 냄새로 가득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마다 연도별로 분류된 두꺼운 양장 장부들이 빽빽하게 꽂혀 있었다.

마리안은 의심을 거두지 않은 채 책장 가장 깊숙한 곳에서 검은 가죽 장부 세 권을 꺼내 책상에 내려놓았다. 쿵 하는 무거운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북부 나르카 산지에서 직송된 잔향석 수송 원장과 지난 삼 개년 결산표입니다. 어디 보시죠.”

마리안은 팔짱을 끼고 턱을 치켜들었다. 그녀의 태도는 명백한 시험이었다. 복잡한 복식부기와 마도 광물 전문 용어로 가득 찬 장부를 들이밀어 도련님의 허세를 단숨에 무너뜨리겠다는 의도였다.

레온은 의자에 앉아 장부를 펼쳤다.

책장 가득 적힌 깃펜 글씨들이 눈에 들어왔다. 화폐 단위는 제국 금화와 은화였고 물량 단위는 상자와 무게를 병기하고 있었다.

형식은 달랐지만 본질은 현대의 물류 수지표와 완전히 같았다. 입고량, 운송 거리, 중간 경유지 세금, 보관 감모, 파손율. 숫자의 논리는 세계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았다.

레온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깃펜을 집어 든 그의 손이 백지 위에 숫자를 간결하게 정리하기 시작했다.

“북부 나르카 산지 매입 단가는 상자당 은화 열두 닢. 수도 루미엔까지의 마차 운송비는 상자당 은화 네 닢. 세관 통과세 상자당 은화 한 닢.”

마리안의 눈썹이 꿈틀했다. 레온이 수많은 항목 중에서 핵심 원가만을 단숨에 추려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정상적인 유통 원가 구조다. 그런데 여기가 이상하군.”

레온의 손가락이 특정 페이지의 붉은 잉크 항목을 강하게 짚었다.

“운송 손실률 마흔 퍼센트. 보관 중 자연 풍화 감모율 삼십오 퍼센트.”

레온이 마리안을 올려다보았다.

“마리안. 잔향석은 어떤 광물이지?”

“마력 감응도가 낮고 진동이 오래 잔류하는 규석 계열의 원석입니다.”

“규석 계열 원석이 비포장도로 마차 운송 도중 마흔 퍼센트나 바스러져 사라진다고? 게다가 통풍이 되는 지하 창고에서 보관했다고 삼십오 퍼센트가 가루가 되어 증발해?”

마리안이 당황한 기색을 숨기며 대답했다.

“북부의 기후와 수도의 습도 차이 때문에 파장이 변질되고 균열이 생긴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전매국 감정관의 공식 소견서도 첨부되어 있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레온은 깃펜으로 숫자를 두 번 내리쳤다.

“철광석이나 일반 마도 원석의 평균 운송 손실률은 삼 퍼센트에서 오 퍼센트 사이다. 부서지기 쉬운 유리 공예품도 십 퍼센트를 넘지 않아. 그런데 돌덩어리가 마차를 타고 오면서 절반 가까이 사라졌다는 건 길바닥에 돌을 버리면서 왔거나 장부상으로만 버린 척했다는 뜻이다.”

마리안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장부상으로만 버렸다고요?”

“그래. 산지에서 백 상자를 출발시켜서 수도에 도착했을 때는 육십 상자만 입고 처리한 거다. 나머지 사십 상자는 ‘운송 중 파손 폐기’로 장부에서 지워버렸지. 그리고 창고에 들어온 육십 상자 중에서도 다시 스물다섯 상자를 ‘풍화 불량’으로 분류해 장부 가치를 0으로 만들었다.”

레온이 계산서를 마리안 쪽으로 밀어붙였다.

“결과적으로 하렌 상단은 백 상자의 매입비와 운송비를 전부 지불하고도 실제 판매 가능한 재고는 서른다섯 상자밖에 남지 않은 셈이 됐다. 이러니 잔향석을 수입할 때마다 만성 적자가 나고 창고에 쌓인 물건은 쓰레기 취급을 받으며 결국 매입가의 절반도 안 되는 헐값에 넘기게 된 거다.”

마리안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장부를 넘겨 운송 책임자의 서명란을 확인했다.

“운송 담당은 루미엔 마차길드 제3지부. 그리고 감모 승인자는 발테르 숙부님이 선임한 감사관이었습니다.”

“사라진 마흔 상자는 폐기된 게 아니다. 중간 경유지에서 빼돌려 다른 창고로 옮겼거나 서류 조작으로 비자금을 만든 거지.”

레온의 음성은 서늘했다.

“발테르 숙부는 하렌 상단의 자금으로 잔향석을 북부에서 끌고 온 뒤 장부상 손실을 조작해 원가를 부풀렸다. 그리고 상단이 빚을 견디지 못하게 만들어 남은 재고까지 헐값에 가로채려 한 거다.”

마리안의 손이 장부 위에서 굳어버렸다. 그녀는 지난 이 년간 자신이 정리했던 장부의 진실을 마주하고 깊은 충격에 빠져 있었다.

“저는 전매국의 공식 감정서와 숙부님의 결재 서류만 믿고 단순한 부실 상품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숫자를 기록하는 인간은 거짓말을 하지. 회계사가 숫자의 형식만 보고 물건의 실물을 보지 않으면 이런 함정에 빠지는 거다.”

마리안은 고개를 숙였다. 레온의 지적은 날카로웠고 그녀는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망나니라고 멸시했던 도련님이 자신보다 훨씬 정확하게 장부의 허점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도련님…… 정말 도련님이 맞으십니까?”

마리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의 잿빛 눈동자에는 두려움과 경외가 뒤섞여 있었다.

“사람이 벼랑 끝에 서면 눈이 뜨이는 법이다.”

레온은 담담하게 넘겼다.

“지금 중요한 것은 감탄이 아니다. 이 잔향석이 쓸모없는 돌이 아니라 누군가 값을 깎아서라도 독점하고 싶어 하는 물건이라는 사실이 증명됐다.”

그때 장부실 문이 벌컥 열리며 로웬이 성큼 걸어 들어왔다. 그의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맺혀 있었고 표정은 험악했다.

“도련님. 창고 인부들이 동요하고 있습니다. 발테르 나으리 쪽에서 사람을 풀어 내일 정오면 채권단이 들이닥쳐 상단 문을 완전히 닫아걸 거라는 소문을 퍼뜨렸습니다.”

로웬은 레온과 마리안 사이에 펼쳐진 장부를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장부 장난으로 시간을 끌 때가 아닙니다. 내일 당장 인부들에게 줄 빵값이 없으면 상단에 남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로웬.”

레온이 부드럽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창고에 있는 잔향석 삼백스무 상자 중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온전한 원석의 비율이 얼마나 되지?”

로웬이 멈칫했다.

“전부 불량 판정을 받은 돌들입니다. 마력을 불어넣어도 불꽃 하나 튀지 않고 미약한 진동만 남는 찌꺼기들이라고요.”

“그 진동의 특성을 알아본 사람은 정말 아무도 없었나?”

로웬은 턱을 쓰다듬으며 기억을 더듬었다.

“재작년에 이상한 작자가 하나 있긴 했습니다. 하층 지구 빈민가 구석에서 마도 공방을 하던 녀석이었는데 잔향석을 한 상자 사가더니 눈이 뒤집혀서 찾아왔더군요.”

레온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자가 뭐라고 했지?”

“마력 출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일정한 파동을 저장하고 전달하는 성질이 대단하다면서 상단에 있는 원석을 전부 연구용으로 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돈이 한 푼도 없는 빈털터리였죠. 게다가 전매국에서 공인 자격을 박탈당한 무면허 학자였습니다.”

“그 공방이 아직도 있나?”

“간판도 내리고 문을 닫았다고 들었습니다. 빚더미에 앉아서 조만간 야반도주할 거라는 소문만 무성했죠.”

레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자의 이름이 뭐지?”

“카일입니다. 카일 로데릭. 귀족 가문 출신이라는데 지금은 넝마주이나 다름없는 꼴로 살고 있습니다.”

레온은 마리안을 돌아보았다.

“마리안. 상단 금고에 남은 가용 현금 중에서 은화 다섯 닢을 챙겨.”

“그 돈은 내일 아침 인부들 식비로 써야 합니다!”

“내일 아침까지 이 돌의 진짜 판로와 가치를 입증하지 못하면 식비가 문제가 아니라 상단 자체가 사라진다. 투자할 곳에는 망설이지 마라.”

마리안은 레온의 확신에 찬 눈빛을 마주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이전의 무모한 도박과는 달랐다. 논리와 근거를 바탕으로 내리는 결단이었다.

“알겠습니다. 집무실 금고에서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레온은 로웬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로웬. 아까 별도로 봉인한 표본 열두 상자 중에서 가장 상태가 좋은 원석 다섯 개를 골라 가죽 주머니에 담아와라.”

“직접 그 폐공방으로 가시려는 겁니까?”

“가만히 앉아서 채권단의 붉은 딱지를 기다릴 수는 없지. 버려진 돌의 가치를 아는 놈을 만나러 간다.”

로웬은 레온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속는 셈 치고 딱 한 번만 따라보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헛수고로 끝나면 제 손으로 도련님 멱살을 잡고 채권단 앞에 던져놓을 겁니다.”

“그럴 일은 없을 거다.”

레온은 주머니 속에서 만져지는 차가운 잔향석을 쥐었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미세한 진동이 심장 박동과 겹쳐졌다.

조작된 손실과 은폐된 가치. 숫자의 장막 뒤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첫 발걸음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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