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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로 귀환한 절대마법사12화

지구로 귀환한 절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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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어둠의 통지

관리 사무실을 나온 뒤에도 진우는 곧장 큰길로 나가지 않았다.

낡은 주택 사이 골목을 두 번 꺾고 멈췄다. 뒤편 도로에 세워진 검은 밴도 같은 순간 조용히 멈췄다. 썬팅 너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차 안에 있는 자들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감각만은 선명했다.

민아가 스마트폰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아레스 쪽이네요. 번호판 조회는 막혀 있어요. 그런데 차량 등록 주체가 민간 보안 업체로 세탁돼 있네요.”

“예상한 일이다.”

진우는 건조하게 대답했다. 기록을 찢은 자들이 단서를 쥔 사람을 그냥 돌려보낼 리 없었다.

그는 민아의 화면을 가리켰다.

“아까 적은 문구를 복사해 둬라. 네 단말 하나에만 남기지 말고 길드 서버와 협회 민원함에도 보내.”

“지금요?”

“지금이다. 빼앗으려 들면 이미 늦었다는 걸 알려 줘야 한다.”

민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이자 ‘제3임시보호시설’과 ‘에테르 우선 이송’ 그리고 ‘승인자 서도현’이라는 짧은 문구가 세 곳으로 전송되었다.

전송 완료 표시가 뜬 직후 진우의 스마트폰이 낮게 진동했다.

발신자는 각성자협회 현장지원관리국이었다. 그러나 화면 상단에는 민아가 조금 전 확인한 것과 같은 아레스 내부 보안 인증 표식이 희미하게 붙어 있었다.

진우가 문서를 열었다.

『긴급 현장 지원 통지. E급 임시 헌터 강진우는 금일 16시까지 가람동 6구역 균열 정화 지원에 참여할 것. 정당한 사유 없는 불응 시 임시 등록 효력 정지 및 공적 기여도 재심사가 진행될 수 있음. 현장 책임자 서도현.』

민아의 눈썹이 단번에 찌푸려졌다.

“말이 안 돼요. E급 정화 지원이면 협회 공개 모집이 먼저예요. 게다가 공적 재심사는 현장 책임자 한 명이 걸 수 있는 절차가 아니고요.”

“그래도 통지서는 진짜겠지.”

“양식은 진짜예요. 그러니까 더 나빠요.”

진우는 화면의 마지막 이름을 바라봤다. 찢긴 종이 위에서 겨우 읽어 낸 이름이 이번에는 명령서의 서명처럼 또렷하게 떠 있었다.

서도현.

동일인인지 아직 확신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 이름을 자신의 앞에 일부러 꺼내 들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푸른하늘로 가죠.”

민아가 말했다.

“이런 통지는 명단을 보면 누가 왜 끌려가는지 알 수 있어요.”

진우는 밴을 한 번 돌아봤다.

“가자.”


푸른하늘 길드 사무실의 회의실은 평소보다 어수선했다.

민아가 자신의 권한으로 현장 지원 통지의 첨부 명단을 열자 화면에는 열두 개의 이름이 나타났다. 모두 E급 또는 F급 각성자였다. 전투 경험은 한 번에서 세 번 사이. 몇 명은 임시 등록조차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진우는 명단의 오른쪽 끝에 붙은 분류 코드를 보았다.

보호 이송 협조자. 3-임시.

목 뒤가 차갑게 식었다.

“이 코드는 뭐지?”

민아가 검색창에 손을 올렸다가 멈췄다.

“외부에 공개된 분류는 아니에요. 대격변 피해자 지원 대상에 붙는 내부 코드 같아요. 그런데 왜 헌터 지원 명단에 이런 게 들어가 있죠?”

진우는 답하지 않았다. 제3임시보호시설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천천히 가라앉았다. 부모님의 이송 기록과 눈앞의 열두 사람이 같은 줄에 묶여 있었다.

회의실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스무 살 남짓한 사내가 안으로 들어왔다. 낡은 방호 재킷 지퍼는 목까지 잠겨 있었고 손목의 임시 헌터 팔찌는 지나치게 헐거웠다. 그는 민아를 보자마자 고개를 숙였다.

“최민아 씨 맞죠? 지원 명단에 푸른하늘 길드 사람이 있다고 해서…… 혹시 어디로 가는 건지 아세요?”

“이름이?”

“박도윤입니다.”

민아가 화면을 확인했다. 명단 여섯 번째 이름이었다.

“도윤 씨도 통지 받았어요?”

박도윤은 억지로 웃었다.

“받았죠. 제 아버지가 가람동 임시 보호소에 계신데 치료 순번을 앞당겨 준다고 했어요. 대신 오늘 현장 지원 한 번만 하면 된다고요.”

그의 목소리가 끝에서 작게 떨렸다.

“처음엔 좋은 일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집결지에 갔더니 다들 저 같은 사람들이더라고요. 누나는 실종자 기록을 다시 열람하게 해 준다고 했고 어떤 아저씨는 보호소 퇴소 심사를 도와준다고 했대요.”

“거절하면?”

진우가 물었다.

박도윤은 두 손을 꽉 쥐었다.

“그런 말은 안 했습니다. 그냥 오늘 안 가면 협조 의사가 없는 걸로 적겠다고만…….”

협박보다 더 교묘한 말이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선택한 적 없는 빚을 쥐여 주고 갚으라고 하는 방식.

진우는 박도윤의 팔찌에서 희미한 마력 결을 느꼈다. 감시용 표식이었다. 효력은 약했지만 착용자의 위치와 맥박을 계속 보내고 있었다.

그는 코어의 통증을 억누르며 시선을 떼었다.

“가람동 6구역은 어떤 곳이지?”

민아가 급히 지도를 띄웠다.

“공식 기록으로는 이틀 전에 C급 위험 판정을 받았어요. 균열이 불안정해서 일반 헌터 진입이 금지된 구역이고요.”

“그런데 통지서에는 E급 정화 지원이라고 적혀 있다.”

“명백한 위장이에요.”

민아가 이를 악물었다.

진우는 화면 속 열두 이름을 천천히 훑었다. 부모님을 찾는 길은 바로 앞에 있었다. 아레스가 던진 명령서를 거절하고 다른 단서를 찾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길을 택하면 이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에 들어가는지도 모른 채 문 안으로 밀려 들어갈 것이다.

아르카디아에서 그는 너무 많은 도시가 그런 식으로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 누군가가 약한 자들을 방패로 세울 때마다 모두를 구할 힘이 없다는 이유로 등을 돌리기도 했다. 그 선택들이 남긴 이름은 백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진우가 박도윤을 향해 말했다.

“집결지는 어디지?”

“6구역 서문 앞입니다. 세 시 반까지 오라고 했어요.”

“혼자 돌아가지 마라.”

박도윤이 놀란 얼굴로 그를 보았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같이 간다.”


민아는 즉시 통지서와 명단을 협회 민원 시스템에 올렸다.

단순한 항의가 아니라 강제 동원 의혹과 등급 위장 가능성을 적었다. 푸른하늘 길드의 공식 계정에도 복사본을 남기고 다른 길드의 상담 담당자에게 대상자 가족들의 연락처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접수는 됐어요. 다만 현장 중지 명령이 내려오려면 시간이 걸려요.”

“시간이 없다.”

진우는 창밖을 보며 말했다.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 둘이 길드 건너편 밴 옆을 지키고 있었다.

민아가 낮게 말했다.

“진우 씨가 가면 아레스는 원하던 대로 움직인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렇겠지.”

“그런데도 가겠어요?”

진우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손상된 코어가 조용히 쑤셨다. C급 균열 안에서 무엇이 기다리는지 알 수 없었다. 지금의 몸으로는 한 번의 큰 마법조차 위험했다.

그럼에도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원하는 건 내가 명령에 복종하는 모습일 거다.”

진우의 눈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문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내가 길을 정한다.”

민아는 더 말리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이건 제 보조 단말이에요. 실시간 위치 공유를 켜 뒀어요. 통신이 끊기면 마지막 위치와 자료가 자동으로 길드 서버로 넘어가요.”

진우는 단말을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무리하지 마세요.”

“민아 씨도.”

짧은 대답이었다. 그러나 민아는 그 안에 담긴 뜻을 알아들었다. 혼자 남아 기록을 지키는 일도 위험하다는 뜻이었다.


가람동 6구역 서문 앞에는 녹슨 철제 바리케이드가 길게 세워져 있었다.

정화 지원 현장이라는 표지판은 바람에 반쯤 찢겨 있었다. 그 뒤로는 협회 폐쇄 테이프가 두 겹으로 감겨 있었고 아레스 로고가 새겨진 장갑차 한 대가 도로를 막고 있었다.

철문 안쪽의 공간은 희미한 푸른빛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균열의 입구가 숨을 쉴 때마다 주변 공기가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E급 게이트에서 느껴지는 얇은 마력 막과는 전혀 달랐다. 날카로운 모래가 폐부를 긁는 듯한 C급 균열의 압력이었다.

열두 명의 초급 각성자가 철문 앞에 모여 있었다.

누군가는 헌터 장비 대신 작업용 안전모를 쓰고 있었다. 누군가는 손에 쥔 단검을 몇 번이나 떨어뜨렸다. 박도윤은 진우를 발견하자 겨우 숨을 내쉬었다.

검은 정장 남자들이 그들 사이를 오가며 전자 서류판을 내밀었다.

“정화 지원 동의서에 지문을 찍으십시오. 임무 중 발생하는 부상은 개인의 각성 능력 운용 미숙으로 처리됩니다.”

“C급이라면서요.”

한 여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누가 그럽니까? 이곳은 잔류 마력만 정리하면 되는 E급 구역입니다.”

남자의 대답은 매끄러웠다. 그러나 그 뒤에 선 병력의 방호 장비는 C급 재난 대응용이었다.

진우는 사람들 손목의 팔찌를 다시 보았다. 모두 같은 감시 잔향을 품고 있었다. 누군가가 이들을 통제하며 안으로 넣으려 했다.

그때 장갑차 옆의 문이 열렸다.

검은 제복 위에 아레스 휘장을 단 사내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단정한 머리와 무표정한 얼굴. 관리 사무실의 창구 너머에서 보았던 보안 인력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압박감이 그의 걸음마다 흘렀다.

“강진우 헌터.”

사내가 명령서 화면을 들어 보였다.

“참석해 주셔서 다행입니다. 현장 책임자 서도현입니다.”

진우는 그 얼굴을 가만히 살폈다. 기록에 찍힌 승인자의 얼굴을 본 적은 없었다. 이름 하나만으로는 아무것도 단정할 수 없었다.

“이들을 왜 데려왔지?”

“자발적 현장 지원자들입니다.”

“치료 순번과 실종자 열람을 대가로 내건 지원이 자발적이라고 부를 수 있나.”

서도현의 시선이 아주 잠깐 민아의 보조 단말이 든 진우의 주머니로 향했다.

“말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근거 없는 선동은 보호 대상자들에게 더 큰 불이익을 줄 수 있죠.”

박도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진우는 그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서도현은 마치 친절한 조언을 하듯 말을 이었다.

“이곳을 무사히 정리하면 여러분의 협조 기록은 좋은 방향으로 반영될 겁니다. 반대로 현장을 어지럽히면 보호 행정도 계속되기 어렵고요.”

진우가 서류판을 받아 들었다.

손끝에 닿은 전자 종이에서는 약한 봉인 마력이 느껴졌다. 동의서가 아니라 책임을 아래로 밀어 넣기 위한 족쇄였다.

그는 서도현을 똑바로 바라봤다.

“사람을 살리겠다는 행정은 사람을 겁주지 않는다.”

서도현의 눈빛이 처음으로 조금 굳었다.

진우는 지문 인식란에 엄지를 눌렀다.

“나는 들어간다. 하지만 이들은 내 뒤에 선다.”

“순서는 현장 지휘가 정합니다.”

“그럼 나부터 보내라.”

짧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균열 안쪽에서 둔탁한 진동이 한 번 울렸다. 바닥의 자갈이 가늘게 떨렸다. 초급 각성자들이 흠칫 뒤로 물러났다.

진우는 눈을 감고 마력의 흐름을 읽었다. 마수의 포효와는 달랐다. 찢긴 차원 저편에서 누군가가 일정한 간격으로 벽을 두드리는 듯한 파동이었다.

쿵.

쿵.

세 번째 진동과 함께 균열의 푸른빛이 검게 번졌다.

진우는 손상된 코어가 보내는 경고를 무시하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문 안에 있는 건 정화 대상이 아니다.”

서도현의 얼굴에서 미세한 미소가 사라졌다.

진우는 철문 너머의 어둠을 똑바로 바라봤다.

“누군가가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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